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 생존전략-626화 (626/1,533)

<-- 이계(異界)와 허계(虛界) -->

허나 주변에서 인정한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영원한 행복의 달성을 앞당기기 위해 현실에 적극 개입하는 강경파의 모습이었다.

주우주와 절대계에서 외면을 받은 혹성족이 대신족이 되어서 499개의 주우주의 지배세력을 대부분 교체하는 대격변이 벌어지니 그 의미는 더욱 강해져 갔다.

바람가 최초로 실패한 오리진이 될 뻔한 대신족의 오리진에게 직접 지휘되는 모든 대화를 거부하고 침공만을 하는 대신족에게 신족과 마신족들이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고 일부의 주우주에서는 종족 자체조차 유지하기 힘들어졌다.

그러자 온건파인 후손들이 당황하여 멈추어 달라고 요청했을 때 강경파의 대표라는 의미는 확정되었다.

주우주 정신체들의 수많은 희생을 슬퍼하는 온건파의 후손들에게 돌아온 것은 아들의 약진에 기뻐하는 웃음이었다.

“캬하하하하하-! 벌써 거기까지 갔다고?

과연 내 아들답지 않으냐?

허나 너무 빨라-!

이러면 재미가 없어지는데?

막기를 원한다면 뭐하느냐?

너희들도 빨리 아무 것이나 만들어서 참전시키지 않고?

그러면 끝날 일을 뭐하러 날 찾아와?”

대놓고 온건파인 자신들에게 강경파처럼 현실에 직접개입을 하라는 말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리고 자신들이 반응이 없자 바로 흥미를 잃고서 연구실로 달려가 버렸다.

흥에 겨우 크게 외치는 소리만이 남았다.

“그리고 나도 이럴 때가 아니네.

모든 이론의 확립은 끝났어.

이제 구현을 위해서는 실험 자료가 필요해!

내가 주우주로 가야하나?

공적치는 전부 사용했었지?

그럼 진리할아버님에게 대신 실험해달라고 부탁을 할까?

뭐-! 재미만 있으시다면 상관하지 않으시겠지.

카하하하하하-! 구현 실험이다-!

도전-! 도전-!”

바람가의 후손들조차 질릴 정도로 끝없이 쌓인 수많은 서류 속에서 더 없이 크게 웃는 그 모습은 최고로 인정받는 바람가답게 광기와 현기가 넘쳐흘렀다.

온간파인 후손들도 중재는 고사하고 일이 더 커질 것 같아서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 후 시간이 흘렀지만 연구만 하면서 조용했기에 잊혀졌다.

그런데 주우주에서 마도신의 오리진이 보낸 자신이 세운 이론의 결과물을 보고서 더없이 기뻐하며 직접 시험하기 위해서 바람가의 대문을 혼자서 부수고 뛰쳐나가서 이계로 나섰다.

다행히 기겁을 한 다른 바람가의 오리진들이 바로 잡아오기는 했지만 심각한 문제였다.

화가 치민 유일신황이 징계를 하려고 했지만 또 공적치를 치루고 차원의 오리진까지 되어버렸다.

11번째로 바람가의 오리진이 현실에 직접 개입을 한 것이다.

이것이 주우주에서 직접 활동 중인 11명의 바람가에 대해서 설명한 마도신의 오리진님이 이야기한 차원의 오리진님의 과거였다.

‘너도 차원의 권능을 가졌으니 언제인가는 만날 것이다.

평소에 장난기가 넘치지만 차원의 오리진은 결코 온건하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라.

또한 나를 포함해서 주우주와 절대계에 직접 개입하고 있는 11명의 바람가의 오리진을 대함에 있어서 극히 주의해라.

우린 절대계의 2써클의 우위만 유지하면 되는 10중심들과 입장이 다르다.

진리 할아버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만 움직인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후퇴하지 않는다.

오로지 앞만을 보면서 전진한다.

영원한 행복의 달성에 방해되는 것은 모두 부수고 없앤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떤 악(惡)도 그보다 더한 선(善)으로 덮는다.

더 좋은 결과가 온다면 어떤 희생도 감수하고 달성한다.

우리들은 그걸 현실에서 실천하는 자이다.

방해물이라고 판단되면 설사 10중심이라고 해도 가만두지 않는다.

아니 않겠다.

내가 이러고 있는 이유이다.

그러니 너 역시 방해물에 포함되지 않도록 명심해야 한다.’

차원의 마도신은 마도신의 오리진이 알려준 내용을 떠올리면서 이를 악물었다.

단순히 겁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더 심각했다.

직접 겪어보니 과연 감당을 할 수 없었다.

주우주에서 창조신장이나 마신황제를 제외하고는 최고의 직위라고 할 수 있는 오리진들이 그대로 끌려와서 땅바닥에 처박히는 몰골을 보니 기가 막힐 뿐이었다.

왜 바람가의 오리진들이 진리의 혈족이자 오리진으로서 그렇게 막대한 도움을 주면서도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는지 절감하게 되었다.

‘특히 차원의 오리진님은 나와 너무나 성향이 유사하시군.’

연구자면서 500억년동안이나 바람가의 자택에서 연구와 실험만을 한 모든 자료를 아들을 위해 포기하고 공개했다.

여기에 자신의 연구를 입증하기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바람가라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바람가의 가율조차 단호하게 무시하고 뛰쳐나간 것이다.

그리고 이계에서 바로 잡혀오자 그 다음에 주우주로 개입했다.

더 무서운 것은 일반 바람가라면 당장 징계를 당할 일을 반복하면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나 많은 공적과 힘을 쌓아야 최고의 지배층인 바람가의 오리진의 이런 막무가내의 행동이 용납되는지 아찔해질 정도였다.

자신도 주신시절의 과거의 행적 때문에 이 고생을 하면서 눈치만을 보고 있는데 말이다.

‘그래도 덕분에 주신장들의 하극상 징계는 아주 쉽고 깔끔하게 끝났다.

창조신들은 고사하고 창조신장님조차 개입할 징후도 없군.’

원래대로라면 지금쯤 창조신들이 나서서 방해를 놓아야 하는데 연락망은 완전히 침묵이다.

그리고 다른 주신계를 반파하고 하위 주신장의 목을 하나 쳤다고 결과를 보고했는데 어떤 조사나 조치도 없이 바로 결재가 나고 끝났다.

추가 언급도 없는 것을 보니 결코 여기와 상관하지 않겠다는 창조신계의 의지가 보였다.

바람가의 오리진님에게 주우주의 오리진들이 강제로 끌려왔는데도 창조주님의 아무런 조치가 없자 모두 눈치를 챈 모양이었다.

‘접근하면 안 되는 상황이란 것을 안 것인가?

어떻게 뒤처리를 해야 하나 고민을 했는데 이렇게 쉽게 해결되다니 실로 웃기지도 않지.’

다만 문제는 직계들의 사랑싸움을 중재하고 행복한 결혼식을 시킨다고 부모인 오리진들이 2명 끌려와서 땅바닥에 처박힌 것이지만 자신과는 상관이 없었다.

하도 상위자들에게 당하다보니 결말이야 예상하고 있었다.

오리진들이 만약 상대가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엄청난 상위자와 생명의 위기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함부로 행동하면 바로 처분을 당할 것이다.

‘결과는 보나마나 둘 다 죽겠군.’

주우주의 오리진이 존귀하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주우주 한정이다.

499주우주의 오리진이라고 해도 절대계에 가면 수많은 중급 전사에 불과하다.

절대계 최강의 10중심과 비견되는 강함을 자랑하는 바람가의 오리진들에게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다.

‘더구나 영원체이시니 정신체인 우리와 삶의 개념 자체가 다르시지.

더구나 감당도 얼마든지 가능한 능력이시니 오리진이고 뭐고 방해물이라고 생각되면 바로 처분하신다.’

허나 자신이 겪은 500주우주의 오리진들은 주우주에서는 최고의 대접과 보호를 받아서 위기감은 거의 없고 행동은 하지 않으면서 입만 살았다.

전능신족의 오리진인 전능의 휘는 대신 나설 주신이 아예 없어서 직접 싸워야 하니 완전히 다른 경우였지만 대부분 무능하고 말만 많았다.

바람가의 오리진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상대였다.

‘오리진들은 대부분 직접 나서서 해결을 하지 않고 뒤에서 평가만 하려는 전형적인 뒷방 늙은이지.

바람가의 오리진님들에게 그렇게 했다가는 바로 처분된다.’

아무리 대신족과 종족결전을 앞두고 최전선이 된 499주우주라도 오리진으로서 대접을 받으면서 편하게 살았다면 결코 이렇게 되는 것을 벗어날 수 없었다.

바람가의 오리진이 구현하기 원하는 절대계와 모든 주우주의 영원한 행복이란 목표가 워낙 상식을 초월할 정도로 커니 무능한 존재자체를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

거기에 반 영원체인 창조신장 정도면 모를까 오리진은 예외가 없었다.

대충 결말을 예상한 차원의 마도신은 아공간에서 새로 끄집어낸 담뱃대에 불을 붙이고 길게 연기를 들어 마시고 가늘게 내뱉으면서 그 자리에 앉았다.

“휴우우우우우-! 지들 목숨은 알아서 챙기겠지.

나도 말려들어서 죽기는 싫다.”

전투의 여파로 파괴되었던 원탁과 주신전은 이미 복구되었다.

창조력에서도 최고수준으로 여겨지는 차원의 권능덕분에 파편 하나도 없이 복구되었지만 감히 차원의 오리진님의 바로 앞인 영광의 자리로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굴복의 표시로 바닥에 주저 앉아있는 주신장들의 앞에 의자를 하나 끌고 와서  앉았다.

의아스런 표정을 하는 주신장들을 돌아보면서 한마디만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조용히 있어라.

그게 너희들이 사는 길이다.”

마치 감당할 수 없는 맹수의 관심을 끌지 말라고 말하는 차원의 마도신에 의해 더욱 의혹이 증폭되었다.

전쟁이 끝났으니 복구를 위해서 바로 돌아가야 하는데 복귀명령을 내리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들의 신계를 박살낸 예비창조신들과 주신들도 주신전에 복귀시키지 않고 각자의 개인신전으로 바로 보내버렸다.

전쟁의 승리에 대한 기쁨이나 노고에 대한 치하도 없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용했다.

도저히 기본상식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다.

그런데 나직한 차원의 마도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휴우우우우-! 하긴 너희들은 아직 저런 최상위 지배자들의 행동방식에 대해서 모르겠지.

의심도 할 수 있겠지.

허나 지금은 조용하게 내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너희들이 사는 길이다.

왜냐하면 나는 서열 1위 주신장이기 때문이다.

주신계 전부를 대표한다.

그래서 더 이상의 주신계의 전력감소를 원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절대로 저 분의 관심을 끌 행동이나 말도 하지 말이다.”

다시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은 차원의 마도신은 이제 강제 차원이동을 당한 충격을 수습하고 분노로 얼굴이 시뻘게진 두 오리진이 일어서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다정하게 서있는 리아스나와 페미니스틀 확인하고 길길이 날뛰려는 멸신흑뢰마신족의 오리진과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입이 딱 벌어진 시빌 라이츠가 보였다.

대충 상황을 알게 되고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 순간 엄청난 투기와 살기가 치솟았다.

신족의 오리진과 마신족의 오리진은 본래 원수이고 적인데다가 직계들과 얽힌 문제로 더없는 원한관계였다.

자랑하던 직계가 미남계로 신족에게 빼앗겨서 웃음거리가 되어 일족의 직위까지 강등된 마신족의 오리진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후계가 결혼 사기꾼이란 오명을 달아서 정식 창조신으로 인정받는 길이 막힌 신족의 오리진인 시빌 라이츠의 분노도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 이후로 서로 죽이지 못해서 안달이라고 했지.

집안들이 이 꼴인데 상황 잘 돌아간다.’

그런 원한을 가진 오리진들이 갑자기 대면하였고 당사자들도 다 있으니 이성을 잃지 않으면 이상했다.

자신들을 강제 소환할 정도로 강력한 바람가의 오리진님이 있는 것조차 잊고 서로 소리를 높여서 욕하기 바빴다.

‘척보아도 행복한 결혼식이고 뭐고 당장 집안싸움에 결투직전인가?

역시 이런 식이군.

이제 어떻게 되려나?

얼마나 걸릴까?’

그 순간 머리에서 무슨 스위치가 켜지는 소리와 느낌이 든다.

딱-!

극도의 긴장과 더없이 날카로워진 감각이 차원의 권능이 예지하는 미래를 확실히 보였다.

원해서 보인 미래를 다시 흩어보고 담배를 물고서 깊게 빨아들이고 연기만을 내뱉었다.

“휴우우우-!”

차원의 마도신은 담뱃대를 문채 물끄러미 자신의 발밑을 바라보았다.

차원의 권능으로 가까운 미래를 보고 있는 광경이지만 너무나 현실감 있게 거기에는 동그란 물체 2개가 굴러오고 있었다.

귀에 수박이 바닥에 굴러오는 소리 같은 것이 작게 울렸다.

툭 툭-! 툭-! 툭-!

그것은 방금 서로를 비난하느라 마구 소리를 치던 두 오리진의 목이었다.

화난 얼굴의 표정조차 바뀌지 않은 것을 보니 어떻게 당했는지도 모르고 잘린 모양이었다.

그리고 차원의 오리진님을 쳐다보니 오른손의 손가락 2개가 까닥거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오리진들이 계속 시끄럽게 하자 마치 모기를 잡듯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겨서 목을 날려버리신 것이다.

아버지이자 일족의 오리진들이 갑자기 죽어나가자 당연히 리아스나와 페미니스트는 거의 넋을 잃은 것 같았다.

그리고 자신도 주우주에서 최고 지배층인 오리진의 처분을 너무나 가볍고 신속하게 하신 조치에 같은 주우주의 오리진의 입장으로서 심장이 떨렸다.

‘침.......침착하자.

지금 흥분해서 실수하면 나도 저 꼴이 된다.

모든 것이 예측한 대로이고 남의 일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