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망(絶望)과 희망(希望) -->
바로 다시 도망을 쳐야하나 고민을 하는데 눈치를 챘는지 쇄기를 박는다.
‘일단 거기서 막아-!
1대 흑염의 절대자에게 주우주가 파괴되면 안 된다.
네가 도저히 안 되면 내가 직접 나서겠다.
그리고 넌 오리진에 대한 직속 연락망은 다시는 쓰지 마.
강제로 끊을 수도 없고 머리가 울리잖아-!’
현자주제에 저런 실수만 하면서 그래도 회색의 일부다.
처음에 직접 회선으로 연락을 받았을 때 코웃음을 치면서 전달되는 회선을 끊으려고 했는데 권능의 통제력에 밀려서 거부가 안 되었다.
오리진의 일족에 대한 강제력을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리고 신체능력이나 권능도 기간을 생각하면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강화되어 있었다.
‘또 뭘 대가로 받았기에 이렇게 되었냐?
아니 무슨 의뢰를 받아서?’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사실에 더럽게 기분이 나쁜 2대 흑염의 절대자였다.
‘또 이런 짓을 하면 아예 내 손으로 죽여주마.’
본인이 벌인 일에 대한 뒷수습이지만 그래도 전투를 코앞에 둔 일족에게 오리진이 할 이야기는 아니다.
더구나 흑염의 권능을 어설프게 익혀서 창조력이나 권능까지 사용하는 효용성을 따지면 꽤나 귀중하고 희귀한 전력이다.
하지만 워낙 사고만 쳐대고 여기저기 끌어들여서 아수라장을 만드니 좋게 봐줄 수가 없다.
그러고 보니 이제까지 쭉 의문이 가는 일이 있었다.
‘그런데 너의 미래인 미친 회색자식은 왜 거품을 물면서 나에게 덤비냐?
진심으로 하면 상대도 안 되는 약자주제에?’
물론 완전히 무시할 정도로 약하지는 않다.
이번 서열전과 이후에 벌어진 회색의 절대자와의 결투로 엄청난 부상을 당했으니 말이다.
그런 상대가 서로 죽자고 달려드니 아무리 생각해도 보통 원한이 아니다.
단지 회색의 절대자가 되는 것을 방해했다고 이 정도일 리가 없다.
그런데 차원의 마도신이 속 시원하게 해답을 말했다.
“제 미래를 흑염의 절대자님이 직접 나서서 말소시켰다던데요?”
“누가-!?
내가 돌았다고 다른 10중심과 그런 원한을 쌓나?
그것도 저런 미친 짓만 하는 놈하고?
아예 상종을 안한다.”
회색의 절대자와 얽힌 적이 절대로 없었다.
회색의 절대자의 자리를 노리고 있었는데 후보조차 없어서 안심하고 있다고 뺏겨서 화가 나기는 했다.
하지만 그 전에 본 적도 없는데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화가 난 의지만 보냈는데도 하도 기가 막혀서인지 음성처럼 쩌렁쩌렁 울렸다.
하지만 차원의 마도신은 별로 느낌도 없다는 듯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제 미래의 일이죠.
지금보다 조금 흐른 미래에 저번에 보신 전능의 휘에게 패배를 당해서 신체를 잃은 적이 있답니다.
그걸 안 황금의 절대자님에게 10중심이 될 자격을 박탈당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부활과 재도전의 기회는 있었는데 바로 옆에서 튀어 나오셔서 말소시켰다고 하더군요.
다행히 마도신의 오리진님에게 복구되어서 수련을 쌓고 회색의 절대자가 된 것이 바로 지금의 회색의 절대자입니다.”
“..........치이-!
그게 그런 원한이었냐?”
뭔가 굉장히 꼬여있는 상황이지만 무슨 뜻인지 모를 리가 없다.시간과 공간의 권능을 사용하면 발생하는 인식의 지체였다.
아마도 그 시간대에 도달하면 자세하게 기억하게 될 것이다.
거짓도 아닌 것이 절대계 최고의 현자인 회색의 절대자의 자리를 빼앗긴 지금의 자신의 심정이라면 그러고도 남았다.
다시 공석으로 만들기 위해서 기회가 오자마자 바로 처리했을 것이다.
‘그래도 10중심이니 후환을 걱정해서 말소까지는 잘한 모양이다.
그런데 설마 바람가의 오리진들이 개입을 할 줄이야.
이렇게 10중심에 자신들의 편을 박아 넣었다 이거지?
한번 해보자 이거냐?
하지만 결판을 보기 전에 이 미친 회색부터 먼저 어떻게 해야.......’
흑염권능에 의해 잘 안돌아가는 머리지만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려고 하는데 차원의 마도신이 묻는다.
“그런데 아무 상관도 없는데 뭐 하러 주우주까지 직접 오셔서 그러셨어요?
그러니 저렇게 열 받아서 미친 듯이 복수하려고 하죠.”
‘.........’
자신의 신령의 정체까지 아니 전후 사정을 다 알 것인데 천연덕스럽게 물어오니 또 울화가 치밀어오려고 한다.
과거에 절대계 최고의 현자로서 회색을 대신한다고 자부하던 자신이다.
그런데 흑염권능의 특성으로 권능통제에 주력하다보니 연산력이 아슬아슬하다.
‘수십 가지 미래의 경우를 상정하고 수백 가지 결과를 마음대로 주무르던 영광의 현자시절은 어디가고 지금은 내일도 모른다.
지식보다 본능에 기반 한 직감을 주로 사용하다보니 일을 하고서도 설명을 할 수가 없다.’
덕분에 항상 쓸데없이 사고 친다고 욕먹고 야만스럽기 짝이 없다고 비난을 당하니 이렇게 억울할 수가 없었다.
결국 지금 회색의 절대자가 자신에게 복수하겠다고 여기저기서 미쳐 날뛰는 이유가 바로 그런 자신의 행동과 의지 때문이라는 힐난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직감으로 한 짓이라 자신도 잘 모르니 할 말이 없었다.
보아하니 결국 자신의 실수 탓이다.
아니 말소시켰으면 깔끔한 일 처리인데 설마 주우의 창조신에게 패배한 약자 따위에게 바람가의 오리진들이 가세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휴우. 하긴 본래 대부분의 문제는 본인의 오판과 욕심에서 나오지.
넌 이일이나 잘 처리해라.
이제 온다.”
우우우우웅-!
경고를 받지 않아도 달아오르는 공기로도 알 수 있었다.
얼마나 열을 받았는지 몸 전체가 검을 불길과 같은 살기와 투기에 휩싸여 주변을 태우고 있었다.
저것이 바로 흑염의 기원으로 접근만 해도 어지간한 존재는 모두 말소시킬 수 있는 원초적인 투기와 살기의 융합체였다.
그러나 2대 흑염의 절대자의 지원으로 흑염권능의 수준이 급상승하고 이제까지 인식하지도 못했던 1대 흑염의 절대자의 이동과 움직임이 확연하게 보였다.
‘2대 흑염의 절대자의 흑염권능의 지원을 받는 이상 1대는 전혀 두려울 것이 없다.’
흑염일족에게 흑염의 불꽃은 도움이 되면 되었지 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서로의 우위를 가리는 것은 얼마나 강력한 파괴력을 만들어서 상대의 육체를 먼저 부수느냐에 있었다.
“알겠습니다!
이제부터 전투에 들어갑니다―!”
화르르르르르르르르-!
차원의 마도신의 머리카락부터 검게 타오르는 불꽃이 하늘 높이 치솟는다.
마도신의 연산력으로 낭랑하게 외치는 절대계 최고의 신체강화권능 ‘폭혈’이 주변을 뒤흔들기 시작한다.
“1성에 폭음(爆音)-! 2성에 뇌음(雷音)-! 3성에 멸음(滅音)-! 4성에 무음(無音)이다.
그 앞에 적은 없다.
이것이 폭혈(爆血)이다.”
심장이 번개가 치는 것처럼 빠르게 뛰면서 혈류의 흐름을 끝없이 가속시킨다.
그 결과 근육과 키가 폭발적으로 증가되는 것을 느끼면서 양손을 맞잡은 상태에서 그대로 어깨 뒤로 젖혔다.
그러자 손아귀에서 바로 거대한 양날도끼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차원공통원소까지 집어넣어서 완벽하게 만든 파호톤이었다.
2미터로 부푼 몸 크기에 비견되는 거대한 양날 도끼에는 고풍스런 문양까지 뚜렷하게 보일 정도였다.
심상치 않은 공격준비를 눈치를 챘는지 1대 흑염의 절대자의 신형이 더욱 가속해서 다가오고 있었다.
허나 상관없었다.
2대 흑염의 절대자의 가호를 얻은 이상 신체능력도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무엇보다 ‘언제나 동전의 앞면’의 절대 명중이 있는 이상 공격이 빗나갈 수도 없는 것이다.
“뇌음(雷音) 파호톤”
수가가가가가가가각-!
앞으로 달려나갈듯이 튕기면서 전력으로 내던진 파호톤이 그대로 대기를 양단하면서 덮쳐간다.
“음?”
위협을 감지했는지 바로 1대 흑염의 절대자의 신형이 사라졌다.
더욱 속도를 높여서 잠시 인지조차 놓칠 정도였으나 그 순간 파호톤도 가속해서 사라진다.
저렇게 속도를 높여서 빠져나갈 간단한 권능이었으면 이미 자신의 미래가 끝장을 보았을 것이다.
“뭐-!?”
공중에서 당황한 1대 흑염의 절대자의 음성이 터지고 모습이 나타났다.
그것은 폭혈의 뇌음으로 최대한 증폭해서 던지 파호톤의 도끼날이 정확하게 이마를 찍어버리는 순간이었다.
“큭-!”
파가가가가가각-! 화가가가가가-!
신계 전체를 뒤흔드는 굉음과 허공 전부를 태울 기세로 검은 불길이 타오른다.
2대 흑염의 절대자 본인조차 상쇄 없이는 견딜 수 없는 절대의 파괴력이다.
‘의심할 필요도 없는 직격(直擊)에 즉사(卽死)다.’
이미 회색의 절대자가 여러 번 당해서 위력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저렇게 되고서 양단되어 죽지 않을 존재는 없었다.
“푸하하하하하하하-!”
너무 쉽게 끝났다고 기분 좋게 웃어젖히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자신이 벌인 일이지만 아주 기분 좋게 해결되었다.
그리고 과거 신족 학살자로서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1대 흑염의 절대자를 쓰러트렸으니 다시는 자신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엄청난 폭음이 뒤를 이었다.
꽈아아아아아아앙-!
아까 금이 갔던 성문의 한쪽이 마치 커다란 포탄에 맞은 것처럼 구멍이 뚫리고 송두리째 부서져 내린다.
또 발생한 이상한 상황에 웃고 있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터져 나왔다.
“이런 젠장-!
이번에는 또 뭐야?”
그 말과 동시에 성문의 거대한 파편들이 굉음을 내면서 여기저기 날려진다.
꽝-! 꽈꽝-! 꽝-!
공깃돌처럼 날려지는 거대 파편 속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 것은 너무도 멀쩡한 1대 흑염의 절대자였다.
“설마? 분명 직격되었는데 어떻게?”
파호톤은 신력 1,000조의 회색의 절대자조차 걸리면 무조건 양단하는 절대의 파괴권능이다.
자신이 구현하여 써클도 낮고 신력도 200억 미만인 1대 흑염의 절대자로는 견딜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런데 나직한 2대 흑염의 절대자의 의지가 전해져 온다.
“파호톤조차 견디어내는 육체.
진짜로군.”
아직까지 반신반의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지시도 약간 애매모호했다.
“그럼 어떻게 이기신겁니까?”
“나니까.”
지극히 기분이 나쁘지만 정답인 것 같은 대답에 일순 할 말을 잃었다.
그런데 파편을 튕겨내고 천천히 걸어 나온 1대 흑염의 절대자가 파호톤에 맞은 머리 부분을 손가락으로 문지른다.
그리고 손가락을 바로 확인하고 신경질을 내며 외치기 시작했다.
“또 피났다.
아오-! 저걸 그냥 확-!”
그래도 상처를 입기는 모양이다.
겨우 피부에서 조금 피가 새어나온 정도이지만 말이다.
듣는 입장으로서 환장할 노릇이었다.
‘겨우 피만 흘러?
흑염의 가호를 얻은 내가 전력으로 쏜 뇌음 파호톤인데 피부만 조금 갈라졌다고?’
더 큰 문제는 흑염에 파호톤 이상 가는 파괴권능은 없다.
그런 것이 존재한다면 겨우 4위일 리도 없다.
그런데도 큰 상처조차 주지 못한다면 이길 방법은 전혀 없다.
1대를 이긴 2대 흑염의 절대자가 유일한 해결책이란 생각이 자꾸 흔들린다.
그리고 굉장히 무성의한 추가적인 해답이 들려왔다.
“두려워하지 마라.
저렇게 파호톤에 상처도 입고 피는 나잖느냐?”
“예?”
“상처를 입어본 적이 거의 없어서 회복력은 보통이하다.
일반신족보다 조금 더 좋은 정도?”
“........그래서요?”
회복력이 전 종족에서 최고인 신족보다 약간 좋은 것이 보통이하인지 의문이지만 10중심의 기준이라면 정확한 평가이다.
“나와 1대는 일반 공격은 서로 무효이나 파호톤을 쓸 수 있는 내가 공격력은 약간 위였지.
그래서 파호톤으로 무수히 찍어서 이겼다.
참 지긋지긋하게 시간이 걸렸다.”
“.........”
양쪽 다 일반적인 공격은 안 먹힐 정도로 방어력이 강하다
그러니 근접전으로 파호톤을 사용해서 작은 타격을 축적시켜 승리했다는 소리였다.
문제는 그럴 수 있는 존재가 2대 흑염의 절대자 외에 또 있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저런 끔찍한 육체와 비슷한 신체가 또 있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지금의 자신도 육탄전을 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내가 쓸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아니잖아!’
바로 멀리 도망칠 고민을 하는데 1대 흑염의 절대자가 살기어린 목소리로 선고한다.
“넌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