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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생존전략-592화 (592/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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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얼굴과 모습을 한 채 노인의 웃음을 하고 있는 진리의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어긋나 있었다.

노인의 뭔가 비어진 웃음은 끝없이 이어지는 삶의 고뇌와 더 이상 새로운 것도 나아질 것도 없는 미래에 대한 포기와도 같았다.

여기에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보고 싶어 하는 소년의 열정과 도전의식의 감정이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이 감정의 어긋남을 끝없는 강함에 대한 수련과 혈육에 대한 애정, 절대계와 주우주의 발전으로 수정을 계속하고 있는 진리는 모든 영원체와 정신체의 정점이었다.

그런 진리가 푸른 하늘을 올려보자 저 멀리 우주에 이계의 신들이 보인다.

언제 뛰쳐나올지 모르는 자신과 바람가에 대한 두려움에 질려서 엄청난 진력을 투입하여 만든 방어선이 자욱하게 깔려있었다.

아마도 이계에 남아있는 최정예의 투신들이 전부 저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대비였다.

‘저 전력을 다른 쪽으로 사용한다면 현재의 붕괴는 많이 늦추어졌을 것이다.’

허나 이계의 지배자들은 차원의 권능으로 도망친 잔당들을 추격해온 자신에게 무참하게 당한 순간부터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질려있었다.

그 공포의 정체를 자신이 직접 바로 알려주었는데도 불구하고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과 절대계를 허계와 거짓된 존재라고 몰아붙이고 사라지게 하려고 했다.

모든 토벌 시도를 파멸유혼검으로 박살을 내고서 결국 지배자의 자리를 하나정도 차치했지만 그 평가와 공포는 변하지 않는다.

정당하게 힘으로 차지한 직위명도 그렇고 맡은 영역도 그러했다.

지배자인 신입에게는 당연히 안 좋은 곳이 주어지지만 도가 너무 심했다.

지성체는 고사하고 생명체도 없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우주가 맡겨진 것이다.

거기에 담긴 의미는 세력을 만드는 것은 용납할 수 없으니 단지 자신의 능력만을 사용하겠다는 괘심한 의도였다.

하도 황당해서 이들에 대한 관심을 완전히 접어버리고 아예 공석으로 만들어버렸다.

도망자들도 다 처리하였고 절대계와 주우주의 일도 바빴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협박을 하려하다가 결국 도와달라는 요청이 올 때마다 이런 어리석음에는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내가 허계(虛界)의 절대자 ‘진리’이면서 담당하는 곳도 아무런 생명체도 없는 지역이라?

나를 쓰레기 청소부로 쓸 생각이냐?

어리석은 것들이 그러고도 지배자라고 자부하는가?

아무런 근거나 힘도 없이 자신이 특별하고 고귀하다고 믿는 순간부터 파멸은 시작된다.

강자는 그만큼의 대우를 해야 전력을 다한다는 것을 왜 모르지?

강자의 자부심과 약자의 자존심은 다르다는 것을 왜 몰라?”

“진정 그러하옵니다.

이번에 대리를 맡게 된 차원 창세신 코아가 그들에게 약자의 겸손함을 깨닫게 해줄 것입니다.

이 후는 제가 맡겠습니다.

그러니 이제 푹 쉬시옵소서.

오래간만에 본가의 방문이지 않습니까?

아이들이 수련을 보아주시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을 것입니다.”

“알았다. 뒤를 부탁한다.”

바람가의 일원이 다시 깊숙이 고개를 숙여서 응답하자 진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본가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도로를 타고 흐르는 빛의 강도 시야를 가득 매운 검은 빌딩들도 아무 이상이 없다.

푸른 하늘과 그리고 이계의 신들도 변함이 없었다.

허나 자신과 절대계는 여전히 발전 중이었다.

아니 오직 이곳만이 끝없이 강화되면서 진화하고 있었다.

그 반대로 이계는 정신체들이 점점 권능조차 잃어가고 영원체들도 점점 수면에 빠진다.

이계의 정신체들과 영원체들은 모르나 이미 삶과 존재를 위한 경쟁은 시작 된지가 오래였다.

물론 자신이 직접 몇 번이나 경고했기에 아무것도 없는 영역을 주고 혹시라도 다른 일을 벌일까 봐서 이 행성도 완전봉쇄를 했다.

하지만 절대계와 자신에게 이계의 공간이나 영역은 별 의미가 없었다.

주우주 건설로도 충분한 정기와 힘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저들의 실책이었다.

처음에는 자꾸 시비를 걸어오는 것이 귀찮아서 가급적 친하게 지내려고 했지만 추하게 발버둥을 치며 얽히려는 모습에 관심을 접었다.

강자에게 빌붙어 살아가면서 자비에 기대어 시비를 거는 약자의 모습만큼 혐오스러운 것은 진리에게 더 이상 없었다.

‘너무나 약하구나. 이계여.

그래서 너희들이 나와 절대계에 대한 공포와 경계는 확실히 이유가 있다.’

어디이든지 새롭고 발전된 것은 과거의 것을 모두 대처한다.

자신과 절대계보다 이계의 정신체와 영원체가 약하다면 당연히 사라지고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게 된다.

먼 과거에 저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이번에도 그래야 하겠지.

더 나은 것이 나타나 뒤쳐진 것들은 사라지는 것이 자연스런 흐름일지니 누가 진짜인지 곧 알게 될 것이다.”

안정에 도취되어 발전이 멈추고 퇴보하기 시작한 이계의 붕괴는 자신이 나타나기 이전부터 이미 결정된 사실과 같았다.

단지 이계의 지배자들을 대처할 수단이 없어서 늦추어지고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나 도망자들을 추격하면서 막아서는 모든 것들을 적으로 규정하고 박살내는 자신을 이계의 누구도 감당하지 못한 순간부터 생존의 시험은 시작되어 있었다.

‘영원체들조차 뛰어넘는 흐름의 결정이 시작되었다.

거기에서 결정되는 존재들이 이곳의 지배권을 쥐게 된다.’

아니 존재할 의미를 부여받게 된다는 것이 정확했다.

당연히 패배하게 되면 완전히 사라진다.

이것은 양보할 수 없는 생존경쟁인 것이다.

쿠우우우웅-!

아까와 거의 같은 북소리가 울리면서 고풍스런 한옥의 거대한 문이 열린다.

열린 문 사이로 끝도 보이지 않는 마당이 보이고 거기서 자신과 똑같은 검은 무복에 목검을 쥔 수백만의 남성들이 검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 보인다.

단 하나의 어긋남도 없는 같은 자세에 같은 속도, 같은 힘이다.

바람가의 불가해의 8시조는 무수한 반복 수련에 의한 신체의 완벽한 통제에서 시작한다.

그러하기에 항상 반복되는 기초 수련 중이던 바람가들이 자신을 발견하고 일제히 검을 등 뒤로 돌리고 고개를 숙이면서 우렁차게 인사를 한다.

“바람가의 후손들이 109대 한진안 할아버님을 뵈옵니다.

만수무강하시옵소서.”

인사소리에 실린 각자의 힘과 권능은 자신이 전력으로 가르치고 기른 제자들이며 절대계 최고의 보물들인 10중심들과 겨루어도 밀리지 않을 수준이다.

아니 영원체이기에 전투력을 제외한 다른 분야는 오히려 능가한다.

이들이 10중심과 비교하여 부족한 것은 오직 끝없는 살의와 투지이나 그럴 필요는 없었다.

자신을 대신하여 절대계의 발전을 저해하는 모든 것을 타파하는 것이 10중심의 기본임무다.

그래서 영원히 각 계열의 최강의 존재들로서 군림해야할 10중심들에 비해서 이들에게 맡겨질 일들은 다르다.

바로 이계의 지배권의 확정이다.

누가 지배자로서 우월한지 이계의 모든 생명체들에게 명확히 증명해야하기에 과다한 살기와 투기는 독과 같기에 배제해야 했다.

지배자는 공포나 힘보다는 따르고 싶은 존재가 되어야만 다스리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10중심급의 힘을 가지고 그 이상의 창조력까지 가진 이들은 지배자로서 더없이 적합했다.

고개를 숙이고 자신에게 안부 인사를 올리는 바람가의 하나하나를 파악해도 당장 주우주를 맡겨도 이상이 없을 정도로 완벽한 영원체였다.

그것도 기존의 정지된 영원성이 아닌 끝없는 발전가능성과 의지를 갖추었으니 다음 세대의 영원체라고 불릴 만 했다.

절대계를 10중심에게 주면서 바람가를 이계로 옮겨 수련에 전념시키고 주우주의 개척에만 전력을 기울인 성과와 보람이 있었다.

그러니 저절로 웃음이 떠올랐다.

“오냐. 계속하라.”“예-!”

다시 기초수련으로 돌아가는 후손들을 순식간에 가로질러서 거대한 기와로 지어진 한옥에 도착했다.

석재로 이루어진 문을 열고서 그 안에 들어가자 가장 먼저 전면에 보이는 것은 향이 피워진 향로들이었다.

거의 작은 아이 크기의 커다란 황금 향로들이 줄지어져 있고 그 수는 모두 108개이다.

여기는 선조의 넋을 기리기 위한 장소이면서 바람가들이 죽으면 마지막에 도착하는 위령소였다.

물론 영원체를 초월한 자신으로 인하여 가문의 비원을 이룬 모든 선조들의 영령은 바른 흐름 안에 들어섰기에 의미는 없다.

또한 후손들도 태어나는 순간 영원체에 도달하기에 더 이상 여기는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바람가의 본가에서는 가장 귀중한 곳이었다.

선대의 업적과 기리는 마음은 가문에 대한 자부심도 되기 때문이다.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과거의 선조들의 업적을 생각하고 안정을 취하고 결심을 다지는 것이다.

그래서 각 향로에는 각 대의 가주들의 이름이 적혀있었고 그 당시에 이룬 각자의 권능과 오의들이 적혀있었다.

그래서 이곳이야말로 바람가의 역사이며 전부인 것이다.

그리고 맨 마지막의 향이 없는 빈 향로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109대 한진안. 절대해의 8시조(絶代解의 八始祖)’

자신의 이름과 권능이 적혀있는 향로를 뭔가 애잔한 시선으로 바라본 진리는 말없이 새로운 향들을 공간에서 꺼내서 1대의 바람가의 가주부터 각 향로에 차례대로 추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인 108대 한진호의 향로에 향을 꽂고서 양손을 모으고 묵념을 했다.

“소자는 아직 건강하옵니다.

바람가도 발전 중이옵니다.

그러니 심려하지 마옵소서. 아버님”

108대 한진호의 이름 옆에서는 ‘불가해의 팔시조(不可解의 八始祖)’라고 적혀있었는데 특이하게도 향로의 바로 앞에는 절반 정도 크기의 향로가 또 하나 놓여있었다.

거기에 적힌 이름과 권능은 ‘회색의 절대자 사이안. 이그드라실.’이었다.

태어나게 해준 것은 바람가 108대 한진호였지만 영원체로서 길러준 것은 회색의 절대자 사이안이었다.

그 공적을 기려서 특별히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에 대한 묵념을 끝낸 진리는 자신의 품에서 다시 향을 꺼내 사이안의 향로에 꽂고 불을 붙였다.

더욱 엄숙한 표정으로 피어오르는 향 연기에 고개를 숙이면서 말을 한다.

“곧 이옵니다.

여기도 다음 세대교체가 시작되면 혼란과 피해가 커지기 전에 바로 끝을 낼 것입니다.

그 흐름을 주제하는 것은 이전과 똑같이 저와 바람가, 절대계가 될 것입니다.

선봉에는 스승님들과 아버님들의 이름을 이어받은 10중심과 일족들이 설 것이며 이들은 그 공적으로 영원히 찬란하게 빛날 것입니다.

그리고 바람가의 아이들은 보다 완벽한 영원체로서 이계를 발전으로 이끌 것입니다.

비록 그것이 끝이 아니겠지만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그럼 모든 것이 끝나는 그때 다시 뵙겠습니다.”

짝-!

가볍게 가슴 앞에서 양손을 마주치는 합장의 자세를 취한 진리의 모습이 새롭게 피어올린 향 연기에 가려져 갔다.

그리고 그 향 연기에 10명의 인영의 모습들이 그려진다.

모두 진리를 보고 만족한 듯이 웃고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완전히 굳어있는 자신의 얼굴과는 완전히 달랐다.

‘1대 10중심들은 모두가 나의 스승이자 아버지들이었다.

최후의 순간까지 말이야.’

영원체를 능가하는 신체의 강함을 얻었으나 정신은 따르지 못해 서서히 미쳐가는 모습을 보다 못한 자신이 나서서 쓰러뜨릴 때의 미소를 띤 얼굴이었다.

과거를 생각하다가 마지막 결투의 모습을 투영한 진리가 10명의 얼굴을 일일이 확인하면서 다시 웃음을 떠올렸다.

두말 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패배하여 최후를 마주하는 죽음의 순간에서도 웃는 여유를 그때 배웠는데 지금 웃지 못 할 이유가 없었다.

“하핫-! 그래 아직 이였군―!

나의 맹세의 완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자아-! 가자-! 나의 혈족이며 후손들아-!

무의미하게 끝없이 반복되는 죽음과 삶을 우리 손으로 주재하여 의미가 있게 하자.

나는 진리로서 절대계를 넘어 이계에도 ‘영원한 행복’을 실현하리라.

여기가 끝이 아니라면 그 너머에서도 똑같이 완수할 것이다.

아무리 반복되어도 상관없다.

나는 진리이기 전에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바람가의 109대 한진안 이로다.”

진리고 양손으로 앞으로 밀어붙이자 위령소의 모든 벽이 문이 된 것처럼 열어젖혀지면서 찬란한 빛이 내부를 비춘다.

쿠우우웅-!

내부의 새롭게 향이 피어오르는 향로들이 들어온 햇빛에 반사되어 더욱 찬란하게 번쩍였다.

그러자 위령소를 둘러싸고 수련에 매진하고 있던 모든 바람가들이 목검을 잡은 채로 향로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면서 묵념을 한다.

그렇게 고개를 숙인 바람가의 머리위로 진리의 말이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현재에 불만이 있느냐?

지금보다 더욱 강해지고 현명해져라.

그럼 세상이 곧 너희들의 것이 될 것이다.

바람가는 무가(武家)다-!

그러니 힘으로서 자신의 의지를 증명하라.”

“명 받들겠습니다.”

수백만의 바람가들이 진리에  일제히 응답하는 목소리가 검은 빌딩들을 뒤흔들었다.

주우주 창조주의 자격이 있는 영원체 500만 명 이상이 모여 전력으로 힘을 쌓고 권능을 높이는 이곳은 바람가의 본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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