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망(絶望)과 희망(希望) -->
제압했던 검은 불길의 소용돌이가 다시 용솟음치면서 제약을 풀려고 한다.
차원의 마도신을 측정된 신력이나 권능의 수준으로 보아서 있을 수 없지만 자신들이 밀리고 있었다.
‘또 흑염의 권능이로군.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힘이다.
허나 대신족과의 종족결정전에 꼭 필요해.
그러나 마도신의 힘은 순수한 신족의 힘이 아닌 불안정한 힘이다.
나중에 문제가 커질 수 있다.
허나 내가 과거의 신족과 같은 실수를 할 수 없다.’
지금도 이러는데 나중에 더 강해지면 무슨 짓을 할지 몰랐다.
덕분에 마음속에서 끝없이 선택의 갈등이 휘몰아친다.
이런 고민은 창조신장이나 최고위 창조신들이나 같았다.
허나 이미 역사가 준 교훈을 보면 답은 나와 있었다.
집단 자체의 생존만을 보았을 때 강력한 힘을 가진 강자는 견제의 대상이 아니라 반드시 수용해야만 했다.
‘1대 10중심에게 모든 지배권을 박탈당하고 주우주로 추방된 신족과 같은 잘못을 할 수 없다.’
1대 10중심 중 가장 두려움을 주었던 존재는 선두에서 신족들과 다른 강자들을 무참하게 학살하다시피 쓸어버린 흑염의 절대자였다.
창조신들의 어떤 신력과 권능도 모두 몸으로 튕겨내었다.
그리고 오직 신체능력과 신격만으로 뭉개버리는 그 위용 앞에서 신족은 어떤 대항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더 억울한 것은 그렇게 강대한 흑염의 절대자가 가장 간절히 바라던 일이 바로 정식으로 신계에 받아들여지기 원했다는 점이다.
엄청난 고난과 시련을 견디면서 부름을 대기하고 있었기에 신계에서 받아만 들여졌다면 결코 10중심은 되지 않을 상황이었다.
‘1대 흑염의 절대자가 10중심에 가담하지 않고 신족의 편에 서서 창조신장이 되어 신족 전부를 이끌고 싸웠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흑염의 절대자가 모든 신족의 강자들을 말소하는 광경을 직접 본 모든 신족의 지배층들이 과거에 했던 가정이었다.
그리고 무수한 토론이 오갔다.
‘다른 10중심들은 다수이니 혼자서 이길 수는 없다.
허나 쉽게 당하지도 않았다.’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신족의 패배겠지.’
‘하지만 결코 지금처럼 완벽하게 패배하여 추방되지는 않았어.’
‘최소한 대등한 전투를 이끌었을 것이다.’
‘그럼 결과는 달라진다.’
과거 신족이 절대계의 창조주에게 버림받은 이유는 하나였다.
압도적인 세력을 가진 신족들이 10명에 불과한 1대 10중심에게 당한 계속된 처참한 패배가 지배종족의 위신과 자격을 전부 무너트린 것이다.
그렇게 창조주에게 신뢰를 잃은 신족은 당연히 추락할 수밖에 없었다.
‘1대 10중심들은 각자의 절대적인 강함으로 절대계를 얻었다.
그러나 처음에는 그들은 혼자였으며 너무나 강력하고 정립이 안 된 권능으로 인하여 오리진이 되어 일족을 만들 수 없었다.’
‘그때 흑염의 절대자가 단 한번이라도 신족의 편에서 서서 그들을 패배시켰다면 결코 지배종족의 자리를 잃지는 않았다.’
1대 10중심들은 너무나 특별한 권능을 가진 덕에 만들 수 없는 일족 대신 신족을 상대로 끝없이 이긴 승리를 기반삼아 부하들을 모아 세력을 넓혀갔다.
그들이 보여주는 절대적인 힘과 승리에 매료된 존재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신족을 대신한 지배세력을 이룬 것이다.
만약 신족에 1대 흑염의 절대자나 그와 동급의 강자가 있어서 10중심들과 동등한 승부를 겨루었다면 그렇게 신속하게 교체 당하지는 않았다.
‘최소한 협상을 통해서 동등한 입장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자신들이 9명이라고 해도 신족 전부를 이끄는 대등한 강자인 흑염의 절대자를 무시할 수 없을 테니까.’
최악의 경우에라도 10중심처럼 영원체를 초월한 강함을 인정받아 창조주님에게 지배권과 절대계의 1할을 받아서 더욱 번영할 수 있었다.
그 이후 일족을 만들 수 없는 1대 10중심들의 세력지역을 점점 흡수하여 완전히 지배권을 가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절호의 기회를 부여할 강자를 신족의 순수성과 안전만을 주장하면서 반신이라면서 배제했다.
그 결과는 모든 신족이 주우주로 추방되는 최악의 결과로 남았다.
‘실망한 창조주님을 제외한 영원체님들이 신족이 바친 충성과 노력을 생각해서 유지의 주장을 하지 않았다면 정말 멸족이었지.’
아무리 강한 1대 10중심들이라고 해도 영원불멸의 존재인 영원체님들과 전투는 피할 수밖에 없다.
허나 완전한 세대교체를 위해서 자신들에게 반항하는 신족을 남길 수 없던 10중심들은 다른 선택지를 찾았다.
힘을 모아서 절대계의 하위인 주우주를 만들어서 신족 전부를 강제 이주시킨 것이다.
그 결정에 반항하는 신족들은 모두 처분되었고 영원체님들도 그것마저 반대할 수 없었다.
1대 회색의 절대자가 영원체조차 봉인이 가능한 ‘이그드라실’을 만들고 더 이상 내정간섭하면 서로 끝장을 보자고 협박을 한 것이다.
그렇게 신족은 주우주로 쫓겨났어도 다시 지배종족이 되었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진리가 1대 10중심 전부를 제압하고 절대계의 단독 창조주가 된 이후로 그 영향력이 주우주들까지 확대하려 하고 있었다.
강자가 생존의 조건 전부이고 약자는 바로 사라지는 현재였다.
‘지금은 진리나 10중심도 아닌 바람가의 오리진이 만든 대신족 때문에 신족의 위치가 흔들리지.’
그런 정황을 생각하면 이제 신족의 순수성만을 생각하면서 거대한 힘을 추가할 기회를 포기할 수 없었다.
차원의 마도신의 위험성과 창조신계가 받은 피해를 생각하면 당장 치도곤을 내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는 것이다.
제일 좋은 방법은 특위 창조신으로 임명하여 한직에 박아놓거나 사고 친 것을 이유로 정령계로 근신을 보내면 된다.
그러나 지금 보니 성격도 지독하고 보이는 힘과 파괴력도 만만치가 않았다.
순순히 말을 들을 것 같지가 않다.
‘정령계로 보내서 대기시키려고 해도 제 발로는 갈 리가 없겠군.’
‘위험에 빠지면 다시 1대 흑염의 절대자를 부활시킬 수도 있고 지금 하는 짓을 보아서는 결코 쉽게 제압이 될 것 같지 않습니다.’
단지 땅을 내려찍는 충격파만으로 창조신계가 붕괴가 우려된다니 어처구니가 없는 흑염의 권능이었다.
창조신장과 최고위 창조신들이 전부 모여도 재현이 가능할지 모를 정도로 엄청난 파괴력인 것이다.
더구나 흑염의 권능은 신족이나 정신체에게 아주 치명적으로 작용을 한다.
그러니 신족 중에서 최고의 강자에 속하는 자신들조차 접근을 하면 아주 위험했다.
‘저 골치 덩어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
창조신장이 고민을 하는 눈치가 보이자 최고위 창조신들이 이동구성으로 건의를 시작했다.
신족 전부를 책임지는 창조신장과 달리 전쟁을 주관하는 그들의 입장으로서는 차원의 마도신은 반드시 가져야 할 중요한 패였다.
‘흑염권능의 위협은 대신족에게도 똑같이 적용이 되니 다음 종족결정전까지는 어떻게든 데리고 있어야 합니다.’
‘주신을 임시로 창조신으로 만드는 창조신의 군세까지 생각하면 반드시 신족의 편에 있어야 합니다.’
‘마도신이 빛의 신이지만 마력을 사용한다는 점도 주의하셔야 합니다.
만약 지금 입장에 문제가 생기면 마신황제가 바로 회유를 시도할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알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성마신이자 마신왕이 된 전지의 성을 차원신계에 보내서 회유 중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러나 마신족과 동맹을 맺어서 대신족과 지배권을 놓고 싸우고 있는 499주우주다.
다른 진영으로의 전향은 선택의 자유이니 뭐라고 하지도 못한다.
‘최고위 창조신들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편을 드니 어떻게 할 수 없군.
이해는 한다.’
신족의 핵심에서 지휘를 해야 할 창조신장 대신 가장 최전선에서 강자들과 싸울 확률이 높은 최고위 창조신들이다.
적보다 약하면 바로 죽어야 하는 그들의 입장에서는 저 정도의 힘을 가진 동료를 포기할 수 없었다.
순수한 신족이 아니라고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은 대신족이나 마신족과 수없이 전투를 치루고 결국 살아남은 그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상급 창조신들도 하위 창조신처럼 차원의 마도신의 성향을 들어서 창조신계의 출입에 반대를 하려고 하자 단 한마디로 일축했다.
‘신기는 위험하니 버리자고 하는 헛소리와 똑같다-!’
‘전쟁터에서 무기를 버리고 싸우자 이거냐?’
최고위 창조신들과 상급 창조신들의 힘의 격차는 극심하다.
그보다 만약 이들이 다시 현역으로 복귀하는 날이면 바로 최전선에 몰리는 것은 바로 상급 창조신들이니 거부할 수 없다.
그래서 창조신들의 의견은 불안정하고 위험하나 흑염의 힘과 차원권능의 가능성이 아쉬우니 일단 수용하기로 결정한 상태였다.
거기에 마신황제까지 마신족으로 전향시킨다고 노리고 있으니 더욱 조심해야 했다.
둑-! 둑-!
그러나 창조신계 정문에서 저러는 지금 난동은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잠시 이마에 오른손을 대고 고민을 하다가 바로 지시를 내렸다.
도저히 말로 해서는 들어먹을 것 같지가 않았다.
그렇다고 권능이나 신력으로 제압하자니 바로 자신들에게 달려들 분위기였다.
결국 결정을 내린다.
“.........물 뿌려라.”
“예!”
최고위 창조신들이 권능으로 만들어낸 하늘을 덮을 정도로 거대한 물벼락이 그대로 차원의 마도신에게 떨어졌다.
해치려는 살기도 위력도 없는 단지 폭우와 같았으니 그대로 뒤집어쓰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쫘아아아아악-!
“켁-! 켁-! 뭐야-!”
갑자기 물벼락을 맞고 놀라서 이성을 되찾은 차원의 마도신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허공 위에서 중후한 음성이 들여온 것이다.
“정신을 차렸느냐?”
상공에는 창조신장님과 최고위 창조신님들이 떠 있었다.
이제야 자신이 창조신계 앞에서 무슨 추태를 부렸는지 깨달은 것이다.
‘컥-! 너무 화가 나서 여기가 어딘지 깜박했다.’
더구나 직접 수습을 하셨는지 자신의 주변을 제외하고는 복구가 끝나있었다.
슬쩍 주위도 둘러보니 모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상태다.
‘나만 이 난리를 치고 있었나?
큰일 났다.’
바로 황급하게 투기와 살기를 거두고 허리를 굽혀서 인사를 했다.
“주신장 서열 1위 차원의 마도신이 위대한 창조신장이신 승가람마님을 뵈옵니다.”
잘못한 짓이 있으니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도 기가 팍 죽어서 고개를 숙인 차원의 마도신에게 창조신장은 근업하게 명령했다.
“주신장으로서 예복을 입고 주신전으로 오도록 해라.
바로 창조신 임명식을 한다.”
“?”
징계가 아니라 창조신으로서 임명이라니 어떻게 돌아가는 변화된 상황인지 파악이 안 되는 차원의 마도신에게 일부가 수정된 공문을 보였다.
“너의 창조신계 정식입문에 반대하던 창조신들이 방금 모두 찬성했다.
그러나 조건이 있다.”
공문을 읽어보니 반대하던 창조신들이 모두 반대를 찬성으로 재수정을 했다는 뜻이다.
단서를 달고서 말이다.
‘창조신들에게 자발적으로 접근금지.’
“..........”
뭔가 악의가 넘치는 조건이다.
이건 자신들이 찾을 때까지 찾아오지 말라는 말이다.
‘이 썩을 놈들이-!’
한 마디로 힘은 인정하지만 상종하기 싫다는 뜻이었다.
단숨에 창조신계 외톨이가 확정되어 인상이 확 구겨진 차원의 마도신이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수긍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과거 1대 흑염의 절대자가 정식신계에 받아들여지기 위해 했던 고생과 결국 거부되었던 사실을 보면 이것도 천만다행이었다.
여기서 항의를 하기에는 그동안 벌인 짓도 너무나 마음에 걸렸다.
어느새 성벽과 성문은 수복되었지만 대지는 자신이 벌인 파괴의 흔적이 생생했다.
상위의 창조신, 그것도 창조신장의 신계에서 이런 짓을 하면 본래 처벌감이다.
‘일단 원하는 것은 얻었다.
지금은 여기서 물러나야 한다.
나중은 그때 생각하자.’
어차피 창조신들과 고개 숙이면서 친하게 지낼 생각은 전혀 없었다.
찾아오지 않는다면 찾아올 수밖에 만들면 되는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수긍하는 대답을 듣자마자 바로 다시 공간이동으로 사라지는 창조신장과 최고위 창조신들이었다.
후우우우우웅-!
처음 직접 뵈었는데 용건이 끝나자마자 돌아서는 것이 아쉬웠지만 징벌을 안 받은 것만도 천만다행이었다.
마도신이라서 아무 지지 세력이 없는 자신이 이런 난리를 쳤는데 물벼락만으로 끝난 것이 신기할 지경이었다.
화르르르르륵-!
바로 옷을 말리고 복구를 끝낸 주신장의 빛나는 갑옷으로 갈아입은 차원의 마도신이 크게 외쳤다.
“몸값도 못 낼 포로들 집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