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계(異界)와 허계(虛界) -->
그런데 자신은 여신부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고 단지 여신전용으로 신계를 도배하여서 남신들이 마음 놓고 큰 길도 다니지 못하게 한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주신전에 오는 출근길까지 여신전용이기에 그건 다 박살을 냈는데 그 이후로는 신경을 안 썼지.’
신계에 전쟁의 신으로 들어온 초반부에 시비를 거는 여신부와 여신들을 아예 박살을 냈더니 자신만은 건들지 않았다.
신계주신이 되고 나서야 어떻게든 확고한 기반을 만들어서 잘 살기 위해서 정신없이 여기저기 자청해서 용병으로 뛰어다니느라 여력이 없었다.
큰 문제가 있다고 보고가 없으니 초반부라 은근슬쩍 넘어갔다.
어차피 기존의 남신들도 어느 정도 적응해서 살고 있는데 신계주신이 마음에 안 든다고 바꾸면 논란거리가 된다.
여신혈맹의 여주신들과 분란을 일으킬만한 일은 피한 것이다.
‘그런데 설마 차원의 오리진님이 이걸 확인을 하실 줄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아예 해체를 시킬 것을 잘못했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었고 지금 이 사태를 해결해야 했다.
그런데 신계주신인 자신이 아무리 생각해도 여신부가 뭐하는 처부인지 잘 모르겠다.
정기는 많이 잡아먹는데 정확한 결과보고를 받은 적이 없었다.
넌지시 실무자를 불러서 물어보려면 지금처럼 다들 울기직전에 아무 말을 하지 않으니 짜증이 나서 정기만 감축하고 그만두었다.
황급히 참고가 될 만한 내용을 머릿속에서 자료로 불러들였지만 바로 후회막급이었다.
절박한 최상위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니 이렇게 한심한 부서도 없다.
‘여신부의 기본 취지가 남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여신의 권익을 보호한다고 하는데 왜 여신들의 권리를 남신들이 손해를 보면서 보호를 해주어야 하지?
여신이 남신의 보호가 없이는 혼자서 살지 못하는 약자라서?
그런데 당당하게 외치는 것을 보니 동정을 원하는 것은 아닌 것 같고 약자로서의 권리요구인가?
약자가 강자에게 무슨 권리를 요구해?
약자이면서 강해질 생각은 안하고 양보와 배려를 요구해?
그리고 이제 보니 이게 도대체 뭐하는 처부야?
정기를 사용한 결과보고서가 거의 없잖아?
그럴듯한 통계와 계획만 있지 근거와 사용결과는 고사하고 성과보고조차 없어?
뭐야 이거?
이딴 것을 어떻게 옹호해서 보고해?’
여신부에 대한 악감정만 더해졌다.
신계주신인 자신도 못 마땅한 내용을 진리의 혈족인 바람가의 오리진님들에게 했다가는 그대로 죽는 수가 있다.
강자를 최우선으로 모든 세계의 질서를 재편한 진리이다.
그가 다스리는 질서 속에서 혼자 살지 못하고 도움을 구걸하는 약자의 옹호는 아무런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발전에 도움이 안 되는 모든 약한 것들은 진리에게 용서되지 않는다.
그런데 진리께서 공동 창조주로 있는 499주우주 최고위 창조신급의 신계에 약자를 양산하는 처부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용납될 리가 없다.
이제 보니 여신부는 다른 창조신계의 외부로 들어나면 비웃음 정도가 아니라 큰일이 날 처부잖아?
먼 변방의 독립신계라서 이제까지 무사했군.’
자신처럼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면 모를까 발전우선의 원칙에 철저한 상위자를 만나면 당장 탄핵당할 사항이었다.
이런 사실은 신계에 갓 들어온 자신도 아는데 휘하 주신들이 혹시라도 모를 리가 없다.
그래서 책임을 다 뒤집어쓰게 된 자신과 혹시 눈이라도 마주칠까봐서 모두 고개를 땅으로 숙이고 있는 것이다.
‘너희들이 만들고 운영을 했잖아?
납득하시도록 뭐라고 설명을 해봐!
이렇게 말도 못할 것을 왜 만들었어?’
휘하 주신들이 외면하는 것을 보자 속에서 천불이 나는 것을 참으면서 부지런히 여신부를 옹호할 부분을 찾는데 당연히 있을 리가 없다.
그리고 신계에서 가장 못 마땅하게 여긴 것이 자신인데 긍정적인 부분에 대해서 생각을 해두었을 리가 없다.
“여신부가 뭐예요?
왜 이렇게 결과는 없는데 정기소모가 많아요?”
차원의 오리진님이 2번째로 물어보는 목소리에는 장난기가 사라지고 소름끼치는 살기가 또 물씬 흘러나왔다.
감히 돌아보기가 두렵고 할 말이 없어서 자신의 고개도 땅으로 저절로 숙여진다.
그런데 갑자기 속에서 울컥거리는 감정이 솟아올랐다.
‘여신부는 내가 만든 것도 아니고 신계주신이 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왜 전부 책임을 저야 해?
난 여신부에 대해 책임이 없어!
모두 무책임한 전 신계주신 탓이야-!’
말도 안 되는 책임회피라는 것을 알지만 지금은 이 수밖에 없었다.
자꾸 숙여지는 고개를 억지로 들고서 말을 꺼낸다.
“여신부는 전임자가 만들..........”
무조건 전임 신계주신의 책임으로 미루려고 말을 하려는 순간 뒤통수에서 정말 별들이 튀었다.
그리고 몸이 날려지면서 뭔가에 처박히는 느낌과 연속되는 굉음이 들렸다.
퍼어어어어어억-! 꽈꽈꽈꽈꽈꽈꽝-! 꽈꽝-!
원탁이 몸으로 그대로 충돌한 차원의 마도신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고 파편들이 비산을 한다.
원탁은 신계주신이 불멸의 권능으로 만들어내어 저렇게 박살이 날 리가 없지만 이번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최고위 창조신계급이라서 수백 명의 주신들이 앉아 있을 수 있게 만들어진 거대한 원탁이 그대로 반 토막이 나면서 박살이 났다.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주신전의 벽까지 아주 깔끔한 구멍을 뚫고서 차원의 마도신의 몸이 저 멀리로 사라졌다.
“...........”
차원의 마도신의 날려진 몸에 의해 순식간에 완전히 두 조각난 원탁과 커다란 구멍이 난 주신전의 정문을 번갈아 보면서 완전히 몸이 굳어버린 주신들이었다.
지식의 주신이 당한 공격은 전혀 파악하지 못했지만 차원의 오리진이 방금 한 차원의 마도신에게 한 행동은 보았다.
그것은 절대 공격이 아니었다.
‘그냥 한심하다는 듯이 뒷머리를 손가락으로 톡 밀었는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지?
아무리 바람가의 오리진이라지만 말도 안 되는 위력이지 않아?’
마치 아기가 이유 없이 울면서 칭얼거리자 이마를 톡 치는 수준이었는데 결과는 상급 창조신급인 차원의 마도신이 공깃돌처럼 날려졌다.
그리고 불멸의 권능으로 만든 원탁과 신계에서 가장 강력한 강도를 가진 주신전의 파괴였다.
그런데 정말 당황한 것 같은 차원의 오리진의 말이 울렸다.
“어어어어라? 왜 이렇게 되지요?
참-! 지금 파멸유혼검이 없네요.
그래도 이렇게 힘 조절이 아예 안 되나요?
주우주라서 그런가?”
그런 소리와는 별도로 원탁과 주신전의 벽만으로도 모자라서 아직도 무엇인가 박살이 나는 소리가 저 멀리서 계속 울렸다.
쿠쿠쿠쿠쿠쿵-!
신계의 신전이 몇 개가 박살이 났는지 모르지만 파괴되는 소리는 한참 뒤에야 멈추었다.
그리고 아주 멀리지만 차원의 마도신의 신력과 생명력이 위태롭게 떨어진 것이 느껴진다.
“499주우주 차원일족의 오리진. 아직 살아있나요?
벌써 죽었나요?
지금 다시 살려줄까요?”
“........”
당연히 죽은 것을 확신하는 차원의 오리진의 말이지만 차원의 마도신에게서 대답은 없었다.
그러자 주신들은 더욱더 긴장을 했다.
장난과 같은 접촉에 주신인 자신들조차 힘의 파악이 안 될 정도로 강대한 차원의 마도신이 당장 생사불명이 되어버린 것이다.
신력 1,000조가 넘는 바람가의 오리진이 주우주에서 어떤 존재인지 다시 절실하게 깨달을 정도였다.
그리고 대답이 답답해서 정신 차리라고 톡 밀었는데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신이 안 갈 정도의 타격을 받고 뻗은 차원의 마도신을 보면서 한숨을 푹 쉬는 차원의 오리진이었다.
“휴우-! 이거 파멸유혼검이 없이는 힘 조절이 잘 안되니 주우주에서는 활동이 힘들겠네요.
그럼 ‘10중심의 서명’을 빌려주는 것은 나중으로 미뤄야 하나요.”
그 말과 동시에 갑자기 주신전에 광풍이 불고 창조의 신력이 발동되어 빛에 휩싸였다.
파아아아앗-!
그러자 완전히 박살이 났던 원탁과 주신전의 벽이 순식간에 복구가 되고 어느새 영광의 자리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얼굴을 한 차원의 마도신이 천연덕스럽게 앉아있었다.
“하하핫-! 분위기가 별로 안 좋기에 조금 장난을 쳐보았습니다.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499주우주의 창조신이라면 얼마든지 활동을 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연구할 것이 무한한 ‘10중심의 서명’을 바로 반납하기는 절대로 싫어서 하는 책임지지 못할 소리였다.
아무런 손대중이 없이 직접 겪어보니 바람가의 오리진은 겨우 주우주의 창조신 정도가 어쩔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지금은 멀쩡해 보이지만 차원의 오리진님의 손가락에 대어진 순간 뒤통수는 완전히 박살이 났고 몸은 튕겨져 나가면서 원탁과 벽에 충돌한 덕분에 전신의 뼈가 일순간에 거의 박살이 났었다.
흐려져 가는 의식대신 튀어나온 흑염의 권능이 회복시키고 근원의 칭호가 소모된 생명력을 보완했다.
그리고 현실부정의 마도로 타격의 잔류영향까지 완전히 제거해서 무사한 것이다.
‘이것도 마도신의 오리진님께 수없이 두들겨 맞으면서 신체가 강화되어 일격에 안 죽어서 이런 방식이 가능하지 과거였으면 바로 죽었다.’
그리고 단숨에 차원의 마도신의 신체상황을 파악한 차원의 오리진이 감탄을 했다.
“호오? 멋진 회복력과 방어력, 생명력에 대한 권능의 연속발동이군요.
거기에 역시 마도신의 오리진 할아버님에게 제대로 수련을 받은 것 같아요.
적이 노리는 약점을 최대한 단련시켜 오히려 필살의 함정으로 만든다는 것이 그 분의 기본적인 수련방침이지요.
마도신이지만 그 정도의 타격에 대한 저항과 회복이면 어지간해서 맞아서 죽을 일은 없겠어요.
그런데 왜 안 죽었지요?
지금 확인을 해보니 창조신의 신체가 견딜 수 없는 충격이었는데요.
창조신의 권능이 영원체에게 통할 리가 없는데요?
혹시 권능이 아니라 순수한 맷집인가요?
어디 다시 확인을 해볼까요?’
왜 안 죽었는지 질문을 쏟아내면서 당장이라도 시험할 기세를 보이시자 질색을 하면서 차원의 마도신이 다급하게 대답을 했다.
당장 실험체가 될지도 모르는데 숨기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그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마도신의 오리진님께서는 본능에 흑염의 권능과 불가해의 팔시조의 방어권능이 안착되면서 신체가 강하게 변화된 것 같다고 하셨는데 정확한 내용은 확인이 안 되었습니다.
다만 지금처럼 한계를 넘는 타격이나 의식을 잃으면 권능까지 자동으로 발동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지간해서는 일격으로 죽지 않습니다.
저번에 흑염의 절대자의 강림도 이것으로 버티었습니다.”
“흑염의 절대자의 강림조차 견디고 그대로 유지하는 창조신의 신체라?
아니 어떤 타격에도 즉사는 없다는 뜻인데 그런 권능이나 신체가 있던가요?
초대 근원(根源)도 그러지는 못했는데.........”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익힌 권능을 발동조차 못하고 있는 바보짓을 고백한 셈이지만 그것이 절대권능 중 최고위인 10중심의 권능이면 전혀 부끄럽지가 않았다.
‘어설프다 욕하지 마라.
너희들은 흉내도 못 낸다.’
자신의 말을 듣고 생각에 잠기는 차원의 오리진과 주변 주신들의 입이 딱 벌어지는 것을 보면서 나름 안도의 한숨을 쉬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여신부의 일은 어떻게 넘어간 것 같다.
천만다행이다.’
겨우 주우주 신계의 일개 처부의 일이야 창조주와 동격인 차원의 오리진님께 아무런 가치가 없다.
단지 기분이 나쁜 사항이니 흥미를 다른 곳으로 돌리면 이렇게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다시 신계에 관심이 없으시게 일을 빨리 진행시켜야 한다.
하극상 처리를 완료하고 이계로 갈 때까지 여기 계실 생각이시야.’
차원의 오리진님 때문에 벌어질 문제를 생각해보니 아찔했다.
방금처럼 본인은 장난처럼 하지만 감당을 해야 하는 자신은 신계만이 아니라 목숨이 왔다 갔다 할 것이다.
‘되도록 빨리 이계로 가야지 잘못하면 끝장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지금 보니 차원신계의 전쟁준비는 언제나 내전발발 직전이라서 만전상태라서 바로 끝났고 주신계는 당장 시작하자고 할 정도였다.
전능의 휘와 주신전을 벌이면서 겪은 전쟁의 흥분과 힘의 증명에 투신들의 전의가 끝없이 상승하고 있는 상태였다.
주신계와 차원신계의 전력배분만 조금만 자신이 조정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정도였다.
‘더 이상 준비를 한다고 시간을 끌수록 문제만 커진다.
적이 준비가 강화되는 것이 문제가 아니야.
일이 커지고 늦추어질수록 허술한 입장인 내가 자멸당하겠다.’
그래서 바로 시작할 결심을 끝내고 주신계에서 전투준비를 위해 대기 중인 관리주신과 예비 창조신들을 화상으로 호출하여 바로 지시를 내렸다.
“각 주신계를 연결하라.
직접 지시를 하는데 관리주신의 목을 가지고 사과하지 않는 주신계는 바로 선전포고를 하고 전쟁을 시작한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주신장 서열 2위 페미니스트와 다른 주신장들이 화상면담을 요청하고 대기 중에 있었습니다.”
“바로 연결하라.”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자신이 차원의 오리진님의 손가락 접촉에 안 죽은 이유를 어느 정도 분석한 차원의 오리진님이 추가 자료가 필요한지 또 신계의 자료를 들썩이려고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화상대화를 위해 주신장들의 모습이 주신전의 허공에 비추어지자 신계자료의 검색을 멈추고 시선을 그들에게 향하는 것을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차원이 마도신이었다.
‘살았다.
어떻게 적보다 아군이 더 위험하냐?’
왜 이렇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불안하기 짝이 없는 자신의 입장에서는 빨리 진행을 하는 것이 유일하게 살아남는 길이라는 것을 깨달은 차원의 마도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