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계(異界)와 허계(虛界) -->
양팔을 하늘을 향해 펴고서 마도를 발동하며 폭주하듯이 날뛰는 차원 창세신 코아를 보는 바람가 오리진들의 눈빛들은 복잡했다.
진리에게 받은 타격에서 스스로 회복하여 제정신을 차린 것도 놀랄 일이다.
그런데 바로 정신체 주제에 영원체들이 군집한 이곳에서 분노를 터트리면서 저런 행성들을 소환하여 이계의 신들을 공격하고 있다.
‘아예 주위가 안 보이는 모양인가?
바람가에서 저러는 존재는 처음 보는군.’
겁이 없는 것인지 감각이 마비되어 있는지 구분이 가지 않지만 주우주 창조신정도면 충분히 영원체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
정신체라면 공포나 경외로 꼼짝도 못하는데 흥분하여 완전히 무시하며 날뛰고 있다.
덕분에 공통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정신체는 바람가 근처에 오는 것만으로도 거의 기절하는데 신기한 놈이야.
열 받으면 주위가 안 보이는 모양이군.
진리할아버님이 안주하지 않는 폭주라고 신격을 내려주셨던가?
딱 맞는 것 같군.’
중급의 정신체이면서도 최상위 영원체의 압박감을 무시할 수 있다면 대단한 일이다.
보아하니 권능의 일종은 아니고 그냥 본인의 성향이었다.
기억 상으로는 이 정도로 무모하고 겁이 없는 정신체는 단 한명이었다.
‘정신체이면서 흑염일족과 흑염의 절대자에게 달려들었다고 했던가?
차원의 마도신이라고 했었지.’
흑염일족의 바람성에서 최고위 흑염일족을 쓰러트린 칭호를 가진 절대자는 바람가에서도 유명했다.
세계의 진실을 알고 전부를 부셔버리겠다고 폐관수련 중이던 마도신의 오리진이 일족이 올린 기적과 같은 승리덕분에 현실로 다시 뛰어들었으니 모를 리가 없다.
그 이후 바람가에 보관 중이던 파멸유혼검을 대여하여 기계 창조신의 포탄으로 삼아서 흑염의 절대자에게도 추가로 한방 먹였다는 소리에 모두 놀라워했다.
“아아. 저게 흑염의 일족과 절대자에게 한방 먹였다는 차원의 마도신이로군.
그럴 만하군.
주변상황에 둔감하고 겁이 없어.”
바람가의 오리진들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제 바람성의 하늘 위에 자신의 모습을 크게 투영하면서 본격적으로 이계의 신들을 학살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광역파괴 능력도 좋지만 허공에 본인의 영상을 띄우고 적들에게 집중시킨 살기와 투기를 뿌려 압박하는 방법을 동시에 발휘하고 있다.
기가 막힌 타이밍과 수단으로 동원하여 총 전력으로 보면 우위인 다수의 적을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마도신답게 재주도 좋아.
심리전도 잘 쓰는군.”
순수한 전력으로 보면 이계의 신들도 만만치가 않는다.
진리 할아버님이 지나다니시면서 총책임자의 강함이 마음에 안 들면 말소시키니 그래도 쓸 만한 전신(戰神)들이 목숨을 걸고 진급을 위해 온다.
강한 부하 위에 약한 상급자가 있을 수 있어도 강한 상급자 밑에 약한 부하는 있을 수 없다.
덕분에 봉쇄결계를 지키는 이계의 신들은 그래도 투신이라고 말해도 참고 넘어갈 정도는 되었다.
그러나 이계의 신들은 갑자기 처음 경험하는 행성을 동원한 마도로 당황했다.
여기에 차원 창세신 코아가 창조신의 살기와 투기를 최대한 방출하여 압박하여 주신정도인 이계의 신들을 혼란 상태로 몰아넣고 냉정한 대응을 막아 버렸다.
정신체이면서 얼마나 아수라장을 겪고 치열하게 싸워왔는지 영원체 기준으로도 꽤 쓸 만한 투기와 살기라서 이계의 신들이 완전히 겁에 질려버렸다.
‘적이 놀라서 흔들릴 때 겁을 준 셈이군.
저렇게 겁에 질려 도망만 생각하는 양떼는 얼마가 되든지 늑대에게는 의미가 없지.
아주 교묘한 수법이야.’
거대 행성들을 공간이동으로 다루는 마도보다 이런 시기적절한 다양한 수단사용에 호평을 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수많은 이계의 신들을 쓸어버리려는 태도는 여러 평가를 만들었다.
물론 강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바람가의 오리진들이 자신을 감시하는 이계의 약자들을 위해서 나서서 막아줄 생각 따위는 손톱만큼도 없었다.
다만 자신에게 주어진 영역 안에서 옮고 그름을 판단하는 절차에 불과했다.
“분명 주우주의 주신장이라고 했었지?
저런 식으로 용케도 카르마를 절대선(絶代善)으로 유지하고 있구나.
상당히 공을 들려 관리하고 있는 모양이군.”
“그러게 말입니다.
많은 공을 세우기는 했겠지만 죽인 숫자나 피해도 만만치가 않겠군요.”
바람가의 오리진들의 대화분위기가 안 좋은 쪽으로 흐르려하자 마도신의 오리진이 나서서 차원 창세신 코아를 편들었다.
정말 손이 많이 가게 하는 하위 오리진이라고 투덜거리면서 말이다.
허나 차원의 마도신의 미래가 회색의 절대자인 이상 무시를 할 수 없었고 지시도 충실히 하여서 바람가에 유리한 지금의 상황을 만든 공은 아주 컸다.
그러니 자신의 명령에 따르는 동안에는 외면하기는 힘들었다.
“이번 서열전의 일에 공이 큰 아이입니다.
바람가의 일에도 적극적이니 앞으로 쓸모가 많을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거의 대부분이 자신보다 상위 선조들이라 공손하게 의견을 올렸다.
그 말에 가장 오래된 바람가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아아-! 다들 칭찬하는 것이다.
일처리가 아주 마음에 든다.
보렴. 진리할아버지도 즐거워하시지 않느냐?”
어느새 소환한 커다란 평상에 가부좌를 하고서 앉은 진리의 앞에는 이미 단출한 술상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파멸유혼검을 잡은 오른손의 손등에 술잔을 얹고 왼손으로 술을 따르고 있었다.
쪼르르르르르-!
오른손등 위에 살짝 놓여 진 술잔에 술이 따라지는 소리가 조용하지만 모두의 귀에는 천둥처럼 울렸다.
이것은 시끄러우니 조용히 하라는 경고의 의미가 있어서 더 이상 말을 삼가고 의지만을 교환했다.
‘확실히 만족하시는군.’
‘주우주 창조신도 성에 안차서 무시하시는데 겨우 이계의 주신들을 가호하실 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계에는 창조신이 최고 위원회밖에 없지 않습니까?
겨우 100명 정도던가요?’
‘500억년 동안 기를 쓰고 따라온 것이 겨우 저 정도라니?’
‘참으로 가치가 없는 세계입니다.’
파악한 바에 의하면 이계의 총 전력이 1개 주우주의 100분의 1도 안 된다.
그런 초라한 전력을 가지고 현세계(現世界)라고 자칭하면서 자신들의 주류라고 거들먹거리니 어처구니가 없다.
무시하고 살자니 뒤에서 재구현의 제약이 있는 허계(虛界)라고 얕보려는 주제에 하도 도와달라고 읍소를 해대니 모른 척 할 수가 없다.
더구나 가소롭게도 원하는 대상이 10중심(十中心)중 1명이다.
재구현의 제약을 푼 일족 하나만 나서도 멸망이 확정되는 이계의 최고 위원회 따위를 2써클 상향유지로 바쁜 10중심(十中心)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리가 없는데도 말이다.
아무리 10중심에게 반감이 있기는 하지만 이계 따위로 파견보낼 수는 없다.
아니 너무 높은 신격과 존재감때문에 원래 불가능하고 말이다.
‘덕분에 회색의 절대자의 현재인 주우주의 주신장에게 임무가 내려졌지.’
다들 각자가 맡고 있는 영역이 다르니 이번 결정에 따른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진리할아버님이 결정하고 만족한 이상 이견 따위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정신체를 이계의 진리대리로 결정하셨는지 지금 상황을 보고서 이해했다.
물론 모두 약간의 의혹이 남았지만 이제는 오래만의 불꽃놀이를 즐기는 것만이 남았다.
꿀꺽-!
오른 손등에 올려서 술을 채운 술잔을 그대로 입가로 올려서 한입에 삼킨 진리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카아아-! 오래간만에 속 시원한 것이 아주 좋구나.
싹 다 부셔버려라. 카하하하하하핫-!”
직위나 신격에 비해 가벼운 웃음이었지만 겉모습은 아직 청소년의 모습이기에 잘 어울렸다.
그리고 차호의 경박했던 웃음소리가 어디서 배웠는지 잘 알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꽈꽈-! 꽈꽈꽈꽝-!
진리가 술을 한잔 하면서 쳐다보는 하늘에서 이제 거대한 별들 폭발하는 장면과 굉음이 불꽃놀이처럼 보여 졌다.
이계 전부가 날아가도 상관없는 바람가의 본가가 있는 행성이었기에 저 정도의 별들의 폭발로 어떻게 될 수는 없었다.
아니 기존 방어막이 아니더라도 별의 폭발정도로 상처조차 입을 약자는 바람가에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모든 바람가는 전혀 아무런 우려도 없이 긴 삶에서도 처음 보는 바람성에서의 별들의 불꽃놀이를 즐겁게 감상할 뿐이었다.
그 희열은 차원창세신 코아도 같았다.
전력을 발휘해도 차원의 오리진이 부여한 권능으로 몸에 아무 부담 없이 끝없이 상승되는 힘에 취해간다.
‘10중심의 서명에 차원의 권능까지 포함하니 모든 권능과 마도가 과거 이상으로 발휘가 된다.
그리고 뭐냐?
아무 부담도 없이 발동되는 이 황당한 위력은?
더구나 카르마의 어떤 방해도 제한도 없다-!
이제 나는 이계에서 무적이다.’
이제까지와는 달리 날뛰는 자신을 막는 것도 없고 모든 일이 뜻대로 되자 더욱 기세가 올랐다.
그래서 진리 앞이라 혹시라도 문제가 될까봐서 아공간에 숨겨놓고 능력 증폭에 몰래 쓰던 10중심의 서명까지 꺼내들어 직접 쥐었다.
이계에 아직 익숙하지 않아 전력을 발휘하기 힘들어서 차원의 오리진이 준 개인 차원권능과 ‘10중심의 서명’의 도움을 조금 받고 있었는데 마지막 일격을 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아니 술술 잘 풀려가는 전황에 감격한 자부심이 부풀어 올라서 주변을 살피는 눈치가 거의 사라졌다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었다.
“‘10중심의 서명’ 전력발동(全力發動)-!
세계폭탄 코아-! 연산시작(演算始作)-!
썩어빠진 것들은 다 죽어서 나의 밑바탕이 되어라.”
본래 코아는 절대계 14써클의 정점에 있기에 주우주 12써클의 마도신으로 발동은 무리였다.
허나 회색의 절대자는 시간만 나누어졌을 뿐 결국 같은 존재이기에 가능하다.
그리고 ‘10중심의 서명’에 적힌 회색의 절대자 2대 사이안이란 서명이 찬란한 빛을 뿌리면서 강제로 완전 발동시킨다.
별의 폭발로 전열이 무너진 이계의 신들을 코아를 준비하여 모두 소멸시킬 기세였다.
바람가의 본가 앞에서 대량학살이 벌어지기 직전이나 바람가의 오리진들은 태평했다.
진리할아버님이 즐거워하시고 막지도 않는데 이계를 위해 끼어들 이유는 전혀 없었다.
더구나 너무나 약하면서 자만하는 이계의 존재들에게 애정은 고사하고 관심도 없었다.
대신 차원창세신 코아가 아공간에서 꺼내서 잡은 절대기를 확인하고 감탄했다.
“후훗-! 저것이 차호가 10중심의 서명을 받아서 만들었다고 자랑하던 ‘10중심의 서명’인가?
절대기 수준이면서 아주 쓸 만하구나.”
“파멸유혼검에 10중심들의 권능을 덧붙였습니다.”
“10중심의 권능을 비슷하게라도 구현하는 절대기라?
범용성이 아주 좋군!
좋아-!”
10중심의 서명을 직접 보자 바로 효과를 확인한 바람가의 오리진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각자 가지고 있는 독자적인 영원기(永遠器)에는 당연히 도달하지 못하고 10중심들의 본래 능력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최고의 절대기였다.
다만 사용하는 존재의 능력에 따라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
지금 차원 창세신 코아처럼 말이다.
“헌데 자기 능력을 초과하는 절대기는 너무 의지하면 좋지 않습니까?
오히려 도구에 사용자가 휘둘리게 되니 말입니다.”
“그러게 말이다.
차호 본인이 사용하면 모를까 저 정도 수준으로는 10중심의 권능을 감당 못하지.
과연 지금 하는 일이 전부 헛짓이로군.”
바람가의 오리진들은 진리가 아예 술까지 마시면서 구경을 하는 이유를 알았다.
아무것도 없는 이계의 영역이지만 그래도 진리할아버님은 방대한 지역을 가지고 최고 위원회의 일원으로서 명실상부한 최고 지배층으로 있는 이계이다.
그런데 이계의 투신들을 태풍에 낙엽을 날리듯이 저렇게 쓸어버리면 감히 덤비지는 못하지만 항의로 무척 시끄러울 것이다.
그런 소란이 벌어질 것이 당연한 이계 신들의 대량소멸을 진리 할아버님이 방관하고 있는 이유를 10중심의 서명을 보자 바로 깨달았다.
저 상태라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다.
마도신의 오리진도 10중심의 서명과 차원 창세신의 상태를 보고 문제를 바로 깨닫고 속으로 혀를 찼다.
‘쯧쯧-! 혼자 두면 겁도 없이 날뛰면서 죽을 것 같으니 조금 보호해주라고 했더니 장난만 쳐서 쓸데없는 간만 키워놓았다.
저 쓸데없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차원권능들은 다 뭐야?”
거의 집에서 연구와 실험만 하는 차호의 평소의 생활태도를 보면 보나마나 절호의 실험기회라고 이것저것 시도했을 것이다.
잘 사용도 못하는 ‘10중심의 서명’도 넘어가더라도 위력은 뛰어나지만 조금만 제어를 실패하면 폭사하는 그런 종류의 권능만 잔뜩 보였다.
아무리 마도신이 신력과 마력 등의 이질적인 권능 제어에 특화되어있지만 참으로 위험한 상태다.
저런 위험한 권능들로 부푼 능력을 믿고 차원의 마도신이 저렇게 날뛰니 마도신의 오리진으로서는 참으로 개탄스러울 지경이었다.
‘저 차원권능은 일시적이지만 10중심급의 힘을 발휘할 수 있군.
평상시에도 엄청난 수준으로 개인 능력을 보완해주고 있다.
그래서 위력에 취해서 뭐가 뭔지도 모르는군.
저러니 평상시에도 막 설치던 놈이 겁이 더 없어져서 여기서조차 저렇게 날뛰지.
겨우 정신체에게 분에 넘치는 저런 차원권능을 부여하다니?
자기 대신 이계에서 차원권능의 모든 효과를 실험시킬 생각인가?
차호 이놈을 그냥.........”
최고의 영원체인 바람가의 오리진조차 놀라게 하는 10중심들의 힘에 자극을 받아서 본격적인 수련을 위해 본가로 돌아왔다.
그러나 차원의 마도신은 지금 지극히 불안한 상태라서 대신 돌봐줄 상대를 잘 못 선택했다는 후회가 들었다.
그렇게 마도신의 오리진이 한심하게 쳐다보고 있는지 모르는 차원창세신 코아는 마침내 코아의 연산을 완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