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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생존전략-620화 (620/1,533)

<-- 이계(異界)와 허계(虛界) -->

자신의 힘에 눌려서 더 이상 반항을 포기하고 차라리 적과 싸워 공을 세우기로 결정한 다른 주신들과는 달리 이들은 과거의 연인과 싸움을 거부하고 결국 남은 것이다.

창조신의 군세로 창조신의 신격을 얻어서 강화된 멸신(滅神)의 붉은 불꽃도 가동시키지 않고서 한 곳만 넋을 놓고 쳐다보고 있었다.

‘역시 우려대로군.’

지금은 페미니스트라 부르나 과거에는 레이디 퍼스트로서 모든 여신들의 꿈이었던 존재였다.

과거에 일족과 종족조차 버리고 사랑했던 존재를 바라보는 리아스나의 눈에서 끝없이 흐르는 눈물은 그칠 줄 모르고 바닥에 떨어진다.

오른손을 양손으로 잡고 주신계의 전장으로 이끌려 하는 히메지나의 다급한 부름만이 울렸다.

“리아스나님. 지금 이러시면 안 돼요.

제발 싸워 주세요.”

“.........”

‘누가 주군인지 모르겠군.

하긴 본래 권능의 강함에 따라 주도권이 결정되는 일족이었지.

그럼 리아스나가 히메지나보다 강하다는 뜻인가?

믿기 힘들군.’

멸신흑뢰(滅神黑雷) 마신족은 특이하게도 2개의 일족이 공존하는 일족이다.

신의 권능을 태우는 붉은 불꽃과 신체를 파괴하는 검은 번개를 가진 각 일족은 마신족의 명문이다.

이들은 완전히 다른 일족이면서 완전히 보완된 권능을 가진다.

개체로도 강력하지만 이들은 진정한 능력은 권능을 연동시키는 순간 나타난다.

한 쌍이 되면 초월 권능이상으로 위력이 올라가는 것이다.

최고의 숙련도에 이른 이들 일족 마신 2명이 합공을 하면 마신왕에게도 밀리지 않을 정도의 위력을 보인 적도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서로 돕는다면 거의 무적이나 불행하게도 사는 지역이 인접하고 누가 우위인지를 가리기 위해서 끝없이 싸웠다.

그러나 이런 무의미한 투쟁은 ‘멸신염(滅神炎)’과 ‘살신뢰(殺神雷)’의 권능을 완전히 통합한 멸신흑뢰 마신족의 오리진이 탄생됨으로서 전쟁은 끝나고 통합되어 마신족의 지배세력으로 올라섰다.

용병신 초기에 신족의 편에 서서 싸웠던 때 만났던 이들 마신이 합쳐진 힘은 감히 주신급의 마도신이 접근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했다.

용병신까지 다수가 포함된 신계전력이 단 둘을 당하지 못하고 정신없이 패퇴를 당하다가 가까스로 강제분리를 시켜서 이긴 기억은 지금도 어제처럼 생생하다.

그 강력한 힘에 대한 선망에 가까운 기억에 있기에 위험을 감수하고 신상기록까지 위조하여 신계에 포함했는데 다 헛짓이었다.

너무나 허탈해졌다.

‘그 마신들은 상대하는 상위의 주신들이 쩔쩔매다 용병신까지 고용해야할 정도였는데 내 부하는 이게 무슨 꼴인가?

아니 이게 사랑에 모든 것을 건 자들의 말로인가?

순간의 감정에 움직이는 것은 참으로 부질없군.

어리석어.’

그녀들은 둘이 같이 싸우지 않으면 단지 조금 강한 주신에 불과하다.

그것은 창조신이 되어도 같다.

급조된 창조신 2명이서 주신장 서열 2위의 중급 창조신이며 여성에 한해 특화된 권능을 가진 페미니스트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리고 확인한 자료에 의하면 서열 2위의 강함은 거짓이 아니었다.

전능신족의 영웅신이자 오리진인 전능의 휘가 아니었다면 충분히 1위가 될 실력과 전공이 있었다.

‘정상적으로도 여신이기에 승산이 절반인데 따로 가면 바로 끝장이 난다.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하고 예비창조신들 4명에게 맡기기에는 힘들어.’

같은 신격에 비슷한 신력이라면 권능의 수준에서 모든 것이 결정된다.

과거 레이디 퍼스트의 창조신으로의 승급을 막기 위해 마신족이 준비한 필승의 패인 이들이라면 승리가 가능할 것이다.

허나 혼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러니 어떻게든 리아스나와 같이 전쟁터로 보내야했다.

허나 리아스나는 본인은 저런 꼴이 되었지만 과거의 연인은 찬란하게 창조신의 모습에 반려와 후궁까지 많이 데리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완벽하게 들어난 배신의 증거에 너무나 커다란 정신적 충격을 받아서 무슨 말을 해도 아무것도 듣지를 못하는 상태이다.

설득을 하려던 히메지나도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한 채 고개를 떨어뜨렸다.

‘이걸 예상하고 사전에 설득까지 했는데 결국 이렇게 되는군.

이건 그냥 넘어갈 수 없겠어.’

지금 주신전은 자신에 대한 주신장들의 하극상 때문에 발생했지만 신계주신이기도 하기에 결국 신계의 위신문제이다.

신계주신이 불공정한 무시를 당하는데 그 신계가 멀쩡할 리가 없다.

그래서 다른 주신들이 모두 계파를 떠나서 전쟁터에서 필사적으로 싸우는데 과거의 사랑 때문에 전투를 거부한 주신을 용납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런데 같은 입장이었던 정령주신들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부르는 주신조차 없다.

정령주신의 대표자인 로키나도 이들이 참가를 거부하는데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단지 주신계에 초거대 인공 뱀신과 늑대신을 다수를 불러들여서 날뛰게 하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이렇게 비호하는 세력까지 없다면 그 결과는 최악으로 나타난다.

아무리 신계주신인 자신이라도 무능력한 약자를 비호할 수는 없는 것이다.

‘로키나도 포기했는가?’

하긴 마도신이라서 신계 전멸요새와 같은 각종 마도구의 보충만으로도 전력은 충분하지.

마신에서 전향해서 신족이 되어서 문제가 있는 주신까지 받아들일 필요는 없겠지.’

신족의 출신도 아니고 지배권을 가지고 다투던 마신이 신족이 된 형태라 남보다 더 필사적인 노력이 없이는 주신이라도 결국 이 꼴이다.

불안정한 정신을 가진 인간출신이라 견제를 당하던 자신과 비슷한 꼴에 울화가 치솟아 올랐다.

더구나 페미니스트는 서열 2위답게 역시 강력했다.

창조신으로 승급된 예비 창조신들이 밀리고 있는 것이다.

창조신으로 승급된 예비 창조신 4명이면 주신장을 상대하기 부족한 전력이 아닌데 의외의 결과였다.

‘저 놈-! 여신 한정으로 강한 것 아니었어?

왜 저렇게 강하지?

아니 예비 창조신들이 합공은 고사라고 서로 방해가 되는 것 같은데?

권능의 일종인가?’

묘하게도 같은 편인 예비 창조신들의 권능이 통합되지 못하고 오히려 흩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덕분에 형편없이 밀리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전력을 9개로 나뉘었으나 창조신의 군세의 힘으로 완승을 자신한 모든 주신계의 전장에서 유일하게 패색이 짙다.

그 계산착오의 원인이 바로 앞에 있었고 그 분노는 바로 앉아있는 앞에 있는 원탁에 나타났다.

꽈아아아아앙-!

결국 분에 못 이겨 내려쳐진 손에 막 복원된 원탁이 다시 박살이 난다.

주신전 벽에 튕겨지는 무수한 파편들 속에서 차원의 마도신의 호통이 터졌다.

“이 어리석은-! 서열 2위의 주신장에게 주신이 이길 기회가 다시 올 것 같으냐?

도전할 기회조차 없다-!

이대로 신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나 역시 더 이상 돕지 않겠다.

영원히 약자와  패배자로 낙인찍혀서 살 바에는 그대로 과거의 사랑을 안고 본래의 모습으로 사라져 버려라-!

코아-!”

차원의 마도신이 권능과 마도를 권능이 동시에 발동을 하여 세계폭탄 코아를 불러들인다.

입술 앞의 허공에 검은 구멍이 열리고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코아는 기존의 구슬과 같은 작은 것이 아니 수박처럼 커다란 검은 구였다.

우우우우웅-!

검은 구의 표면이 떨리면서 형용하지 못할 위압감을 풍기면서 공간을 밀어젖힌다.

그것은 폭탄이 폭발하기 전과 같은 섬뜩한 위기감와 같았다.

그렇게 뚜렷하게 유형화된 코아가 그대로 아직도 멍하게 있는 리아스나를 삼키듯이 덮쳐 갔다.

안 움직이면 죽인다는 위협의 용도도 있는지 느릿했지만 아무 반응이 없자 차원의 마도신의 눈빛에 살기가 터져 나왔다.

‘끝이군.

결국 내 손으로 직속부하를 처분해야 하나?

영 내키지가 않는데 말이야.

허나 전쟁터에서 싸우지 않는 투신을 용납할 수는 없다.’

마지막 결정을 마치자 더 이상 볼 것도 없다는 듯이 질끈 눈을 감는다.

그리고 코아의 모습도 동시에 사라졌다.

모습을 드러낸 것은 리아스나의 바로 머리 위였다.

그대로 단두대처럼 하늘 위에서 떨어지는 코아를 감지조차 못하는지 아니면 죽기를 바라는지 멍한 시선으로 정면만을 바라보았다.

그런 리아스나를 히메지나가 그대로 몸으로 덮쳐눌렀다.

팍-!

존재를 먹어치우는 코아의 전진은 바로 그녀들은 머리 위에서 멈추었다.

차원의 마도신의 눈이 다시 떠졌다.

그래도 싸울 의지를 보이는 히메지나까지 처분하기에는 그동안 들어간 노력과 정기가 너무나 아까웠다.

아니 휘하의 주신들 중 누구보다 찬란하게 빛날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웠다.

과거의 경험 때문에 이렇게 부하를 직접 처분하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신계가 전부 전력으로 전투 중인데 과거의 인연 때문에 싸우지 않는 리아스나는 이미 용납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다.

자신이 용서한다고 해도 다른 주신들이 가장 큰 문제였다.

‘내가 참는다고 해도 다른 주신들이 가만두지 않겠지.

신계주신인 내게 보고하고 않고 자체에서 처리하려고 할 것이니 그럼 어쩔 수가 없다.’

신계 전부나 자신의 일도 아닌데 주신들간의 관계에 나서는 것은 한도가 있다.

아니 가능은 하지만 그래서는 아니 된다.

‘독립성을 보장하지 않으면 성장은 없다.

완벽한 보호는 애완동물의 사육이나 다름없고 필연적으로 약화를 부른다.

결국 주위에 비해 약해져서 자멸하겠지.

진리의 ‘강자우선을 통한 영원한 발전’의 이상을 따르는 내가 그럴 수는 없다.

비록 끝에 내가 그 자리에 없을지라도 계속 추구를 하고 말테다.’

강해지기 위해 어떤 희생도 불사하는 성향은 자신의 본질과도 같았다.

그것을 완전히 어기는 것이다.

이렇게 본질에 배신하는 행위를 하면 자신의 신격이나 마도에 문제가 발생을 한다.

이미 경지에 도달한 권능과 마도는 정신과 거의 일체이기 때문이다.

생명체조차 정신의 영향을 받는다.

신은 물질이 아닌 정신체이기에 더욱 마음가짐에 따라 힘이 급증하거나 급락하는 것이다.

그래서 강해질 가능성이 있는 히메지나를 같이 처분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멈출 수 없는 차원의 마도신의 삼엄한 경고가 터져 나왔다.

“비켜라-!

더 이상 말이 안 통한다.

멸신염(滅神炎)의 권능을 가진 다른 주신은 모든 주신계를 뒤져서라도 찾아주겠다.

없다면 차원일족의 오리진의 자격으로 멸신흑뢰마신족의 오리진에게 의뢰하여 넘겨받겠다.

어차피 마신족의 감옥에 죄를 지은 마신은 넘쳐날 것이니 자유를 대가로 신족으로 만들어 붙여주겠다.”

전투를 거부한 리아스나의 처분 이후의 후속조치까지 말하는 차원의 마도신의 말에 히메지나는 멈칫했다.

자신은 살 수 있고 혼자서도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다는 약속 때문이 아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직속 부하들의 징계나 처분에는 망설이면서 실행하지 않았던 차원의 마도신이 단단히 결심을 굳힌 것을 안 것이다.

허나 이런 일로 권능의 한 쌍으로서 그 긴 시간을 같이 살아온 리아스나님을 잃을 수는 없었다.

“아닙니다! 리아스나님은 일족 중 누구보다 강하십니다.

싸울 의지만 생기신다면 반드시 레이디 퍼스트 아니 페미니스트에게 이길 수 있습니다.

부디 다시 설득할 시간을 조금만 주십시오.”

“설득이고 뭐고 이미 남신때문에 정신이 나갔는데 뭘 하겠다고?

적에게 넘어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아니 저쪽이 받아주기라도 할 것 같으냐?”

“그러니 설득할 수.......”

다급하게 사정하는 히메지나의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신경은 다른 곳으로 흐르고 있었다.

주신전의 전쟁은 계획대로 잘 되고 있었다.

서열 2위의 페미니스트의 주신계에 투입예정이던 리아스나와 히메지나이 없어서 예비 창조신들 5명이 당하고 있지만 그래도 최상위의 예비 창조신답게 잘 버티고 있었다.

자신이 나서면 바로 정리할 수 있으니 상관은 없었다.

문제는 지금 이 웃기는 상황이다.

덕분에 차원의 오리진님의 두려운 미소 짖는 시선이 자신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건 남자에게 속아서 큰 사고를 낸 딸을 쫓아내려는 아버지와 여동생을 어떻게든 옹호하는 누나가 말싸움하는 것 같군.

덕분에 큰일 났다.

차원의 오리진님의 관심이 전쟁보다 이쪽으로 흐르고 있어.’

차원의 오리진님이 비록 영광의 자리 뒤에 편하게 앉아계셔서 직접 바라볼 수 없지만 몇 번 심하게 당해서 집중을 하도 했더니 이제 시선과 얼굴의 변화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처음에는 주신계의 주신들이 창조신으로 승급하는 것과 전투까지 쳐다보시다가 분석이 끝나셨는지 슬슬 또 주변을 둘러보시고 계셨다.

그리고 자신이 흥분을 못 이겨 원탁을 박살내고 추궁을 시작하자 완전히 이쪽으로 향한 것이다.

‘주신전에는 흥미를 잃으신 모양이군.

하긴 신력 1,000조의 영원체인 바람가의 오리진님들의 입장에서 신력 1,000억의 주우주 창조신들의 싸움이 재미가 있으실 리가 없지.

그나저나 잘못하면 또 말려든다.’

차원의 오리진님의 시선이 아직도 넋이 나가있는 리아스나와 자신을 번갈아 보면서 입술이 살짝 웃고 있었다.

결국 뒤에서 또 차원의 오리진의 밝은 말씀이 들려왔다.

“이들이 자료에 있던 멸신흑뢰마신족에서 신족으로 전향한 주신들이군요.

화아아아-! 이런 과거가 있었어요?

연인을 위해 마신을 포기하고 신족이 되었으나 버림받아서 정령계로 보내졌다가 지금 이 자리에 섰다니 대단해요.

그보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하는 사랑은 정말 보기 좋아요.

바람가는 반려 외에는 사랑을 못하게 되어 있어서 더욱 아름답게 보이네요.

그래서 제가 도와 줄 것이니 포기하지 말고 힘을 내세요.”

“컥-! 컥-!”

권능을 주는 것도 아니고 직접 돕는다는 충격적인 말에 저절로 비명이 터져 나오고 그걸 억지로 막으려하다가 사례에 걸린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바람가의 오리진님들이 주우주에 직접 개입하면 무슨 일이 발동하는지 이제 정확히 알았다.

본인들은 전혀 악의가 없지만 가진 힘이 너무 크고 의지 또한 강해서 장애나 불가능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것을 바람가의 절대적인 힘으로 모두 파괴하는 와중에 주변이 전부 말려들어서 초토화되는 것이다.

강자만이 살아남고 안전하지만 파괴할 문제와 약자는 결코 용서가 없다.

그 약자의 선정에 하위의 오리진인 자신도 예외는 아니었다.

‘안 돼-! 이러면 주신 하나나 둘이 문제가 아니다.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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