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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생존전략-656화 (656/1,533)

<-- 절망(絶望)과 희망(希望) -->

칭호란 과거 진리에게 최후까지 저항하던 반역자들의 권능과 기억을 추출해서 만든 강해지는 최고의 지침서이며 도우미였기 때문이다.

이미 검증되고 잘 닦여진 길로 가장 빠르게 강해질 수 있고 유사시 칭호를 가동하면 창조신이상의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칭호를 받은 존재들은 강하니 진리의 직접관리를 받고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13써클이 되어서 강함을 증명하거나 계속 강해질 가능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바람성에 벌레로 끌려가는데 선택의 여지 따위는 없는 것이다.

‘과거 진리님에게 끝까지 저항했던 1대 10중심들의 세력의 권능답게 강력하지.

그런데 이계는 칭호를 받은 존재들까지 약하네?

더구나 칭호를 제약 없이 쓰고 말이야.’

공격을 받았다고 마구 써대는 꼴이 칭호를 완벽히 발휘하는 것조차도 아무런 제한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렇게 남발하면 칭호에 남은 잔류기억에 거꾸로 통제당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본인이 감당할 수 없는 강력한 칭호의 권능에 완전히 신체가 조종당하는 것이다.

‘진리님이 허약한 이계라고 완전히 무시하셨나?

하긴 이런 환경과 단련 수준으로는 칭호가 완전 개방될 여지도 없으니 폭주할 우려조차 없겠군?’

완전개방이 가능한 절대계나 주우주는 칭호를 완전히 통제할 신력과 권능도 없이 함부로 발동시켜서 소란을 일으켰다가는 진리에게 영원의 심판을 당하니 그럴 수는 없다.

바람성의 벌레로 끌려가니 날뛸 수 없지만 효과는 확실했기에 누구나 갈망했다.

최소한 받기만 해도 주신급 이상은 확정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한 마디로 칭호를 받고 놀면서 지냈다는 소리잖아?

뭐야? 왜 우리와 차별이야?

아-! 진리님에게 쓸모없는 이계라서?

허어? 쓸모없는 이계라는 이유덕분에 방치를 당하는 특혜를 받다니?

부럽다.’

진리에게 쓸모없는 이계이니 칭호를 받은 존재들의 관리도 최소한으로 하신 모양이다.

허나 영원의 심판이란 살벌한 제약이 있지만 강해지고자 하는 투신이면 목숨을 걸고서라도 얻기를 원하는 ‘칭호’를 받고서 이렇게 약하다는 것은 죄악이다.

게다가 칭호를 마음대로 사용하고도 무사하다니 직접 영원의 심판을 받아서 바람성에 끌려갔다가 겨우 살아돌아온 자신에게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일말의 기대를 한 내가 어리석기 한이 없구나.

진리께서 왜 칭호를 받은 존재들에게 그렇게 가혹하게 처분을 내렸는지 이제 알만하다.

도저히 넘어갈 수가 없다.

주우주나 절대계의 투신들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얻기를 원하는 보물을 이따위로 썩히다니 도저히 용서도 안 된다.

너희는 도대체 왜 사냐?

이럴 바에는 차라리 죽어서 칭호를 내놔라.

내가 아까워서 죽을 지경이다.

이 한심한 것들아-!”

더 이상 말이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칭호를 받은 존재들의 목을 잡아서 엮은 줄을 휘둘러서 최후에 도주하려던 칭호를 가진 존재를 두들겨 패버렸다.

‘이들은 나의 공간이동이나 마도를 통한 현실부정의 공격조차 인지를 못했다.

쓸모가 별로 없어.’

그나마 강해 보여서 마지막에 직접 확인하려고 했는데 공격하는 권능수준이나 도주속도를 보아서는 추가로 검사할 필요도 없었다.

“헉-! 잠.......잠깐-!”

불복종의 디스는 줄로 목이 묶인 동료 4명의 몸이 채찍처럼 변해서 자신을 덮치자 황당하면서 기가 질렀다.

신기도 아닌데 목들을 연결한 줄이 휘둘러지는 속도가 우습게 빛의 속도를 능가하고 있던 것이다.

자신의 최고속도를 능가하니 피할 방법조차 없었다.

“컥-!"

"크하-!”

퍼어억-! 퍼어억-! 철퍽-!

줄로 연결한 4명의 몸으로 한참동안 두들겨 패는 소리가 울리다가 조용해졌다.

그렇게 제압을 끝내고 만들어낸 탁상에 명단을 올려놓고 차원창세신 코아는 의자에 앉았다.

앞에는 얼굴과 몸이 반죽음이 되고 목은 쇠줄로 묶여 연결된 채로 무릎을 꿇고 있는 칭호를 받은 존재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단숨에 죄인이 된 것이다.

‘이게 뭐냐?’

‘왜 우리가 이렇게 되는 거지?’

완전히 범죄자와 수사관이 된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약해서 한심하니 차라리 죽으라고 폭력부터 휘두르는 강자에게 불만을 이야기 할 정도로 겁이 없지는 않았다.

기가 완전히 죽은 그들 앞에 진리에게 받은 칭호를 받은 존재들의 명단을 다시 흩어본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바로 수정할 수 있게 황금빛의 펜까지 꺼내들고서 사무적인 어조로 펜 끝으로 맨 우측의 인원을 가리키면서 물었다.

“칭호와 이름."

“마신(魔神) 부우......”

“........”

퉁명스런 대답이 들리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처음 보는데 다짜고짜 두들겨 맞고 제압을 당했으니 감정이 좋을 리가 없다.

그렇다고 대항해 보았자 상대조차 안 되고 버티어보았자 더 가혹하게 당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 쉬어서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되었다.

힘도 회복되고 있으니 대답이 고분고분할 리가 없었다.

‘도망자신세지만 나는 강자다.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그런데 이것이 문제였다.

서로 강자로서의 기준이 너무 달랐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명단의 이름과 마신 부우라고 대답한 존재의 얼굴을 교차해서 쳐다보다가 결국 코웃음을 쳤다.

“훗-! 네가 마신이라?

정말?

내게 덤비다가 목만 남은 마왕들도 웃겠다.

네가 마신이면 나는 마신황제다.

카하하하하하-!”

정말 가소롭다는 듯이 웃어젖히자 당연히 화가 나려고 했지만 화가 폭발한 것은 코아가 먼저였다.

“하하-! 이계 참 어이없이 약하고 웃기네.

이계는 입만 열면 진실을 가장한 거짓말만 내뱉는구나.

그리고 더럽게 약해빠진 주제에 감히 나에게 단답형의 대답이라?

정말 싸가지가 없구나.

에라이-! 강자의 관용을 바라고 덤비는 싸가지 없는 약자들은 이게 약이다.”

어디선가 목검의 모습을 보았다고 한 순간 이제 익숙한 머리를 후려갈기는 격타 음이 시원하게 터졌다.

퍼어어어어억-!

“크아아아아아-!”

상위의 존재가 휘두른 파멸유혼검에 맞으면 당한 입장에서는 비명을 견딜 도리가 없었다.

소멸까지 시킬 수 있는 공격이 죽음조차 용납하지 않고 그만큼의 고통만을 준다는 어처구니가 없는 상태에 절규할 뿐이었다.

비명을 지르면서 고개를 처박자 목에 걸린 줄은 그대로 옆의 동료들을 같이 잡아당겼다.

“힉-!”

“헉-!”

이미 저 목검에 많이 맞아본 주변의 칭호를 받은 존재들은 기겁을 했다.

더구나 저렇게 한명만을 때리다가 울화가 치밀면 주변까지 추가로 징계하는 막나가는 버릇이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때리는 것을 말리려다가 본인은 더 맞고 자신들까지 추가한다고 말을 했으니 모를 리가 없다.

‘괜히 동료라고 도우려고 했다가 더러운 성질을 거슬려서 일이 더 커진다.

지금은 입만 다물면 한명으로 끝을 낼 확률이 크다.’

차원창세신 코아와 만나 것은 정말 짧은 시간이지만 워낙 살벌한 진심을 입으로 말하니 정말 많이 알게 된 것이다.

과연 주변이 조용하니 불손하게 대답을 하여 화풀이 대상이 된 대상이 완전히 곤죽이 되어서 뻗어버렸다.

그리고 감당할 수 없는 고통에 비명조차 못 지르고 바들바들 떨고 있는데 차가운 목소리가 떨어졌다.

“같이 칭호를 받았는데 누구는 죽어라 고생하고 너희는 이계라는 이유로 편안하게 살았다 이거지?

진리께 칭호를 가진 존재들이 겨우 주신급이라니 아주 놀고들 있어.

거기에 감히 창조신인 내 물음에 반말?

약해빠진 세계에서 그나마 목에 힘주고 살아서 입과 자존심은 살았다 이거지?

오직 매가 약이다.

그럼 파멸유혼검으로 죽지도 못하고 실컷 맞아라.”

아직 분이 덜 가셨는지 목검들을 몇 개 불러들였다.

그리고 아직 신령조차 뒤흔드는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얼굴을 땅에 처박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칭호를 가진 존재를 마구 후려갈겨갔다.

퍼억-! 퍼억-!

“악-! 악-!”

도대체 왜 진리대리가 때리고 자신들은 맞고만 있는지를 이해할 수 없는 칭호를 받은 존재들은 억울하기만 했다.

맞는 이유가 자신은 고생했는데 너희들은 현세계에서 편하게 지내서 수준미달이 원인이란 것은 눈치를 채고 있었지만 정말 할 말이 많았다.

‘우리도 고생했다.

조금만 잘못하면 가중처벌을 해서 자리를 잡고 세력을 만들지도 못해서 떠돌이 신세였단 말이야.

‘난 정말 악마족들이 신이라고 떠받들 정도의 힘이 있단 말이다.’

조금만 행성에 세력이라도 만들어서 편하게 살려고 하면 현세계의 투신과 창조신들이 득달같이 달려와서 방해를 놓았다.

결국 혼자 일해서 먹고 살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방법뿐이었기에 대부분 도망자나 유랑자 신세였다.

무엇보다 허계는 잘 모르지만 현세계에서 자신들은 분명 강자였다.

칭호를 완전개방하면 최고위원회의 창조신들과 싸워도 밀리지는 않을 수준이었다.

허나 아무리 항의해보았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은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다.

그렇게 말도 못하고 비명만 지르면서 한참을 맞다가 마신 부우가 의식을 잃고 조용해지자 시선은 다음 대상으로 변했다.

“너 칭호와 이름.”

“불복종(不服從)의 디스입니다.

진리님께 칭호를 받은 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약합니다.

시간이 부족하여 비록 지금은 약하나 나중이 더욱 기대가 된다고 모두에게 평가받고 있습니다.”

‘불복종’이라는 칭호의 의미와는 전혀 다른 아주 예의가 바른 대답이 들려왔다.

바로 앞에서 함부로 대답했다가 어떤 꼴을 당했는지 보았으니 지극히 공손해진 것이다.

‘맞다가 쓰러진 동료의 목에 묶인 줄로 연결된 자신의 목도 위태롭다.’

그리고 자신이 받은 ‘불복종’이란 칭호가 단계적으로 수준이 향상되는 것이 아닌 개념권능이라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었다.

명단과 자신을 교차하면서 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펜으로 약간을 수정했다.

그리고 내용을 수정하면서 한탄하듯이 중얼거렸다.

“본래는 ‘절대복종(絶對服從)’인데 ‘불복종(不服從)’으로 변질이 되었군.

하위의 신격이나 정신력을 가진 존재에게 절대적인 명령권을 발휘하는 지배에 특화된  칭호가 어떻게 이렇게 될 수 있지?

이제 단지 상대 권능의 영향을 거부하고 반격하는데 특화되어 있군.

정말 아까운 위력의 칭호를 쓰레기로 만들었어.”

바로 앞에서 쓰레기라고 매도당한 불복종의 디스는 허무의 베인 다음의 강자였다.

앞에서 목줄을 쓴 채 고개만 숙이고 있던 칭호를 받은 존재들이 입을 딱 벌리고 경악할 소리를 내뱉은 차원창세신 코아는 명단 내용의 수정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취조에 들어갔다.

“변질은 그렇다 치고 넌 뭐야?

개념권능이 왜 이렇게 법칙에 대한 영향력이 약해?

본인의 의지박약이 문제인가?

뭐 좋아-!

어차피 죽여 버리고 칭호를 추출하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니 상관은 없지.”

“그.........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자신들을 죽여서 칭호를 추출하겠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칭호는 이미 자신들의 신령과 신체에 일체화되어있다.

칭호만 추출하면 신령이 무사할 리가 없다.

말 그대로 자신들의 소멸을 뜻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하는 짓을 보아서는 그러고도 남았다.

허나 놀라서 잠시 더듬거린 일이 또 치명타였다.

“허허-! 이놈이나 저놈이나 모두 구제불능이로군.

칭호가 모두 변질되어서 형편없이 발휘되고 있지 않는가?

두말하지 않겠다.

소멸시키기 귀찮으니 전부 자살해서 칭호를 반납할 의사는?”

“.......살려주십시오.”

모두 자살하라는 소리가 절대 농담으로 들리지 않았다.

더구나 약자는 용서 없이 처분하는 진리의 대리라면 이건 분명 진심이었다.

마치 사형수들처럼 목을 줄로 묶어 놓은 사실이 증명했다.

“핫-! 넌 칭호가 불복종이라며?

부당하게 억압과 폭력을 당하는 이럴 때에야 말로 앞에 나서서 자기희생으로 자살하여 너의 진가를 발휘할 때가 아닌가?

진리에게 칭호를 받은 존재답게 이를 악물고 칭호대로 살아야지 그러지 못하니 이렇게 된 것 아니냐?

냄새는 나지만 화끈하게 분신자살은 어때?

그렇게 자살하기 싫으면 내손에 죽을래?

자살도 타살도 싫어서 결정을 내리기 힘들면 내가 이렇게 계속 도와주라?

자살하라는 내 말을 순순히 들으면 고통은 없을 것이다.”

가볍게 양손을 푸는데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근육이 약동하고 관절이 전투태세가 되는 소리가 울렸다.

우둑-! 둑-!

‘빛의 창조신이면 부당한 짓인지 알면 하지 말고 자살도 권유하지 말란 말입니다.

그런데 정말 우리들을 약하다고 다 죽일 셈이다.

여기에 아직도 전력이 아니었나?

근력도 심상치가 않다.’

지금까지 보여준 힘만으로도 항거불가능인데 아직도 끝도 없이 여력이 남았다는 사실에 전율할 뿐이었다.

더구나 말하는 내용들이 하나하나 소름이 끼칠 정도로 냉혹하고 과감했다.

여기에 말하는 것을 들어 보니 칭호를 받은 존재들에 대해 거의 파악이 완료된 모양이었다.

‘변화직전의 칭호까지 다 알고 있다면 어쩔 도리가 없다.’

이렇게 몰리게 된 이유는 아까부터 보면서 수정하고 있는 저 명단이 가장 큰 문제였다.

어디선가 본 것 같더니 진리의 손에 쥐어져 있던 칭호를 받은 존재들의 연명부였다.

‘저 명단은 설마 진리님에게 받은 것인가?

분명히 처음 칭호를 받을 때 진리께서 직접 우리들의 존재를 기록한 명단이다.

저것이 있으면 우리들의 위치나 모든 것을 손바닥을 보듯이 알 수 있다.

이러면 도망은 고사하고 숨지도 못해.

정말 마음만 먹으면 전부 죽는다.’

제대로 불복종을 하려면 상대방의 의도와 상황을 정확히 알아야 했다.

복종하라는 협박이 아니라 모두 죽이고 칭호를 축출하려는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한 불복종의 디스는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아까 서우리나를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아주 박살내는 것을 보았을 때 제정신이 아니라는 생각은 했지만 약하다고 전부 자살하라니 이건 확실히 미쳐있다.’

더욱 두려운 것은 저런 황당한 미친 사고방식으로 말하는 것을 전부 실천할 힘이 넘치도록 있다는 점이었다.

여기에 직접 부딪쳐 보니 은둔 중인 칭호를 가진 존재들이 다 덤벼들어도 상대가 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힘의 차이가 나고 있었다.

‘자신들을 약하고 칭호를 변질시켜서 약화시켰다고 아주 안 좋게 보고 있으니 정말 모두 잡아 죽이고 칭호만 축출하겠다고 나설 확률이 컸다.’

결국 살 방법은 하나였다.

강함에 미친 차원창세신 코아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는 것이다.

‘강자를 알려주면 된다.’

어찌되면 동료를 파는 일이지만 저 기세와 읽은 성향대로라면 결과는 같았다.

전부를 찾아내서 원하는 대로 할 것이기에 결국 만나게 된다.

“현세계에서 칭호를 받은 존재 중에 만족하실만한 강자는 서우리나 근처에 은둔해 있습니다.”

“말해봐.

진리께 받은 절대복종(絶對服從)을 불복종(不服從)으로 변질시켜 말아먹은 죽어 마땅한 놈아.”

눈빛에 살기가 은은하게 섞여있는 것을 보니 정말 죽일 생각이었다.

허나 다행히 구명줄이 있었다.

아니 자신들에게서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릴 방법이었다.

“저희들 중 유일하게 칭호가 변하지 않은 존재이기에 강합니다.

또한 가끔 진리님을 직접 만나서 대화하기도 하고 최고위원회를 압박하여 대부분 감시만을 하게 만든 허무(虛無)의 베인입니다.

아마도 명단 처음에 적혀있을 것입니다.”

그 말에 역시 시선을 명단으로 바꾸는 차원창세신 코아를 보면서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리는 방법이 정답이었다.

“응? 맨 위에 쓰인 이놈인가?

그래도 서열 1위의 값을 한단 말이지.

정말 진리님을 몇 번이나 만나고도 무사하고?”

진리님을 만난 적이 처음 칭호를 받은 적밖에 없기에 무슨 의미인지 모르지만 전혀 거짓말은 없었다.

“가장 먼저 은둔했지만 현세계와 이제까지 힘의 균형을 맞추어온 저희들의 대표입니다.

진리님과 마주치고도 무사하고 외부의 일에는 침묵하는 허무가 있었기에 최고위원회의 창조신들도 극단적으로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저희들이 문제를 일으켜서 잡히면 변호까지 해주며 빼주었기에 허무가 나서면 다른 칭호를 받은 존재들은 모두 따를 것입니다.

하나하나 이렇게 직접 처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흐음. 하긴 이 정도의 수준이면 내가 직접 나설 가치도 없지.

시간낭비니 시켜야지.”

결국 약하다는 이유로 바로 죽는 최악의 첫 만남을 잘 넘기게 된 불복종의 디스는 누군가에게 용서를 구했다.

보아하니 허무를 바로 만나서 자신들을 떠넘길 모양이니 살아남은 것이다.

‘정말 미안하다. 허무(虛無).”

허무의 베인은 강력하나 자신들이 모이면 제압이 가능한 수준이다.

모든 권능을 흡수하여 무(無)로 돌리는 강대한 칭호의 특성을 보면 도망은 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관심을 보이게 하면 빠져나갈 방법은 없어 보였다.

‘허계의 창조주이면서 소수의 반역자들을 쫓아서 현세계까지 직접 추격한 진리였다.’

그런 진리의 대리로 보내질 정도면 더 지독하고 끈질기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추격을 할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실망하고 수련만을 하면서 조용히 살기를 원하는 허무의 입장을 생각하면 그동안 도움만을 받은 자신의 이런 배은망덕한 행동은 배신이나 다름이 없다.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다.

우리 힘들어도 같이 살자.’

허무는 아무런 미래도 희망도 없는 세상에 관심을 끊고 은둔을 가장 먼저 했다.

하지만 칭호를 가진 존재들의 일이라면 그래도 동료라고 몇 번이고 나서준 고마운 존재에게 못할 짓을 하게 되어서 마음이 너무나 찔리는 불복종의 디스였다.

허나 아직도 목이 줄로 묶인 예비 사형수의 신세이니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의리에 대한 보답도 살아야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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