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계(異界)와 허계(虛界) -->
자신의 신계에서 완전히 무시를 당하고 드러난 최하의 평가에 분노로 이글거리는 살기와 투기가 몸에서 타오른다.
더구나 그런 짓을 한 대상이 자신보다 약자이기에 분노는 더욱 컸다.
창조신의 군세로 인하여 차원권능의 소모도 없기에 온전하게 개인권능으로 전부 사용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궁극에 이른 차원의 권능은 ‘세계의 창조’이기에 그 방어력은 주우주에서 측정하기 힘들 정도다.
비록 상급 창조신에 상급 일족의 오리진이 2명이지만 단독으로 질 요소 따위는 없는 것이다.
전력은 아니지만 그래도 회심의 일격을 완전 무효화하고 승리를 확신하면서 노골적으로 전투를 바라는 차원의 마도신을 보는 오리진들의 얼굴에 긴장이 새겨졌다.
‘상급 창조신인 나의 공격을 주신장이 무효화했다고?
아니 전환한 것인가?’
‘뭐지? 마도는 아니다.’
비록 일족을 돌보느라 전장에서 오랜 기간 멀어졌으나 모두 최고수준의 투신들이었다.
흥분을 하면 승률은 낮아지기에 전투에 들어가면 자동적으로 바로 이성이 돌아왔다.
그런 상태에서 지금 느껴지는 것은 상대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애써 무시하고 있던 무시무시한 위기감이었다.
원인은 살기도 투기도 아닌 영광의 의자 뒤에 앉아 있는 소년모습의 존재에서 풍기는 존재감 그 자체였다.
자신들은 정신체 중 최고인 창조신이며 오리진이기에 이런 느낌을 받을만한 상대는 극히 적었다.
‘........영원체? 그러나 창조주님도 이 정도는 아닌데?
설마 바람가의 오리진님인가?’
앞에서 살기를 풀풀 날리는 차원의 마도신보다 바로 앞에서 싱긋 웃으며 앉아있는 있는 존재에게 느껴지는 위기감이 더욱 심각했다.
마치 일족이 큰 잘못을 저질러서 창조주님께 징계로 불려가서 직접 깨지는 느낌이 들었다.
창조주와 동일하면서도 엄청난 존재감에 자신이 어떤 위기에 처해 있었는지 깨달은 오리진들이었다.
‘미치겠다.
왜 하필 바람가의 오리진님인가?’
바람가 오리진님들에 대한 소문에 의하면 당장 여기를 벗어나야 하지만 모든 공간이동이 차원의 권능에 완벽하게 막혀서 불가능한 것을 이미 확인한 후였다.
가급적 조용히 있어야 하지만 대놓고 싸우자고 덤비는 차원의 마도신도 무시할 수는 없다.
방금 본 자신들의 권능을 완전히 무효화한 권능이 이해불가의 위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다급하게 방금 전까지 원수라서 죽일 듯이 싸우려 했던 상대방에서 재빨리 서로의 의지를 교환했다.
‘다행히 이쪽에 아직 관심이 없으시다.’
‘일단 저놈부터 빨리 처리를 하자.’
신족과 마신족은 과거에는 지배권을 다투는 용서할 수 없는 원수이지만 대신족을 상대로는 동맹이다.
하도 오래 그러다보니 공통의 적이 나타나면 당연히 힘을 합치는 것은 당연시 되어 있다.
지금 바람가의 오리진이란 위협 앞에서 평온을 깨뜨리는 차원의 마도신은 공통의 적이었다.
오리진들이 입을 다물고 서서히 전투태세에 들어가는 것을 본 차원의 마도신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차원의 오리진의 얼굴표정과 오른손이었다.
다행히도 무표정한 얼굴이 풀리고 손바닥 안으로 굽혀졌던 손가락들도 펴지고 있었다.
‘차원의 오리진님이 웃으시는 얼굴로 돌아오시는군.
이 상황이 재미있으신가?
아니 좋은 실험 자료를 얻을 기회라고 생각하신 모양이야.
하긴 차원일족의 오리진이 상급 정신체의 오리진과 맞붙는 일이 흔하지는 않겠지.
휴우우우우.’
또 순간의 성질을 못 참고 나섰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자신이 나선 것이 만약 오리진들을 구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하시면 방해한 죄로 목숨이 위험했다.
그런데 웃는 얼굴을 하시고 등받이에 편하게 기대면서 관람하시는 분위기로 바뀐 것을 보니 일단 위기는 넘긴 모양이다.
여기에 일단 차원의 오리진님의 처분에서 오리진들을 벗어나게 했으니 창조신장과 마신황제도 조용한 점도 마음에 들었다.
‘서로에게 아주 좋은 일이야.
이들이 내 손에 살아남으면 말이지.
나를 무시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주지.
후후후후후-!’
차원의 오리진님이 나서실 것이 아니라면 아무 문제없이 이 분노를 풀 수 있었다.
안심하고 담뱃대를 그대로 문채 차원일족의 오리진의 권능을 모두 자신에게 발동시킨다.
파아아아아아-!
수십 겹의 무지개색의 막이 꽃봉오리처럼 찬란하게 피어올랐다.
하나하나가 방금 자신들의 중급 창조신을 소멸시킬 수 있는 공격을 무효화시킨 방어막이라는 것을 깨달은 오리진들은 이제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다.
상급 오리진인 자신들이라고 해도 방금 정도의 공격을 연속으로 발동시키시는 일은 힘들었다.
그 정도의 공격을 무효화시킨 방어막이 마치 장미의 꽃잎처럼 끝없이 중첩되는 것을 보니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전력으로 싸워야할 필요성을 느끼고 빛의 날개와 암흑의 날개를 전개하여 전투태세를 갖추는데 차원의 마도신은 태평하게 계속 담배연기만 품어내고 있었다.
누군가와 인상을 쓰면서 의지로 대화중이었다.
이제 숨길 생각도 없는 대놓고 말하고 있었다.
“도대체 뭘 하냐고요?
어떤 방법이든 일단 구했으면 되지 않습니까?
이제는 본인들이 다른 오리진에게 한 무례한 행동을 감당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신계에서 허락 없이 무기를 꺼내들고 전투태세에 들어가는 것은 선전포고와 같습니다.
더구나 영광의 자리까지 파괴까지 했다면 목숨을 내놓아야 합니다.
이제 오리진들간의 문제에 더 이상 나서지 마십시오.
더 이상 할 말 없으면 끊습니다.
한 6초 정도는 바빠서 말이죠.”
차원의 마도신이 아주 건들거리는 말투로 대답을 하자 상대방도 다급한지 더 이상 의지가 아닌 육성이 흘러 나왔다.
“잠깐 기다려라.
오리진들은 서로 싸워서는 안 된다.
더구나 이상신족(理想神族)의 오리진에게 일족도 없는 차원신족(次元神族)의 오리진이 덤빈다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번 일은 내가 사과와 보상을 하게 하겠다.”
“뭐야-! 임마-! 주신장 주제에 누굴 죽이겠다고?
상급 마신족의 오리진과 일족도 없는 오리진이 싸운다고?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
그보다 차원마신족(次元魔神族)을 499주우주에서 아예 없앨 생각이냐?
당장 그만두지 못해-!”
창조신장이나 마신황제는 다급했다.
오리진들이 싸우면 절대로 개인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휘하 일족까지 서로 원수가 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방대한 세력을 가진 각 일족들이 이런 감정문제로 내부에서 싸우면 정말 해결방법이 없다.
그래서 어지간해서는 오리진들은 싸우지 않고 서로 조심한다.
더구나 차원일족이 가진 권능을 보아서는 앞으로 최고위 지배일족이 될 것이 확실하다.
그런데 만에 하나 바람가 차원의 오리진님의 분노를 사서 499주우주만 차원일족의 선정에서 배제되면 정말 골치가 아픈 사태가 된다.
500주우주와 전쟁만 보아도 언제 서로의 적이 될지 모르는데 아군에게는 없는 전략무기를 상대가 가진 난처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수도 셀 수 없는 주신들이 창조신이 되어서 달려들면 아무리 강력한 499주우주 창조신이라고 해도 견딜 방법이 없다.’
힘의 정도나 세력, 직위와 앞으로의 상황까지 여러가지가 섞여서 하급자가 감히 상급자에게 덤비지 말라는 경고였지만 차원의 마도신은 느긋했다.
자신이 이번에 얻은 차원일족 오리진의 힘은 분명 절대계에서도 최강에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방금 방어로 확신한 것이다.
“저는 차원일족의 오리진.
차원신족과 차원마신족의 오리진의 자격을 동시에 가진 자.
일족이 없어도 저의 가치는 이들과 동등합니다.
그 사실을 증명해 드리죠.
물론 99초짜리 이기는 하지만.......아니 이제 20초인가?
휴우우우우-! 긍정의 카르마로만 보충 된다니?
10중심급의 카르마의 긍정기준이면 이걸 어떻게 채우지?
정말 공짜가 없네.’
목소리를 들어보니 상대방은 창조신장님과 마신황제님이었다.
주우주 신족과 마신족의 대표이자 최고의 강자였다.
그런데도 저런 불손한 대답을 하고서 자신들을 쳐다보는 차원의 마도신의 눈길에 갑자기 소름이 또 올라왔다.
본신신력 200억 정도인 주신장에게 위기감을 느낀 사실을 놀라왔다.
그리고 바람가의 오리진님이 계신 상황에서 전투를 원하는 상대에게 울화도 밀려왔다.
당장 박살을 내려고 하는데 갑자기 차원의 마도신의 이마에 박힌 보석에서 눈부신 빛이 터지듯이 품어져 나온다.
파아아아아-!
신령연옥(神靈煉獄)의 보석이 내품는 빛 속에서 숫자가 나타난다.
“기뻐해라.
그래도 오리진이니 특별히 2초씩을 투자해 주지.”
‘99초의 영웅신’의 발동준비였다.
영웅이라는 것은 인류의 한계를 뛰어넘어 초월적인 힘을 가진 존재를 뜻한다.
영웅신도 기존 신족의 한계를 뛰어넘는 존재다.
그들은 기본 상식과 규격을 뛰어넘어 기적을 구현한다.
전능신족의 오리진 이자 영웅신인 전능의 휘가 비록 자신에게 강림한 상태이나 흑염의 절대자에게 공격을 명중시킬 정도인 것이다.
‘99초의 영웅신’은 그런 영웅의 재능 중에서도 1만년에 1명의 10중심급의 강자를 배출하는 바람가의 재능을 일부 구현시킨 것이다.
처음에는 얼떨결에 사용해서 몰랐는데 반복 사용을 하면서 잘 파악해보니 정말 놀라운 위력이었다.
‘발동도 하지 않았는데 ‘99초의 영웅신'의 준비만으로도 주변의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인다.
12써클에서 재능의 한계에 부딪쳐서 감도 잡히지 않던 13써클의 마도가 환하게 펼쳐진다.”
힘이 다해 걷지도 못하고 산 중턱에서 끝없이 기어올라야지만 겨우 조금 보였던 정상이 지금은 발밑에 깔려있는 것이다.
최하로 잡아도 10중심급이 될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신체만이 아니라 끝없이 확장되어가는 인식과 이해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보여주었다.
‘99초의 영웅신’의 사용이 끝나서 다시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간다고 했어도 한번 파악했던 경지는 쉽게 다시 갈 수 있다.
이것이 바람가 차원의 오리진님에게 받은 진정한 힘이었다.
10중심급으로 가는 가장 빠르면서도 정확한 길을 얻은 것이다.
‘똑같이 힘들겠지만 아무런 길도 모르는 상황과는 전혀 다르다.
무식하게 이것저것 할 필요도 없다.
보인 그대로 수련한다면 언제인가는 도착한다.
그것도 가장 빠르게 말이야.’
더구나 오리진들의 동작이나 권능과 마력의 사용조차 모든 것이 예측되고 파악된다.
발동직전인데도 이런 정도인데 정식으로 사용하면 결코 질 리가 없었다.
정신체로서의 모든 가능성을 한순간에 사용하는 ‘99초의 영웅신’은 10중심급의 힘이라는 것은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
희열에 가득 찬 지극히 광호한 말이 저절로 차원의 마도신의 입에서 저절로 터져 나왔다.
“세상 모두가 내 밑에 있도다.’
헌데 그 말을 바람가 차원의 오리진이 가볍게 받았다.
“주우주 한정이지만요.”
“.......그렇기는 하지요.”
친절하게 바로 오류를 수정하는 바람가의 오리진의 말에 급히 고개를 숙이고 겸손해지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기분이 나아지신 것으로 보이지만 절대로 방심해서는 안 되는 상대라는 것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자신과 동류라면 언제 화를 내서 처분을 하려 할지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추가로 설명되는 말에 더욱 고개가 숙여졌다.
“절대계에서는 상급전사까지도 아슬아슬하네요.
그리고 창조신장과 마신황제에게도 못 이겨요.
이건 정말 이상하네요.
기본 재능문제인가요?
‘99초의 영웅신’은 재능과 존재 그 자체를 정신체 중 최상으로 완전히 다시 구현하니 이럴 리가 없는데?
아-! 불안정한 정신상태가 문제이군요.
쯧쯧-! 이것까지 뜯어고치면 본인이 아니게 되는데 이걸 어쩔까요?”
“.........”
본인 앞에서 대놓고 정신상태가 안 좋다고 욕을 하는 상황이지만 자신이 생각해도 사실이니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아니 전부 뜯어고치겠다고 하실까봐서 두려운 감정이 터 컸다.
“마음가짐이 이렇게 흔들려서는 아무것도 안돼요.
이렇게 대충 대충하다가는 하나라도 극치에 다다른 강자를 만나면 그대로 끝장이 나요.
빨리 답이 안 나온다고 싫증내서 이것저것 하지 말고 마도나 차원권능 중 하나는 끝을 보고 다른 쪽을 보강해야 해요.
편법은 당장 효과는 좋지만 오래 갈 수 없어요.
끝없는 정진 그리고 수련의 반복만이 정답이에요.
처음에는 높은 탑이나 산이 아니라 흔들이지 않는 기초를 먼저 만들어야 해요.
알겠지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열심히 한다고는 누구나 말 할 수 있어요.
지금처럼 틀에 박힌 반사적인 대답과 행동을 하면 화낼 거예요.
이런 소리를 들을 상황을 아예 만들지 말란 뜻이에요.”
“.........예.”
“도대체 뭐 하러 거기서 튀어나와요?
아무리 주변에서 뭐라고 해도 중심을 지켜야 해요.
쓸모없는 오리진들의 목이나 이계에서 쓰라고 추가해줄 생각이었는데 이해가 전혀 안 돼요.
임기웅변으로 곤란한 상황을 잠시 모면하는 것은 좋은데 나중에 화를 불러온다는 것도 명심해요.”
“.........예.”
전부 다 알고 있으셨다.
그리고 모두 사실이니 ‘예’외에는 할 말이 아예 없었다.
덕분에 완전히 집안 어른에게 혼나는 철없는 아이가 된 기분이다.
다른 오리진들이 보고 있는데 꾸중을 한다고 화를 낼 상황도 아니었다.
잘못하면 정신개조를 한다고 효과는 가장 좋지만 무모하기 끝이 없는 바람가의 수련에 끌려갈 것을 예측했기에 더욱 고개를 숙이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