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계(異界)와 허계(虛界) -->
거대 행성을 능가하는 크기와 주신을 능가하는 권능을 가진 창조신급 기계신들이 10여 기가 몰려오는 광경을 보는 오리진들은 이를 악물었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수가 얼마든지 상관없는데 지금 상황이 너무 안 좋아서 힘겹다.
그래서 500주우주의 오리진들 수백 명이 너무나 허무하게 당한 정령계 전투가 생각이 난 것이다.
같은 오리진들이지만 겨우 예비 창조신에게 너무나 추하게 당하니 부끄러워서 신령까지 감금당한 사태를 침묵했지만 그것이 자신의 일이 될 수도 있었다.
아니 이 행성결계 속에서는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
‘어떻게든 벗어나야 한다.’
모든 신력과 마력을 있는 대로 끌어 모아서 그대로 상공으로 피한다.
공간이동이 막혀있으니 차원신계의 상공에서 단숨에 고속으로 돌파할 생각이었다.
모든 신계의 기본구조는 거의 같은 요새형태다.
바깥에서 내부로 침투는 힘들어도 안에서 돌파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허나 허공의 생존마탑이 불길한 마력의 파동을 방사하는 순간 모든 것이 뒤틀렸다.
파가가가가가각-!
보이는 모든 공간과 시간이 어긋난다.
마치 유리가 깨지는 굉음이 차원신계 상공 전부를 뒤덮었다.
그 여파는 고속 돌진을 하던 오리진들은 그대로 직격을 당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커어어어-!”
“크아아아-!
비록 행성결계 안이나 무엇보다 강력한 창조신의 신체가 그대로 처참하게 금이 간다.
피부부터 시작해서 근육까지 더없이 예리한 칼에 난자하는 것 같은 절삭음과 피가 분수처럼 허공에 뿌려졌다.
이런 치명적인 부상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현상이 자신들을 어딘가로 강제로 이송시키려는 한다는 점이다.
파우우웅우-! 푸아아아-!
강제이동의 목적지가 어딘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
단지 엄청난 위기감에 필사적으로 저항할 뿐이었다.
오리진들이 생존마탑에서 발동된 마력으로 발생한 공간 절단현상에 저항하고 있는데 차원의 오리진은 아무런 이상 없이 허공에 떠 있었다.
아니 차원의 권능으로 방금 발생한 시공간 절단현상을 가속화하고 있었다.
너무나 익숙하게 시공간 절단현상을 조절하면서 천천히 말을 한다.
“대수림의 대공동.
마계의 출입구라서 항시 방출되는 마기가 대수림의 응축된 정기와 반응하여 발생하는 차원왜곡의 폭풍우가 끝없이 몰아치는 내 고향이지.
정겨운 내 풍경에 온 것을 환영한다.
또 환영인사다-!”
후우우우우우우웅-!
여기에 더해서 차원의 마도신 주변에 공간을 가르고 검은 벽돌과 같은 물건들이 무수하게 모습을 나타낸 것을 본 오리진들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숲 속으로 내려앉았다.
표면에 가까울수록 행성결계의 영향으로 권능과 신력하락이 되는 것이 느껴질 정도이지만 망설일 여유가 없었다.
생존마탑이 마력으로 발동시킨 차원왜곡의 폭풍우는 신체의 강함은 완전히 무시하고 타격을 입히고 있었다.
더구나 방금 아공간에서 꺼낸 검은 벽돌들에게서 더욱 심각한 위험을 느꼈으니 바로 행동에 나서야 했다.
쿵-! 파아아아아악-!
숲의 대지에 내려서자마자 시빌 라이츠는 바로 탈출로를 찾고 질주를 시작했다.
겨우 2번의 전투피해이지만 어지간한 대신족의 주신과의 사투 이상의 타격을 받았다.
덕분에 준비가 완료된 마도신의 영역에서 싸우는 것이 정말 어리석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은 것이다.
더욱이 차원의 마도신의 본거지이니 더욱 심각한 상황이었다.
‘한시라도 이 저주받을 인공 행성결계와 신계를 벗어나야 한다.
도저히 싸울 수 있는 전장이 아니다.’
‘여기는 차원의 마도신의 신계다.
또 무슨 준비가 있을지 몰라.’
‘이런 제길-! 과연 마도신이로군-!
전투가 진행될수록 점점 감당이 안 되고 있어.
처음에 방심하고 있을 때 죽여야 했어!’
‘신계 정문은 이쪽이다.
빨리 움직여-!’
‘허억-! 대량의 신력이 움직인다.
몇 개? 직선? 아니 또 전 지역을 공격영역으로 삼고 있다.’
‘이놈은 무슨 권능이 모두 광역에 원거리야-!’
‘차원의 권능은 보거나 느껴서는 못 피한다.
전력으로 예측 회피기동 하라-!’
직선으로 움직이며 탈주하던 오리진들의 모습들이 바로 기기묘묘한 곡선을 그리는 것으로 바뀌었다.
언제 원수였는지 모르게 서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신속하게 대처하고 있었다.
아니 그러지 않으면 단숨에 목숨이 날아갈 지경이니 어쩔 수 없었다.
직선으로 도주하던 오리진들의 모습이 자신의 공중폭격을 피하기 위해 어지러운 곡선을 그리자 차원의 마도신의 입가에는 미소가 어렸다.
“풋-! 그것도 회피냐?
차원왜곡 안으로 벽돌을 던져 마탑을 만든 나에게는 웃기는 수준이군.
흑염의 절대자조차 무시를 못한 이 공격을 받아보아라.
피할 공간조차 없을 것이다.”
오른 손을 뻗어서 무엇인가를 잡는 동작을 하자 검은 벽돌들의 움직임이 일제히 멈추었다.
그리고 공격궤도를 조절하듯이 각도가 바뀐다.
파아아아아아-! 사사사사삭-!
차원의 마도신이 무엇인가를 힘껏 던지는 동작을 하는 것과 동시에 검은 벽돌들이 허공에서 사라졌다.
하늘을 가득 채웠던 검은 벽돌들이 일순간 사라지자 차원왜곡의 폭풍우조차 영향을 받았는지 잠시 정적이 돌아왔다.
무슨 일이 발생하는지 모르지만 전신에 느껴지는 위기로 인한 전율감이 사라지지 않는 오리진들은 전력으로 회피기동을 반복했다.
대부분의 적중 위기를 피해낸 그들은 땅에서 하늘로 내리는 비를 보았다.
검은 벽돌들이 대지에서 나타나서 허공으로 초고속으로 솟구치면서 닿는 모든 부위에 정사각형의 구멍이 난다.
세계수 숲과 공간에 정사각형의 구멍이 무수하게 뚫리고 있었다.
‘검은 벽돌에 직접 접촉하는 부위를 강제 차원이동 시키고 있다.’
폭음도 없이 오로지 나무를 대패로 미는 것 같은 경미한 소리만 울리지만 만약 급소에 적중되면 그대로 죽음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아무리 창조신이라고 해도 머리나 심장에 벽돌만한 구멍이 나면 죽는 것이었다.
그런 공격이 하나도 아니고 수 만개가 동시에 땅에서 솟구치니 기겁할 노릇이었다.
정상이라면 방어막으로 모두 튕겨낼 수 있겠지만 행성결계 안에서는 무리였다.
더구나 익숙한 시야를 벗어나서 위에서 아래도 아닌 마치 지뢰처럼 아무런 징조도 없이 발밑에서 터지니 더욱 막거나 피하기는 힘들었다.
허나 대응책은 바로 찾았다.
다리 밑에만 방어막을 집중해서 만들어 방어하고 바로 다시 내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파슈슈슈슈슈슈슈슈-!
발밑의 방어막이 힘겹게 검은 벽돌의 비산을 막아내자 더욱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오리진들이 그렇게 차원의 권능과 마력을 집중해서 만들은 발판으로 검은 벽돌의 비상을 방어하고 멀어져가자 차원의 마도신의 얼굴은 굳어졌다.
상대가 저 정도의 강자에 저렇게 나오니 정말 예상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더구나 나름대로 고안한 회심의 공격수법이었는데 아무 손해도 못 주었다.
‘저게 저렇게 쉽게 막히나?
흑염의 절대자도 피한다고 고생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쉽게 대응을 하지?
강함의 문제가 아닌 전투경험의 문제인가?’
499주우주의 창조신들이나 오리진은 10억년을 대신족이나 마신족과 사투와 인증전을 거듭하면서 끈질기게 살아남은 강자 중의 강자였다.
그러니 저런 임기웅변과 살아남는 능력만은 정말 지독했다.
정면상대로도 강한데 조금만 불리하면 도망을 가니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죽일 수도 잡을 수도 없다.
그렇다고 전투를 포기한 것도 아니야.
나의 틈만 노리고 있다.’
도주했다고 방심도 할 수 없는 것이 조금의 틈만 보이면 바로 기습을 하려는 의도가 넘치도록 보였다.
자신에 대한 주의는 한시도 놓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도 직접 상대하기 힘든 적들은 저렇게 상대했기에 모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과거의 적들이 어떤 심정으로 그렇게 이를 갈며 분해했는지 뼈저리게 깨달은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더구나 오리진들이 어찌나 도망속도가 빠른지 이미 숲을 가로질러 거의 신전들이 모인 경계선에 도착한 것을 본 차원의 마도신은 고개를 흔들었다.
‘서로 죽이겠다고 날뛰던 둘이 공동의 적이 나타나자 바로 힘을 합하는 것도 의외였는데 기습에 도주까지 서슴없이 하니 정말 만만치가 않네.
나도 이렇게 얄미웠나?
내 힘으로는 끝장을 낼 수 없으니 이걸 어쩐다?’
잘못하면 놓칠 지경이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차원신계로 멸신흑뢰마신족(滅神黑雷魔神族)과 이상신족(理想神族)이 합공으로 몰려오는 수가 있었다.
‘아니 지금 하는 짓들로 보면 반드시 그럴 것 같다.’
혼자서 일족을 전부 거느린 상위 오리진들을 상대한다는 것은 아무리 자신이 강해도 굉장히 위험한 일이었다.
직접 상대를 피해서 이계로 파견을 가는 것도 방법이지만 갔다 왔더니 차원신계와 주신계가 박살이 나서 갈 곳도 없는 용병신 신세가 될 수도 있었다.
신계에 올라와서 인정을 받겠다고 발버둥을 치던 시절이 어제 같았다.
수없이 목숨을 걸고 얻은 전공과 용병대가로 겨우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다시 그런 꼴이 될 수는 없었다.
조금 있으면 이계로 가야하는데 이런 우환거리를 남겨서는 안되었다.
‘어쩔 수 없지.
조금 불안하지만........’
슬쩍 차원의 오리진님을 보고 가볍게 고개를 위로 올려서 이제 도착해 있는 창조신급 기계신 안타레스를 보았다.
이미 완벽하게 포위 진영을 갖추고 있었다.
오른손을 들어서 약지손가락으로 열심히 도주하고 있는 오리진들의 뒤통수를 가리킨다.
그리고 약간 안쓰럽다는 말투로 명령했다.
“쏴 버려.”
명령과 동시에 안타레스의 표면으로부터 오리진 주변을 완전히 덮을 기세로 빛들이 떨어졌다.
피하기에는 너무나 압도적인 물량의 집중포화에 그대로 오리진들이 당한다.
물론 방어막을 만들어서 저항하려고 하지만 쓸모없는 짓이었다.
슈가가가가가가가가각-!
그렇게 안타레스로부터 오리진들에게 허공에서 내리꽂히는 무수한 유성우와 함께 전투는 끝이 났다.
이번에는 피하지 못하고 수없는 목검에 꿰뚫려서 땅에 쓰러져 신음하는 오리진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주변에 셀 수도 없이 지면과 세계수에 박혀있는 유성들은 모두 파멸유혼검이었다.
진리의 불멸이 담긴 파멸유혼검을 포탄으로 삼아서 안타레스로부터 초고속으로 쏘아낸 공격은 차원의 마도신에게 강림한 흑염의 절대자의 육체조차 관통했다.
그런 절대의 공격을 주우주의 오리진들이 견딜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너무나 쉽게 전투가 끝나가는 광경을 본 차원의 오리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라라라? 저걸 빌려주시고 회수 안하셨네요.
그런데 저래도 되나요?”
파멸유혼검의 불멸(不滅)의 속성을 가진 대신 불살(不殺)의 특성이 있다.
파괴되지 않는 내구성 영역에서는 절대적인 무기지만 적을 죽이지도 않는다.
최고 수준의 절대기라서 사용한 본인들의 권능도 어느 정도 담겨있지만 미비한 수준이라서 별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힘을 잘 통제하지 못하는 어릴 때와 자칫하면 한계를 넘는 힘을 사용할 수 있는 후계를 훈육할 때를 제외하고는 전부 본가에 보관한다.
무기가 아닌 변하지 않는 어린 시절의 추억과 바람가의 일원이라는 상징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유일용신제 할아버님을 절대계 서열 1위로 만들기 위해서 마도신 할아버님이 본가에 보관 중인 파멸유혼검의 500만 자루를 요청했을 때 쉽게 내어준 것이다.
그런데 겨우 포탄으로 저렇게 써먹으니 뭐라고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허나 마도신 할아버님은 절대계와 주우주에서 활동 중인 바람가 오리진 중에서도 유별났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희생과 노력도 감수하여 훈육과 업무추진 분야에서는 거의 독보적인 영역에 올라있었다.
그런 분이 필요하다고 직접 빌려준 파멸유혼검들을 겨우 주우주의 오리진들을 잡는데 사용했다고 화를 내고 회수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었다.
확실히 분노를 살 확률이 컸다.
‘아-! 선대들에게 미움 받기는 싫은데......’
마도신의 할아버님은 권능보다 성향이 더욱 무서웠다.
더구나 바람가의 문제아들의 훈육담당이라서 후대에 대해서 발언권도 컸다.
저 놈은 선조도 몰라보는 예의 없는 문제아라고 낙인 찍혀서 잘못하면 평생 제사만 준비하고 향을 피워야 하는 사태가 올지도 몰랐다.
‘잘못 보이면 정말 귀를 잡혀 끌려가서 혼나는 것으로 끝나지 않겠지.’
물론 자신이라도 막을 힘 따위는 없었다.
선대가 한두 명이면 어떻게 도주라도 하겠는데 5명이상이 모이면 어떤 바람가도 견딜 도리가 없는 것이다.
더구나 기본적으로 자신들의 위로 있는 선대가 5명이 아니라 수백만이 넘었다.
활동을 하지 않고 본가에서 자신의 강함을 위해 수련만을 하고 있는 대부분의 바람가들은 현재 질서를 뒤흔드는 사태는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 온건파이지만 극도의 보수파들이었다.
‘그런 분들이 마음 먹고 움직이면 정말 어떤 존재도 견디기 힘들어.’
이런 저런 이유로 아무리 강력한 바람가라고 해도 선대들에게 함부로 했다가는 절대로 좋은 꼴을 못 보니 결국 다들 효자들이다.
조금이라도 반항하는 기색이 보이면 버릇을 가르쳐 주겠다고 수만 명이 자기 일처럼 달려오니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뭐.......상관은 없겠지만요.
어차피 대부분 쓰지도 않는데........”
결국 그대로 넘어가기로 했다.
“적을 죽이지 못하면 그것은 무기가 아닌 도구이지요.
그래서 성인이 되어 후계의 교육을 끝내면 대부분 자신만의 절대기를 만드니 거의 필요가 없어서 보관만 하지요.
저걸 포탄으로 사용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그런대로 재미가 있네요.
아무도 쓰지 않는 관상용보다는 나은 것 같으니 계속 눈을 감아주기로 하지요.”
나름대로 이유도 만들면서 잠시 고민에 빠졌지만 곧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
“이 세상은 재미만 있으면 되요.
끝없는 발전을 이루어서 진리할아버님이 지루해 해서 포기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좋은 것이지요.”
영원한 행복을 위한 영원한 발전의 유지라는 전제조건만 지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장애물을 돌파하는 것이 10중심들의 일이라면 돌파된 길을 넓히는 것은 절대계와 일족들이다.
이 돌파과정에서 생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바로 바람가의 오리진의 주임무였다.
너무 나약한 세계와 일족들은 끝없는 발전을 견딜 수 없으니 강화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다.
봉문되었지만 새로운 일족을 만들고 부흥을 돕는 것이 용납된 이유였다.
‘물론 일족의 오리진을 만들면 자율권을 주니까 주된 임무는 진리할아버님과 바람가의 일이 잘 되게 뒤에서 지원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제 자신이 할 일을 해야 했다.
1,001주우주에 대한 핵심정보까지 제공하면서 일부러 절대계도 아닌 499주우주에 직접 개입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진지한 어조로 호명한다.
“람.”
그 말과 동시에 26쌍의 빛의 날개를 가진 존재가 공간에서 나타나서 무릎을 꿇으면서 공손하게 대답했다.
“제 499주우주 창조신장 가람(伽藍)의 승가람마(僧伽藍摩).”
창조신장을 간단하게 약칭으로 호출한 차원의 오리진은 거침이 없었다.
“란”
“제 499주우주 마신황제 진마(眞魔)의 아란야(阿蘭若).”
26쌍의 암흑의 날개와 1쌍의 빛의 날개를 가진 마신족의 최강자인 마신황제도 그 부름에 바로 나타나서 공손하게 무릎을 꿇었다.
주우주를 대표하는 2명을 불렀으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또 한명의 창조신을 호출한 것이다.
“라”
“제 499주우주 중급 창조신이자 특위인 진멸(殄滅)의 비하라(畏訶羅).”
차원의 오리진 앞에 나란히 무릎을 꿇고서 고개를 숙이고 명령을 기다리는 이 3명은 주우주에서는 최강으로 불려도 부끄럼이 없는 투신들이었다.
절대계까지 와서 목숨을 건 사투를 통해 칭호와 힘을 얻고도 주우주로 돌아가서 여기까지 발전시키고 유지시켜온 소문난 강자들이었다.
상대가 자신보다 강하다고 이렇게 복종적인 태도를 성향도 아니었다.
그러나 창조신장 승가람마나 마신황제 아란야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긴장만 하고 있었다.
진리에게 직접 휴가를 받았다고 세상을 무시하고 푹 쉬면서 놀던 비하라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진리의 기준에 맞는 그들을 바라보는 차원의 오리진의 눈은 지극히 따스했다.
아니 바로 웃음까지 터져 나왔다.
“풋-! 붙여서 람란라? 라랄라?
무슨 가수들 이름 같아요.
그런데 왜 그런 위태위태한 꼴들 이예요?
힘들여서 받은 칭호와 수련상태도 정말 이상하네요?
일부러 그러고 있는 거예요?
누가 어려서 고난은 사서도 한다고 헛소리를 하던데 설마 믿는 것 아니지요?
어릴 때 고생하면 나이 먹으면 쓰러져요.”
“........”
“........”
“........”
다른 누군가가 자신들의 이름과 칭호를 가지고 이렇게 놀렸다면 당장 죽여 버렸을 것이다.
허나 상대는 정신체의 진화이면서 정점인 영원체 중에서도 최고라고 일컬어지는 바람가의 오리진이었다.
창조주를 직접 모시고 대면하는 입장으로서 그 무서움은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리고 자신들의 몸 상태와 권능까지 우습다고 언급하자 정신이 더욱 바짝 들었다.
잘못하면 보완할 방법이 없어서 숨겨왔던 약점들이 모두 까발려질 위기였던 것이다.
아니 수련부족이니 보완해 주겠다고 강제로 바람성에 보내버려질 것이 더욱 두려웠다.
‘개나 참새가 되는 것은 싫다.
잘못하면 끝장이다.’
바람성에 끌려가면 그래도 수련을 쌓아온 수준이 있으니 벌레나 새는 아니겠지만 인간도 아닌 개로 시작될 확률이 지극히 높았다.
아니 과거에 강함만 믿고 영원체인 창조주님에게 건방지게 굴던 마신황제가 바람성에 참새로 끌려갔다가 겨우 복귀한 전적으로는 확실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주우주에서나 최고의 강자로 인정받지 절대계에 가면 상급 전사도 힘들었다.
영원체는 하위 존재인 정신체의 부활이나 재생이 쉬우니 행동에 거침이 없었다.
최고위 지배층이라고 안심하고 있다가는 말 그대로 벌레처럼 처분되는 수가 있다.
그래서 하급신만 되어도 절대로 흘리지 않는 식은땀이 등에서 배어나왔다.
“카하하하하하-! 수련부족?
너무 놀아서 그런 것 아닌가요?
제가 도와줘요?
역시 바람성이 주우주나 절대계의 존재들이 단련하기 가장 좋지요.
마음에 드는 바람성이 있어요?
내가 주선해 줄까요?”
“!”
“!”
“!”
차원의 오리진은 웃으면서 호의로 말하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개로 끌려가서 언제 빠져 나올지 모르는 투신들의 연옥에 갇히게 되는 입장으로는 심장이 떨어질 것만 같은 소리였다.
더욱 쩔쩔 매는 3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