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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생존전략-707화 (707/1,533)

<-- 절망(絶望)과 희망(希望) -->

이러고도 할 일은 다했다는 듯이 빠르게 사라져가는 몸을 보니 설명할 시간도 없어서 급하게 본론부터 꺼냈다.

‘퍼스날 히스토리(Personal History)로 과거의 기억을 전부 서류화할 수도 있지만 본인의 일기와 같은 마도라서 인지가 안 된 사실을 적지는 못한다.’

무엇보다 마도는 상위의 존재에게 효과가 감소한다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

그러나 본인은 설명이 불가능하지만 들었던 사실을 완벽하게 기억하고 있다.

1대 회색의 절대자의 등급평가와 분석을 말이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권능을 1대 회색의 절대자에게 보이셨다고요?

등급도 확인받으셨고요?”

“응? 맞다.

사이안에게 보여주고 설명을 듣고 예비등급을 받았지.”“그때 사이안님이 뭐라고 하셨습니까?”

그 말을 듣자 1대 흑염의 절대자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아주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겨우 등급평가하면서 하루 종일 떠든 소리 말이냐?

그런 잔소리를 왜 들으려고 하지?”

“바로 그겁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뭐 일단 앞으로 부하들이 신세를 져야할 것 같으니까 생각을 해보마.”

자신의 물음에 1대 흑염의 절대자가 깊은 생각에 빠진다.

깊은 무의식에 박아놓은 기억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전해지는 정보의 누락이나 오류는 없다.

정신체인 신의 기억력은 완벽하다.

설사 반신이라고 해도 망각은 없다.

단지 우선순위가 밀려서 떠올리는 것이 늦을 뿐이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서 2대 흑염의 절대자도 살아날 길을 찾은 조난자처럼 반색을 한다.

‘맞다. 1대 회색의 절대자의 분석력으로 등급평가를 했으면 설명도 거의 완벽하겠지.

좋아-! 잘 생각했다.’

마침내 1대 흑염자가 기억이 났는지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이안은 이렇게 말했다.

이딴 말도 안 되는 것 좀 만들지 말라고.”

하루 종일 잔소리를 들었다고 하더니 아주 짧았다.

“........”

“........”

역시 흑염의 절대자답게 길게 생각하면서 말하기 귀찮은지 바로 결론이었다.

아니 아예 길게 말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이이이이-! 남은 급해 죽겠는데 귀찮다고 이 짓이냐?

하여간 1대나 2대나 주변에 도움이 안 되는 것은 똑같아.’

가장 사정이 급한 2대 흑염의 절대자도 치를 떠는지 부들부들 떨고만 있다.

‘으으으으으. 진짜 1대들은 도움이 안 돼.’

중간에 끼어서 여기저기 치이던 차원의 마도신은 결국 참을 수가 없었다.

아직 이성이 조금 남아있어서 감히 덤비지는 못하고 발딱 일어나서 외친다.

“결론만 말고요-!

몰아(沒我)는 신체가 신기화가 되는 경지부터 말씀을 해주셔야죠.

그리고 처음에 만들 때 과정 좀 적고 정리 좀 하세요.

제발 전수받을 입장도 고려 좀 해주세요.

어떻게 1대와 2대가 나쁜 점은 똑같습니까?

주위 생각은 하나도 안하죠?”

“치이이이-! 쓸데없이 어려운 단어만 있고 엄청 길어서 떠올리기 힘들어서 그랬다.

그리고 어째 너 말이 짧다.”

몸이 거의 투명해진 상태에서 갑자기 움켜쥔 주먹만 다시 뚜렷해지고 힘을 주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쿵-! 확-!

머리통만한 주먹이 어느새 차원의 마도신의 눈앞에서 멈추어서 굉음을 내고 있었다.

주먹질의 여파에 머리에 쓴 로브가 확 뒤로 날아가고 긴 흑금발이 뒤로 날렸다.

창조신의 얼굴 피부의 일부가 풍압에 찢길 정도의 위력이었다.

“이 임시 육체는 거의 끝난 것 같다만 아직 너 하나 박살내고 갈 힘은 남았다.”

한 번 죽기 직전까지 맞아 볼래?”

우드드드득-!

어떻게 자신의 무작위 공간이동을 설정한 공간을 무시하고 바로 적중하기 직전인지 전혀 파악을 못한 차원의 마도신은 이성이 바로 돌아왔다.

잠시 열이 받아서 거세게 항의하려던 자세를 접고 그대로 다시 양쪽 무릎을 꿇고서 고개를 공손하게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흥분했습니다.

잠자코 듣겠습니다.”

“그래. 강자에게 겁 없이 까부는 약자는 죽어야 돼.

그리고 강자의 자비나 의무를 나불대면 바로 박살내라.

스스로 강해질 노력은 하지 않고 약자로서 만족하며 강자의 보호를 요구하면 용서해서는 안 된다.”

살기가 풀풀 날리는 것을 보니 과거에 꽤 아픈 기억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과거 기록을 보면 창조주에게 권한을 나누어 받고 10중심이 된 흑염의 절대자에게 도움을 요청한 신족들의 이야기도 나온다.

신족의 정식입문까지 언급을 했다는데 이미 그 이상의 존재가 된 이상 통할 리가 없다.

아니 분노의 대상이 되어서 끝장을 냈다고 했다.

‘바로 작살을 냈다고 했는데 이런 경우였나?

그나저나 역시 1대인가?

살기와 투기가 엄청나다.

지나온 수라장이 다른가?’

1대가 본심이 되자 2대 흑염의 절대자의 수준을 가볍게 넘는 살기와 투기의 강도에 식은땀을 흘리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그것을 본 1대 흑염의 절대자는 실수했다는 듯이 혀를 찼다.

사라지면 자신은 끝나겠지만 부하들은 아직 많이 남았다.

끝까지 충성을 바친 그들의 앞날을 생각해서라도 어느 정도 수고는 해주어야 했다.

‘어쩔 수 없이 난생처음 긴 설명을 해야 하겠군.’

말을 길게 하려니 벌써부터 머리가 욱신거리려고 한다.

그래도 기억을 되살려서 그대로 옮기는 일이니 부담이 적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가볍게 혀를 차면서 말을 시작했다.

“쯧-! 그대로 부하들의 신계주신이 될 것이니 조금 신경을 써주마.

사이안은 이렇게 말했다.

몰아(沒我)를 발동하면 신체와 권능의 기준이 사라진다.

손톱을 연장하고 강화하여 흑염의 절대기로 삼는다는 사실 자체가 본래 불가능하다.

이것은 권능의 발동이나 신체의 일부의 진화가 아닌 존재 자체의 진화로 보아야 한다.

흑염권능이 이번에 보인 특이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각 10중심들의 고유권능이 필수다.

황금의 불멸성에 근거한 최종진화형의 황금시대에서 신체강화 3할 이상 추가한다.

그리고 소마의 절대마도에서 법칙 부정강화를 4할 이상 첨가하고.......”

가볍게 10중심들의 절대권능을 들먹이면서 이어지는 끝없는 설명에 질려버린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설명수준이 너무 높았다.

‘흑염의 권능에서 왜 다른 10중심들의 권능이 왜 튀어나와?

설마 1대 회색의 절대자도 정식으로는 해석이 안 되어서 편법으로 구현하려 했던가?

그럼 내용을 통째로 외워도 이건 도저히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무시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내용이니 어떻게든 들을 수밖에 없었다.

14써클을 초월하고 10중심의 권능까지 통달한 현자의 지식은 더없이 소중하다.

원시적인 힘과 본능의 덩어리인 흑염의 권능에 대한 상세한 분석과 해석을 할 수 있는 존재는 현재까지도 2대 흑염의 절대자밖에 없었다.

‘2대 흑염의 절대자도 저 꼴이니 강의를 들을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다.’

그래서 한자라도 놓칠세라 눈을 부릅뜨고 듣고만 있었다.

성문과 성벽이 파괴된 잔해 근처에서 한없이 이어지는 설명이 끝난 것은 거의 다시 하루가 지날 때였다.

그동안 용케도 안 사라지고 계속 말만 하던 1대 흑염의 절대자가 설명을 겨우 끝낸다.

“결론적으로 이 몰아(沒我)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경지는 분명 절대권능을 넘어서서 영원체들조차 위협한다.

이건 10중심들의 권능을 전부 모여서 반드시 구현해야할 다음 단계이다.

그것도 한 개체가 전부 익혀야 시도가 가능하지 단독으로는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딴 식으로 막무가내로 무식한 힘으로 밀어붙여 어설프게 만들었다.

자신만의 권능으로 본능적으로 이딴 짓을 할 수 있으면서도 설명조차 못하는 멍청한 놈 같으니라고.

나라도 흑염 권능을 익힌 적도 없는데 단순한 분석과 설명 외에 다른 방법이 있겠냐?

이건 너와 똑같이 직접 몸으로 익히지 않으면 전수나 정립 자체가 불가능해.

동등한 신체능력을 필요로 하니 또 너만의 고유권능이 될 수밖에 없어.

이런 것이나 만드는 네가 이러고도 10중심이냐?

언제 세력 만들어서 똑바로 영역관리 좀 할래?

다른 10중심들에게 그만 뜯어가고 똑바로 일 좀 하란 말이야.

음.......너무 나갔군.

썩을 놈-!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딴 개소리야.

에잉-! 그 놈 말을 생각하니 마지막에 기분 잡쳤다.

나는 간다.

이 뒤는 알아서 해라.”

그리고 뒤로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걸어가는 식으로 사라지는 1대 흑염의 절대자였다.

흑발의 거인신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허공에는 더없이 허무한 바람만이 불었다.

휘이이이이잉-!

그 바람소리를 들으면서 차원의 마도신은 이번 일의 손익계산을 하고 이를 악 물었다.

1대 회색의 절대자는 영원체에게 유일하게 유효한 영원봉인인 이그드라실을 만들었으니 14써클을 초월한 것이 확실하다.

그런 존재의 분석을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것이 무리이기는 하다.

‘자세한 설명은 들었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다.

대충 정리하면 흑염권능으로 끝없이 신체능력을 높이던가 아니면 다른 10중심들의 권능을 전부 조합해서 증폭하는 수밖에 없다는 뜻인가?

도대체 얼마 정도의 신체능력이 필요하다는 뜻이지?’

그래도 감은 잡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너무 입문의 벽이 높았다.

아니 너무 재능을 가렸다.

그것도 태어날 때부터 받은 신체의 재능이었다.

‘결국 이것도 절대해의 팔시조와 똑같다.

일반적인 존재는 익히기 불가능해.’

1대 흑염의 절대자 수준의 육체능력과 같은 흑염 권능을 가지지 않으면 시도조차 안 된다.

그게 아니면 10중심들의 권능 전부를 일부라도 배우거나 대체하여 신체능력을 증폭시킬 능력이 있어야 되었다.

이건 아예 입문 자체가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소리였다.

‘12써클인 나에게는 무용지물이로군.

14써클이 된다고 해도 입문이 가능할까?’

2대 회색의 절대자인 자신의 미래를 생각해 보면 바로 답이 나왔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합공하여 겨우 2대 흑염의 절대자와 비등했던 신체능력을 생각하면 절대로 무리였다.

‘결국 이건 아무 의미가 없다.

신계관리주신은 50명 정도는 늘릴 것 같지만 들어가는 수고가 엄청나다.

칭호에서 의지를 추출하려면 다른 주우주에 흩어져 있는 칭호를 가진 절대자들을 설득하거나 쓰러트려야 해.’

다행히 50명도 안 되는 숫자지만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칭호를 받은 존재 중에서 약하거나 끈질기지 않은 자가 없었다.

그들 모두를 제압하여야 하니 결론적으로 손해는 안 보았지만 이득도 없었다.

‘이렇게 될 것을 예상해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는데 심력만 잔뜩 쓰고 할 일만 엄청나게 늘었다.’

진심으로 전력으로 나섰는데 얻은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혈압이 치솟아서 기절할 지경이었다.

더 열이 받는 것은 모두 자신의 재능 부족 탓이라는 것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일반적인 상식과 질서를 뒤흔드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존재들 탓이다.

‘뿌득-! 이런 저주받을 불공평한 재능 같으니라고.

일반적으로 절대로 불가능한 일을 무식한 힘으로 잘도 하는군.

1대 흑염의 절대자에 대한 평가는 아주 동감입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사이안님.’

수없는 준비와 시험으로도 거의 불가능한 권능을 너무나 쉽게 직감과 넘치는 힘으로 구현하는 것을 보고서 이성을 유지할 현자는 없다.

‘아마도 ‘몰아(沒我)’란 경지는 1대 회색의 절대자들이 영원체들을 완전히 능가하기 위해서 10중심들의 권능을 모아서 죽어라고 준비하던 영원권능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것을 혼자서 장난치듯이 보여주는 흑염의 절대자를 보고 얼마나 열이 받았을지 상상이 갔다.

10중심의 권능 전부와 맞먹는 사기적인 신체능력은 다시 볼 일이 없다는 사실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아니 천만다행이었다.

‘앞으로 또 저런 열 받는 존재는 없겠지.’

그런데 조용하기에 어디 폐관수련이라도 떠난 줄 알고 있던 2대 흑염의 절대자가 갑자기 귀청이 떠나갈듯이 큰 소리를 질렀다.

“좋아-! 이제 감 잡았다.

길어져라-!

강해져라-!”

“!?”

무슨 사태를 벌이려하는지 바로 알았다.

2대 흑염의 절대자가 강화손톱의 형성에 바로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설마? 설마?

아무리 2대 흑염의 절대자라고 하지만 겨우 설명만 듣고 구현한다고?’

아무리 2대 10중심이지만 정도가 있다.

신체 일부를 변형시켜 신기로 삼는다는 것은 육체를 검으로 바꾸는 것처럼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비록 피가 통하지 않는 손톱이라고 하지만 같은 권능이 머물고 있는 신체를 의지로 변형시키는 것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허나 바로 정말 복장이 터지는 상황이 바로 이어졌다.

2대 흑염의 절대자가 환희의 외침을 지른 것이다.

“오오오오옷-! 됐다-! 이제 됐어-!

손톱 잘 나왔다.

좋아-! 정말 수고했다.”

“!!!”

정말 2대는 1대 회색의 절대자의 설명을 듣고서 바로 성공한 모양이다.

될지도 모른다고 예측은 했지만 직접 벌어지니 뭔가 머리를 세차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자자-! 바로 다음 단계인 몰아 파호톤으로 넘어가 볼까.

어라? 왜 또 안 돼?

이건 육체단련부족?

흑염의 절대자인 내가 육체단련이 부족해?

윽-! 진리에게 찾아가 단련방법을 물어보라고?

그건 싫은데.

좋아-! 영원권능을 얻을 수 있으면 이것저것 따질 필요가 없지.

너 이번에는 아주 수고했다.

나중에 도움 줄 때 잘 해주마.

그리고 기분이다.

흑염일족의 가호도 지금처럼 유지해 주지.

잘 써라. 크하하하하하하-!”

“.......”

2대 흑염의 절대자가 아주 좋아서 죽으려고 하면서 팍팍 쏜다.

흑염의 절대자의 직접 가호가 유지되면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신체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런데 기쁘기는 고사하고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이다.

‘이렇게 되리라고 예상은 했지만 정말 이래서는 안 돼.’

고생은 전부 자기가 했고 앞으로 해야 했다.

2대 흑염의 절대자는 뒤에서 소리치고 중간에 방해만 놓았는데 결국 전부를 가져갔다.

노력도 없이 겨우 재능만으로 말이다.

“크하하하하하하하-! 흑염만의 영원권능이라니?

다음에는 내가 서열 1위다.

기다려라.

잘난 척만 하는 황금 자식아.”

“.......”

이미 자신만의 세상에 들어간 2대 흑염의 절대자가 미친 듯이 좋아하면서 멀어지자 바로 통신을 끊어버렸다.

‘더 이상 들으면 속이 뒤집어질 것 같다.

아니 이미 쓴물이 올라오려고 한다.’

뒤집어지는 속을 억지로 다스리고 물끄러미 자신의 양손가락을 쳐다보았다.

혹시나 하면서 나직하고 강하게 외쳤다.

“길어져라-! 강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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