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망(絶望)과 희망(希望) -->
부하가 칭호로 다시 돌아가는 상황을 짐작한 1대 흑염의 절대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근원 루츠 크라이만은 사라졌다.
그리고 신력과 마력, 흑염의 권능까지 최대한 동원하여 균형을 맞추는 차원의 마도신만이 남았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등 뒤에서 빛나는 빛의 날개와 암흑의 날개가 완전하게 신체를 장악했음을 알리고 본래 의지로만 전달하던 목소리가 자그마하게 새어나왔다.
“전멸을 각오한 복수와 500억년의 변치 않는 충성이라?
이런 동화와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을 직접 보면 아주 가끔 부럽기는 합니다.”
‘........동감이다.’
그리고 슬쩍 심상치 않은 분위기인 1대 흑염의 절대자의 눈치를 보면서 의지를 보냈다.
아무래도 기분이 아주 좋지 않아 보이니 지금 거래를 걸면 아주 안 좋은 꼴을 당할 것 같다.
성질을 부리면 감당이 안 되는 상대니 역시 피하는 것이 상책이었다.
‘더러운 일은 골머리 싸면서 뒤에서 처리했더니 인정과 찬양은 앞에서 설치던 다른 놈이 받아가는 점이 더 짜증나고요.’‘.......열 받지.’
‘그러니 상대하는 것은 관두지요.
조금만 연습하시면 하실 수 있잖습니까?’
‘이미 해봤다.
분명히 될 것 같은데 마지막에서 잘 안 돼-!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예? 믿을 수 없는 일이요?’
과거에는 최강의 육체와 최고의 두뇌로 이름나서 끝없는 자신감을 가진 2대 흑염의 절대자에게 믿을 수 없는 일이라니 희한한 일이었다.
그런데 정말 강렬한 진심이 담긴 어조의 의지가 전해져 온다.
‘남이 하는데 내가 바로 못하는 일이 있었다.
그것도 육체계열이라니?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이럴 수는 없어-!’
‘........’
평범하게 남이라고 아래로 보는 대상이 사상 유례가 없는 최강의 육체를 가진 1대 흑염의 절대자이다.
그 점을 생각하면 충분히 감안할 수 있는데 전혀 인정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이 광호한 발언이 얼마나 진심인지 절망적인 감정이 넘쳐났다.
‘불가능도 아니라 거의 되는데 완벽하게 안 되어서 슬프다는 뜻인가?
그러니까 조금만 노력하고 시행착오하면서 수련하기 싫으니까 나를 시켜?
어떻게 될지 뻔히 알면서?’
지금 억지로 시킨 일도 혼자서 가능은 한데 시간과 노력이 걸릴 것 같으니 바로 요령을 알아내란 소리였다.
몸으로 익히라면서 거의 난도질당해 죽을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황당해서 신령이 뒤틀리는 느낌이 아니라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서 넘칠 것 같았다.
도저히 못 참아서 의지가 전해지지 않게 극도로 조심하면서 최고로 투덜거렸다.
‘에이-! 퉤-! 퉤-! 퉤-! 더럽게 불공정한 세상-!
누군 비슷하게 흉내를 낼 엄두조차 못하고 있는데 해보니 바로 안 된다고 절망해?
말을 바꾸면 조금만 연습하면 가능하단 소리잖아?
그런데 나를 사지로 내몰아서 당장 알아오라고?
자기 노력보다 내 생명의 가치가 작다 이거지?
1대는 저렇게 훈훈한데 2대 흑염의 상하급자의 관계는 뭐가 이따위야?
하긴 신족도 치사하게 대가도 안주고 부려먹으려고 하는 짓은 똑같았지.
나와 내 신계만 빼고 진리의 완전한 세계에 확 다 흡수되어버려라.’
2대 흑염의 절대자나 다른 창조신들이 들으면 당장 두들겨 맞아 죽을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그런 자신만의 화풀이도 길지 않았다.
1대 흑염의 절대자가 뭔가 화를 억지로 참는 기세로 부른 것이다.
“너 그만 혼자 중얼거리고 이리 와.”“예-!”
후다닥-!
강자의 지시에 반사적으로 신속하게 자동으로 움직인다.
마음은 어쩔지라도 몸과 입은 아주 정직하고 신속하게 제 살길을 찾았다.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다리를 쭉 펴서 벌린 자세로 편하게 주저앉아 있는 1대 흑염의 절대자 앞에 양쪽 무릎을 꿇고서 공손하게 고개를 숙인 것이다.
1대 흑염의 절대자는 뭔가 고민을 하는 눈빛으로 차원의 마도신을 지긋이 쳐다보면서 묻는다.
“도망은 안 가지만 두려워하는 것을 보니 부하가 될 생각은 아직 없는 것 같고 내게 지금 바라는 것이 있지?”
“맞습니다.
제 지금 상급자가 방금 보이신 신체변형권능을 알기 원하십니다.
해봐도 모르겠다고 전수를 원하십시다.”
‘........하아. 이 죽일 놈.’
바로 사정을 까발리자 2대 흑염의 절대자의 한숨이 들려온다.
부정하거나 숨길 필요도 없었다.
아니 불가능했다.
흑염의 권능은 본능에 의해서 시작하여 절대 직감으로 완성된다.
그 앞에서 거짓이나 왜곡된 진실을 보이면 바로 들키고 분노를 산다.
약자인 자신의 입장으로는 그것이 바로 자살행위였다.
“이거? 흡-!”
이번에는 오른손 약지 단 한 개의 손가락만을 펴서 가볍게 기합을 주면서 힘을 주었다.
슈가가가가각-!
그러자 이번에는 마치 검처럼 확 길어진 손톱이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예기를 보이면서 주변을 절단한다.
장난처럼 쉽게 보였지만 위력만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일반 파호톤 이상!?’
아무리 적게 보아도 그 이상이었다.
더구나 사정거리가 검처럼 길어진 것까지 생각하면 위력이 무서울 정도였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런 것도 된다.
하아아아압-!”
우둑-! 드드드드득-!
커다란 기합을 지르며 왼쪽 손목을 오른손으로 힘껏 움켜잡고 힘을 주기 시작한다.
근육에서 힘줄이 터질듯이 솟구치고 검은 불길이 양손을 감싼다.
그리고 각 손가락에서 솟구친 손톱들이 팔목을 파고들어가듯이 접촉되었다
슈가가가가가-!
오른 손등의 피부와 근육을 따라서 검붉을 선이 생겨난다.
각 손가락의 손톱들의 길어짐이 마치 검신모양으로 뻗은 손톱을 따라서 전달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전달받은 오른손 약지의 손톱이 추가적인 변형을 시작했다.
검신의 끝부분이 부풀어서 서서히 외날 도끼형태를 취했다.
파호톤처럼 신체와 거의 같은 크기가 아닌 작은 외날 손도끼 정도로 변형이 끝났는데 느낌은 정말 무시무시했다.도끼 모양의 손톱은 자신에게 걸려들면 무엇이든 양단되고 박살냈다고 스스로 선포하는 것 같았다.
‘뭐야 이거?
2대 흑염의 절대자의 가호를 받고 있는 내가 측정이 안 돼?’
파괴력이 추정불가였다.
그럼 적어도 일반 파호톤의 백배이상의 파괴력이란 뜻이었다.
“흑염의 권능은 투기와 살기의 융합체로 파괴력 자체다.
결코 물질에 담을 수 없다.
그래서 유일한 그릇인 본인의 신체를 마음대로 변형하여 신기로 삼는다.
이렇게 설명한 사이안은 이 불안정한 경지를 ‘몰아(沒我)’라고 불렀다.
신체 스스로가 한계를 잊은 상태인데 자연스럽게 도끼모양이 되니 파호톤이다.
그래서 ‘몰아 파호톤’라고 부른다고 했다.
내가 시도한 이 미완성의 형태를 보고 예비 판정했던 권능등급은 ‘영원(永遠)’이었다.
완성이 된다면 영원체를 포함한 모든 존재를 파괴하겠지.
그러나 아마도 나는 죽기직전까지도 완성하지 못했나 보구나.
바람에게 패배한 것을 보니 말이다.”
“몰아 파호톤-!?
또 하나의 영원권능(永遠權能).......히긋-!”
너무 당황해서 창조신 체면에 딸꾹질이 나온다.
절대계와 주우주를 통틀어서 영원등급은 권능은 단 하나였다.
바람가의 대가주이자 절대계의 창조주인 진리의 ‘절대해의 팔시조(絶代解의 八時調)’뿐이었다.
불가해의 팔시조(不可解의 八時調)를 초월 진화시켜 과거 1대 10중심들을 동시에 이겨낸 위대한 권능만이 영원등급을 인정받았다.
입문 자격조차 다른 10중심의 모든 권능을 사용가능해야 한다.
‘그런데 갑자기 또 다른 영원권능이 왜 튀어나와?
그것도 흑염 단독으로?’
지극히 충격적인 소리지만 지금 더 놀란 이유는 따로 있었다.
‘도대체 갑자기 이걸 왜 자세히 보여주면서 설명까지 하지?
이건 보나마나 거래의 규모를 키우려는 의도다.
뭘 요구하려고?’
또 극도의 불안감이 밀려왔다.
지금 등 떠밀고 있는 존재도 정말 막무가내에 끈질기기가 만만치 않았다.
과연 반응이 바로 왔다.
‘으으으으으음-! 몰아 파호톤.
흑염의 불완전한 영원권능.
몰아는 지금 2대 흑염의 경지에는 없다.
그럼 폭혈의 1성 폭음, 2성 뇌음, 3성 멸음, 4성 무음의 다음 단계이겠군.
그래서 나조차 되려다 안 되는군.’
그리고 보는 이나 듣는 이가 못 마땅하게 보는 자신밖에 없다고 반드시 얻겠다고 탐욕을 숨기지 않는다.
칭찬까지 하면서 말이다.
‘좋아. 잘했다.
지금처럼 어떻게든 정보와 요령을 알아내라.
이제까지 했던 모든 무례와 실수는 당장 용서한다.
아니 앞으로 무슨 짓을 해도 가급적 잘해주마.
그리고 미친 회색, 아니 회색의 절대자와도 이제 잘 지내마.’
‘아 그러세요?
미래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이 예의 없는 놈-! 네 놈들 따위가 무슨 회색이냐?
확 같이 쥐어짜 버리고 싶구나.’
감격은 고사하고 삐딱하게 나오자 바로 욕설과 함께 본심이 튀어나왔다.
‘가급적 잘해준다.
그것은 수틀리면 다시 갈구겠다는 뜻이지.’
그리고 회색의 절대자와 이제 잘 지낸다고 하지만 과거의 말소시킨 잘못을 사과하지는 않는다.
앞으로 잘 지낸다고 하지만 결국 사정에 따라서 얼마든지 변화될 수 있는 정치적인 언어다.
결국 본인의 사정과 마음으로 얼마든지 바꾸고 변명할 수 있다.
‘앞으로 회색의 절대자의 자리를 노리지 않겠다는 소리도 절대로 안하지.
이 무슨 속 보이는 말장난이냐?
영원등급의 대가 제시가 참 저렴하네.’
공정은 지배자의 것이 아니라 본래 현자의 것이다.
모든 물질에 합당한 가치를 매기고 상황에 따라 조율하는 것이 바로 현자의 기본 중의 기본인 것이다.
그런데 과거 절대계 최고의 현자라더니 아주 낮 뜨거운 수준 낮은 제시를 잘도 한다.
말도 아주 약간 더듬거리는 것이 자신도 이런 저질의 거래는 용납할 수 없는 모양이다.
허나 흑염만의 영원권능은 회색의 절대자의 자리는 물론이고 자존심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치이다.
더 큰 이익을 위해서라면 최고의 현자로 돌아간다는 오랜 염원 따위는 뭉갤 수 있는 이성은 남아있을 것이다.
다만 화를 풀 대상이 없으니 양 주먹을 말아주고 근육에 힘을 주는지 의지의 연락에도 뼈와 근육이 몸부림치는 굉음이 들려왔다.
우드드드득-! 우르릉-!
허나 분노하여 흑염의 권능이 날뛰게 할수록 통제가 힘들다.
그렇지 않아도 아슬아슬한 연산력인데 이런 협상이나 거래가 가능할 리가 없다.
흑염의 힘에 겁을 집어먹는 일반적인 상대라면 모를까 이렇게 나오면 무리였다.
‘으득-! 제길-! 왜 이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
내가 이 정도밖에 말을 못 해?
흑염의 절대자는 정말 못해먹겠네.
좋아-! 흑염답게 직설적으로 하자.
상황은 방금 바뀌었다.
내가 직접 나서는 순간 나에게 호승심을 보일 1대와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다.
전력으로 결판을 내야하는데 그러면 권능에 대해서 파악할 여유가 없다.
나조차 쳐다보고 있으면 자꾸 싸우고 싶어지니 대화와 협상 자체가 안 돼.
그러니 부하로 삼겠다고 할 정도로 관심을 보이고 투지를 보일 가치도 없는 약한 네가 해라.
다른 놈은 안 된다고 하니 네가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고 알아내!
실패하면 용서는 없다.’
‘아하? 그러셨군요?
본인도 싸우고 싶으셔서 안달이셨어요.
저뿐이라고요?
그런데 협박이라?’
본심을 이야기하면서 살기가 풀풀 날리지만 이미 익숙하다.
위험한 일을 강제로 시키면서도 네가 아니면 안 된다고 교묘하게 등을 민다.
주겠다는 보상도 뭔가 주관적이고 모호하다.
아니 조건 없는 도움권도 줄 생각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래서 성질 급하고 머리는 없는데 잔머리만 발달한 욕심 많은 상급자가 가장 무섭다.
아니 짜증난다.
‘부하를 무엇보다 아끼는 1대를 본받으실 생각은 전혀 없으십니까?’
‘하? 네가 먼저 해라.
그럼 생각해 보마.’
자기의 이익과 관련된 이익이라면 역시 과거 절대계 최고의 현자답게 바늘 끝도 안 들어간다.
연산력이 부족해서 머리가 안 돌아가도 반사적으로 내뱉는 입만은 날카롭다.
‘방금 말 취소하죠.
도움권 10회로 받겠습니다.
최후의 제안입니다.
그리고 대가로 주는 것도 제 마음대로 할 것이니 반드시 지불해 주시죠.
‘뭐 10회! 거기다 뭐든 주겠다고?’
‘뭘 줘도 흑염 영원권능의 대가로서는 정말 쌉니다.
싸요.’
‘으으.......좋다-!
영원권능의 기초라도 알 수 있다면 그럴 가치는 있다.’
납득은 했다.
그리고 정말 필요한지 조안까지 아끼지 않는다.
‘혹시 해서 말하겠는데 지금처럼 철저하게 거래해라.
마도신이자 현자인 너는 어설프게 의리, 충성과 같은 불안정한 감정에 따르면 엉망이 된다.
이성의 길이 무척이나 힘겹더라도 원래 성향대로 살아가는 것이 최선이다.
괜히 다른 길이 겉으로는 좋아 보인다고 어설프게 따라하면 반드시 망한다.
1대 흑염의 절대자에게도 거짓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명심해라.’
‘이미 경험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교섭에 들어가니 잠시 대화를 끊겠습니다.’
다시 1대 흑염의 절대자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어떻게 하면 저런 일이 가능할지 알 수 없을 정도의 위력을 품어내고 있는 몰아 파호톤을 다시 사라지게 한다.
슈하하하하하하학-!
그리고 간단하게 물어왔다.
“너에게 아까부터 간섭하면서 잔소리하던 상급자와는 이야기는 끝났냐?
거참 뒤에서 말과 요구도 참 많구나.
이러면 너에게 이야기해도 되는 것이냐?
본인이 와야 하지 않겠나?
허나 못 오는 모양이구나.”
철저한 계획과 준비를 하는 회색의 절대자를 제치고 본능적으로 핵심만을 찔러서 먼저 좋은 것은 다 챙겼다는 흑염의 절대자답게 정확했다.
그러나 흑염의 절대자의 무조건 도움권 10회와 잘하면 영원권능의 전수까지 받을 수 있는 거래에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아하하하하하. 걱정 마십시오.
방금 전권을 받았습니다.
편하게 말씀하십시오.”
‘누가 전권을 줘?
영원권능의 정상적인 전수 대가를 내가 어떻게 지불해?
적당히 구슬려서 요령만 받아내란 말이야.’
역시 과거 현자인 2대 흑염의 절대자답게 도와주지는 않고 무식하게 방해만 하고 있지만 싹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자기의 생각대로라면 전권을 받은 것이 맞았다.
약간 미심쩍은 눈빛으로 쏘아보는 1대 흑염의 절대자를 정면으로서 쳐다보면서 바로 본론을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