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계(異界)와 허계(虛界) -->
시작점도 없고 발사된 흔적도 없이 시야를 가득 채운 신멸포의 빛은 차원 권능을 사용한 전 방위의 동시공격이었다.
신멸포는 정신체의 신체를 소멸시킨다.
차원신멸포(次元神滅砲)는 허공에서 무작위로 출현하기에 일반적인 투신은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소멸을 하는 공격이었으나 오리진들은 피해냈다.
그 뿐 아니라 신멸포의 권능에 저항하기 위해 일순간 폭발적으로 증폭한 신력과 마력을 충돌시켜서 피할 공간까지 만들어 내었다.
차원의 마도신의 신멸포와 오리진들이 폭증시킨 신력과 마력이 상쇄되는 폭음이 공간을 뒤흔들었다.
카아아아아아앙-! 쿠우우우우웅-!
신멸포를 견디어낸 오리진들의 모습이 주신전에서 사라졌으나 주신전 외곽에 생생하게 느껴졌다.
튕겨진 것도 아니고 신속하게 공격범위에서 벗어난 것이다.
자신이 튕겨나간 구멍보다 더욱 크게 뚫린 구멍 2개가 그려지듯이 주신전의 벽에 생겨난 것이 증명했다.
교모하게 힘 조절을 했는지 구멍부터 발생된 균열이 심상치 않았다.
‘주신전이 붕괴하려고 한다.
바로 박살나지 않을 정도로 충격을 주고 나갔다.’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만든 구멍으로 인하여 주신전의 벽이 쩍쩍 금이 가고 무너져 가는 모습을 보니 다시 눈이 뒤집히는 느낌이었다.
싸우면 ‘99초의 영웅신’의 힘을 가진 자신이 당연히 이길 것이고 자기 일도 아니라고 외면했던 상대들에게 이런 꼴을 당하니 끝없는 자기혐오감이 밀려왔다.
‘전력을 다한 공격이었는데도 끝장은 고사하고 놓쳤다.
거기에 주신전을 파괴당하고 신계 중심부에 침입을 허용해?
얕보던 대상에게 이렇게 당하다니?
내가 비웃던 무능한 신계주신 놈들과 뭐가 달라?’
용병신 시절부터 신력이 낮은 자신을 얕본 신계주신과 마계마신들의 허를 찔러서 승리해왔었다.
허점이 너무 많다고 비웃던 그들과 똑같은 꼴이 되니 속이 뒤집히다 못해서 이를 악무는데도 불구하고 신음이 흘러나왔다.
주신전의 벽이 금이 가다 못해 갈라지고 틈이 벌어지는 것이 자신의 모습 같았다.
이걸 무시하고 쫓아가자니 다 무너지겠고 복구하자니 회복할 시간을 줄 것 같았다.
순간적으로 망설이다가 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으으-! 으아아아-! 위태롭게 버티느니 차라리 다 부서져 버려라.”
결국 성질을 못 참고서 13쌍의 빛의 날개와 13쌍의 암흑의 날개를 포신으로 삼아서 신멸포를 주위로 난사하면서 적을 쫓아서 날아오른다.
꽈꽈꽝-! 파사사사삭-!
벽이 갈라지면서 무너지려던 주신전의 모든 벽이 가루로 변했다.
거기에 당연히 떨어지던 지붕조차 신멸포의 포격에 말려들어서 산산이 흩어져간다.
금이 간 영광의 자리 뒤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차원의 오리진님이 보였다.
한심하게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몰라서 당황해하는 이 사태의 당사자들과 주신장들도 무사했다.
그리고 평지가 된 주신전의 터를 보면서 이를 가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으드드드득-! 결국 이 꼴이냐?”
모든 주신전 건물이 완벽하게 먼지조차 남기지 않게 만들어 버리고 오리진들에게 흉악한 살기를 풍기면서 달려든다.
“내 주신전을 부순 대가로 처참하게 죽여 버린다.”
오리진들은 비록 신멸포를 신력과 마력을 폭발시켜 받아냈지만 타격은 입은 오리진들의 몸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어느새 입고 있는 전투용의 빛나는 전신갑옷도 여기저기 구멍이 나고 부상을 입었지만 기세는 감소하지 않았다.
창조신이나 마신왕이 되기 위해서는 이 정도 대신족 주신의 신멸포의 집중포화 정도는 수없이 경험해온 일상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차원신멸포(次元神滅砲)라?
대신족의 일반 주신급의 신멸포를 차원권능을 활용해 전 공간에 무작위로 난사한 것인가?
범위나 위력이 더 강했다면 위험했다.’
499주우주의 창조신과 마신왕에게는 대신족의 일반적인 주신의 신멸포는 타격을 입지만 치명타는 되지 않는 것이다.
살의와 위험 감지로 직격은 거의 피했지만 놓친 일부가 몸 안에서 터진 여파로 부상이 생겼을 뿐이다.
그래서 전력발휘가 힘들 정도였기에 회복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 주신전이 무너질 정도의 손상을 주고 벗어났다.
‘신계주신이면 반드시 주신전을 보수하려고 신력과 시간을 기울일 것이다.
그리고 바람가 차원의 오리진님이 계시니 차원일족의 오리진으로서 당연하게 먼지나 파편이 튀지 않도록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이것으로 시간을 번다.’
상식적인 판단으로 차원의 마도신이 붕괴를 막으면서 보수를 하면 회복을 할 생각이었는데 설마 신계주신이 자기의 주신전을 바로 전부 박살을 내고 추격을 해올지는 상상도 못했다.
더구나 주신전을 부순 것은 결국 자신이면서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려고 하는 소리를 들어보니 더욱 가관이었다.
“이 미친 놈-! 네가 다 부셨으면서 왜 우리에게 뒤집어씌우느냐?”
“자기 주신전인데 무슨 짓을 하는 거냐?
넌 자기 신계에 애정도 없느냐?”
차원의 마도신의 신속한 대처는 황당하지만 유효해서 회복할 여유가 없어졌다.
부족하나마 다시 방어막을 만들어서 덮쳐오는 차원방어막에 충돌시켜서 밀어내고 압박을 하려는데 이상이 발생했다.
만들어낸 방어막들이 터무니없이 엄청나게 약화되어 발출된 것이다.
“뭐-!”
“이건 뭐냐-!”
파아아아아-! 퍼어어어-!
생성된 방어막들이 차원방어막에 충돌한 순간 파도에 휩쓸린 돌멩이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방금까지 차원의 마도신을 무참하게 밀어내면서 압살까지 시키려던 자신들의 권능의 정화라고 할 수 있는 방어막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자 당연히 무방비가 된 오리진들을 차원 방어막이 덮쳤다.
허나 전투의 감을 어느 정도 되찾고 있는 이들은 역전의 투신이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원거리 공격이 무효화되자 바로 근접공격으로 전환한 것이다.
방어막이 쓸모가 없어지자마자 이미 신력과 마력을 있는 대로 쏟아 부어서 신체를 강화시켜서 마치 거대한 드릴처럼 변해서 덮쳐오는 차원방어막을 후려갈겼다.
“큭-!”
“음-!”“크-!”
본신신력 1조가 넘는 상급 창조신에 오리진 2명이 보이는 근접공격은 무서웠다.
일반적인 물리공격은 아예 통하지 않는 차원결계를 다시 우그러트려 버리고 뒤로 밀어내어 버린다.
퍼어어어억-! 꽈아아아앙-!
허용치를 넘는 타격과 충격을 입은 3명이 뒤로 튕겨져 나간다.
목을 넘어오는 짧은 신음소리는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입술을 악물고 삼켰다.
서로 허점을 노린 전력 충돌이라서 모두 부상이 발생했다.
오리진들은 차원방어막을 튕겨낸 주먹에서 피가 흐르고 뼈가 부서졌는지 자세가 흐트러진다.
그리고 차원의 마도신은 차원방어막을 관통한 물리공격의 여파에 내상을 입고서 가는 핏줄기를 입에서 흘리고 있었다.
거의 전력을 보였는데도 끝장은 고사하고 서로 피해를 주고받자 화를 내면서 마구 싸우던 3명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차원의 마도신은 본신신력이 낮은 주제에 강한 권능을 받은 운 좋은 약자가 아니었다.’
‘499주우주의 오리진들은 권능이 약하면서 본신신력만 높은 뒷방 늙은이도 아니었다.’
기본 대응과 전투방법이 날카로워서 겨우 몇 번의 공방이었지만 아차하면 당할 위기였다.
덕분에 어처구니없이 쉽게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모두 떠오른 것이다.
공통된 결론이 나왔다.
‘만만치가 않다.’
상대의 빈틈을 노리는 간격에 전장상황을 다시 파악한 오리진들은 겨우 자신들의 권능이 급격히 하락한 이유를 알아야 했다.
차원의 마도신의 권능이 아니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적용되었기에 자칫하면 당할 뻔한것이다.
주변을 확인하니 그제야 이상한 광경이 보였다.
본래 주신전의 주변은 휘하의 신계관리주신들의 개인 신전이 빽빽하게 선 신계 중심지다.
그런데 여기 차원신계는 오로지 커다란 나무로 이루어진 밀림으로 이루어져있었다.
진짜 우주수(宇宙樹)는 아니나 거기에 비등한 세계수들이 수없이 꽉 차있었다.
이 숲이 얼마나 많은 영역을 채우고 있는지 창조신조차 다른 고위신들의 신전은 저 멀리에 윤곽만이 보일 정도였다.
정말 이상한 신계구조였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자신들의 힘을 제약하고 있는 권능의 정체파악이 먼저였다.
‘세계수가 군집되어 발생되는 무시무시한 정제되지 않는 정기들이 인공적으로 무엇인가를 형성하고 신족과 마신족의 권능을 제한하고 있다.
마치 행성의 표면에서 권능하락을 감수하고 직접 전투를 하는 느낌이라니?
설마?’
수많은 전투경험으로 인하여 단숨에 정체를 파악한 오리진들은 기가 막혔다.
행성 표면위에서 신족이나 마신족같은 정신체들은 권능이나 신체능력이 1할 이하로 떨어진다.
행성결계(行星結界)라고 부르는 정제되지 않는 정기의 작용과 행성자체의 거부반응 때문이다.
만들어낸 신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성체들의 정제된 정기가 필요한 신족이나 마신족으로서는 직접개입을 힘들게 하는 지극히 괴로운 제한이다.
차원의 마도신은 그와 거의 유사한 결계를 주신전 외부에 세계수의 숲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인공 행성결계(人工 行星結界)라고?
신계주신이 모든 정신체의 능력을 1할 이하로 감소시키는 행성결계를 자기 신계에 일부러 만들었어?
그것도 이런 광대한 지역에?
너 제정신이냐?”
“자기 신계 안에 또 다른 행성결계를 구축했다고?
왜 이런 쓸데없는 미친 짓을 해?
이게 말이나 되는 짓이냐?”
오리진들의 생각으로는 자기 신계의 가장 중심부인 주신전 주변에 신족의 능력을 자연스럽게 감소시키는 행성결계가 필요한 이유를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외부침입에 대한 방어체계라고 하기에는 공격하는 상대만이 아니라 방어 전력인 차원신계의 신들까지 능력감소를 피할 수 없기에 쓸모가 없는 것이다.
물론 차원권능으로 어느 정도 상쇄를 할 수 있겠지만 행성 자체의 저항력이라고 할 수 있는 행성결계의 중화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본인의 결계능력이 강해도 막대한 신력소모를 피할 수 없다.
결국 이런 노력을 투자할 정도의 가치가 없기에 당연한 질문이었지만 인상을 팍 쓴 차원의 마도신이 소리를 쳤다.
“남의 사정도 모르면 닥쳐라-!
하루하루가 아슬아슬한 나의 입장으로서는 당연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었다.
이미 자리 잡고 잘 나가는 네 놈들의 입장하고는 아주 다르단 말이다-!
일단 이거나 다시 처먹어라-!
차원신멸포-!”“뭐?”
“이 상태에서 신멸포가 발동이 된다고?”
오리진들은 행성표면에 있는 것처럼 신력이나 권능이 거의 1할로 줄어든다.
당연히 고난이도의 권능사용은 제한된다.
그런데 차원의 마도신은 똑같은 행성결계 내부인데도 아까와 완전히 같은 위력의 전 방위로 차원신멸포를 다시 작렬시켰다.
신멸포가 위력이 강한 대신 극도의 신력집중에 체력소모가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있을 수없는 일이었다.
정신체라면 행성결계 안에서라면 극한의 권능발휘는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예외는 언제나 있다.
행성의 지성체로부터 발생된 초월자들은 행성결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행성제압에 효율적이기에 정신상태가 불안정하여 경원시되는 초월자들을 꾸준히 모집하는 이유였다.
그럼 결론은 하나였다.
“저 놈은 행성결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초월자다.
피해-! 헉-!”
“맞다-! 차원의 마도신은 인간 출신이었다.
으으윽-!”
행성결계 안이라면 아무리 창조신이라고 해도 신멸포를 막아낼 만한 신력이나 마력의 응축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오로지 신체능력만으로 공간을 뛰어넘어서 전후좌우와 상하를 가리지 않고 작렬하는 신력포의 포격을 모두 피해내는 것은 무리였다.
꽈-! 꽈-! 꽈-!
이번에는 무방비로 그대로 신체에 두들겨 맞았지만 공격을 흘려서 직격에 의한 치명상만은 회피했다.
허나 전신갑옷이 넝마가 될 정도의 타격을 입은 오리진들의 위기감은 최고로 고조되었다.
그래서 정보교환도 번개와 같았다.
시빌 라이츠의 머릿속에서 떠오른 차원의 마도신에 대한 자료 중에서 흥미로웠고 중요한 점들이 그대로 마신족의 오리진에게 갔다.
그것은 놀라움이었다.
‘설마 저게 추정 연령 200년 미만의 인간출신의 초월자라고?
아무리 인간출신의 지성체들이 성장속도가 빠르지만 어떻게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렇게 강해질 수가 있지?
무엇보다 진리의 칭호를 가지거나 상위존재의 도움을 받는다고 이 정도 수준의 전투운용은 불가능해?
전투경험은 넘겨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야.’
권능이나 힘은 상위의 존재에게 부여받는다면 극단적으로 강해질 수 있다.
허나 익숙하지도 않고 분수에 맞지 않은 힘은 당연히 허점투성이이고 신체에 무리를 주어서 결국 파탄을 부른다.
허나 차원의 마도신은 완벽하게 운용을 해내고 있었다.
그것도 절대 권능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나다고 평가받았으나 엄청난 연산력과 신체능력을 필요로 하는 차원권능을 말이다.
시간과 공간을 자유자제로 융합하여 세계를 창조하는 차원권능이라면 해답을 바로 있었다.
‘차원권능의 시간압축으로 장기간 수련을 했다고 추정된다.
누군가의 지원을 받는다면 가능하다.’
‘허-! 역시 말도 안 되는 권능이로군.’
차원권능도 대단하지만 거침없이 추하게 엎드려서 합공을 피하거나 신족에게 엄청난 불만을 주는 행성결계까지 마음껏 사용하는 행동은 기가 질릴 정도였다.
차원의 마도신은 수없이 쏟아지는 차원신멸포의 폭격을 필사적으로 회피하는 오리진들을 보면서 쓴 웃음을 머금었다.
‘쯧-! 역시 나를 기억하는 창조신이 있기는 하군.
하긴 정령계 전투에서 너무 날뛰기는 했지.’
과거 자신의 과오나 문제에 대해 499주우주의 신들의 기억과 자료는 회색의 절대자가 모두 조작해서 지웠다.
허나 차원신계의 신들과 주우주와 절대계의 경계막을 보수하기 위해 1주우주로 집단호출 된 고위 창조신이상의 존재들의 기억은 건들지 않았다.
창조주들은 주신정도에 아무런 관심이 없고 잘못되면 파장이 커지니 당연한 조치였다.
하지만 저번 500주우주와 정령계 전투가 굉장히 인상 깊었는지 이렇게 일부는 알고 있는 창조신이 있는 것이다.
허나 상관없었다.
어중간한 강자만이 이런 비판에 흔들린다.
‘그래 난 본래 인간 흑마도사 출신의 마도사다-!
덕분에 행성결계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으니 당연히 사용해야지.
이제부터 나를 부정하지 않겠다.
아니 오히려 장점으로 적극 써준다.
따질 놈이 있으면 얼마든지 와봐라.
모두 전력으로 모두 박살을 내주마.’
‘99초의 영웅신’이란 일시적이지만 10중심급의 힘을 얻은 이상 생명체나 주신시절의 과오는 아주 자그마한 추억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아니 차원일족의 오리진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더 이상 움츠리거나 과거가 들어날까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제 당당해질 때였다.
“그래서 와라-!
내 생존마탑(生存魔塔)-!
창조신급 기계신 안타레스-!”
구우우우우우우웅-!
주신전과 주변 전부를 뒤덮는 거대한 검은 정육면체가 공간을 가르고 나타나면서 상공을 가로막는다.
그리고 검붉은 거대 행성으로 보이지만 표면에 찬란하게 빛나는 마도진이 새겨진 기계신의 창조신들이 우주공간에 위용을 드러내서 차원신계를 향해 질주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