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망(絶望)과 희망(希望) -->
하지만 자신을 눈앞까지 끌어올려서 소리치는 흑발의 거인은 이미 흑염 권능의 구현체로서 보기 힘들 정도로 실체화되고 있었다.
더구나 근육의 긴장도로 보아서는 아주 살짝 쥔 것 같은데 자신의 머리를 부술 듯이 파고드는 손가락의 힘은 잠시만이라도 방심하면 두개골이 으스러트릴 기세였다.
드드드드드드-!
‘그러나 이 악력이 증거다.
완벽하게 발휘된 흑염의 권능이 가장 철저하게 보호하는 머리가 부수어지려고 있어.’
도저히 이 사태를 이해하지 못해 말을 못하고 있는 차원의 마도신을 다시 자세히 쳐다본 흑발의 거인은 혀를 찼다.
“쳇-! 창조신이잖아?
사이안이 아니었군.
그런데 왜 이렇게 느낌이 비슷해?”
툭-!
흥미가 떨어진 듯 바로 바닥에 다시 던졌다.
“!!!”
부러진 전신의 뼈가 근육과 내장을 다시 찔러서 고통에 몸부림을 치는 차원의 마도신을 쳐다보지도 않고 말한다.
“뭐 어쨌든 잘못 봐서 미안하다.
신력을 보니 잘 나가는 신족 같은데 알아서 잘 치유해 봐라.
나는 치유능력 같은 것은 안 키우거든.”
그대로 차원의 마도신을 완전히 무시하고 주위를 돌아보았다.
굉장히 잔혹한 행위인데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사이안으로 잘못 보아서 반죽음을 만들었기에 치료를 알선해주는 친절을 발휘할 수도 있다.
허나 보자마자 이렇게 처리한 이유가 있다.
사이안과 착각한 이유도 컸지만 상당히 감이 안 좋아서였기 때문이다.
밀림의 야생의 시절이나 절대자의 세월에서도 언제나 옮았던 직감이 시킨 대로였다.
‘이놈은 뭐지?
위기감은 절대 아닌데 가만히 두면 뭔가 귀찮게 할 것 같으니 바로 처리해야한다는 느낌인데?
뭐 이 정도로 손을 보았으면 끝났겠지.’
이 정도면 어떤 신족도 목숨만 붙어있을 정도다.
그래서 머리만 멀쩡하게 만들어 놓은 차원의 마도신을 다시 땅바닥으로 던져버린 흑발의 거인은 관심을 끊고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렸다.
‘이상하게 좁은 길을 사이로 금속의 벽이 끝없이 이어진 지형이다.’
덕분에 자신의 어깨에 닿을 정도로 좁은 금속의 벽을 아주 귀찮게 느꼈다.
거의 3미터가 넘는 키에 근육이 전부인 가진 자신의 덩치 때문이지만 아주 짜증이 났다.
“젠장-! 좁아-!”
그래서 바로 양손을 좌우로 뻗어서 신경질적으로 양쪽 벽을 좌우로 밀어 버린다.
꽈꽝-! 파아아아아앙-! 우르르르릉-!
양 손으로 가볍게 미는 것으로 보았는데 결과는 너무나 놀라웠다.
창조신조차 움직이기 힘든 창조신계의 정문이 통째로 날아갈 기세로 활짝 열려버린 것이다.
게다가 그러고도 힘이 남아서 당장 박살이 날 기세로 흔들리고 성벽 전체가 진동하고 있는 것이다.
산맥과 같은 크기의 성문을 아무 준비동작도 없이 열어젖혀졌으니 보는 입장으로서는 기함을 할 일었다.
‘뭐야? 저 성문이 저렇게 쉽게 열려?’
‘컥? 최고위 창조신님들도 엄청 힘들게 여셨는데?’
저 문을 열려면 어느 정도로 힘이 있어야 아는 499주우주의 창조신들의 눈도 더없이 커졌다.
무엇보다 그들은 극도의 신체 단련을 통해서 창조신이 된 강자들이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할 정도의 기량은 충분했다.
‘순수한 힘이다-!’
‘기술도 권능도 아닌 단지 육체의 힘.’
‘육체능력만으로 창조신계의 성문을 열다니 그게 말이 되나?’
‘나도 모른다.
허나 벌어졌다.’
주변의 시선이 어떻든 공간을 확보한 흑발의 거인이 오른손을 눈썹에 올려놓고 여기저기를 돌아본다.
성문 너머로 하늘 높이 솟은 신전들이 무수하게 들어서있는 모습이 신계로 보이는데 도저히 여기가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이제 좀 넓어져서 잘 보이는군.
여긴 또 어디야?
절대계 어딘가의 신계인가?
사이안 이 빌어먹을 자식은 불렀으면 바로 튀어나오지 어디로 갔어?”
어차피 신계의 위치와 같은 자잘한 지식은 전부 황금의 절대자와 회색의 절대자가 알아서 해주었기에 신경도 쓰지 않았다.
덕분에 오래간만에 생소한 위치에 왔으니 영 불편한 것이다.
그러나 모르면 물어보면 된다.
마침 이 신계의 주민인 것 같은 창조신들이 눈앞에 있었다.
더구나 가소롭게 자신의 앞에서 투기까지 미약하게 흘리면서 말이다.
“그리고 네 놈들은 또 뭐야?
신족의 창조신치고는 꽤 강한데?
그런데 내 앞에서 투기?
오래만의 도전자들이냐?”
“........”
흑발의 거인이 질문을 했지만 창조신들은 방금 가볍게 쳐서 확 밀어젖힌 창조신계의 정문을 조사하고 있었다.
문들이 아주 저 멀리 안 보일 정도로 활짝 열려서 권능까지 동원해서 조사를 했다.
그렇게 확인해 보니 손바닥으로 때린 장소가 그 모양 그대로 엄청나게 확대되어 있고 내부까지 형편없이 구겨져 있었다.
그리고 성벽 주변까지 커다란 금이 쩍쩍 간 것이 자연복구는 되겠지만 엄청난 타격을 입은 것 같았다.
‘저 성문과 성벽은 모든 물리력 무효가 아니었나?’
‘신족이나 마신족의 권능도 거의 대부분을 무효화하지.’
‘그런데도 조금만 더 건들면 산산조각이 나서 흩어질 정도로 타격을 입었다.’
창조신장님의 권능이 담긴 정문을 저렇게 쉽게 파손했다는 뜻은 신격이나 힘이 자신보다 한참은 위라는 뜻이 되었다.
‘창조신들이 집중공격을 해도 흠집도 안 나는 성문조차 부서지기 직전이다.’
‘저 힘은 대응불가다.’
‘아아. 저 거인은 분명 상식외의 무엇인가가 확실해.’
위기감이 극도로 고조된 가운데 흑발의 거인의 관심을 받은 499주우주의 창조신들은 반응은 아주 빨랐다.
‘이해 불가다.
일단 무조건 후퇴.’
‘절대 우리 상대가 아니다.’
지금 차원의 마도신이 구현한 흑발의 거인이 어떤 힘을 가졌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최소한 하나만은 알았다.
정체는 잘 모르지만 자신들로는 결코 건 들여서는 안 되는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
499주우주의 창조신들이 가장 자신이 있는 것은 공격능력이 아니었다.
바로 상대의 강함을 파악하는 안목이었다.
이길 수 없는 상대와 싸우다 소멸되는 바보는 창조신에 절대로 없었다.
그래서 흑발의 거인의 질문에 바로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했다.
“도전자는 절대 아닙니다.
그럼 갑자기 바쁜 일이 생겨서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응?”
흑발의 거인이 잠시 멈칫하면서 뭐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이미 그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창조신들이 전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흩어져서 도주한 것이다.
그것도 은신까지 하면서 말이다.
후다다다다다닥-!
얼마나 동작이 빠른지 이미 있었다는 흔적과 날리는 먼지뿐이었다.
상대를 파악하는 안목과 비견되는 능력은 전력보존을 위한 후퇴능력이었다.
권능이 10배 이상인 대신족과 치열하게 계속 부활해가면서 싸워왔기에 동급이 아니라 상위의 능력자라고 해도 도망칠 수 있었다.
그래서 흑발의 거인이 추가로 말을 걸거나 제지하기 전에 순식간에 뒤로 후퇴할 수 있던 것이다.
그렇게 10명이 전부 순식간에 사라지자 흑발의 거인은 나직하게 감탄을 했다.
“허어? 명예로운 전투만을 외치던 창조신들이 이렇게 쉽게 도망쳐?
신족도 꽤 달라졌네.”
어찌나 도망을 신속하고 절묘하게 하는지 10명 전부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도망을 쳤다.
그것도 은밀성까지 대단했다.
본격적으로 하면 잡는 것은 문제가 아니나 시간도 걸리고 꽤나 번거로울 정도였다.
499주우주의 창조신들이 전부 흔적도 없이 도주자 흑발의 거인은 인상을 찌푸렸다.
‘나를 보고 도망치는 것은 당연하기는 하지.
확실한 적도 아닌데 저렇게 빠르게 숨으면서 도망가는 상대를 쫓아가기는 귀찮다.’
그렇다고 여기가 어딘지 설명을 해줄 상대가 전부 사라지면 곤란했다.
다행스럽게 뭐에 놀랐는지 바짝 얼어붙어 있는 신령들이 많이 있었다.
신격은 최고위 창조신으로 무척 높아 보이는데 아주 이상할 정도로 약했지만 말이다.
“야-! 너희들은 고위 창조신의 신령들 같은데 그럼 나 잘 알지?
저 하급 창조신들처럼 도망치면 가만히 안 둔다.
알다시피 내 추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존재는 절대계에도 없다.
“........”
또 다시 이상할 정도로 강력한 강자의 관심의 대상이 된 이계의 창조신들은 도망갈 엄두조차 못 내고 있었다.
이계에 와서 하도 당하다 보니 이제 습관이 된 상대의 기량파악의 결과가 추정 불가였기 때문이다.
분석이고 뭐고 아예 모르겠다면 12써클인 자신들보다 적어도 2써클 이상의 권능으로 구현되었거나 만들어진 존재라는 뜻이다.
14써클은 이미 영원체인 창조주님의 영역이었다.
물론 써클이 없는 미비한 존재일 가능성도 있지만 방금 전의 상황으로는 그럴 리가 없었다.
‘방금 전까지 이계의 신족을 초토화시킨 차원의 마도신을 가지고 놀듯이 압도하던 강력한 허계의 창조신이 싸우지도 않고 전부 후퇴를 했다.’
‘더구나 저 강대한 차원의 마도신이 한방에 전투불능으로 만든 존재가 써클이 없을 리가 없지.’
무엇보다 살아있는 실체인지도 의심스러웠다.
차원의 마도신이 직접 권능으로 구현하는 것을 보았으니 허상이 분명한데도 그것마저 파악이 안 되고 있었다.
아까 허계의 창조신들은 그래도 힘의 감은 잡혔는데 있을 수 없는 사태였다.
“그러니까 여기 어디야?
사이안이 뭐하고 싸우고 있었기에 처리 못하고 나를 소환해?
그런데 이 놈 어디 갔어?
또 뭘 꾸미기에 안 보여?”
“........”
왜인지 모르지만 차원의 마도신에게 구현된 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사이안이란 존재에게 전장에 끌려왔다고 철썩 같이 믿는 흑발 거인의 으름장이었다.
허나 사실을 알고 있는 이계의 창조신들은 완전히 혼란에 빠졌다.
상대가 무슨 의도로 저러는지 전혀 감이 안 잡히고 존재하는 것조차 의심스러웠다.
그러니 지금 사태는 대처 불가능했다.
‘능력파악은 고사하고 신격조차 모르겠어.
아니 분명 존재는 하는 것인가?’
이렇게 파악하기 힘든 강대한 존재가 노려보는데 도망칠 엄두도 나지 않았다.
아니 뭔가 쳐다보고 있으면 소름이 오싹 끼치면서 따라야 한다는 느낌이 전해져 왔다.
그것도 창조주님에 대한 공경이 아니라 마치 고양이를 본 생쥐처럼 포식자를 보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아주 공손하게 대답을 했다.
“예. 여기는 허계(虛界)의........”
그런데 그 말이 심기를 거슬렸는지 듣기 소름이 끼치는 심장이 울리는 소리가 흑발의 거인에게서 울렸다.
쿠우우우우웅-! 쿠우우우우웅-!
그리고 아주 짙은 살기어린 미소로 오른손의 주먹을 쥐어서 앞으로 내미는 흑발의 거인이었다.
이러는 이유는 바로 귀청이 떨어질 것 같은 고함으로 알았다.
“허어어어어어계-?
절대계(絶代界)가 아니라 허계(虛界)?
우리가 그렇게 말하지 말랬지.
어디의 누구인지 모르지만 진실만을 추구한다는 창조주의 측근들처럼 말살될 때까지 두들겨 맞다가 사라지고 싶으냐?
고위 창조신이면 말소가 안 될 것 같냐?
결국 내 주먹 앞에서는 다 똑같이 끝장나더라.
때리다보니 어느새 끝나있었지.
수없이 해본 걸 또 못할 것 같으냐?”
그 말로 정체모를 위압감의 정체를 그 말로 알았다.
수없는 창조신을 말소시킨 포식자의 투기였다.
여기에 바로 자신들 앞에 내밀은 주먹에서 소름이 끼치는 근육과 뼈가 충돌하는 소리가 울렸다.
우두두두두두둑-!
차원의 마도신이 아까 전력의 공격으로 겨우 조금 틈을 만든 신계의 정문을 겨우 손바닥으로 쳐서 완전히 날려버린 것을 보았다.
도저히 이해가 전혀 안가는 저런 무지막지한 괴력에 맞으면 영원체가 아니라면 소멸이 불가능하다는 창조신의 신령이라도 무사할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정말 바로 두들겨 팰 기세다.’
‘또? 허계는 뭐 이러냐?
말 한마디만 잘못하면 바로 끝장인가?’
그러나 이미 차원의 마도신의 신계에서 오리진이란 작자들에게 약한 주제에 고개가 높다고 치도곤을 당한 뒤였다.
설마 하면서 고집을 부릴 때가 절대로 아니었다.
‘이 허계는 도대체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약자면 최고위 창조신이고 뭐고 없다.’
‘저 힘에 맞으면 정말 말소될지도 몰라.’
지금은 겨우 용어를 가지고 고집을 부릴 때가 아니었다.
몸값을 지불하든 아니면 일해서 갚든 살아남아야지만 과거의 영광의 자리로 되돌아 갈 수 있었다.
더구나 지켜보는 부하들도 없으니 망설일 필요도 없었다.
“절대계(絶代界)의 중심지로 유추됩니다.”
“그래-! 너희들은 바로 잘하네.
이러니 얼마나 좋아.
그것들은 끝까지 죽어도 못 바꾼다고 버티던데 말이야.
흥-! 직위가 높다고 가만둘지 알았으면 오산이지.
일단 꺼림칙하면 전부 부셔야 해.
그럼 다시 말해봐.
절대계(絶代界).”
“절대계(絶代界)-!”
흑발의 거인은 창조신들의 복창에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 이계의 창조신들도 아주 어색한 미소를 했다.
아주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그리고 밖은 현세계(現世界)가 아니라 이계(異界).”
“.........”
그것만은 차마 할 수 없었다.
비록 초월자들에게 밀려서 거의 몰락해서 지원을 받고 살았지만 신족의 최고위 지배층이란 자존심만은 지켰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창조신들이 바로 따라하지 않자 흑발의 거인의 주먹이 아니라 몸 전체에서 살벌한 기세와 울림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마치 사형선고처럼 으스스한 살기가 넘치는 목소리가 명령조로 흘러나왔다.
“이계(異界). 따라 해라.”
우르르르르르릉-!
몸 전체에서 마치 번개가 울리는 소리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마치 신령자체가 공포에 떠는 것 같았다.
결국 떨어지지 않는 입을 겨우 열고서 말했다.
“이........계.”“좋아-! 강자가 시키는 대로 하는 너희들은 가망이 있다.
살려주마.”
결국 측정할 수도 없는 힘과 기세에 밀려서 현세계의 지배층이란 마지막 자존심을 포기한 이계의 창조신들이었다.
더없이 비참한 심정으로 눈물까지 흘릴 기세의 이계의 창조신들을 무시하고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 아스라이 보이는 가장 커다란 신전에 쓸 만한 힘을 가진 창조신을 느낀 덕이다.
“거의 14써클에 도달한 창조신이 있군.
저 놈이 이번 반란세력의 수장인가?
하지만 저 정도면 사이안이 얼마든지 제압이 가능할 것인데 왜 나를 불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