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망(絶望)과 희망(希望) -->
전뇌계에서 무슨 정보를 들었는지 겁이 없어지려는 허무의 베인이었다.
가볍게 이빨을 주먹으로 모두 외출시켜준 다음에 파멸유혼검으로 아주 다져버린 차원창세신 코아가 이를 갈면서 외쳤다.
“으득-! 이 놈이나 저 놈이나 약해빠진 주제에 참으로 싸가지가 없군.
더구나 눈치까지 빠르니 더 열 받는 도다.
생각할수록 화가 나네.
그래서 부족하다-!”
완전히 뻗은 상대를 때려보았자 반응이 없으니 기분만 더 나빠진다.
더 화풀이를 할 상대를 찾아서 주변을 보니 칭호를 받은 존재 중 최강이었던 허무가 이빨이 다 털려서 쓰러진 것을 보고 눈이 커져서 쳐다보고 있는 것들이 걸렸다.
이놈들은 직접 상대해보니 완전 불합격이라서 꺼릴 것이 없었다.
“응? 뭘 꼴아 봐-!
너희들도 덤벼보겠다고?
칭호를 받고 몇 억년이 지난 주제에 겨우 주신급?
이 약해빠진 쓰레기들아-!”
살기와 투기를 마구 품어내면서 파멸유혼검을 들고 다가오는데 의도를 모르면 바보다.
“잠........잠시만-!”
“저희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건 놀라서 눈이 커진 것입니다-!”
허나 그런 말이 통할 상대가 전혀 아니었다.
용서 없이 마음에 안 드는 전원을 곤죽으로 만들었다.
퍼어억-! 퍼억-!
덤으로 옆에서 벌벌 떨던 5명도 두들겨 패서 피투성이로 만든 이후에야 울화가 조금 풀린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허무의 소유인 정원의 의자에 앉아서 아공간에서 뜨거운 차 한 잔을 꺼내서 상황을 정리했다.
이계가 약하니 여러 가지 장점이 있지만 단점이 더 컸다.
결국 결론은 하나였다.
“으으으음-! 하도 약해서 마음대로 해도 되지만 쓸 만 한 놈이 하나도 없어.
점령은 가능해도 발전은 무리다.”
부수는 것은 모두 자신이 하면 된다.
허나 이후의 일이 문제였다.
아무리 자신의 차원권능이 지역우주를 능가하는 권능영역을 가져도 수많은 행성과 신계의 관리는 무리였다.
쓸 만한 주신을 뽑아서 위임해야하는데 이 수준으로는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이계도 행성 위에서 10분의 1로 힘이 감소되는 제한은 같다.
이러면 거신족은 완전히 무리이고 행성의 정기가 강화되면 자연 발생되는 괴수와 하위 초월자들에게도 밀린다.’
행성과 영역을 완벽하게 정리해서 넘겨주어도 이렇게 약해서는 말이 안 된다.
괴수들과 초월자들에게 밀려서 정리는 고사하고 말아먹는 장면들이 눈에 선했다.
그걸 막기 위해서 동분서주하다 결국 폭발하는 자신의 모습도 말이다.
벌컥-!
속이 답답해서 그대로 삼키듯이 마시고 담뱃대를 꺼내서 불을 붙였다.
창조신의 몸이라서 아무런 효과도 없지만 최소한 기분은 해소가 되는 것 같았다.
‘후우우우-! 배신자들을 쓸어버리는 것은 나 혼자로 충분하다.
그러나 늘어나는 영역 관리가 안 돼.
나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없다.
믿고 맡길만한 존재들이 필요한데 겨우 주신급으로 뭘 하지?
행성 표면 위라면 초월자들의 합공에도 죽어나갈 것이 뻔한데.’
자신의 문제가 아닌 이계의 전체적인 수준문제이니 아무리 고민을 해도 신속한 해결책이 없었다.
길게 담배연기를 빨아 마셔도 답이 없었다.
‘성질대로 혼자 처리하기는 지금 이계영역 만이라면 상관없다.
앞으로 다시 되찾을 광대한 영역까지 생각하면 그래서는 절대로 안 된다.’
독립적으로 신계를 유지할 만한 강대한 창조신 혹은 주신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러나 이계의 기본적인 수준이 너무 부족하다 보니 맡길만한 강대한 주신이 없었다.
‘창조신은 허무 하나이고 이놈도 칭호를 제외하면 수준이 아슬아슬하다.
뭐가 이따위냐?’
전혀 위로가 느껴지지 않는 담배를 꺼버리고 아공간에서 술 1병을 땄다.
땅-! 벌컥벌컥-!
특별히 만든 술이지만 창조신에게는 효과가 적다.
그래도 마신다는 행위와 전혀 다른 자극이 머리를 식히고 있다.
허나 역시 잠시간의 기분전환 뿐이었다.
“에라이-! 이게 모두 약해빠진 너희들 탓이야.”
마시고 있던 술병을 그대로 뻗어있는 칭호를 가진 존재들에게 던져버렸다.
퍽-! 퍽-! 퍽-!
신체에 술병이 충돌하여 여기저기 튕겼지만 이미 정신을 잃은 존재들이 반응을 할 리가 없다.
입에서는 끝없이 넋두리가 쏟아져 나온다.
“이런 빌어먹을-! 대충 아무나 찍어서 마음대로 하라고 파견을 보내는 곳이 멀쩡할 리가 없지.
그래도 이건 너무 하잖아?
완전히 망한 상태에다가 부하들의 수준까지 이 정도면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미래의 말대로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수련이나 하다가 돌아갈까?
이런 망해가는 세상 따위는 알게 뭐야?
하지만 나중에 빛의 창조신이 담당구역을 방치했다는 소문이 나면 어쩌라고?”
아무 상관없는 이계를 방치했다고 떨어질 카르마는 아니지만 빛의 창조신으로서 평판은 바닥이 될 것이다.
창조신이 되니 카르마보다 평판유지가 뭔지 꼼짝할 수 없었다.
‘주우주에서는 여기처럼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거기에서는 전투서열이 겨우 1만위 근처의 약자신세다.’
더구나 자신은 차원일족의 오리진에다가 이것저것 다른 창조신이 탐낼만한 것을 가진 것이 너무 많았다.
조금의 약점만 보이면 피 냄새를 맡은 상어 떼처럼 덤벼들 것이다.
양보하려고 해도 욕심을 부려서 의뢰를 받은 것까지 이것저것 얽혀 있다 보니 꼼짝할 도리가 없었다.
화를 풀 상대들이 모두 뻗어서 무반응이니 신경질적으로 술병을 꺼내서 들이키는 것을 반복할 뿐이다.
뽕-! 벌컥-! 뽕-! 벌컥-!
한참을 그렇게 술을 마시고 있자 그래도 썩어도 준치라고 허무의 베인이 정신을 차리고 눈치를 보고 있었다.
주먹 한방에 날아가 버린 이빨들이지만 완전회복이 된 것을 보니 역시 칭호의 효과는 믿을 만 했다.
칭호가 신체를 재구현하는 것이 아닌 단지 권능의 덩어리이다 보니 제약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본인들 몸 주변에 가득 쌓여있는 빈 술병을 보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 모양이다.
주신이하라면 냄새만 맡아도 아찔할 정도로 독한 술병이 수십 병이 널려있는 것이다.
실제로 허무의 베인은 코를 찌르는 술 냄새에 기겁할 지경이었다.
‘뭐가 이렇게 독한 술이 다 있지?
이걸 차원 창세신 코아가 전부 마셨으니 정상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방금 덤볐다가 단 1방에 이빨이 전부 나가고 정신을 잃었다.
힘으로는 도저히 안 되는 것은 절감했다.
성질도 진짜 더러우니 자중해야 했다.
도주도 불가능하다.
바로 옆에 뻗어있는 불복종의 디스보다 잘 도망칠 자신이 없었다.
‘도주능력만은 특출한 불복종의 디스가 꼼짝없이 잡혀 끌려온 것을 보니 도망도 글렀다.’
그래서 눈을 감고서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하는데 막 술병을 하늘 위로 들어 올리고 입에 부어 마시던 차원창세신 코아가 외쳤다.
“크-! 주신일 때는 그래도 조금은 올라갔는데 있었는데 이제 보충 외에는 의미가 없군.
허무의 베인은 시킬 일이 있으니 앞으로 나와라.”
“!”
500억년동안 진리가 수시로 약자에 대한 진심어린 폭력과 매도로 몸과 신령에 새겨 넣은 생존본능은 정직했다.
강자의 명령에 자동적으로 아주 공손하고 빠르게 반응한 것이다.
사사사삭-!
맞아서 이빨을 털리고 쓰러진 적도 없다는 듯이 재빠르게 일어서서 신속하게 옆으로 다가온다.
조금 떨어진 정면에서 양손을 모으고 아주 예의 바르게 서있는 허무를 바라보면서 혀를 차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아무리 보아도 이놈은 나와 너무 닮았다.’
그러니 기분전환으로 두들겨 패도 기분이 나쁘고 아예 안 보자니 쓸 만한 부하가 전혀 없었다.
이 꼴이지만 이계 최강의 강자를 기분으로 무시할 정도로 무능하지는 않았다.
“쯧-! 칭호를 가진 존재들을 전부 모아서 군대로 만들고 내가 시킨 일을 실시하라.”
“알겠습니다.
가장 선한 자와 악한 자를 하루에 1명씩 말소시키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마치 오랜 기간 주고받은 상위자와 하위자의 관계처럼 더 이상의 질문은 없었다.
아니 사유를 물어보았자 더 두들겨 맞는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이 이상하면 자기만 손해였다.
“그래. 반드시 공개적으로 이계의 최고지배자가 된 차원창세신인 코아가 시켰다고 알리고 이유를 불문하고 소멸을 시켜라.
칭호를 받은 존재들을 전부 데리고 가서 반항을 할 엄두조차 주지마라.”
“........알겠습니다.”
왜 이러는지 전혀 모르겠지만 그 말에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가장 악한 자를 죽이면 명성이 생긴다.
그 놈에게 당한 약자들의 감사가 따르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착하 자를 죽이면 악명이 당연히 생긴다.
선한 자에게 도움 받은 자들이 분노하는 것이다.
명성과 악명은 결국 인지도로 통했다.
“진리대리 회색현재 차원창세신 코아의 이름을 이계에서 가장 빠르고 강하게 각인시켜야 한다.
최대한 거창하고 화려하게 처단하고 소멸시켜라.”
지도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인지도였다.
누구도 상급자 전부를 기억하지 않는다.
그 중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을 가진 존재들만 기억할 뿐이다.
‘최고 위원회의 창조신들의 이름조차 전부 아는 신이 드물지.’
지나가는 촌부가 왕의 이름을 모르고 태평성대를 노래한다면 그 왕은 국가의 위기에는 전혀 쓸모가 없다는 뜻이다.
그 왕이 나라에 변란이 생겨서 긴급하게 군대를 모은다고 한다면 과연 그 촌부가 응하겠는가?
결코 그럴 리가 없다.
허나 모두가 알고 있다면 다르다.
악명이면 무서워서 오게 되고 명성이면 자발적으로 모인다.
그리고 악명과 명성이 전부 있다면 국가의 전력 전부를 동원할 수 있다.
물론 반란을 통재할 수 있는 무력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절대적인 독재는 최고 지배자에게 극히 위험한 통치방법이나 하겠다는데 말릴 방법이 없군.
하긴 허계의 존재라면 돌아가면 그만이니 상관이 없겠군.’
만나자마자 약하다고 두들겨 맞고 욕만 먹었으니 충언을 할 의리는 물론 없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 다음에 주변 동료들을 데리고 자리를 서둘러서 뜨려고 했다.
여기저기 널려있는 술병에서 풍기는 냄새만으로도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이런 독한 술을 수십 병을 마시고도 아무런 영향이 없는 육체라니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런데 더욱 당황하게도 아공간에서 술병을 몇 개 꺼내더니 하나를 자신에게 던졌다.
휘이익-! 탁-!
“일을 시키는 대가로 1병씩 주마.
여기서 전부 마시고 가라.”
먹으면 자신조차 죽을 것 같은 독한 술을 주면서 무슨 큰 은혜를 내리는 것 같았다.
‘이 독한 술을 뭐 하러?’
아무리 보아도 창조신이상의 힘을 가진 자신도 무사하지 못할 정도로 특별하게 만들어진 독한 술이다.
허나 본래 술을 못한다고 사양하고 빠져나갈 상대가 아니었다.
“네놈들도 처먹어.”
그리고 쓰러져 있던 다른 이들까지 강제로 깨워서 술병을 입에 꽃아 넣는 폼을 보니 억지로 마시게 하고도 남았다.
결국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눈을 딱 감고 조금 마셨다.
냄새만 독하지 차원창세신 코아가 저렇게 마셔대고도 멀쩡하니 실제로는 별것이 아닐 수도 있었다.
그리고 바로 후회했다.
“꿀컥-! 꿀컥-! 커허허헉-!
이.........거 뭐야?”
술이 입과 목에 닿는 순간 정말 용암을 삼킨 것처럼 뜨거워서 참을 수 없을 정도였다.
끝없이 기침을 했다.
“쿨룩-! 쿨룩-!”
도대체 창조신을 넘어서는 자신을 이렇게까지 당혹하게 만들 술을 어떤 재로로 만들었는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겨우 2모금 마셨는데도 몸속이 화끈하다 못해 온 몸에서 식은땀이 흘러나왔다.
머리도 어질어질한 것이 정말 인간으로 돌아가서 독주를 진탕 마신 것 같았다.
가장 강하다는 자신이 이런 정도이니 억지로 입에 부어넣은 다른 칭호를 받은 존재들의 상태는 볼 것도 없었다.
바로 정신을 차리고 일어섰다.
“커어어어어-! 독이다-!”
“멍청한-! 독이 우리에게 들을 리가 없잖아? 커어어!”
“케에에-!”
“우엑-! 우엑-!”
“컥-! 컥-!”
자신이 이렇게 쓰러질 정도이니 무의식중에 강제로 삼켜진 다른 이들은 미친 듯이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속이 불타서 재로 변하는 것 같아서 얼굴은 새빨개지고 어떻게든 토해내려 했지만 차원창세신 코아는 오히려 술병을 목구멍에 더 밀어 넣어서 못 토하게 했다.
그리고 술병까지 입안으로 박아 넣어 버렸다.
한마디로 아수라장 같은 술판이었다.
‘끔찍하군.
술로 군기를 잡나?’
몇 모금만 마셔도 이런데 억지로 전부 들어 마셨다가 도저히 못 견딜 것 같아서 슬쩍 술병을 뒤로 숨기고 땅으로 버리려고 했다.
주변이 모두 빈 술병에 술 냄새가 가득하니 조금 흘렸다고 문제가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 숨은 막히고 몸속이 뒤집어지는 고통에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그들의 귀에 차원창세신 코아가 쏘아붙였다.
“그건 주우주만이 아니라 절대계에서도 거의 없고 이계에서는 꿈도 못 꿀 보물이다.
내가 우주수의 수액을 몇 만 년의 시간을 투자해 계속 농축시켜 만든 정기 술이지.
신체가 여력이 있고 소화만 시킬 수만 있다면 거기 담긴 정기로 적어도 신력 1천만을 증가 시킬 수 있다.
주신 이하의 하위신이 먹으면 당연히 터져죽겠지만 너희는 칭호가 있으니 안 죽을 것이다.
참고 처먹어서 조금이라도 강해져라.
일을 잘하면 하나 더 줄 것이니 죽어라고 일해.”
본래 이계의 허약한 존재들이 먹을 수 있는 보물이 아니다.
마도신의 오리진님께 3만년동안 훈련을 받으면서 너무나 부족한 신력을 어떻게든 채워보겠다고 이것저것 만드느라 더 혼났다.
시간은 많았으니 아주 많이 만들기는 했는데 창조신의 영역에 든 지금은 대부분 효과가 떨어져서 이제 별 쓸모가 없었으니 이렇게라도 써야했다.
허나 칭호를 받은 존재들에게는 머리에 벼락을 맞을 정도로 충격이었다.
입에 박힌 술병과 위에서 날뛰는 술을 어떻게든 토하려던 다른 칭호의 존재와 막 술병을 기우려서 땅에 비우던 허무의 베인은 기절초풍하게 놀랐다.
‘신력 1천만의 증강-!
그럼 이게 술 냄새가 아니라 정기가 농축된 냄새였어?’
현세계에서 본신신력 1을 수련으로 올리는데 정상적으로는 10년을 고생해야 한다.
그럼 적어도 이 술이 1억년의 수련효과와 동일하단 소리였다.
1천만의 신력이 늘어난다면 생존의 가능성만 있다면 독이 아니라 극약이라도 삼켜야 했다.
쪼르르르릇-!
그리고 귀에 천둥처럼 조금씩 흐르는 물줄기 소리가 들렸다.
바로 조금 마셔도 못 견딜 지경이라 몰래 버리려던 술이 술병 입구를 지나서 땅으로 떨어지는 소리였다.
1억년의 수련을 앞당겨줄 보물을 땅에 버리려고 하고 있었다.
“허어어어억-!”
저절로 헛기침을 하면서 이제까지 내었던 가장 빠른 몸동작으로 머리를 땅에 박아 넣으면서 입으로 떨어지는 술을 받아마셨다.
“벌컥-! 벌컥-!”
천만다행으로 단 1방울도 흘리지 않고 받아 마신 허무의 베인은 이를 악물고 조금 남은 술병의 술도 모두 삼켰다.
누구에게 빼앗길 여유로 주지 않기 위해서 땅에 엎드린 자세 그대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