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망(絶望)과 희망(希望) -->
너무 충격적인 지시에 놀란 심장이 울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둥-! 둥-!
배신자들과 이 전선에서 500억 년간 실질적인 정전상태였다.
그런데 그 전선을 무너트린 것은 바로 제 2차 이념전쟁을 바로 벌이겠다는 뜻과 같았다.
이런 엄청난 결정을 허계의 창조신의 지시로 수행할 리가 없었다.
적어도 최고위원회의 위원회의 만장일치와 일반신들의 과반수 찬성이 필요한 사항이었다.
‘이걸 독단적으로 했다가는 절대로 무사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 행동을 할 여유가 없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치를 챘는지 혀를 차면서 가볍게 주먹을 쥐는 것이다.
“쯧-! 약자 주제에 명령 불복종?
그럼 죽어라.”
부우우우우웅-!
꽉 쥔 주먹에서 어마어마한 살기와 투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깨달았다.
눈앞의 코아의 명령을 어기면 군사법정에 서는 불명예보다 지금 당장 소멸당한 위기라는 사실을 말이다.
또한 창조신은 신체 소멸이 거의 불가능한데 바로 직전에 2명의 배신자들의 창조신이 사라졌다는 사실도 다시 기억에 떠올랐다.
결국 발작적으로 외쳤다.
“전진해-!”
둥-! 둥-!
직속상관인 방어 군사령관의 지시였다.
더구나 적은 물론이고 위협이 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영역이기에 정신을 차린 투신들은 명령대로 전진을 시작했다.
군대가 전선을 넘어서 전진한다는 의미를 잘 모르는 일반투신이라서 더욱 꺼림 낌이 없었다.
그런 모습을 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만족한 웃음을 띠었다.
“끌끌-! 그래야지.
기지까지 이동시켜 방어선을 형성하라.”
“.......이동하라.”
참모부도 상황을 보고 있었다.
반대하는 의견이 나올 법 하지만 적의 방어군을 순간적으로 소멸시킨 창조신의 지시였다.
창조신인 사령관의 멱살을 잡고 두들겨 패는 존재가 참모들에게 어떤 식으로 나올지는 당연했다.
‘참모부까지 전부 죽여서 정기로 바꾼다고 했지.’
여기에 참모부에서 버티고 있던 주신까지 고개를 끄덕이자 결국 기지이동을 실행하고 말았다.
사령부에서 직접 명령을 받은 이동기지들이 요란한 진동을 내면서 전진을 시작한다.
위이이이이이이잉-!
전선의 경계를 이동기지들이 넘어온 것을 확인한 코아는 방어군 사령관의 목을 잡어서 들어 올린 채로 전진을 시작했다.
방어군의 전선 돌파와 점령이라는 이계 초유의 명령이었다.
투신들이 망설이는 것이 손에 잡힐 듯이 보였기에 확신을 심어주어야 했다.
비록 멱살을 잡혀서 끌려가는 모양세지만 지휘관과 강력한 창조신이 앞장서서 나아가고 있으니 점점 투신들이 추가되고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다.
결국 후방의 요새까지 기동하여 적들이 사라진 영역을 점유하는 것을 본 1군사령관은 눈앞이 깜깜해지는 느낌이었다.
500억 년간 누구도 성공 못한 잃어버린 영역을 되찾은 감동보다 이후에 벌어질 후폭풍을 조금만 생각해도 아찔해질 지경이었다.
그리고 적의 최종병기도 마음에 걸렸다.
‘벌어졌다.
이제 최소한 전쟁이다.
설마 아르카나 시스템(Arcana System)까지 쓰는 것은 아니겠지?’
적의 최종병기인 그걸 사용하면 결코 물러날 수 없다.
2차 이념전쟁은 확정적이었다.
이런 고민을 1군 방어군 사령관이 하고 있지만 허나 적의 영역까지 군사령관과 군세를 전부 기동시켜서 점유를 완료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더욱 유쾌하게 웃었다.
“크하하하하-! 군대는 이래야지.아군이 적보다 강한데 이런 웃기는 장기간의 대치를 참아줄 이유 따위는 없다.
이대로 적의 본성까지 전진해볼까?
아니 점령할 전력이 부족해서 무리인가?
카하하하하하-!”
이렇게 500억년의 휴전상태가 무너졌다.
이계가 자신의 인도로 처음으로 배신자들에게서 영토를 되찾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회복한 영역에 이동된 이계의 요새와 투신들이 방어선을 굳히는 작업을 확인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바로 다시 혼자서 전진을 시작했다.
전혀 원치 않게 전쟁의 도화선이 되어버린 1군 방어군 사령관은 멍한 시선으로 그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역시 회선에서 불이 나듯이 연락이 쏟아져 나왔다.
1할이나 되는 적의 전선을 돌파하고 전선을 재구축했으니 다른 방어군 사령군의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짓이었다.
방어선을 양분한 자신과 전혀 상의도 하지 않고 벌인 일에 당황하고 분노한 2군사령관을 맡은 여투신의 분노한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이게 무슨 짓이냐? 1군 방어군 사령관-!
왜 우리에게 아무 통보도 없이 멋대로 적들을 공격하고 영역을 점령했지?”
“.........”
당연히 설명을 해줄 수 없다.
‘목을 잡혀서 끌려왔다고 어떻게 말을 하나?’
누구에게나 설명할 수 없는 과거가 있는 법인데 전혀 배려가 없다.
“대답을 해-!
너희만 지금 전선에 돌출해 있다.
잘못하면 앞과 옆에서 합공을 당할 수 있어.”
“.........”
‘혼자서 무척 시끄럽네.
여신이라서 그런가?’
평소에는 경쟁심으로 서로 싸우던 관계였으니 정확한 정보를 알려줄 생각은 없었다.
더구나 그렇지 않아도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복잡한 심정이었다.
직접회선으로 강제로 듣는 목소리가 들기 좋을 리가 없다.
‘목소리의 톤이 높고 감정이 실리니 지극히 듣기가 좋지 않네.’
그러나 항의에 타당성은 있었다.
이렇게 전선이 돌출하고 유지하면 방어면적이 늘어나니 당연히 위험했다.
방어군 사령관의 입장에서는 지극히 상식적인 전술분야지만 고개를 흔들면서 전면을 보았다.
‘앞과 옆에서 합공은 당할 리가 없지.
전면의 적은 저 꼴이다.
그런데 설마 본성까지 가는 것은 아니겠지?
그럼 안 되는데.......’
차원창세신 코아가 혼자서 적진의 앞으로 이동해간 우주영역에서 또 다시 엄청난 폭음과 불꽃이 일직선으로 갈랐다.
분명 공격영역이 아닌 자신들에게조차 저절로 신음이 나올 정도로 충격파가 덮쳤다.
“큭-!”
꽈꽈꽈꽈꽈꽈꽈꽈-!
파괴영역에 포함된 배신자들의 군세의 규모와 운명을 생각하니 몸서리가 쳐질 정도의 전율이 느껴졌다.
도대체 아무런 신계지원도 없이 혼자서 저렇게 빨리 움직이는지 모르지만 이미 항성계이상은 멀어진 것 같은데도 충격파가 바로 느껴질 정도이다.
충격파가 공간을 초월할 정도니 얼마나 가공할만한 파괴력이 발동되었는지 모를 정도였다.
그리고 거기에 포함된 배신자들의 전력이 어떻게 되었는지 조사해볼 필요도 없었다.
또 다시 1만이상의 투신들로 구성된 군단이 하나 사라진 것이다.
이건 정말 창조신 혼자서 했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전과였다.
‘정말 혼자서 적의 본성까지 부술 기세로군.
이러면 수복을 위한 공격은 당분간 없어.
방어선을 더욱 견고하게 하고 바로 보고해야 한다.’
일단 일은 벌어졌다.
다급하게 새로 확보한 영역의 방어선을 재구축을 견고하게 하는데 전력을 투입했다.
멱살을 잡히고 생명을 위협당해 어쩔 수 없이 벌인 일이다.
하지만 잘만 하면 현세계에서 처음으로 영역을 회복한 방어 군사령관이라는 명예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실수하면 바로 군법으로 극형을 받는 것도 확실했다.
준비와 허락도 없이 2차 이념전쟁이 벌어질 수 있는 원인 중 하나가 된 이상 선택의 여지 따위는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진리대리라는 저 창조신이 성공하기만을 바라야 했다.
그러니 같은 투신이지만 속사정을 결코 말해줄 수 없었다.
“비밀이다.”
“뭐.......뭐야?”
간단하게 대답을 하고 최선을 다해서 방어선을 자신까지 나서서 재구축하기 시작했다.
적의 전선은 완전히 관통되었다.
그리고 전면이 완전히 붕괴 중이니 지금 확보한 영역을 굳히면 병력을 자유롭게 투입할 수 있는 관문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포기를 하지 않는다.
“특별명령이라도 받은 것인가?그럼 2군은 어떻게 하라는 거냐?
너희와 인접한 전면의 적들도 후퇴하여 영역이 비고 있는데 우리도 전진을 해도 되는 것인가?
이런 상황에 대한 추가 작전 명령은 없어?
지금이라면 우리도 아무 피해 없이 전진할 수 있다.”
결론이 이거였다.
이미 1군이 영역을 확보해서 굳히기에 들어갔고 자신들의 전면도 흔들리기 시작하니 똑같이 전진하고 싶은 것이다.
빼앗긴 영역을 회복한 사령관이란 명예는 군신(軍神)이라면 목숨을 걸고서라고 얻고 싶은 것이었다.
허나 사태가 명확하지 않으니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이 여우가?
책임을 지기는 싫지만 이득은 챙기고 싶다 이거지?’
투신이나 전신과 같은 투쟁적인 부분은 신족의 남성이 강하다.
신체조건이 밀리는 여신이면서도 기라성과 같은 강력한 남주신들을 제치고 군부 최상위에 오른 능력을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이런 정략적인 면에 치중하는 부분은 지극히 짜증이 났다.
“명령을 기다려.”
“그러니까 누구의 명령을 받았냐는 말이야?
위원회도 모른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작전을 아무런 통보나 협의도 없이 혼자 벌릴......”
‘정말 진리대리로 온 허계의 창조신이 독단으로 벌렸군,’
이미 본성까지 확인해본 모양이니 이 이상은 시간낭비였다.
지금까지 벌린 일로도 목이 붙어 있을까 의심스러운데 남의 공적까지 신경을 써줄 여력은 없었다.
뚝-!
그대로 연락을 끊어버리고 바로 최고위원회에 연결했다.
이유가 어떻든 그렇게나 고대하던 승리이자 전진이었다.
모든 투신과 전신들이 신이 나서 너나 할 것 없이 달려들자 방어막도 더없이 견고해지고 있다.
방어가 저 정도면 일단 문제가 없으니 이제 자신도 살 방법을 여러 가지로 강구해야 했다.
‘최고위원회가 진리대리라는 차원창세신 코아를 정중히 모시라고 명령했으니 모른 척하지는 않겠지.
그래야만 하는데........워낙 일이 크니 어쩐다?’
그런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한 간단한 점령보고에 최고위원회의 창조신들의 넋이 나간 표정을 처음 보게 되었다.
“점........점령했다고?”
“배신자들의 영역을?”
“.......예”
이건 전선을 유지하고 벌이는 신경전과 같은 작은 도발이 아니다.
군대가 전진해 적의 영역을 빼앗았다면 그건 바로 전면전의 시작이었다.
이러면 2차 이념전쟁이 바로 코앞이었다.
투신이나 신기의 질이 높다고 하지만 3배 이상의 전력 차이는 쉽게 뒤집을 수 없다.
그런 큰 일이 이렇게 쉽게 벌어지다니 믿어지지 않지만 화면 너머에서 새로 방어선을 만들고 있으니 부정할 수 없었다.
“코.......코아께서는 어디로 가셨느냐?”
이런 위기를 만든 원흉이자 가장 기댈 수 있는 전력인 차원창세신 코아를 찾았다.
1군 방어군 사령관은 최고위원회의 상당히 망설이는 존댓말이 이상했지만 바로 대답했다.
“차원창세신 코아께서는 적의 본성을 한번 점령해 보신다고 전진하셨습니다.
막는 적의 군대를 모두 소멸시키면서 이동 중이십니다.”
“콜록-!”
“쿨룩-!”
“컥-!”
여기저기서 놀란 기침소리가 나오면서 더 이상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500억년동안 서로 이를 갈면서 어떻게든 처리하려던 본성의 점령이 마치 아이들의 장난감을 어른이 나서서 뺏는 것 같았다.
그리고 차원창세신 코아는 본성으로 다가갈수록 필사적으로 막으려고 덤벼드는 배신자의 군세를 기쁘게 처분하고 있었다.
일직선으로 본성을 향해 군세와 행성들을 무차별적으로 소멸시키면서 전진하고 있으니 자신의 의도를 모를 리가 없었다.
투신들의 부활과 치유를 담당하는 본성의 신계가 무너지면 대부분의 전쟁은 패배다.
저들은 어떻게든 막아야하는 상황이었다.
그것이 비록 화산에 뛰어드는 나방신세라도 말이다.
“킬킬킬-! 그래 덤벼라. 덤벼.
전쟁은 이래야지.
12써클 전멸세계(全滅世界)-!”
배신자들의 수준은 정말 이계의 투신들의 아래였다.
이제 정식영창으로 위력을 증가시킬 필요도 없었다.
꽈가가가가가가가가가강-!
별들이 폭발하여 우주를 진동시키는 폭음과 충격파가 또 다시 전면을 뒤덮었다.
저 폭염 속에서 살 수 있는 신은 최소한 이계에는 없었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사라지는 허약한 군대를 처리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폭발의 소용돌이 속을 관통하여 배신자들의 본성을 향하여 전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