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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생존전략-687화 (687/1,533)

<-- 절망(絶望)과 희망(希望) -->

모처럼 안락했던 시간을 포기하고 움직일 시간이었다.

가볍게 소파에서 일어나 성마신의 검은 전신갑옷을 불러들였다.

좌라라라라라-!

전지의 성이 신체를 빈틈없이 감싸는 갑옷을 겉에서 시중을 들던 다른 전능일족의 여주신들도 곧장 같은 전투복장을 취한다.

그녀들이 황금빛의 전신갑옷으로 완전무장을 한 모습을 보면서 전지의 성은 주의를 주었다.

“여기의 신계관리주신들을 강력하다.

잘못하면 망신을 당할 수 있으니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이들 4명은 부족한 정기 속에서도 먼저 봉인을 풀만큼 특히 아끼는 아이들이다.

그리고 과거 창조신을 무수히 배출했던 명문 중의 명문이 바로 전능일족이다.

신체와 신격이 허용한다면 모든 권능을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함은 동급의 주신이 견딜 수 없을 정도이나 여기의 신계관리주신들도 만만치가 않았다.

‘동급의 경지라면 결코 승패를 장담하지 못할 정도의 강력하지.’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여주신들과 정령주신들의 대표의 장단점을 의지로 보내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전능일족 중에서도 특히 뛰어나서 동급의 주신은 4명까지 상대가 가능한 이 아이들과도 그들은 막상막하였다.

‘오리진인 내가 빠지면 밀리겠는데?

어디서 저렇게 강력한 주신들만 모아놓았는지 재주도 좋아.’

성격과 상황만 좋았다면 이미 어딘가의 독립신계주신이나 창조신의 반려로도 손색이 없다.

전능일족의 남주신의 반려로 추천을 할까 생각도 해보았는데 차원의 마도신이 모두 임시 후궁으로 임명하고 여주신들이 신계에서 하는 행동을 보고 바로 포기했다.

어지간한 남주신은 감당할 수 없는 실력과 성향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전능일족의 도움이 되면 상관없는데 오히려 감당이 될지 의문이었다.

공간의 문을 열고 주신전에 도달하자 상황은 이미 난장판이었다.

쿠쿠쿠쿠쿵-!

차원의 마도신이 냉소어린 미소를 지으며 앉아있는 영광의 자리를 중심으로 신력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거의 300명이 넘는 주신들과 수천의 고위신들이 품어내는 신력의 충돌이었다.

어지간한 주신이라면 말려드는 순간 분쇄되어 버릴만한 그 신력의 소용돌이의 중심 속에서도 차원의 마도신은 평온했다.

아니 오히려 나직한 만족감을 드러내었다.

“좋군........아주 좋아.

충분해.”

차원공통원소의 장악력이 아니었다면 창조신에 도달한 자신조차 피해를 입을 정도의 강력한 권능들이 다양하게 보이고 있었다.

정령주신들까지 불러들여서 정기와 신력을 아낌없이 퍼부은 가치가 있었다.

‘아니 그 동안의 고생과 인내를 생각하면 당연하지.’

이를 악물고 참아가면서 길러낸 차원신계다.

최고위 창조신계의 지원으로 과거의 강력함을 되찾은 그녀들은 실로 만족스러웠다.

지금 집결되어 파악된 신계관리주신의 수만도 과거 500주우주의 오리진 200명, 중급 주신으로 9명, 상급 정령주신으로 5명이다.

그리고 주신이 다스리는 신계였다면 원탁에 앉을 정도의 고위신이 정령신황 10명, 정령주신 45명 25명, 주신급 30명, 정령주신급 65명이었다.

여기에 조그만 더 수련을 쌓는다면 주신급의 신이 될 수 있는 수백 명의 최고위 신들과 수천의 고위신까지 있다.

이것은 일반 창조신계와 자신을 제외하고도 단독으로 싸워볼만한 전력이었다.

거기에 각자가 가진 뛰어난 잠재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여기에 자신의 직속세력도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숫자도 많지만 여주신들과 정령주신들에게 밀리지 않을만한 힘을 어느새 되찾아 있었다.

‘500주우주의 오리진들은 부활한지 얼마 안 되어서 장기전은 무리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상관없었다.

비록 수준이 낮아도 오리진은 오리진이었다.

저들이 신계관리주신으로 있는 한 최고위 창조신계의 신력지원은 유지된다.

‘그렇지 않다면 몸값도 받지 않고 순순히 부활시켜서 신계관리주신의 자리까지 내려줄 이유가 없지.’

허나 아직도 신계관리주신의 자리는 절반이상 비어있었다.

최고위 창조신계의 혜택을 완전히 받으려면 어떻게든 저 자리를 채워야 했다.

‘그것이 반역자든지 배신자든지 말이다.’

“.........”

차원의 마도신이 물끄러미 몸값도 지불하지 않으면서 전향조차 하지 않고 버티는 500주우주의 오리진들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갑자기 자신들이 감당하기 힘든 강력한 주신들과 세력들이 살벌한 투기를 품어내면서 신력을 품어내자 다급하게 구석으로 피해있었다.

‘50명이니 조금은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배신자들도 신격만은 쓸 만하고.......안 움직이나?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

500주우주의 오리진들은 포로 신세로 괜히 499주우주의 신계의 내전에 말려들어서 다시 죽음을 경험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바로 그런 자신들을 말없이 쳐다보는 차원의 마도신의 시선을 받았다.

검은 로브에 가려진 얼굴 속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의 눈동자가 그대로 신령을 강타한다.

“........”

“!!!”

오리진인 자신들의 신격자체가 뒤흔들리고 모처럼 부활한 신체가 그대로 붕괴되는 느낌에 저절로 식은땀이 폭포처럼 흘러나왔다.

그리고 저항의지가 완전히 사라졌다.

자신들 전부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완전히 납득을 한 것이다.

이미 강한 줄은 알고 있지만 직접 보니 너무나 차이가 컸다.

‘이 무슨?

오리진인 우리가 신격으로 압도를 당한다고?

창조신장님도 이렇게 느낌이 강렬하지가 않았는데?’

하도 극심한 차이를 보이니 아예 저항이 포기할 정도다.

이게 일 년도 안 되는 발전이라니 갈수록 놀랄 일투성이였다.

그리고 이런 내전반발 직전의 상황에서 저 시선이 무엇을 요구하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중립이나 외면은 용서하지 않겠다는 뜻인가?’

자신의 편이 되든가 아니면 차원의 마도신의 시선의 이동에 따라 자신들을 주시하고 있는 저 강력한 주신들의 편이 되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란 뜻이었다.

그리고 이미 승패는 자신들이 보았을 때 정해져 있었다.

선택을 거부하고 중립을 선택하면 차원의 마도신이 어떻게 흉악하게 나올지는 이미 신령연옥에서 몇 번이나 보았다.

아군은 그래도 봐주는데 적이라면 일반신과 투신을 가리지 않고 학살은 기본이었다.

절대로 적이 되면 안 될 상대였다.

그리고 평화로운 시기면 모를까 이렇게 세력다툼이 치열한데 중립을 선택했다가는 가장 먼저 양쪽에서 공격당할 우려까지 있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꿀꺽-!”

결국 크게 침을 삼키고 차원의 마도신의 영광의 자리의 뒤로 이동하는 500주우주의 오리진들이었다.

포로인 자신들이 왜 499주우주의 신계의 내전에 이런 식으로 목숨을 걸고 강제개입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지만 이미 물러날 곳 따위는 없었다.

아니 차원의 마도신이 용납할 리가 없다.

저 끝없이 꼬장꼬장하고 뒤끝이 있는 성격에 곱게 처분해줄 리도 없었다.

‘오리진의 체면에 방금 고위신들처럼 공개적으로 구타를 당하는 것만은 사양이지.’

그런데 문제는 아직 손에 쥐고 있던 군기를 잡은 이계의 배신자들의 창조신들이었다.

갑자기 신체를 소멸당하고 주우주에 끌려와서 정신이 없는 와중에 무참하게 상위의 신에게 두들겨 맞아서 일단 머리는 숙였지만 아직 이성은 있었다.

과거 최고위 지배층인 자신들이라서 지금 이 상황이 무슨 일인지 모를 리가 없다.

갑자기 본성인 피오리나와 자신들을 통째로 소멸시킨 차원의 마도신을 위해 싸울 이유 따위는 절대로 없었다.

“잠.......잠시만 저희들은 현세계의 창조신으로서 허계의 일과는 전혀 상관.......컥-!”

퍼억-! 퍽-! 퍽-!

바로 500주우주의 오리진들의 신경질적인 상위의 신격이 담긴 일격들이 신령을 강타하자 비명조차 못 지를 고통에 결국 말도 못하고 끌려갔다.

포로인 자신들 입장으로는 당연한 항의인데 용서가 없었다.

허나 500주우주의 오리진들의 입장으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몸값도 안 오고 정기만 소모하고 있는 쓸모없는 포로 신세인 자신들이다.

밥값으로 군기를 잡으라고 신체까지 부활시켜 주었는데 교육의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바로 죽음을 당할 확률이 컸다.

결국 차원의 마도신 뒤로 모두 도열해서 입장을 분명히 하자 이미 결정한 과거의 동료들이 딱하듯이 한마디를 했다.

“그냥 오지.

뭐 하러 이렇게 돌아오나?”

“.......동료가 아쉬운 처지가 될 것 같으니 친하게 지내지.”

과거라면 당장 노발대발하면서 받아쳤겠지만 지금 상황이 극히 좋지 않았다.

왜 신계내부에서 이러는지 모르지만 정말 전쟁직전이었다.

더구나 상대해야할 주신들이 너무 강력했다.

막 부활을 해서 전력을 발휘하기 힘든데다가 과거의 정상적인 몸으로도 감당이 가능할지 의문인 상대인 것이다.

‘차원의 마도신이 직접 나서면 고민할 필요도 없지만 오랜 정치적인 감으로는 직접 나서서 진압할 것 같지는 않다.’

내부의 반대세력을 신계주신이 나서서 제압하면 그것이 바로 반역이고 대량의 숙청이 필요하다.

허나 휘하의 신계관리주신들끼리 싸우면 단지 세력다툼일 뿐이다.

신계발전을 위해서 여기까지 참아오면서 막대한 투자만을 해온 차원의 마도신의 스스로의 신계 전력을 깎아 내릴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 증거로 저런 살기와 투기가 넘치는 신력의 중심부에서도 아무런 대응조차 하지 않고 상황만을 주시하고 있다.’

‘역시 우리의 힘과 효용성을 보여주라는 뜻인가?

그렇다면 약간의 전력이라도 더 필요하다.’

그러니 시선이 여전히 멱살이 손아귀에 쥐여져 있는 이계의 창조신들의 신령에게 갔다.

주신보다 약한 것 같지만 그래도 신격은 틀림없는 창조신들이었다.

높은 신격은 어디든 쓸모가 있었다.

‘이 허약한 창조신들의 신령도 받아들이실 생각인가?’

‘뭐 우리가 관여할 일은 아니지.

그나저나 이거 심각한데?’

‘이 몸 상태로 처음 큰 거 한방을 견디겠나?”

신계관리주신들이 본격적으로 보인 신력과 권능들의 위력이 심상치가 않았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퍼붓는 최대의 공격을 예상하면 부활한지 얼마 안 된 몸의 내구력으로는 감당이 힘들어 보인 것이다.

‘일단 최초 전력공격만 버티면 나머지는 머릿수로 제압할 수 있다.’

그래서 은근히 유도했는데 바로 원하던 해결책이 나왔다.

500주우주의 오리진으로서 이미 오랜 기간 대립과 화합을 같이 해온 사이기에 무슨 의도인지 바로 알아챈 것이다.

‘그럼 일단 이 놈들을 맨 앞에 세우자고.’

‘그래도 창조신의 신격이 있으니 주신의 권능에 소멸되지는 않겠지.”

이미 전투가 직전인 것 같았고 과거 일족의 뒤에서 지휘만 하는 편한 신세가 아니라 직접 최전선에서 싸워야할 병사의 입장이 되었으니 꺼릴 것이 없었다.

바로 손에 쥐었던 창조신들의 신령들을 그대로 자신들의 앞에 방패막으로 세워버린다.

그리고 시정잡배들처럼 은근한 협박과 회유도 곁들였다.

‘잘 버티어라. 아가들아.’‘도망만 안치면 잘 말씀드려서 처우를 개선해주마.’

순식간에 최전선에 방패로 세워진 배신자들의 창조신들은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바로 도망을 치거나 창조신으로서 포로의 예우를 해달라고 항의를 하고 싶었지만 이건 말이 통하거나 도주가 가능한 상대들이 아니었다.

상위의 신격도 문제지만 권능의 수준차이가 너무 커서 아예 통하지가 않는 것이다.

더구나 무슨 말만 하면 바로 폭력이니 상식적인 대응자체가 안 통했다.

고귀한 지배층이었던 자신들이 이제 최전선에 강제로 방패막으로 세워졌지만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에 절망하면서도 최선을 다해 버틸 생각을 했다.

그러나 각오를 하고 전면을 주시하는 순간 순식간에 의지가 사라졌다.

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궁-!

“.........”

이제 거대한 바다의 소용돌이처럼 유형화되어 주신전 자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신력의 충돌이 거기 있었다.

신력 200억이 최고수준인 이계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고밀도의 신력과 권능들이 각자의 위력을 뽐내면서 주신전 전부를 집어삼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창조신의 신령조차 소멸을 면치 못할 것 같은 그런 엄청난 신력의 충돌 중심에서 차원의 마도신이 정말 기쁜 듯이 웃어젖혔다.

“쿳-! 카하하하하하하하하-!

보아라-! 미래-!

드디어 중급 신계에서 정식으로 창조신계에 도달했다.

이게 바로 나의 신계다-!

나는 일 년 만에 여기까지 발전시켜 왔다.

모든 준비는 되었다. 코아-!”

그 순간 신력의 거대한 소용돌이가 뭔가에 충돌한 듯이 굉음이 울렸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이 정도의 신력이 뭔가에 의해 충돌하거나 폭발하면 어지간한 신계는 전부 소멸한다.

이제야 사태를 파악하고 얼굴이 창백해진 신계관리주신들이 다급하게 보호막을 가동했지만 폭발음 밖에 아무런 징조는 없었다.

다만 신력의 충돌 전부를 빨아들인 듯이 검은 빛을 환하게 품어내는 거대한 검은 구슬이 차원이 마도신 머리 위로 모습을 나타내었을 뿐이다.

차원의 마도신은 머리를 위로 들어서 엄청난 검은 빛을 품어내는 코아를 보면서 상태를 점검했다.

‘신계에 있는 모든 신들의 권능과 신력을 흡수하여 창조의 신력이 가득 차 있다.

성공이다.’

이제까지의 코아는 상대를 분해해서 정기로 바꾸는 것만을 중점으로 했다.

허나 지금의 코아는 아주 달랐다.

신격과 정기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미래인 회색의 절대자조차 대부분의 권능을 습득해야 하기에 혼자서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서 뒤로 미룬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창조신계의 전부를 동원하면 가능한 것이다.

“너조차 익힌 권능의 숫자 부족으로 완성을 하지 못한 창조의 코아다.

나 혼자가 아닌 신계의 지원을 받으면 이런 일도 가능하고 이렇게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데 나보고 신계를 포기하라고?

말도 안 돼는 일이지.

크하하하하하하하핫-!”

그렇게나 바라던 더없이 강력한 힘과 창조의 힘을 얻은 차원의 마도신은 이미 신계관리주신들과 세력 다툼 따위는 관심도 없었다.

다만 지금보다 더 위를 바라보고 갈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있었다.

모든 신계관리주신들이 전력으로 발동시켰던 신력과 권능이 한순간에 흡수되어버린 믿을 수 없는 사태에 공황상태에 빠진 주신전에 조금 놀란 전지의 성의 음성이 울렸다.

“호오? 이미 상황 끝인가 보네?

역시 안 와도 되었네.

그런데 이제 또 무슨 일이 벌어지려나?”

“........”

자신의 반대편의 신계주신대리의 자리에 가이아나를 앉히고 바로 뒤에 앉아서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전지의 성을 쳐다보았지만 할 말이 없는 전율의 진군이었다.

자신도 뭐가 어떻게 돌아갈지 예측이 안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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