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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생존전략-627화 (627/1,533)

<-- 이계(異界)와 허계(虛界) -->

리아스나는 자신의 부하였지만 명령한 전투를 거부하고 옛 애인을 찾아갔으니 더 이상 상관없었다.

아버지에 오리진이 눈앞에서 자신 때문에 죽게 되었으니 조금 불쌍하지만 잘못하면 자신의 목숨조차 위험하니 이렇게 외면하는 것이 가장 상책이었다.

다만 예상대로의 결과이지만 너무나 허무하게 오리진들이 죽어간 미래에 이제 헛웃음이 나왔다.

‘허허-! 역시 최고의 영원체답게 정신체는 주우주의 오리진이고 뭐고 마음에 안 들면 역시 바로 처분이신가?

그래도 오리진인데 겨우 3분이라?

결정이 빠르기도 하셔라.

휴우우우우우-!’

바로 다가올 미래를 인정하고 현실을 쳐다보자 저절로 한탄이 연기에 섞여 나왔다.

이건 앞으로 벌어질 일이고 자신과 상관도 없지만 완전히 남의 일도 아니었다.

같은 주우주의 오리진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까 자신도 차원의 오리진님의 명령에 대들 뻔 했다.

그때는 차원의 오리지님이 내부의 일이고 하위 직속 오리진이기에 경고를 해주셨기에 망정이지 자칫하면 주신장들과 싸우기 전에 먼저 끝장날 수 있었던 것을 절감했다.

‘결국 영원체에게는 아무리 오리진이라고 해도 결국 신이 생명체를 보는 것 정도의 가치밖에 없다.

하급자가 상급자를 거슬리면서 힘이 없다면 이렇게 바로 죽는 것이다.

누구라도 무능하고 필요가 없어지면 가차 없이 버려진다.

이것이 최상위 지배층의 세계지.

직접 보니 심하긴 심하군.’

단 1번의 무례로 주우주의 오리진들이라는 고위층이 끝장이 났으나 반항심이나 너무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자신도 차원의 오리진님과 똑같이 반대하고 덤비는 모든 것들과 싸워 이겨 이 자리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배교한 하이엘프 일족 5억을 죽이라고 명령했으며 같은 주신장이 하극상을 벌였다고 전쟁을 일으켰다.

용병신 시절까지 치면 이제까지 수십억이 넘는 적을 죽이고 승리하여 살아남은 것이 바로 나다.

그런데 차원의 오리진님이 겨우 오리진 2명을 죽인 것을 가지고 감정을 가지고 비난한다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

내게 동급이지만 그 분에게는 그저 하급자의 하나에 불과하니까 말이야.’

이런 과정에서 망설이거나 물러섰다면 결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을 이제 안다.

하위자에게 패배하거나 밀렸다면 당연히 끝장이다.

반대파 5억을 죽인 나머지 5억의 하이엘프 일족이 자신을 엘프의 신으로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최고위 신으로서 있을 수 없었다.

주신장들의 하극상을 감수하고 인내하고 넘어갔다면 서열 1위의 주신장으로서 직위를 유지를 못하니 끝없는 추락뿐이었다.

결국 필연적으로 생기는 반대파의 끝없는 처분을 통한 정리과정을 반복하여 지금 자신은 주신장으로서 여기 서있다.

그 과정에서 직접 죽인 생명도 가볍게 1백억을 능가할 것이다.

누구가의 주장처럼 생명의 가치가 동등하다면 자신은 용서할 수 없는 대죄인이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끝없는 호의를 베푼 부하들은 계속 도전하고 철저히 징계하고 마지막에 자그마한 자비를 베푼 부하들은 감사하고 충성한다.

정말 웃기는 일이야.’

상위자는 자신에게 반대하는 존재에게 단호해야 한다는 사실도 절감했다.

자신도 곧 죽어나갈 어리석은 오리진들처럼 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강자의 지배라는 것은 약자에 대한 호의와 배려보다 덤비는 약자의 처분부터 시작해서 구축해야 더욱 확고히 유지된다는 사실이 너무나 쓰게 느껴질 뿐이다.

삐이이익-!

그런데 갑자기 창조신계로부터 은밀한 연락이 도착했다.

아니 창조신장님으로부터의 오리진간에 작동하는 직통연락이었다.

‘차원의 마도신. 상황은 파악하고 있겠지?’

이런 긴박한 연락은 처음의 미래에서 감당 못할 차원일족의 오리진을 반납하라고 했던 상황과 유사하기에 긴장을 멈추지 않고 대답했다.

‘주신장 서열 1위 차원의 마도신이 창조신장님을 뵙습니다.

그런데 무엇을 말씀하신지?’

‘긴 말 하지 않겠다.

시빌 라이츠를 살려라.

신계 전력의 주축인 이상신족(理想神族)의 오리진을 이런 일로 잃을 수는 없다.’

‘.......’

주신장전도 잘 끝나서 모든 위험이 끝나고 안전해졌는데 맹수의 아가리로 들어가라는 말이다.

이제 2분 정도만 지나면 차원의 오리진님에게 목이 날아갈 시빌 라이츠를 구할 방법은 상식적으로 없었다.

지금도 상황파악을 못하고 감정적으로 오리진들이 싸우는 목소리에 차원의 오리진님의 손가락이 계속 움찔거리는 것을 보니 어차피 날아갈 목숨이었다.

미소가 가시지 않던 얼굴도 서서히 굳어지는 것을 보니 단단히 화가 나신 모양이었다.

화가 나서 하위자를 처분하려는 상위자의 행동을 다른 하위자가 막으면 같이 분노를 산다.

같이 죽고 싶어서 환장하지 않으면 절대로 하지 말아야할 행동이다.

‘저 중간에 끼어들었다가는 같이 죽을 뿐이다.’

무엇보다 자신은 이미 경고를 받았다.

명령을 따르지 않는 부하는 당연히 죽인다고 말하신 것이다.

지금 하시는 행동을 보니 하위 오리진으로서 받은 더없는 호의였지만 2번 따위는 기대할 수 없었다.

‘이건 경고를 주신 상황과는 달라.

차원일족의 내부가 아닌 외부의 일이다.

외부에서 직속 상위자의 행동을 막아선다면 그 분노는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비슷한 성향인 자신도 신계 내부의 일이면 거의 참았지만 외부의 일에서 방해하면 무조건 용서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잘 알았다.

‘저의 차원신족(次元神族)은 아직 없으나 반드시 이상신족(理想神族)에게 뒤지지 않는 주우주의 전력이 되어줄 것입니다.

그런데 저보고 차원의 오리진님의 결정을 막고 같이 죽으라는 말씀이신지?

그리고 제가 그렇게 되어서 분노를 사면 499주우주에서 차원일족의 오리진은 공석이 될 확률이 큽니다.

다시 생각해 주십시오.’

온건한 거절이었지만 창조신장님의 지시는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차원의 오리진님이 499주우주에서 가급적 다른 곳으로 떠나시게 해라.’

‘........’

오리진의 처분을 귀찮은 모기 잡는 것처럼 여기는 차원의 오리진님에게 딴 데로 가시라고 말하란다.

상위자에게 하위자가 오가라고 하는 것은 하극상 정도가 아니라 반역과 같았다.

더구나 같은 정신체도 아니고 상대가 영원체라면 징계 수위가 다르다.

이건 맹수의 입이 아니라 직접 배 속으로 걸어 들어가라는 말이다.

지시하는 승가람마도 민망하고 무리라는 것을 아는지 ‘가급적’이란 말을 쓰고 있었다.

‘창조신장님이 하셔도 죽을 짓입니다만.........’

‘........’

그 대답에 잠시 말을 끊었다.

차원의 마도신이 그 이후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결국 부탁하는 말이 흘러나왔다.

‘499주우주는 창조주님과 진리로도 거의 한계인 상황이다.

여기에 차원의 오리진님이 추가되면 누구도 견딜 수 없다.

나도 불가능하나 직속 차원 오리진인 너의 말이라면 그래도 들어는 주실 것이니 어떻게든 해보아라.

성공한다면 차원일족의 오리진인 너의 직위와 위치는 창조신장인 내가 직접 보장하겠다.

아니 이대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만족하고 다른 주우주로 가시기만 한다면 다른 최고위 창조신들도 너의 공과 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니 이미 인정하고 있다.

최상급 창조신 전부가 너와 차원신족을 창조신계의 최고위 신족으로서 자리를 마련하고 지원해 주지.

본래대로라면 수억 년의 시간과 업적을 통해서 얻어야할 최고위 신족으로서 신뢰와 직위를 얻을 단번에 얻을 기회다.

이런 기회는 다시는 없다.’

‘........’

이미 보상이라면 눈이 뒤집혀서 달려드는 자신의 성향이 모두 파악이 되었는지 아주 매혹적인 제안이다.

허나 곧 이계로 파견을 갈 자신이 더 이상 주우주에서 목숨을 걸 필요가 없었다.

아니 신계의 창조신이자 차원일족의 오리진인 자신이 창조신장의 명령에 절대복종을 할 필요도 없었다.

주우주에 기여하는 공이 큰 만큼 오리진은 발언의 자유가 있고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받기 때문이다.

더구나 ‘99초의 영웅신’이면 힘이 부족해서 이들처럼 하극상으로 즉결처분을 당할 위험도 없었다.

무엇보다 보상이 아주 마음에 안 들었다.

빛 좋은 개살구였다.

‘최고위 신족으로 인정을 해준다고 하지만 아직 구성원도 없으니 의미가 없지.

그리고 차원일족은 일단 만들어 정상운영만 된다면 그 정도의 직위는 당연히 가능하다.

지금은 별 의미가 없으니 거절해야 하겠군.

이제 눈앞의 보상에 흔들릴 시기는 지났지.

먼 미래를 보고 결정해야지.

그나저나 오리진이면 나처럼 자기 목숨은 알아서 챙겨야지 눈치가 없어져서 주변의 보호를 받아야 하다니 한심하군.

잘 죽어라. 후으으으으읍-!’

바라던 보상에 흔들리던 마음이 가라앉고 다시 냉정을 되찾았다.

겨우 자신할 만한 힘에 자신이 생기자 여유가 생기고 미래가 보이는 것이다.

가볍게 거절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어떻게 좋게 말하나 고민하면서 담배연기를 깊게 들어 마시는데 추가적인 연락이 왔다.

뜻 밖에도 마신황제의 회선이었다.

삑-! 삑-!

차원일족의 오리진이다 보니 차원신족과 차원마신족의 오리진도 겸직을 하니 이상한일은 아니었다.

허나 창조신이면서 주신장인 자신이라서 받기가 꺼려지는데 강제로 연결되면서 바로 시비를 거는 것 같은 거친 말이 흘러나왔다.

‘차원의 마도신? 정말 네가 차원마신족의 오리진이냐?

젠장-! 아무것도 없고 겨우 주신장 주제에 무슨 마신족의 오리진?

일단 나 마신황제인데 거기 멍청이를 좀 구해줘라.

그 놈이 죽어서 일족이 타격을 입어서 납부할 정기가 줄어들면 마신왕계가 당장 적자가 나서 멈출 지경이라서 어쩔 수가 없단다.

빌어먹을 자식이 직계관리도 못하는 상급 마신왕 주제에 데리고 있는 일족과 마신성은 언제 이렇게 늘렸지?

이러면 버릴 수도 없잖아? 젠장-!

그리고 마신족이 언제부터 신족처럼 정기에 신계타령이야?

옛날처럼 없으면 그냥 살 것이지 다들 삶의 기준만 높아져서 조금만 이상이 생겨도 이 난리야?

너희들이 신족이냐?

품위와 환경을 신경 쓰게?

내가 창조신장도 아니고 왜 부하들과 주우주를 걱정해야 해?

그래서 마음에 안 들지만 당장 구해-!’

오리진을 구하라는 창조신장과 같으면서도 뭔가 전혀 다른 용건이었다.

주신장이면서 창조신장의 말도 이제 거절할 수 있는 자신이 마신황제라고 특별할 이유가 없었다.

‘.........죽기 싫은데요.’

당연히 정당한 이유로 거부했는데 다음 말에 인상이 확 구겨졌다.

‘뭐야? 거부?

주신장 주제에 바로 한다고 대답을 안 해?

차원 마신족이나 마신성이 단 하나도 없는 주제에 그래도 오리진이라고 덤빈다 이거지?

죽을래? 이 자식아?

그리고 너 아직 정식 창조신도 아닌 그냥 주신장이지?

창조신 인증전 상대로 전지의 성(全知의 聖)을 붙여줄까?

그게 싫으면 어떻게든 해 봐-!’

‘!!!’

창조신장은 그래도 점잖게 어르는 어조인데 누가 마신족이 아니랄까봐서 상황이 틀어지자 아예 불량배처럼 욕설 섞인 협박이다.

그리고 ‘99초의 영웅신’이 없던 과거라면 어쩔 수 없이 나서야 했던 치명적인 협박에 속에서 불길이 확 일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 창조신장이나 마신황제에게 완벽하게 대들만큼의 힘이 없으니 진퇴양난이었다.

끝없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지시가 양쪽에 들려왔다.

‘같은 신족의 오리진이니 당장 구해야 한다.

바람가의 오리진님 앞에서 저런 불손한  행위는 지극히 위험하다.’

‘빨리 해-!

저렇게 싸가지 없이 굴다가는 바로 죽겠다.

이것들은 주우주에서나 쓸모가 있지 절대계 근처만 가도 굴러다니는 것이 자신들 수준이라는 것을 왜 몰라?’

한쪽의 거절도 부담인데 창조신장과 마신황제가 한통속이 되어서 양 옆에서 쪼아대고 있으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지려고 한다.

‘이제 조금 두통이 가시나 했더니 더 심해지려고 하내.

차원일족의 오리진의 자격을 전부 내가 가지고 있으니 이런 상황도 있을 수 있었군.’

그렇다고 양쪽 다 무시를 할 수 없다.

차원일족은 차원신족과 차원마신족을 통합한 이름이다.

전능일족이 전능신족과 전능마신족을 합해서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다른 점은 전능의 휘와 전지의 성은 각각 신족과 마신족으로 역할을 나누어서 관리를 하고 있지만 자신은 혼자 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리진이 아무리 강해도 동급의 투신을 4명이상 감당하기 힘드나 자신에게는 쉬운 일이다.

자신은 차원신족과 차원마신족의 오리진의 권능을 둘 다 가지고 있어서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양쪽 다 무시할 수 없는 곤란한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많은 직위는 권위가 높으나 그만큼의 책임도 따라왔다.

‘제길-! 왜 다들 나한테 난리야?

차원의 오리진님께 내가 무슨 발언권이 있다고?

그나저나 양쪽에서 미움을 받으면 이거 위험해.

그냥 신족이나 마신족의 오리진을 하나만 할 것을 잘못했나?

아니야! 차원의 권능을 가진 차원마신족의 오리진이 나타나는 날이면 지극히 위험하니 옮은 판단이기는 한데.......부담도 2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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