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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생존전략-702화 (702/1,533)

<-- 절망(絶望)과 희망(希望) -->

무의식 속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차원의 마도신은 맞장구를 쳤다.

‘진리가 흑염을 황금보다 더 중히 여긴다는 저 말이 맞긴 맞다.

2대 흑염의 절대자만큼 진리가 공을 들여서 키운 2대 10중심은 없으니 말이야.’

1대 10중심이 전부 동시에 진리에게 쓰러지고 그 휘하세력은 거의 대부분 절대적인 힘의 차이를 절감하고 투항을 했다.

허나 단 한명의 예외도 없이 최후의 순간까지 항전을 선택한 흑염의 세력이었다.

당연히 전향을 선택한 다른 세력의 머릿수에 밀려서 이계에 도주하면서까지 복수를 하려고 했기에 진리가 직접 나서서 추격해야 할 정도로 지독했다.

그렇게 정리가 끝난 이후로 대부분의 10중심의 2대는 바로 채워지거나 후보가 임명되는 조치가 취해졌다.

하지만 흑염의 절대자만은 계속 공석에 후보조차 없었다.

지금 2대 흑염의 절대자를 제외하고는 진리의 마음에 들은 후보조차 없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기준이 높게 된 이유는 흑염의 육체와 권능특성도 있지만 1대 이상의 절대적인 충성을 받을만한 존재를 고른다는 기준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회색의 절대자를 노린 2대 흑염의 절대자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진리 입장으로는 정말 크게 고민을 하고 부여한 직위다.’

1대 흑염과 맞먹는 육체능력과 절대계 최고의 현자라고 칭해지던 연산능력을 가졌기에 임명했던 것이다.

물론 아직도 2대 흑염의 절대자임을 부정하는 것이 큰 문제였다.

그런데 복수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자신들에게 멍청하다고 욕을 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근원의 루크 크라이만은 힘차게 외쳤다.

“주신 대로 돌려드렸을 뿐입니다.

우리들의 왕이시여.”

“........사이안의 말이 역시 맞았다.

나 때문에 너희들이 모두 죽을 것이라고 하더니 역시로구나.”

하지만 저 충성은 500억년이 지났어도 빛나고 있었다.

부하를 위해 전부를 걸었더니 부하들 역시 상급자를 위해 전부를 걸었다.

당연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진리를 실현시킨 강자는 10중심 중에서도 1대 흑염의 절대자만이 유일했다.

허나 차원의 마도신은 굉장히 기분이 이상했다.

아니 안 좋았다.

‘보기 좋은 일인데 난 왜 이렇게 기분이 더럽지?’

저렇게 죽은 상급자의 복수를 위해 목숨을 걸 부하가 흔할 리가 없다.

그런 부하가 비록 흔적에 불과하나 과거의 상급자를 만나 눈물을 흘리면서 기뻐하고 있다.

감동적인 일이 분명한데 보고 있으니 속에서 뭔가 꼬여만 간다.

너무나 익숙한 이 감정은 이건 질투였다.

‘내가 똑같은 상황이라면........’

자신이 죽으면 신계가 어떻게 돌아갈지 생각을 해보니 울화통이 터졌다.

살아있어도 충성은 말할 필요도 없고 서로 잘 났고 자기 먼저 살겠다고 지금 저 난리다.

이러다 자신이 죽으면 복수는 고사하고 각자 자기 갈 길 찾아서 바쁠 것이다.

비석은 고사하고 무덤이라도 생길 확률도 없다.

이러니 화가 안 날 리가 없다.

‘나 죽은 뒤의 생각을 아예 하지 말자.’

그렇다고 바랄 것을 바라야 한다는 점은 숙지하고 있다.

자신만을 위해 사는 존재는 결국 혼자서 사라진다.

그런데 저런 것까지 바라면 진정 추한 욕심이었다.

감정을 가라앉히고 그냥 이대로 1대 흑염의 절대자가 죽음을 인정하고 완전히 사라져주기만을 바랄뿐이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잘 끝날 것 같다.’

극심한 감정의 변동은 엄청난 힘의 소모를 불러온다.

덕분에 1대 흑염의 절대자의 존재감이 빠르게 감소되고 있었다.

그러나 역시 마음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무의식에 있다고 해도 흑염일족으로서 오리진과 연결은 상관없어서 바로 의지가 전해져온다.

‘야-! 너 또 뭐하냐?’

‘.......잠시 관망 중입니다.

곧 끝나니 기다려 주십시오.’

이대로 시간만 잘 보내면 잘 끝난다.

귀찮은 일을 예상하고 바로 자르려고 했지만 역시 만만치가 않다.

바로 약점을 찔러온다.

‘헛소리-! 설마 칭호한테 몸의 통제력을 빼앗긴 거냐?

정말 그러 것이냐?’

사실이지만 당연히 인정하면 안 된다.

거의 자유의지가 없는 칭호에게 신체를 빼앗겼다니 그런 수치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바로 통제권을 다시 가져올 수 있었다.

돌아가는 상황이 그래서 안 될 일이라 참고 있을 뿐이었다.

‘그럴 리가요?

제 칭호가 1대 흑염의 절대자의 과거 부하이고 좋은 인연인 모양이라 시간을 끌라고 내어준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직접 더 이상 어쩔 수 있는 이제 없습니다.

이기려면 후퇴해서 준비를 다시 해야 하니 이게 올바른 방법입니다.’

‘오? 이길 방법이 아직 있다고?’

놀라면서도 비꼬는 어투이지만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하도 높으신 분들에게 여기저기 치여 다녔더니 임시 상급자의 근거 없는 적의야 이제 신경도 쓰지 않는다.

‘찾아보면 많습니다.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없겠습니까?

단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엄청난 투자를 해야 하니 이게 편하죠.’

너무 자신감 있게 말하자 일단 넘어가는 듯 했다.

아니 원래 용무가 그것이 아니었다.

‘너 당장 1대 흑염이 방금 보인 신체변형기술에 대해서 알아내라.’

‘.........’

역시 황당한 지시였다.

‘누가 본인의 권능이나 오의를 직접 알려준단 말인가?’

진리나 되어야 공개해주지 대부분 자신의 약점을 알려주는 일이라서 물어보면 가만히 안 둔다.

남을 파악하겠다는데 좋은 의도일 리가 없는 것이다.

‘서로 훈훈한 분위기로 잘 끝나려고 하는데 신체변형기술을 알려달라고 하면 참 잘 넘어가겠다.

몇 대 맞고 죽지.’

부하로서 등용제의를 받았지만 어디까지나 1대 10중심이 막 절대계를 넘겨받아서 세력을 구축하는 도중이라고 착각하여 벌인 일이다.

진리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이제 어떻게 나올지 예측 불허였다.

‘과거 1대 흑염이 벌였던 짓을 보면 위험도는 특급이다.

안 얽히는 것이 최선이다.

더 이상 나서면 위험해.’

그래서 대답을 하지 않자 급한지 사정을 설명한다.

‘투기로 만들어낸 파호톤은 위력이 있지만 그만큼 여유가 없다.

그런데 저 신체변형기술은 아무런 연산력도 없이 그 이상의 위력을 뽑아낸다.

더구나 저건 흑염권능을 손톱에만 집중시켜 강도를 끌어올린 것이다.

그럼 신체제어에 필요한 연산력이 절약되고 다른 권능을 사용할 여력까지 생길지도 모른다.

잘하면 황금까지 위협할 권능과 오의를 추가할 수 있다.

이건 흑염일족이 도약할 기회다.’

어지간히 몸이 달은 모양이다.

통제가 거의 불가능한 흑염권능이라서 대부분의 연산력을 제어에 쓰느라 권능을 쓰지 못했다.

그런데 저렇게 흑염권능만 강화한 손톱에 집중시키면 방어력은 떨어지겠지만 확실히 몸의 제어는 수월할 것 같았다.

허나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이러는 이유가 따로 있었다.

‘그렇게 다급하면 그럼 본인은 왜 안 나서는데?

절대 직감이 나서지 말라고 가르쳐주고 있는 것 아냐?

혹시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나?’

그럼 절대로 나서면 안 된다.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 알려주는 정확성은 2만 5천분의 1이다.

그 정도만 오류가 날 확률이면 거의 반드시 무조건 일치한다고 보아도 된다.

즉 지금 육체변형권능을 어떻게 하냐고 물으면 반드시 사고가 생긴다는 의미도 되었다.

그걸 숨기고 일을 시키니 이럴 때는 대놓고 잘라야 했다.

‘죽기 싫은데요?’

‘.........눈치를 챘냐?’

‘너무 당연하죠.

저와 비교할 수도 없는 힘을 가지고 계시고 언제나 동전의 앞면을 익히고 계신 분이 영 못마땅한 제게 시킬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

본인이 직접 나서면 위험하거나 누가 나서도 똑같이 힘들 경우이죠.

위험하니 일단 투입해서 어찌되나 보자는 것 아닙니까?

이거 아주 안 좋은 것 아닙니까?’

2대 흑염의 절대자가 정말 급한지 설명을 했다.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 보여준 미래에 의하면 단지 몸으로 익히라고 몇 번 당할 뿐이다.

방금 전처럼 몇 번만 조각나면 돼.

나는 모르지만 넌 안 죽잖아?

그리고 아까 일족의 영광을 위해서 몸 바치겠다면서?

지금이 그 기회다.’

‘그거야 확실히 살아남을 자신이 있으니까 한 이야기이죠.

합당한 대가가 없으면 목숨 위험한 짓 안 합니다.’

계속 거절을 하자 결국 2대 흑염의 절대자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야 임마-! 사고 쳐서 도와달라고 할 때는 애원하더니 상황 끝나니 바로 돌아서냐?

그리고 지금 오리진인 내게 거래하자고 덤벼들어?

오리진에 대한 무례로 맞아 죽고 싶냐?

이 싸가지 없는 자식아-!’

지극히 진심어린 분노 섞인 의지였지만 이미 더 까마득한 상급자들에게 질릴 정도로 두들겨 맞고 굴림을 당해 이런 일에는 적응이 된 상태였다.

더구나 방금 1대 흑염의 절대자와 붙어서 저 끔찍한 위압감을 겪다보니 더 이상 흔들리지도 않았다.

‘저야 오리진이 일족에게 잠시 관심 좀 달라는 정도인데 지금 제 목숨 내놓으라고 하시지 않습니까?

아무나 길 막고 물어보십시오.

겨우 요령 좀 얻자고 일족보고 죽으라고 등 떠밀면서 그게 무슨 오리진입니까?

바로 원수라고 하지.’

‘넌 이제 산산조각 나도 안 죽잖아-!’

‘저건 꽤 아프다고요-!

순수한 완력만이 아니라 시공간권능이 섞여서 차원권능이 잘 안 막혀요.

더구나 ‘이그드라실’처럼 자연적인 상처회복도 막아요.

제가 이렇게 힘겹게 회복할 정도면 완전하지는 않지만 영원체 대응이라는 말이 절대 거짓이 아닙니다.’

‘끄으으으응-!’

어지간히 1대 흑염의 절대자와 직접 마주치기 싫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저 괴력에 시공간 절단의 권능까지 더해져서 난도질을 당한 상처는 자신이라도 꽤나 치명적이었다.

‘오죽하면 전력으로 발동시킨 근원의 생명력으로도 모자라서 차원공통원소까지 전부 동원했다가 이 꼴이 되었겠는가?’

한 대도 이 정도인데 몇 번 맞으면 신력과 정기가 바닥이 나서 끝장날 확률이 컸다.

허나 위력까지 확인을 해준 셈이니 더욱 포기할 수는 없게 된 모양이었다.

식식거리면서 머리를 굴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어떻게 나올지는 당연히 알고 있다.

‘협박이 안 되면 다음 절차는 매수지.’

그런데 문제는 흑염일족은 권능 특성상 무척 가난하다.

주우주지만 신족의 창조신에게 대가로 줄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다.

결국 흑염의 절대자가 직접 나서는 수밖에 없다.

‘조건 없이 도움권 1회’

역시 이렇게 나온다.

그러나 이것만큼 확실한 보상도 없다.

대부분의 10중심 간의 거래는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다른 10중심보다 흑염의 절대자가 압도적으로 나서는 경우가 많지만 이게 가장 유효하다.

10중심이 한번 움직이면 주우주의 운명조차 뒤흔들리는데 그걸 온전하게 자신의 뜻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회에 왕창 뜯어내야 한다.’

바로 생각을 굳히고 횟수를 확 늘렸다.

‘10회로 하시죠.’

‘3회-! 더 이상 거래는 없다.

내가 직접 가서 몸으로 익히고 너는 박살내주마.

오리진의 가호를 받은 주제에 우롱했다는 죄목이면 충분하다.’

더 이상 뜯어내려고 하다가는 정말 때려죽일 의지가 느껴졌다.

하긴 먼저 오리진의 도움을 받았으니 외면하기도 힘들었다.

다른 오리진들이 알면 노발대발할 일이다.

그리고 일단은 자신은 명분과 명예 가지고 먹고 사는 신족의 창조신이라 나쁜 소문이 나면 지극히 곤란한 것이다.

결국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 경고하는 지극히 위험한 일에 나서야 할 상황이었다.

‘휴우우-! 부하가 되면 1대는 무조건 편을 들어준다는데 2대는 도움을 대가로 사지로 밀어 넣습니까?

그것도 요령을 조금 편하게 알자고요?

저기 보세요.

1대는 저렇게 분위기 좋고 감동적이기까지 않습니까?

저희들도 그렇게 해보죠?’

‘누가 먼저 거래를 시작했는지 기억에서 지웠냐?’

지극히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차가운 상하급자관계에 한탄을 하면서 한 항의였는데 씨알도 안 먹힌다.

오히려 훈계까지 들었다.

‘무조건적인 부하만의 아군이라?

듣기는 좋겠지만 부하가 아닌 자들에게는 저런 재앙도 없다.

결국 부하를 제외한 모두가 적이 되지.

무엇보다 신계나 일족을 이끄는 자는 저렇게 감정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너도 신계를 가지고 있으니까 알 것 아니냐?

항상 자신의 안위와 일족의 발전을 최우선하면서 속마음을 숨겨야지 저런 감상적인 공개발언이라니 말도 안 된다.

저렇게 공정하지 않은 존재는 주변과 마찰을 일으키고 결국 자신만이 아니라 맡고 있는 조직까지 멸망하게 된다.’

‘정설이니 동감이기는 합니다만.........’

2대 흑염의 절대자도 뭔가 기분이 나쁜 듯 화를 내는 감정적인 목소리였다.

그리고 이제 모든 신체의 회복은 끝났다.

차원공통원소를 회수하자 바로 신체의 제어권이 돌아온다.

근원의 칭호에서 구현된 루츠 크라이만도 알았지만 저항은 없었다.

단지 흐르던 눈물을 손등으로 훔치면서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한 뿐이었다.

“비록 이런 상황과 처지지만 다시 만나 뵙게 되어서 정말 기쁩니다.

우리의 왕이시여.

부디 다시 만나 뵐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알았다.

잠시 쉬고 있도록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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