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계(異界)와 허계(虛界) -->
거대한 검은 비석과 같은 건물들이 수없이 하늘을 향해 치솟은 대지가 있는 곳은 바람가의 본가(本家)가 있는 이계의 행성이다.
오로지 바람가의 혈족만이 살고 있는 땅 위에 세워진 고풍스런 한옥에 끝도 없이 펼쳐진 마당 위에는 오로지 바람을 가르는 소리만이 울리고 있었다.
사사사사사사사삭-!
시야로는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움직이는 검은 수련복을 입은 인영들이 수백만이 공간을 관통하면서 가운데로 향한다.
손에 파멸유혼검이라는 불살불멸의 권능을 가진 목검을 하나씩 들고 마당의 중앙으로 끝없이 전진을 하는 이들은 진리의 혈족이라 불리는 바람가의 후손들이다.
하나하나가 다음 세대의 영원체라고 불릴 정도의 영원불멸의 신체와 권능을 가지면서도 무력으로 10중심급에 도달한 강자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극도로 긴장을 한 채 누구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몸을 날리면서 한 곳으로 전력으로 밀고 들어간다.
그들의 진격의 중앙에는 똑같은 검은 수련복에 목검을 쥔 진리가 있었다.
진리와 바람가의 대련이었다.
진리는 파멸유혼검을 쥔 오른손만을 가볍게 흔들어서 사방좌우에서 덤벼드는 바람가의 후손들을 쳐나간다.
그러자 각자 본신신력 1,000조를 능가하면서 불가해의 8시조를 완벽하게 익히고 오리진까지 가능하기에 절대계와 주우주에서도 최고로 칭송받는 바람가의 혈족들에게 진리의 용서 없는 공격이 베풀어졌다.
카카카카카카카카캉-!
그것은 목검과 목검이 충돌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영원체인 신체가 진리의 파멸유혼검을 통해서 전달되는 상상을 초월하는 물리적 타격을 받고 박살나는 굉음이었다.
그렇게 2명이 합공하면 10중심조차 이길 수 있다고 평가받는 바람가의 오리진들이 피를 토하면서 달려들던 속도 그 이상으로 허무하게 튕겨져 나갔다.
그렇게 마당 외부로 날려진 인원 중 누구도 다시 일어서지는 못했다.
마당을 둘러싼 저 지평선 너머에 있는 벽에 박혀진 인원은 부지기수였고 검은 빌딩 사이에도 여기저기 쓰러져 있었다.
500만의 바람가의 일족 중에서 이미 쓰러진 수가 절반이 넘어갔다.
이것이 단 하루 동안의 진리와의 단체 대련의 결과였다.
그렇게 진리의 일격을 버티고 다시 일어선 바람가의 혈족은 거의 없었다.
지금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10명만이 가능했다.
“큭-!”
쿵-! 꽈지지직-!
진리의 파멸유혼검의 공격을 몸에 맞은 인원은 누구도 예외 없이 완전히 무력화된다.
그러나 자신의 파멸유혼검으로 받아내면서 공격이 가능한 영역에 들어갈 수 있는 극히 일부인 이들은 거친 숨을 내쉬면서 거의 박살이 나서 삐꺽거리는 신체를 전력으로 회복시키고 있었다.
속으로 비명을 지르면서 말이다.
‘커어억-! 어떻게 저 경지에서 우리보다 더 빠르게 강해지시지?’
‘견디기가 너무 힘들다.’
허나 자신들이 맡은 의무를 해야만 했다.
진리의 공격영역에서 휘몰아치듯이 터져 나오는 투기로 인하여 산산이 박살나는 영원성을 파괴되는 속도보다 더욱 빠르게 복구한다.
그리고 각자의 신력과 권능으로 진리를 가두는 결계를 발동시켰다.
그러자 10개의 결계가 중첩되는 방어막으로 변하면서 진리의 투기 발산을 막았다.
파파파파파파파파-!
결계에 전력을 기울인 덕분에 꼼짝도 할 수 없지만 어쨌든 이제 다른 후손들이 공격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진리가 전투 중에 발생하는 투기를 억제하지 않으면 접근조차 불가능하기에 내린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진리와 바람가의 후손이 1대 1은 말도 안 되고 어중간한 연합공격은 최고의 반격기인 불가해의 팔시조의 절호의 표적이 되어서 한순간에 붕괴를 당한다.
머릿수만 많은 어설픈 합공은 진리나 바람가의 후손에게는 서로의 공격을 이용당해 자멸을 재촉할 뿐이었다.
처음에는 이렇게 대련하지 않고 1대 1의 대련이 이루어졌는데 너무 수준차이가 나서 순식간에 당하니 효과가 적어졌다.
더구나 워낙 인원들이 많아졌으니 단독 대련기회조차 가지기 힘들었다.
그래서 모든 바람가가 모여서 짜낸 전법이 이것이었다.
어떻게든 대련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서 가장 악착같이 달려들고 수없이 쓰러졌던 마도신의 오리진이 결론을 내렸다.
‘이대로는 안 된다.
진리 할아버님과 우리는 신력의 차이가 너무 크다.
신체능력이나 권능도 비교할 수 없고 무엇보다 근본적인 투쟁경험에 따른 투기가 너무 달라서 이제 거의 접근조차 불가능해!
이제 바람가의 자존심이고 뭐고 없다.
통합 결계로 봉인을 하여 약화시킨 상태에서 전원이 희생을 감수한 합공을 한다.
이 방법 외에는 대등한 대련을 할 방법이 없다.’
진리의 공격영역에 침투하여 신력 1,000조가 넘는 결계 10개를 중첩하여서 진리의 투기를 중화시키는 것이다.
진리와의 대련에서 조금이라도 버티기 위한 최후의 방법이었다.
그리고 결계 임무를 받은 후손들이 내부가 진리의 투기에 타격을 받아서 검은 피를 토하면서도 유지를 하는 것을 성공했다.
다른 바람가의 후손들이 전력으로 덤벼들 수 있는 기회를 만든 것이다.
이것이 500억년동안 수없이 벌어진 대련에서 그나마 가장 오랜 버틴 방식이었다.
그마나 이 방식도 진리의 불멸의 권능이 담긴 파멸유혼검이 결계의 핵이 되어 주어서 가능했지 다른 어떤 물질이나 권능은 잠시도 견디지 못했다.
진리는 성인식의 증거로 내려준 각자의 파멸유혼검을 지지대로 삼아 위태롭게 견디고 있는 후손들을 말없이 쳐다보았다.
“.......”
‘잘 하고 있군.
역시 내 혈족답게 무모하게 끈질겨.’
이미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었는데도 악착같이 결계를 유지하는 근성을 마음속으로 칭찬한다.
자신의 일격을 제대로 받아내고 공격영역에 침투하여 원형으로 둘러싸서 결계를 만든다.
전투가 아닌 대련이지만 10중심급의 영원체라도 존재를 걸어야 하는 행위다.
그걸 성공시켜 어떻게든 다른 후손들이 공격할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는 이들의 수는 10중심의 인원과 같은 10명이었다.
바람가의 혈족 중 그 능력과 기여를 인정받아 절대계와 주우주의 직접 개입을 허락받은 바람가의 오리진이었다.
‘기특하구나.
많이 발전했어.’
차원의 권능을 최고수준의 결계와 세계창조로 해석하여 새로 임명한 차원의 오리진은 절대계에 남겨두었다고 하지만 이들만으로 어떻게든 잘 견디고 있었다.
그것만이 아니라 자신과의 대련에 투지를 불태우면서 도전을 하면서 지금도 강해지려고 한다.
힘은 자신의 제자이자 절대계 최고의 보물들인 10중심에 미치지 못하나 이 끈기와 오기만은 최고였다.
이들이 바람가나 절대계에서 가장 강한 것은 아니나 최고의 가능성을 가졌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갑자기 과거의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에 이런 영원체들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나에게도 좋았을 것이다.’
이것이 언제나 생각하는 가정이었다.
제대로 된 창조주가 있었으면 자신이 이렇게까지 나설 필요가 없이 바람가의 일원으로 편하게 살았을 것이다.
아니 과거의 영원체들이 지금의 바람가의 후손들처럼 강하고 끈질기면서 삶에 애착을 가졌다면 창조주는 결코 8인의 절대자들에게 자신의 힘과 의무를 넘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존재를 내던진 지독한 속임수였지.’
영원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힘이 아닌 바로 신체와 정신의 영원성이다.
어떤 타격이나 시간의 흐름에도 결코 변질되거나 바뀌지 않은 그들만이 세계의 유지가 영구히 가능했다.
그래서 힘은 영원체를 능가하나 정신은 그렇지 않은 8인의 절대자가 영원체의 임무를 넘겨받았으니 자멸은 당연했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그 당시 8인의 절대자들을 영원체들의 힘으로는 제압이 불가능하니 만든 함정이었다.’
초월적인 힘으로 신족을 제치고 새로운 지배세력으로 떠오른 8인의 절대자는 창조주에게 끝없는 전쟁을 멈추고 정당하게 권력을 인수했다.
그러나 사실은 창조주의 상대가 감당 못하고 자멸할 짐을 떠넘기는 속임수에 아주 멋지게 당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내가 절대계를 잘 넘겨받아서 다행이었지 아니면 정말 끝장이 날 뻔했다.’
창조주의 의무를 정신이 감당을 못 해 미쳐가는 1대 10중심들을 수없는 도전 끝에 완전히 이기고 창조주의 모든 것을 인수한 자신이다.
덕분에 완전한 영원체가 되어서 사태를 어느 정도 파악한 자신이 노발대발해서 영원체들을 징계하려 쳐들어갔다가 기가 막힌 꼴을 보았다.
절대계의 창조주의 일족으로서 가장 존귀한 영원체들의 본모습이었다.
‘그나마 절대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서 8인의 절대자의 급성장을 막으려고 수작을 부리며 덤빈 그때 창조주가 나았다.’
영원체들의 대표인 창조주가 완전히 말소될 각오까지 하고 일을 벌였는데 당연히 도와야할 다른 영원체들은 아예 모든 관심을 끊고 본인들만의 영역만 유지하고 있었다.
절대계가 붕괴되어도 아무 상관이 없게 만든 중앙의 금지에서 자신들만의 생활만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영원체 최고의 직위인 창조주가 8인의 절대자에게 창조주의 의무와 권리를 넘기고 말소된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절대계의 모든 일에 관심을 끊고 자신들의 개인취미만 끝없이 즐기고 있었지.’
영원체의 영역에 쳐들어온 자신을 보고도 힘도 약한 놈들이 영원체임을 믿고서 아무런 대응조차 없는 것이다.
어차피 자신들이 나서도 바뀌지 않을 세상이라서 상대하기조차 귀찮으니 마음대로 하라는 식이었다.
어차피 세상이 망하든 말든 자신들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으니 상관없다는 식이었다.
‘같잖은 냉소주의에 염세주의자들 같으니라고-!
그러니 그때 창조주가 영원체들에게 절망하고 그런 선택을 했지.
생각만 해도 화가 밀려오는군.’
최고의 자리에 있는 영원체들의 무기력함이 과거의 창조주가 스스로를 포기한 이유이고 자신조차 처음에는 당황했다.
영원체들은 본인이 바라지 않으면 고통, 죽음, 소멸들이 아무 영향이 없다.
영원성을 능가하는 힘으로 신체를 파괴해도 순간적으로 활동이 멈출 뿐이고 결과적으로는 완전 복구되니 결국 아무런 해도 못 준다.
그러니 멋대로 자신만을 위해 살아도 결국 손을 댈 수가 없는 것이다.
상위의 영원체인 자신조차 하위의 영원체를 영구히 처분할 수가 없었다.
‘물론 이제는 아니다.
주우주가 있으니 일은 안하고 놀고먹으면서 남에게 의무를 떠넘기는 것들은 모두 가만히 안 둔다.
이제 절반정도 처리했군.’
바람가의 대지에서 우뚝 솟아오르는 주우주들을 보면서 만족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꼴도 보기 싫은 영원체들을 모두 저 주우주를 만들자마자 바로 절대계의 중앙에서 쫓아내고 강제로 창조주들을 맡겼다.
그 이후는 계속 수준을 높여서 완벽한 영원체로 만들어서 안정시켜 왔으니 효과는 컸다.
절대계와 완전히 구성 자체가 다른 이계지만 주우주들로 만든 결계로 인하여 제약이 바람가의 본가 영역에서는 깨어진 것이다.
차원의 권능이 포함된 주우주들이 완공되기 시작하면 그 영역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바람가의 총력으로 주우주들의 건조를 서두르고 있었다.
노리는 것은 단 하나였다.
‘계획대로 되면 바람가와 10중심들이 온전하게 신력과 신체를 유지한 채 이계에서 활동이 자유롭게 된다.
영원한 행복의 유지를 위해 다음으로 갈 수 있어.’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이 자신의 마음대로다.
겨우 주우주의 주신들 수준이 지배세력의 대부분인 이계에 절대계의 최강의 전력들이 온전하게 구현되는 것이다.
당연히 막을 힘이 없는 이계의 입장에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방해를 하려고 했다.
허나 자신과 바람가의 후손들이 지키고 있는 이상 아예 접근조차 불가능하다.그래서 이계는 절대계의 영향이 더 이상 퍼지지 않게 행성 외곽에서 결계를 치고 유지하고 있는 것이 한계였다.
‘약해빠졌으면서도 자존심만 내세우는 한심한 것들-!
계속 나의 방해만 하면 절대계와 주우주의 모든 정비가 끝나면 다음에는 너희들 차례다.’
행성을 통째로 둘러싸고 결계를 펴고 있는 이계의 신들을 둘러보면서 마음속으로 웃으며 파멸유혼검을 휘둘렀다.
가벼운 움직이지만 그때마다 달려들던 바람가의 오리진들이 폭풍에 가랑잎이 날리듯 튕겨지고 있었다.
500만이 넘은 바람가의 후손들과 전부의 대련이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절대계와 주우주도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고 멸망하는 위기도 아닌 단지 단련의 과정이었다.
과거 전부를 걸고도 감당이 힘들어서 무수히 패배했던 1대 10중심과의 치열했던 전쟁을 이겨낸 진리에게 지금은 너무나 평화로운 시기였다.
다른 존재에게는 피가 마르는 생존의 경쟁 속이지만 말이다.
차원의 오리진의 섬뜩한 경고와 화끈한 보상을 받고서 잔뜩 독기를 품고 주신전에서 기다리던 차원의 마도신처럼 말이다.
‘아아-! 정말 세상 요지경일세.
결국 내가 문제였나?
내가 병신이지.’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저절로 한숨이 나오는 과정의 연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