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망(絶望)과 희망(希望) -->
굉음의 정체는 거대한 행성크기의 거신들이 본인보다 커다란 검은 구체들에 두들겨 맞고 정신없이 여기저기로 튕겨져 날려지는 충격파였다.
줄어든 영역으로 상급 창조신조차 희귀한 이계의 입장에서 보면 존재조차 경이로운 크기를 가진 강력한 거신들이 검은 행성에 맞아 마치 파리채에 맞은 파리처럼 날려지는 모습은 기겁할 노릇이었다.
환수신을 통해 각자에게 연결된 전뇌신에게 받은 정보를 서로에게 바로 알렸다.
“환수신들이 파악한 바로는 저들은 대신족(代神族)이라고 했던가?
허계에서 만든 기존의 신족을 능가하는 정신체의 새로운 형태라서 무척 강하다고 했는데 잘못된 정보인 것인가?”
대신족의 주신 정도만 되어도 일반 주신들이 수십 명이 마신과 연합해서 달려들어야 할 정도로 강대한 존재라고 했는데 보이는 모습은 너무나 약했다.
허나 바로 반론이 나왔다.
“진리의 혈족이 기존의 신족을 대체하기 위해서 만들었다는 종족이니 약할 리는 없지.
강력한 허계의 신족에게도 두려움의 대상이라더군.”
“전뇌신들도 권능과 위력의 한계는 잘은 모른다는군.
개조하기만 할뿐 그 이상은 허가되지 않는다고 해.”
“만들었으면서 위력을 잘 모른다고?
자기들이 직접 신족을 개조해서 대신족으로 만들어 주면서 무슨 망발인가?”
“무엇보다 전뇌신도 결국 신족이면서 이게 무슨 짓인가?
다른 일족이 신족의 영역을 침범하게 하다니 이건 종족의 반역행위야.”“그만하게-! 잘못하면 허계 정보를 못 받아.”
대가를 지불하고 정보를 받지만 철저하게 전뇌계가 상위였다.
잘못된 정보가 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 동일 정보를 교차 확인해도 철저히 본질은 숨겨져 있었다.
그래도 전뇌계와 연결되어 허계의 정보를 조금이라도 얻게 된 것은 정말 천운이었다.
허계에서는 창조신이 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강자에게는 모두 도우미 역할로 전뇌신이란 존재들이 붙어 돕는다.
그런데 관리 대상 중에서 이계와 접촉하여 힘을 얻으려는 존재가 조금이나마 있었다.
그런 관리대상자들과 계약 형태로 접근한 환수신들이 본인과 전뇌신들을 기나긴 협상 끝에 회유하여 겨우 얻은 허계의 정보망이었다.
그런 대상들이 많아지게 되니 진리에게 당연히 들켰지만 다행히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아서 유지되고 있었다.
이계의 창조신들은 복장이 터질 상황이지만 아무 조치도 없이 넘어간 이유는 잘 알고 있다.
‘허약한 이계의 시도라고 무시당한 것이지.
하긴 알아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을 정도로 전력수준이 벌어져 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어서 관리 대상자와 전뇌신을 최대한 포섭해서 파악해낸 허계의 정보는 경악할 일투성이라서 비밀에 붙여졌고 일부만 공개 되었다.
그런데 이번은 특히 더 그러했다.
거신들이 검은 행성으로 얻어맞고 날려지는 화면은 계속 확대 되어서 검은 로브를 머리까지 덮어쓰고 입만을 드러낸 존재를 비춘다.
화면에는 빨간색으로 빛나는 경고와 같은 표식이 떠올랐다.
‘절대계 10중심 서열 10위 현자(賢者) 회색의 절대자 사이안 2대’
전뇌계는 500억 년 만에 처음으로 임명된 회색의 절대자라고 알려주었다.
정신체의 증거인 권능의 날개조차 펼치지 않았는데 창조신인 자신들조차 측량 할 수 없는 거대한 신력과 마력이 요동친다.
그의 주위에는 행성크기의 검은 구체가 수천 개가 휘둘러져서 마치 구슬치기를 하듯이 수많은 대신족의 주신들을 튕겨내면서 한쪽으로 몰아붙이고 있었다.
대신족의 창조대신과 주신들의 힘은 어림짐작을 하고 있었는데 재구현의 제약이 없이 단 1체라도 현세계에 구현되는 날이면 거의 파멸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런 강대한 존재들이 수천체가 속수무책으로 밀려나는데 10중심 중 최하위라고 하지만 자신들은 감히 범접도 할 수 없는 힘이었다.
‘진리가 직접 인정한 회색의 절대자 사이안 2대라고 했었지.
그런데 정신상태가 영........아니 아주 안 좋아 보이는군.’
얼굴을 가린 로브에서 유일하게 드러난 입은 아주 비틀린 미소만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검은 행성들을 통제하는 것과 별도로 하는 행동이 있었다.
수십 겹의 빛의 날개를 가져 엄청난 고위의 창조신으로 보이는 존재들을 거리는 상관없이 멱살을 동시에 잡고 뺨을 후려갈기고 있었다.
분명 아까 대신족신들과 막상막하의 전투 중이라던 절대계의 오리진이란 강자들이 아무 대항도 못하고 얻어맞으며 얼굴을 좌우로 흔들리다가 결국 뻗고 있었다.
쫘쫘쫘쫘쫘좍-! 탈탈탈탈-!
수천 명의 오리진이 싸대기를 맞으면서 머리가 좌우로 흔들리는 소리만 울리면서 정말 짜증나는 것 같은 회색의 절대자의 목소리가 울렸다.
“아-! 전쟁터에서 약해서 죽었으면 끝이지 오리진이 무슨 복수냐?
이럴 시간과 정기로 다시 재생이나 시켜!
그리고 약자는 기회를 줄 뿐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었느냐?
절대계의 오리진들이면서 이런 쓸데없이 감상적인 짓을 하다니?
더구나 하나둘 고개를 내밀더니 할 만할 것 같으니 우르르 몰려와?
누가 더 착하나 경쟁을 하냐?
정말 더럽게 착한 새끼들이네-!
너희들이 오리진이 아니었으면 벌써 죽였다.
동정심이 많아서 착한데 무능한 네 놈들도 저기 가서 마주보고 줄이나 서-!”
“켁-! 헉-! 악-!”
퍼억-! 꽈꽝-!
남녀 가리지 않고 고귀한 창조신들의 양쪽 뺨을 손바닥으로 정신을 잃을 때까지 치다가 주먹으로 대신족의 반대쪽으로 날려 쌓는 모습은 실로 호쾌하면서 전율이 일정도 광기에 차있었다.
저런 심리상태면서 어떻게 미치지 않는지 의심이 갈 정도의 살기와 투기가 화면 너머인데도 생생하게 느껴졌다.
‘오로지 투기와 광기, 살기인가?
저런 존재가 진리를 대리하여 절대계를 분할하여 관리하는 10중심의 일원이라니 믿을 수가 없다.’
회색의 절대자라서 맡은 영역이 현자계열이라고 하던데 어디에도 지혜롭거나 사려가 깊은 모습은 보이지 않고 마치 미쳐 날뛰는 파괴신을 보는 느낌이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압권이었다.
초장거리에서 찍혀지는 것을 파악했는지 바로 화면 정면을 향해서 오른손을 들어올린다.
그리고 가운데 손가락을 얼굴 앞으로 들어 올리면서 차갑게 말한다.
“오? 결국 할 거냐?
하긴 내가 남의 충고를 들어먹은 적이 없지.
이계에서 엿 잘 먹어라.
전부 지 팔자지.
카하하하하하하-!”
퍼어어어어-! 쫘쫘쫘좌좌작-!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모르지만 그 이후는 대신족은 행성크기의 검은 구체로 두들겨 패서 날리고 창조신들은 직접 싸대기를 때리면서 흔드는 화면의 반복이다.
저들도 대항을 하려는 모습도 간간히 보이지만 이상한 공간권능에 바로 제압당해 몇 배나 더 맞고 쓰러지자 결국 모두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행성보다 더 거대한 수십 명의 거신들과 수만의 행성모양의 주신들, 수천 명의 창조신들이 단 한명을 피해서 정신없이 사방으로 도망쳐 가는 모습은 마음을 울리는 장관이었다.
창조주의 지배권을 위임받았지만 강하지 못해서 결국 여기까지 몰락한 자신들에게는 압도적인 강대한 힘이야말로 모든 것을 걸고 바라는 일이었다.
‘저렇게 되고 싶었다.
허나 정신체로는 한계가 있었어.’
화면너머의 존재들은 도주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오히려 회색의 절대자의 분노만 더 부채질을 해서 더욱 가혹한 처분을 받았을 뿐이다.
“무방비하게 등을 보이지 마라-!
무작정 도망이 아니라 공격의 대응을 하면서 전술적 후퇴를 하란 말이다.
아오오오-! 이런 것들로 도대체 뭘 할 수 있단 말이야?
빌어먹을 황금 놈-! 자신의 영역이 아니라고 모두 병신을 만들어 놓았어!”
등 뒤를 보이는 순간 강제로 회색의 절대자 앞에 끌려와서 자근자근 밟혀지고 팔다리가 분리되는 징계에 취해졌다.
이제 화면은 선혈과 잘려져 날아가는 팔다리로 가득 차 간다.
그리고 회색의 절대자의 손에 처리 된 대신족과 창조신들로 보이는 무더기들이 양쪽에 쌓여만 가면서 정리는 끝났다.
분명 저들은 자신들은 감당이 안 되는 강자들이 분명한데 아무 것도 못하고 처참하게 무너지는 모습은 소름이 끼면서도 정말 뭉클하기까지 했다.
‘기존의 모든 세력을 압도하는 거대한 힘이야말로 현세계의 참담한 상황에서 가장 필요하고 바라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10중심 서열 1위로 진리를 제외하고 최고의 강자이며 권력자라는 황금의 절대자를 거침없이 욕하는 모습은 묘하게 속이 시원했다.
그렇게 참상이 반복되며 빠르게 전쟁이 수습되는 장면을 보는 창조신들의 입에서는 저절로 어떤 음성이 흘러나왔다.
“저것이 미친 회색.”
“허나 과연 10중심의 힘.”
“저런 존재의 현재라면 도대체 어느 정도인가?
설마 똑같은 성향은 아니겠지?”
“광기와 살기만 있는 투기를 가졌지만 그 이상의 이성인가?
그래서 이것이 안주하지 않는 폭주라고 하는 이유인가?”
결론은 바로 나왔다.
“위험하다.”
“그것도 아주 위험하지.”
“진리답게 도움인지 재앙인지 모르겠군.”
힘은 인정하나 저런 불안정한 존재가 절대계를 다스리는 10중심 중 하나라니 납득이 가지 않았다.
파견을 보낸다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추가되는 정보도 이해 못할 부분이 태반이었다.
창조신들의 의지가 빠르게 정보와 판단을 공유한다.
‘이번 진리대리로 파견이 될 차원창세신 코아가 분명 회색의 절대자의 현재라고 한다.’
‘원래 이름은 카르마의 부정적인 영향을 감소시키기 위해 스스로 봉인하고 직위로만 불린다고 하였다.
자신의 고유한 이름조차 필요에 의해서 버릴 정도면 엄청난 결단력이다.’
‘통칭 ‘차원의 마도신’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현재 직위는 499주우주 주신장이며 차원신계의 신계주신을 맡고 있는 강대한 전투신이라고 했다.’
진리가 통보한 대로라면 공식적인 성향이‘안주하지 않는 폭주’라니 실로 기대와 우려가 심각한 수준가지 올라갔다.
허나 창조주까지 관리를 포기한 이상 자신들로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모두의 시선이 가장 상석에 있는 진리의 빈자리에 갔다.
창조주와 거의 같은 위치에 높게 솟아있는 최고위원회의 수장인 진리의 자리였다.
저렇게 된 의미를 아는 창조신들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숙였다.
“........”
진리의 자리는 처음에는 최고 위원회의 가장 구석이었다.
비록 창조주이며 너무나 강대하지만 겨우 도망자 몇몇을 잡기위해 현세계를 초토화시키고 결국 영역까지 바치게 했다.
자연스럽게 최고위원회의 주도권까지 가져간 허계의 창조주를 존중할 수 없었다.
허나 현세계의 상황이 반란과 자멸로 악화될수록 점점 외곽의 진리의 자리는 중심으로 다가오고 결국 창조주의 바로 옆에 위치한지 오래다.
진리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 한 조치이지만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았다.
최고로 높은 위치가 되고도 채워지지 않는 진리의 빈자리를 볼 때마다 착잡할 수밖에 없었다.
‘최고 지배자의 자리까지 내주었지만 그래도 채워지지 않는 진리의 자리는 현재의 현세계의 상황을 모두 대변한다.’
진리가 볼 때 현세계는 지배할 가치도 존재할 의미도 없다는 의미였다.
차라리 경멸이라도 하면 낫겠는데 단지 지나가는 징검돌 취급이었다.
그러고도 허계에서 가끔 발생하는 탈주자를 막기 위해 만든 바람가 본가 주변의 결계의 총책임자로 보낸 주신들을 약자라고 낙인찍고 장난처럼 소멸시키니 더욱 당황했다.
진리가 그렇게 예측불허로 행동을 하는데 갑자기 보내진 진리대리도 자료에 의하면 정말 불안했다.
정식호칭인 회색의 절대자보다 미친 회색이라 불리는 저 강대한 10중심의 현재가 진리대리로 오기 전에 어떻게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머리를 짜내려는 최고위원회의 창조신들이었다.
우와아아아아-! 와아아아아-!
허나 하위신들의 시위와 막고 있는 치안병력들의 충돌이 자꾸 신경을 거슬리게 해서 결과도출을 방해했다.
짜증이라도 내려던 와중에 갑자기 최고위원회의 회의장 정문이 부서질 듯이 열리면서 위원회의 주신들이 쏟아지듯이 들어왔다.
시위대가 있는 외부가 더 시끄러운 것을 보니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결국 시위대 방어선이 무너진 모양이군.
주신이면서 일반 하위신들의 시위대도 제대로 통제 못하는가?
그래서 우리의 도움을 바라는가?
이런 쓸모없는 것들-!’
이대로는 현재의 개선을 기대할 수 없었다.
대충 사유를 짐작하고 주신들의 무례한 행동과 무능에 당연히 화를 내려던 창조신들의 귀로 날벼락과 같은 음성이 들려왔다.
“군부(軍部)에서 반란입니다-!”
현재가 이렇게 엉망인데 군부마저 반란을 일으키면 미래도 없었다.
그런데 시위대들의 외침이 사라졌다.
단지 ‘서우리나’를 뒤흔드는 강대한 신력이 담긴 웃음과 음성만이 들려왔다.
“카하하하하하-! 허약-! 빈약-! 나약-!
이계여-! 너는 정말 약자로서 너무나 완벽하구나!”
화면너머에서 광기와 투기, 살기만을 넘실거리면서도 상대를 비웃으면서 싸우던 회색의 절대자와 똑같은 웃음과 음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