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계(異界)와 허계(虛界) -->
여성에게만 통한다는 제한이 있지만 주신장 서열 2위이면 거의 중급 창조신이란 소리였다.
다만 마신왕과 인증전을 통과를 하지 못해 주신장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 설명대로라면 여신들은 상대하기가 무리였다.
“겉으로는 여성의 영원한 아군과 같은 권능을 가진 적에게 여신이 보통의 각오로 싸워 이길 수 있겠는가?
신생(神生)의 쓴 맛 단 맛 다보고 아무 감각이 없으면 모를까 철부지로는 무리다.
페미니스트를 상대로는 보통의 강함과 의지를 가진 여신으로는 이길 수 없다.
적의 명분과 배려에 의해 투지를 잃고 상대의 권능에 동화되어 결국 배신하겠지.
그러니 주신전이 시작 될 때까지 회복에만 전념해라.
정보가 세어나갈 우려가 있으니 외부와 어떠한 연락과 만남도 금지한다.”
“!”
사실상의 연금조치였다.
그것도 적에게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최악의 의심으로 말이다.
하지만 지금 회복실의 욕조에서 과거의 생각으로 울먹이는 리아스나의 상황을 보면 부정할 수 없다.
‘위치를 아셨으니 당장 찾아가려고 하실 것이니 확실히 이런 방법이 좋기는 하지만 이러면 안 되는데.’
주신장 서열 2위 페미니스트를 마신왕님들과 일족에게 명령받은 본래의 임무대로 처치하기 전에는 돌아갈 일족도 마신계도 없다.
차원의 마도신이 말한 대로 적을 이기기 위해 신족으로의 전환까지 감수하고 기회를 노렸다고 변명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래서 이 연금조치를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잠시만-! 여기 외에는 아무데도 갈 곳이 없는 저희들이 어떻게 배신을 할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저희들의 복수를 약속하셨지 않나요?
그것은 어쩔 생각이신가요?
저희들을 배제하고 직접 하실 생각이시면 계약에 어긋납니다.”
무엇보다 여기의 신계관리주신들은 만만한 존재가 전혀 없을 정도로 무섭다.
신계주신에게 배신자가 될 우려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개인신전에 봉인 조치를 받은 사실을 다를 주신들이 알면 무사할 리가 없기에 다급하게 외친 히메지나를 뒤돌아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무슨 생각인지 알지만 승리에 불리한 가능성은 용납할 수 없다는 의지가 전해진다.
“진리는 약자는 용서하지 않는다.
그런데 진리에게 칭호를 받은 절대자인 내가 여성 전부를 약자로 만들어내는 권능과 신성을 가진 놈을 용납할 것 같으냐?
내 조치가 불만이라면 대답을 해봐라.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계약을 지키기 위해 패배를 할 확률이 큰 너희들을 내세워야 하나?”
“그것은........"
계약을 파기하는 한이 있어도 가만 두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에 할 말을 잃었다.
이제까지 계약의 완수를 최우선으로 하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를 모습이다.
입을 다문 자신을 쳐다보면서 차원의 마도신이 마지막 말을 남기고 차원이동으로 사라져갔다.
“회복에 전념하라.
전쟁 시작의 수준을 보고 결정하겠다.
그 상태로는 싸우게 하지 않겠다.
강자만이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알겠습니다.”
‘진리의 강함과 승리 추구에 대한 무조건인 추종이다.
진리에 대한 잠재적인 광신자.이것이 칭호를 가진 절대자들의 기본 성향인가?’
신계주신이 그에게 ‘근원’의 칭호를 받은 절대자이니 당연히 그들의 성향도 조사했다.
그 결과는 너무나 간단하고 황당했다.
‘끝없이 강해지고 승리한다.
그 외에는 전부 무시한다.’
칭호를 가진 절대자들은 바람성에 벌레로 만들어 보내는 영원의 심판을 하는 무자비한 관리자인 진리를 가장 두려워한다.
그러나 아무 조건 없이 힘을 준 은인이기에 철저하게 따른다.
진리에게 인정을 받고 칭호의 제약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강해지려 하고 방해가 되면 기존의 질서와 충돌하기도 망설이지 않는다.
그래서 주우주와 절대계의 수많은 칭호를 가진 절대자들이 강함만을 쫓아서 끝없이 현실에 도전하다 사라졌고 그만큼 질서도 뒤흔들렸다.
강함에 모든 것을 걸었기에 그만큼 강력했기 때문이다.
‘진리의 심판을 각오하고 전력을 발휘하는 칭호를 가진 절대자들의 능력은 3써클의 신격의 차이조차 뛰어넘는다.
토벌을 하려다 반대로 소멸된 신계가 엄청난 수라는 사실은 소름이 끼칠 지경이다.
이제 어떻게 하지?’
자택연금 조치를 어떻게 풀까 잠시 고민을 하다 차원의 마도신의 말대로 지금은 힘을 회복하는 것이 최우선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과거의 숙적과 승부를 내든 아니면 다른 주신계로 투입을 되든지 일단 자신들의 힘이 쓸모가 있어야지 선택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 자신도 회복실의 욕조에 누워서 어느 정도 경계를 위해 남겨두었던 여력을 남김없이 회수하고 전력으로 복구에 들어갔다.
울기만 하던 리아스나도 이제 어느 정도 현실을 파악했기에 거기에 동조하여 회복에만 집중을 시작했다.
차원의 마도신도 말은 담담하게 하고 다른 주신전으로 이동은 했지만 속은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아직 임명식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하극상적인 상황이 빠르게 진행된 상황을 파악해낸 것이다.
‘전능의 휘에게 눌려서 찍소리도 못하던 만년 서열 2위 페미니시트가 이 하극상 사태의 원인이었어!
하위서열들이 워낙 철저하고 신속하게 뭉치고 도발해서 이상하다 했더니 서열 2위 자식이 완전히 주도했군.
이게 완전히 미쳤나?
내가 열이 받으면 바로 밑인 자신부터 조질 것을 예상 못하나?’
상급자 길들이기 같은 문제는 직위가 상부의 결정대로 임명되는 어느 조직이나 있는 일이다.
서열 1위가 물러나고 서열 2위가 물려받으면 큰 문제는 없다.
그런데 갑자기 다른 곳에서 나타나서 1위의 자리를 차지하면 큰 문제가 생기고 불만이 생기기 마련이다.
물론 당연히 1위의 자리를 자신이 차지할 것이라고 믿었던 서열 2위가 가장 불만이 크다.
그러나 대부분의 서열 2위는 이렇게 노골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경험과 강함은 거짓이 아니기에 하극상이 심해져서 서열 1위가 분노하면 자신이 가장 위험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과도한 상급자 길들이기에 이성을 잃고 날뛰기 시작하여 조직이 흔들리고 무너지면 본인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사실도 명확하다.
‘아니 날 얕보고 있다는 사실이 정확하겠군.
남성신이자 영웅신으로서 혼자서 활동한 전능의 휘에게는 페미니스트의 여성을 강화시키고 적의 여성을 약자로 만들고 자기편으로 만드는 광역권능이 아예 통하지 않는다.
어중간한 강자로 이루어진 군세 따위는 불가해의 8시조 앞에서 소멸될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차원신계의 여신들은 전능의 휘를 막아냈다.
이러면 탐낼 만도 하지.
주신장인 나는 하위 서열을 충동질하여서 흔들어서 주신계에 전념하게 하고 자신은 시간과 노력을 들려서 전능의 휘조차 막은 강력한 여주신들을 손에 넣고서 내게 덤빌 생각이냐?
그러면 이 빌어먹을 자식의 권능이 여신들에게는 치명적이라서 가만히 놔두면 아예 내 신계가 자연스럽게 넘어갈 확률까지 있어.
그러기 전에 이 기회에 어떻게든 완벽하게 박살을 내야 한다.
필요하다면 핵심 지배층만이 아니라 주신계들까지 완전히 세계폭탄 코아로 파괴시킨다.’
죽도록 고생을 하면서 아니 수없이 죽을 위기를 극복하면서 만들어온 차원신계다.
여기에 죽으면 진리의 심판이 있기에 살 떨리는 공포를 참아가면서 보상을 노리고 전장에 뛰어들어 여기까지 왔다.
차원신계의 신계주신이란 자리는 힘겨운 삶의 보상과 같다.
그런데 그 보상을 노림을 받자 이성이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분노한 마음을 다스리면서 이동해 온 곳은 대신일신(代神日神) 쿠에자의 개인신전이었다.
‘정당한 대가가 있다면 주신조차 불태우는 태양의 권능을 창조신으로 만들면 주신장을 제외한 모든 주신들을 감당할 것이다.
태양의 권능의 회복도 아주 양호하군.’
본인의 권능인 태양의 신력이 가득한 신전의 문안으로 이동하자마자 주변을 둘러보고 흠칫 놀랐다.
개인신전 안에 익숙한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허나 어디까지나 전장에서 그렇지 신계의 개인신전에서 풍겨져 나올 리가 없다.
‘피 냄새? 그것도 살아있는 채로 품어진 상태다.’
불길한 생각이 스친다.
과거 인신공희(人身供犧)라며 불리면서 신력과 권능상승을 위해서 무수한 산 제물을 받았고 그로 인해 야만신으로 매도되어 정령계로 보내진 과거가 있는 여신이다.
그러나 합당한 제물만 있으면 주신조차 불태우는 창조신급의 태양권능이 있어서 대신족의 핵까지 주어서 끌어들였다.
물론 산제물은 다시는 안 받겠다고 계약에 명시했지만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소리가 괜히 나온 소리가 아니다.
놀라서 바로 소리를 질렀다.
“대신일신(代神日神) 쿠에자나! 어디 있느냐?
당장 나오지 못할까-!
지금 바로 나오지 않으면 신령연옥(神靈煉獄)에 처박아버리겠다.”
신전 안에 가득 찬 피 냄새로 보아서는 과거의 버릇이 도진 것으로 판단이 되니 열이 받은 것이다.
그런데 마치 몸을 던지듯이 표범무늬와 같은 짐승가죽으로 중요한 곳만 가리고 안에서 달려오는 당사자의 모습을 보니 허탈해졌다.
“푸아아아-! 여기 있습니다!”
입술은 생피가 묻어있고 주변에 붙어있는 것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깃털들이었다.
신전을 가득채운 피의 냄새와 신전 내부를 다시 정밀조사를 해보니 짐승의 피와 먹다 남은 비둘기의 일부가 있었다.
‘다행히 사람은 아니군.
천만다행이다.’
그런데 비둘기가 반쯤 먹혔는데도 아직 살아있었다.
기겁을 할 일이다.
‘누가 야만족들의 태양신이 아니랄까 봐서 피도 빼지 않고 살아있는 채로 먹고 있느냐!’
신계에서 비둘기를 잡아먹는 것도 말도 안 되는데 조리도 하지 않고 살아있는 것을 그대로 뜯어먹다니 다른 신들이 알면 경악할 일이다.
하지만 개인의 식생활이 이러니 뭐라고 해야 할지 고민을 하는 차원의 마도신의 귀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킹킹킹-!
개가 신음하면서 내는 울음이었다.
그리고 대신일신(代神日神) 쿠에자나가 등 뒤로 숨긴 양손에 목을 잡혀서 필사적으로 발버둥을 치는 개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한숨이 나왔다.
저렇게 숨기고 당황하는 모습을 보니 보나마나 신계에서 돌아다니는 개를 비둘기와 같이 밀림에서 사냥하듯이 잡아 왔을 것이 뻔했다.
바로 생으로 먹으려다가 갑자기 자신이 들어 닥쳐서 다짜고짜 신령연옥에 감금한다고 하니 놀라서 그대로 들고 온 것이다.
‘최고위 창조신계의 신계관리주신이 비둘기와 개를 사냥해서 산채로 잡아먹어?
이걸 어이할꼬?’
입가에 비둘기 피와 깃털을 바른 채로 어쩔 줄 몰라 하는 쿠에자나를 보니 뭔가 속에서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살아있는 비둘기를 입으로 물어뜯는 모습을 연상하니 울화가 아닌 속의 음식물이 넘어오려는 것이었다.
뭐라고 혼을 내고 싶지만 어디까지나 개인 입맛이다.
아무리 신이 시켰다고 엄청난 수의 인간을 인신공양까지 하는 야만스런 신도들을 다스렸으니 이렇게 바뀐 것을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무조건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없다.
‘소문이 나면 이런 개망신도 없다.’
“음-! 음식은 익혀먹고 가급적 시켜 먹어라.”
가까스로 뒤집어지는 속을 다스리고 힘겹게 내뱉은 말에 쿠에지나가 자신이 어떤 몰골인지 알았는지 황급하게 입술에 묻은 피와 깃털을 털어내고 빠르게 대답을 했다.
“예. 그렇게 하겠어요.”
“그 개는 그냥 풀어줘라.”
“예.”
조금 아쉬운 표정을 한 쿠에지나가 그대로 쥐고 있던 개를 슬쩍 문 밖으로 던졌다.
깽깽-! 깽깽-!
산채로 먹힐 위기였다가 살아난 개가 짖으면서 바로 도망치는 소리가 차원의 마도신의 귀에 한참을 울렸다.
자신은 잘 나가는 것 같은데 밑에서 돌아가는 꼴을 보니 자꾸 어지럽고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배 속이 정말 안 좋아.
머리도 울리는 것을 보니 이게 바로 죽을병인가?’
아예 정신줄을 놓고 그대로 쉬고 싶었으나 곧 흔들리는 마음을 다시 잡았다.
‘이런 빌어먹을-! 기본적으로 불사불멸(不死不滅)의 창조신의 신체가 어떻게 병으로 죽을 수 있냐?
약한 생각은 그만하지 못해.
이러다가 자멸을 하겠다.’
몇 억년을 넘게 살면서 잘못을 계속하여 더 이상 신족으로서 출세할 가망성이 없는 일부의 신들이 자멸을 한다고 하지만 아직 거기까지 갈 정도로 추락하지는 않았다. 허나 자신의 부하들이 뭔가가 한참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주신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모은 것이 바로 자신이니 세상을 원망할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더 말을 하면 폭발할 것 같아서 용건만 간단하게 말했다.
“다른 주신계와의 주신전을 벌일 때 창조신으로 임시 승급시켜 줄 것이니 주신장만 남기고 전부 태워버려.”
“예.”
비록 제물이 있어야 하지만 주신까지 불태워 소멸시키는 창조신급 태양의 권능이다.
주신상태로도 그 정도 위력인데 창조신의 신격이 되면 주신들 정도는 아무런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쉽고 간결하게 돌아오는 대답을 듣고 다른 주신의 신전으로 이동을 하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