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망(絶望)과 희망(希望) -->
거기다 언제나 미쳐 날뛰려고 기회만 보아서 연산력을 삼키던 흑염권능이 얌전하다.
진리 아니 한진안의 살기와 투기에 형편없이 쪼그라든 것이다.
덕분에 현자로서의 머리가 팽팽 돌면서 어떻게든 이 상황을 반전시킬 방법을 찾았다.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지 목을 베겠다는 살기를 풀풀 풀리는 한진안에게 도저히 배울 수 없다.
잘못되면 정말 말소를 당한다.’
아무리 험악하고 용서가 없어도 목숨만은 살려주는 진리가 백배는 나았다.
‘10중심이니 이 정도의 의견은 들어줄 것이다.’
“전 진리에게 배우러 왔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진리 아니 한진안의 성질을 건드릴 줄은 전혀 몰랐다.
아니 설마 성격까지 바뀌어 있을 줄은 예상을 못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 너 정말 흑염의 절대자 맞느냐?
가르쳐 주는 사람을 선택하겠다고?
정말 진리가 애들의 버릇을 완전히 망쳐놓았구나.
그리고 진리는 관리자의 역할이니 거슬리는 소리도 참았겠지.
하지만 나 한진안은 그런 쓸데없는 말꼬리 잡는 농담을 싫어한다.
어른이 이야기하는데 깐죽거리는 버릇없는 꼬마도 아주 질색이지.
거기에 물에 빠진 주제에 구해줄 때 남녀를 구분해달라는 여유는 어디서 배웠느냐?
당장 버릇을 고쳐주마.”
“!!!”
이제까지 검 날에 머물러서 대검크기로만 유지하던 빛의 검 날이 확장을 시작하면서 길어진다.
화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하늘 높이 치솟은 빛의 검을 들고 그대로 은은한 분노가 서린 음성으로 말하는 한진안이었다.
“절대계의 창조주인 진리와 10중심의 결투자(十中心의 決鬪者)인 한지안은 다르다.
내가 바라고 원하는 것은 정당한 승부와 살려줄 가치가 있는 강자뿐이다.
황금의 절대자와 아버지들에게 약속한 영원한 행복의 성취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뭔가를 희생하면서 서두를 일은 결코 아니다.
그래서 물려받은 절대계나 주우주의 급격한 발전은 관심 없다.
나와 진리가 존재하는 한 어차피 언제인가는 이루어질 일이기 때문이다.
각 계열의 정점으로서 절대계의 진화를 이끄는 10중심이라고 해도 필수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 나를 실망시키면 아무리 너라도 죽일 것이다!
그래도 진리를 보아서 일단 가볍게 간다.
태극천검 절대참(太極天劍 絶代斬)-! 연참(連斬)―!”
우르르르르르릉-!
하늘에서 떨어지는 거대한 빛의 검이 그대로 수없이 갈라지면서 자신에게 떨어지자 너무나 당황해서 비명이 새어나왔다.
“흐으으으으윽-!”
저 빛의 검에 닿으면 정말로 베이고 절단되는 것이다.
지금처럼 무적이었던 강대한 몸을 믿고 날뛰었다가는 정말로 끝장이었다.
‘그런데 다른 전투방식을 알지도 못한다.’
필사적으로 몸을 뒤로 빼면서 소리를 쳤다.
“크허허허허헉-! 이건 수련입니다.”
슈가각-!
분명 피했는데 또 기세에 그대로 피부를 가르고 피가 터져 나왔다.
스치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면 정말 직격되면 끝장이었다.
“진리-! 진리로 바꾸어주십시오-!”
설마 수련을 약하게 받겠다고 진리를 찾을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돌아온 대답은 싸늘했다.
아니 더 성질에 불을 지른 것 같다.
“닥쳐라-! 역시 진리의 방식은 너무 자상해.
어떻게 목숨을 걸지 않고서 안전하게 무슨 수련을 하겠다는 거냐?
희생 없는 각오가 무슨 의미가 있나?”
한진안이 진리보고 너무 자상하다고 말한다.
결코 죽음을 내리지 않는 파멸유혼검을 사용해서인 것 같다.
그러나 시작하면 차라리 죽고 싶을 정도로 패 버리는 진리가 자상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건 또 무슨 말이야?’
평소에는 상과 벌을 같이 준다고 조금만 도움을 청해도 그 이후에 어마어마한 시련을 수없이 넘기게 만들었다.
절대계와 주우주의 발전을 위해서 자신들을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몰아붙이고 있는 진리였다.
이것만은 도저히 넘어갈 수 없어서 항의를 해야 했다.
“진리가 무슨 자상합니까?
진리가 주우주나 절대계에 어떻게 했는지 아시지 않습니까?
주우주를 그냥 주면 다 좋아할 것인데 왜 서로 싸우게 경쟁을 붙입니까?
덕분에 다른 영원체에게 패배를 경험하고 두고 보자고 이를 갈며 정신체들을 몰아붙이며 절대계를 추격하고 있습니다.
그들보다 2써클 상위 유지가 쉬운지 아십니까?
그러니 조금 더 강해지라고 언제나 꼬투리를 잡아서 강제수련 시키지 못해서 안달인데요.
그리고 저희가 진리가 시킨 일을 얼마나 열심히 하는데 필수가 아니라니요?
과거 10중심들의 후보들이 얼마나 많이 자멸하거나 포기했습니까?
지금의 저희들이나 되니 버티는 것입니다.
이러시면 정말 섭섭합니다.
그러니 진리로 바꿔주세요.”
한진안은 진리가 시킨 것처럼 반말을 했다가는 정말 죽일 것 같았다.
그래서 나온 항의와 건의인데 이건 불에 기름에 부은 격이다.
오히려 더 당당하게 소리를 쳤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아예 말이 안 통했다.
뭔가 계속 항의를 하면서 시간을 끌려고 했는데 그것도 막아 버린다.
“내 말꼬리 잡지 말랬지?
이 싸가지가 없고 재능에 비해 약하기까지 한 어린 놈-!
겨우 그 정도로 내게 함부로 이래라 저래라 하더니 간이 부었구나.
진리가 너무 자상하니 겨우 이 꼴이지.
과거라면 싹수가 노랗다고 바로 처벌했다.
허나 재능이 아까우니 버릇과 함께 권능까지 철저하게 바닥까지 끌어내 주마-!”
“왁-! 폭력 반대입니다!”
“뭐? 폭력 반대? 흑염이?”
“..........”
한진안의 얼굴이 잠깐 굳으면서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하면 광전사와 다름없는 흑염의 절대자의 입에서 폭력 반대라는 말이 나왔으니 어이가 없는 것이다.
흑염의 절대자도 설마 입에서 왜 이딴 소리가 나왔는지는 몰라서 당황하고 있었다.
평소의 자신은 절대로 이런 모습이 아닌데 궁지에 몰리니 자꾸 이상한 짓과 헛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것도 현재 가장 눈에 거슬리는 차원의 마도신처럼 말이다.
‘이제 보니 그놈하고 얽힌 뒤로는 계속 꼬여나갔다.
역시 만나자마자 처리했어야 했어.’
진리에게 수련을 끝낸 이후로는 부상조차 거의 없이 살았는데 벌써 반죽음이 된지가 여러 번이다.
다시 생각해보니 이건 아예 재앙을 몰고 다니는 신이었다.
지금도 말실수를 어떻게 수습을 하기도 전에 이미 한진안이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표정으로 달려들고 있었다.
“이 멍청한 놈-! 흑염은 폭력 그 자체다.
똑바로 알란 말이다!”
“와왁-!”
그렇게 흑염의 절대자는 세계를 양단하는 필멸필살의 태극천검에게 끝없이 쫓기며 수없이 생사가 오락가락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한편 차원의 마도신은 창조신장 승가람마와 최고위 창조신들이 주재한 임명식을 무사히 끝냈다.
창조신계의 정문에서 보인 힘으로 기존의 반대 의사를 보이던 다른 창조신들이 찍소리도 못하고 있던 덕이었다.
굉장히 긴 의식을 거쳐서 마지막 선서로서 마무리 지어졌다.
“나는 자랑스러운 창조주 앞에 신족과 신계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맹세합니다.”
차원의 마도신의 충성맹세로 끝난 의식은 이제 막바지에 도달했다.
창조신장이 차원의 마도신의 맹세에 대해 화답하는 순서였다.
“충성의 대가로 원하는 것을 말하라.”
차원의 마도신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이러면 대부분 주신성을 원한다고 했지.’
따르고 있는 세력과 일족을 부양하기 위한 조치였다.
신족에게 주우주에서 이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은 상위의 창조신성 밖에 없기도 했다.
이미 준비되고 있는지 창조신계의 상공에 거대한 주신성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저걸 고르라는 의도적인 조치였다.
‘다른 창조신이라면 반드시 저걸 원하겠지만 나는 아니다.
저 정도 주신성의 제조야 노력과 시간을 들이면 된다.
차원신계와 차원의 창조신성도 모두 소화하지 못한 내가 원할 충성의 대가는 아니지.
그렇다고 창조신성은 너무 크니 다른 것을 원해야 된다.’
의식 내내 뭘 받을까 하던 고민의 결론은 이미 내려져 있는 상태였다.
잘만 하면 정말 대박이었다.
“창조신장님과 같이 사업을 하기 원합니다.”
“......뭐?”
갑자기 나온 뜻밖의 소리에 창조신장 승가람마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주변의 최고위 창조신들도 눈이 가늘어지면서 혀를 찼다.
‘쯧쯧-! 역시 마도신이로군.
다른 창조신들처럼 주신성을 하나 받고 끝내지 역시 그냥은 넘어가지 않을 모양이야.’
‘여기서 포상을 준다고 누가 언급을 해주었나?
상당히 많이 고민한 것 같은데?’
‘그래도 창조신이 무슨 사업인가?
그것도 창조신장님과 같이?’
그런 주변의 반응은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현자보다 사업가의 모습으로 변한 차원의 마도신이 열성적으로 외쳤다.
마도신인 이상 이미 잘 보이기는 글렀으니 최대한 이익을 봐야했다.
“적어도 1할 이상의 이익을 보장해드리겠습니다.”
“.........일단 말 해봐라.”
점점 골치가 아프다는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창조신장 승가람마였다.
마음은 당장 주신성이나 받고 끝내라고 외치고 싶었다.
그렇다고 정해진 충성의 보상을 안 줄 수는 없으니 가급적 듣고 받아들여야 했다.
“제가 이번에 발견한 좋은 사업의 장점은.......”
말할 기회를 얻자마자 바로 터져 나온 자신과 사업을 해야 하는 이유는 끝이 없이 이어졌다.
한편 이계에서는 지금 배신자들의 세력과 본성 피오리나를 두고 밀고 밀리는 쟁탈전 중 이었다.
비록 절대거리 코아에 의해 중심신계가 소멸했지만 행성의 지역적인 가치는 사라지지 않았다.
더구나 이계 중앙을 가른 저 검은 선이 공간이동의 일방통로인 것을 알아챈 초월자들이다.
‘후퇴는 하지 못하지만 전진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만약 전면전이 벌어지면 안전지대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 동안 신족을 구석에 틀어박아서 내전을 하게 만들어서 평화를 누린 초월자들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위협이었다.
그래서 전력으로 출발 지점인 피오리나를 탈환하라고 지원을 퍼주다시피 하고 있었다.
정기지원만이 아니라 부활을 위한 임시신계까지 아예 넘겨받은 배신자들의 신족의 필사적인 공격을 1군과 3군이 전력으로 버티는 형국이었다.
이미 양군이 피오리나를 뺏고 탈환을 반복한지가 수십 번이었다.
본성을 뺏긴 배신자들의 세력의 분노야 당연하지만 이계의 신족들도 결사적이었다.
각 군의 사령관만이 아니라 최고위원회의 창조신들 중 투신인 존재들조차 이미 전선에 투입되어서 총력전을 벌리고 있었다.
허나 상황은 아주 좋지 않았다.
머릿수가 부족하니 역시 열세였다.
“큭-! 밀린다.
너무 많아.”
“아무리 죽여도 끝이 없다.”
저런 대군이 정기가 남아돌고 임시신계지만 부활을 끝없이 해대니 창조신이 많아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아무리 같은 신족이라지만 계속 부활해서 덤벼오니 끔찍한 상황이었다.
어떻게든 투신의 수를 늘려놓지 않은 것이 정말 후회가 되었다.
“제길-! 어떤 주신 놈들이 신기의 질이 우세하면 머릿수는 상관없다고 지껄였냐?”
“실제 붙으니 이런데 전력상으로는 우리가 우세하니 군대를 감축하자고?
돌아가면 가만 안두겠다.”
“반드시 그 놈들도 여기로 끌고 오겠다.”
“일단 전투에 집중해.
또 온다.”
아무리 정예라고 하더라고 20만의 전력으로 100만의 적군을 이기기는 힘든 것이다.
거기에 최고 위원회의 창조신이 나선다고 하더라도 적에게도 창조신은 있다.
비록 10명 정도로 수가 적지만 그들이 나서서 저 대군을 이끄니 압도할 수가 없었다.
‘만약 본성에 있던 50명 정도의 최고위 창조신들까지 있었다면 패배는 기정사실이다.’
10배가 넘는 창조신들의 수로 우세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창조신들이 권능의 난사로 인해 정기와 신력이 고갈되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지친 창조신들이 전투가 불가능해지면 어쩔 수 없이 행성을 내주어야 했다.
“후퇴. 다시 태세를 정비한다.”
그러나 완전히 물러날 수는 없었다.
진리대리로 잠시 왔던 회색현재 차원창세신 코아의 폭거에 가까운 기습으로 적의 본성 피오리나를 얻었다.
거기에 배신자들의 세력이 급감하였고 초월자들에게 빼앗긴 지역으로 갈 진군로까지 확보했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벌인 짓을 보면 울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엄청난 공적이다.’
물론 적만 아니라 아군도 통째로 뒤집힐 위기를 겪고서 얻은 절호의 기회였다.
지금 물러서면 다시는 이런 호기가 없다는 사실은 투신이 아니더라도 모두가 잘 알았다.
또 다시 정기와 신력을 보충한 창조신들을 앞세워 다시 피오리나 함락을 해야 했다.
이미 그들이 앞장서지 않으면 명령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패색이 짙어가고 있었다.
몇 배나 되는 적의 수에 질려가는 투신들을 이끌고 앞을 막아서는 이계의 수십만의 투신들을 쓰러트리면서 전진하는 창조신들이었다.
“겨우 얻은 기회다.
물러서지 마라-!”
“반드시 길을 확보해야 한다.”
“물러서는 투신들은 바로 처분하라.”
그렇게 수가 부족한 투신들이 불리해 질수록 강요된 평화에 젖어서 무기력하던 창조신들의 눈은 서서히 투기와 살기에 물들어 가고 있었다.
배신자들이지만 같은 신족이라고 사정을 봐주던 것도 이미 사라졌다.
막아서는 투신은 모든 신체를 박살을 내면서 목숨만 붙여놓았다.
완전히 죽으면 바로 부활해서 다시 전선에 투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더 이상 여유를 부릴 수가 없어진 것이다.
그 결과 창조신들의 주위에는 고통에 신음하는 소리와 잘려진 신체부위들이 산처럼 쌓여만 갔다.
이 잔인한 광경에 그들을 막으러 나온 배신자들의 창조신들이 질겁할 정도였다.
그리고 분노했다.
“이이.......이런 짓을 같은 신족에게 하다니?
그러고도 너희들이 창조신이냐?”
“같은 신족?
너희는 이제 적일뿐이다.
신족의 미래를 위해 사라져라.”
“오냐-! 그럼 이제 끝을 보자-!”
이미 차원창세신 코아가 벌인 전쟁으로 의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피해를 주고받았다.
공적으로는 적이지만 그래도 사적으로는 같은 창조신으로서 주고받았던 교감 따위는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적의와 살기가 몰아쳐 갔다.
“과거에 진작 그래야 했어.
너희들은 반드시 처분해 버린다.”
“초월자들 따위에게 겁을 먹은 겁쟁이들-!
너희들이 배신만 안했어도 신족이 이 꼴이 안 되었다.”
“대세가 그랬다-!
너무 전력의 차이가 나서 어쩔 수 없었던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원정을 가라고 했더니 오히려 적에게 붙어?
그러고도 너희들이 창조신이냐?”
신족의 배신자.
영원히 따라다닐 수치스런 죄목이었다.
원정군을 회군하여 권력을 제압했다면 들을 이유가 없었다.
그 때 초월자들의 군세와 같이 최고위원회를 점거할 생각이었는데 본가에 접근을 금지한 진리에게 모두 박살나서 이렇게 주저 않아 버렸다.
이제 용서 못할 수치까지 직접 들먹인 이상 더 이상 꺼릴 것이 없었다.
“닥치지 못할까-!
10배가 넘는 적과 결판을 보라니?
너라고 다른 선택을 할 것 같으냐?”
“최소한 적에게 붙어 아군을 치지는 않는다.
그러고도 아직 할 말이 남았느냐?
이 배신자 자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