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망(絶望)과 희망(希望) -->
분명 영창인 것 같은데 뭔가 이상했다.
‘느껴지는 기세가 마치 흑염의 권능과 같다.’
흑염의 권능은 살기와 투기의 융합체이다.
허나 한진안에게는 살기는 없고 오로지 투기만이 느껴졌다.
고요하게 흐르는 커다란 강줄기처럼 투기의 흐름만이 있었다.
그리고 마치 선율과 같은 근육과 뼈가 마찰하는 소리가 연속으로 들려온다.
우둑! 우두둑! 우둑-! 두두두두둑-!
몸이 천천히 원을 돌며 회전하면서 근육이 증가하고 변화를 시작한다.
날렵했던 신체에는 근육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순식간에 흑염의 절대자를 능가하는 근육질이 되었다.
여기에 머리카락조차 자라나면서 하늘로 치솟아 오른다.
‘신축성이 있는 수련복인지 용케도 찢어지지 않네.’
거의 3미터에 가까운 엄청난 근육질의 신체로 변신한 한진안이 흑염의 절대자를 내려다본다.
거의 처음으로 머리를 위로 젖혀서 상대를 쳐다보는 경험을 하게 된 흑염의 절대자는 뒷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커지고 강해졌다.
설마 몰아의 신체변형?
아니 그런데 뭐가 이렇게 자연스러워?’
신체가 아닌 손톱도 힘겹게 변화시켜 강화했다.
그런데 지금 한진안은 어떤 부담도 없이 숨을 쉬듯이 몸 전체를 변화하고 강화했다.
자신이 원하던 몰아의 완성형이라는 느낌이 강한 것이다.
흑염의 절대자가 놀라든 말든 한진안은 회전하던 몸을 멈추고 양손을 좌우로 피면서 말했다.
“오래간만인데 잘 되었군.
이건 바람가의 오의인 여유로운 광전사라고 한다.
살기와 투기의 융합체인 흑염의 권능을 바람가의 오의로 재해석하여 투기만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살기까지 융합하는 흑염과는 달리 투기만으로 구현한 것뿐이니 신체증폭이 약간 떨어진다.
내 후손들이 사용하면 아마 너보다 약할 것이다.
흑염보다 약하니 당연히 사장되었지.
그러나 창시자인 내가 쓰면 조금 상황이 다르다.
흑염의 권능이 분명 상위이지만 증폭의 기본이 되는 신체능력차이가 큰 탓이다.”
그렇게 말하면서 가볍게 양 주먹에 힘을 주고 머리 쪽으로 팔을 굽힌다.
우두두둑-! 두둑-!
태산처럼 치솟아 오르는 알통과 몸 전체의 근육이 또 다시 변화하면서 또 다시 강화한다.
근육이 아니라 아예 철벽과 같은 느낌이었다.
그 순간 흑염의 절대자는 직감했다.
‘저 몸에는 파호톤도 안 통한다.
오직 몰아만이 효과가 있다고?’
무방비로 직격을 당해도 현재 절대계 최고의 파괴력을 자랑하는 흑염의 공격이 통하지 않을 정도의 신체강화였다.
과거 자신의 적들이 느꼈을 황당한 감정을 이제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난 이제 이대로 너에게 공격을 걸 것이다.
지금 너의 신체능력으로는 피할 수는 없으니 막아라.
아니면 죽을 것이다.”
“헉-!”
흑염의 절대자의 짧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자신을 능가하는 거구가 된 한진안이 그대로 양팔을 벌리고 자신에게 달려들면서 덮쳐온 것이다.
만약 저 양팔에 허리를 잡혀진 순간 부딪친 충격과 조이는 압력에 마치 풍선처럼 터져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자세는 반격에 무방비인 것 같지만 공격범위가 너무 넓고 빨라서 피해낼 도리가 없었다.
‘잡히면 두 동강 나서 죽는다―!’
그 순간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 작동했다.
단지 위기와 해결방법만을 알려준 것이 아니다.
대처능력을 벗어난 속도와 힘을 가진 공격을 신체를 강제적으로 움직여서 상대의 가장 약한 부분에 막아낼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여 그대로 실현한 것이다.
‘몸이 멋대로?
또 흑염 권능이 날뛰려 하는가?’
흑염의 절대자나 흑염일족에게 가장 두려워하는 일은 바로 흑염의 권능에게 신체를 빼앗기고 광전사가 되는 것이다.
평소라면 모든 연산력을 동원하여 당장 이런 현상을 막아버릴 것이지만 이번에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신체가 움직이는 그대로 내버려두고 오히려 가속했다.
그러나 신체가 자연스럽게 한진안이 넓게 펼친 양손의 손목을 잡아가고 머리를 왼쪽어깨에 쑤셔 박듯이 처박는다.
뚜가가각-! 뿌드드드드득-!
서로의 머리와 어깨가 충돌하는 소리가 울리고 한계까지 팽창한 근육이 서로 마찰하는 굉음이 울렸다.
상대의 양손을 맞잡고 머리까지 상대의 어깨에 충돌한 두 명의 거체가 순간적으로 멈춘 것 같았다.
그리고 곧바로 엄청난 충격파와 폭음이 터져 나오면서 그 위력을 알렸다.
슈가가가가-! 슈하하하하하-!
영원체인 바람가의 오리진들이 수련을 해도 이상이 없던 연병장의 바닥이었다.
그런데 권능도 아니 단지 신체가 충돌한 충격파를 못 이기고 바닥의 재질이 그대로 파괴되어간다.
육체가 구현할 수 있는 한계에 이른 신체들의 충돌을 못 견디고 금이 가다 못해서 산산조각이 되어 날아오른 것이다.
몇 미터의 깊이와 폭으로 파여진 구덩이 안에서 서로 양팔을 맞잡고 머리로 상대의 어깨를 밀어낸 힘겨루기의 자세가 되어버린 두 명이었다.
그리고 한진안은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후후후후후후후! 이걸 이렇게 쉽게 막았느냐?
1대 흑염의 절대자조차 부상을 입었는데 말이다.”
거의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덤빈 1대 흑염의 절대자를 그대로 날려버린 오의였다.
죽이지는 않고 최소한 허리를 부러뜨려 버릇을 고칠 생각이었는데 생각도 못하게 대등한 수준으로 받아쳐왔다.
흑염의 절대자의 머리가 충돌한 어깨와 양팔로 전해지는 압력이 실로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이런 힘겨루기로 이끌다니 아주 좋구나.
아주 좋다-!
흑염이라면 이렇게 나와야지.
과연 2대 흑염의 절대자답다.”
“크으으으으으-!”
칭찬을 받고 있지만 대답을 할 여력이 없었다.
입을 열어서 힘을 분산시키는 순간 당장이라도 뒤로 튕겨 나가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절대로 좋아서 이렇게 한 것이 아니었다.
방법이 없어서 반사적인 행동에 맡겼더니 상황을 이렇게 만들어 버렸다.
‘지금 당장 살기 위해 스스로 위험에 뛰어들었어?
막기는 했지만 터무니없이 높은 기초능력을 바탕으로 나보다 신체능력이 강화된 한진안과 이런 힘 승부는 자살행위이다.’
완전하게 세상을 파악하고 아무런 손해를 보지 않고 정확하게 이득을 본 길을 알려주던 언제나 동전의 앞면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었다.
‘그런데 했다.
이건 수단과 방법에서 완벽을 추구하는 언제나 동전의 앞면과는 성질이 정반대야.’
언제나 동전의 앞면은 어떠한 손해도 주지 않는다.
허나 그 방법들이 너무 수준이 높고 이기적이라서 남을 이해시키기 힘들어 불신조차 준다.
그런데 이 변화된 직감은 차라리 이해가 쉽다.
아니 몸 전체가 오직 상대의 약점과 급소만을 노리는데 모를 수가 없다.
덕분에 상대적으로 몸 전부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었다.
‘본인이 살을 내주던 뼈가 박살나던 어떠한 희생을 치르게 될지라도 상대의 목을 물어뜯어 이긴다는 것인가?’
수많은 부상의 극복으로 복원에 가까운 회복력과 최고의 생명력을 가지지 못했다면 말도 안 되는 전투방식이었다.
차원의 마도신은 이제 목이 날아가서 신체 대부분을 잃어도 결국 부활하는 것을 직접 보았다.
그러나 흑염의 절대자인 자신은 아니었다.
물론 그런 회복력이나 생명력 따위는 없었다.
그런 면에서 단련될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신체가 박살날 정도의 부상을 입으면 거의 끝장이었다.
‘이........이 빌어먹을 차원의 마도신 놈. 설마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 자기희생을 기본전제로 권능을 짜놓았을 줄이야.
어떤 부상을 입어도 죽지만 아니면 살아날 자신이 있다는 것인가?
근원의 칭호가 있어도 이건 너무 무모........커어어어-!’
그런데 더 이상 생각할 여력이 없었다.
한진안의 몸에서 더욱 강력한 힘이 발동되어 앞으로 사정없이 밀어붙여 온다.
우둑-! 우둑-! 쩌쩌쩌쩍-! 지지지직-!
서로 맞잡은 손에서 뼈가 어긋나는 굉음이 들리고 실제로 뼈가 금이 가고 있었다.
몸 뒤로 뻗어서 버틴 양 다리에서 과다한 힘의 사용으로 뼈에 금이 가는 괴음이 들리고 땅에 고랑을 파고 있었다.
‘역시 밀린다!’
상체가 서서히 뒤로 젖혀졌다.
기교도 없이 손을 맞잡은 상태에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으니 이건 형편없이 힘으로 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대로 등이 땅에 닿는 순간 허리가 부러지고 전신의 뼈가 산산조각이 난다.
그럼 죽어.’
허나 흑염의 절대자를 그런 위기에 몰아넣고도 한진안은 평온했다.
마치 할아버지가 어린 손자를 데리고 장난을 치면서 가르치는 것 같았다.
“완전 회피라던가 복원력은 약자의 잔재주다.
흑염에게는 필요 없지.
공격받기 전에 먼저 부수면 되고 다치지 않으면 된다.
빨리 힘을 더 써라.
여기서 더 강해지지 않으면 넌 끝장이다.”
“크으으으으으으-!”
압도적인 강력한 힘 앞에는 아무것도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 사실은 흑염의 절대자도 이미 알고 있었다.
차원의 마도신에게 보낸 직접지원의 역류로 갑자기 얻은 회피능력과 복원능력도 이 정도의 강자에게는 의미가 없었다.
오직 시간벌기와 도망만이 가능하다.
그렇게 대답할 여력이 없어서 신음만이 나올 뿐이었다.
‘그 정도는 알고 있다.
극한에 이른 힘에는 오로지 더 강한 힘으로 맞상대해야 한다.
그래서 분명 순수한 힘으로 공격을 잘 받아쳤는데 어떻게 된 것이 밀리고 있다.
설마 정말 나보다 신체능력이 위인가?’
지금 ‘여유로운 광전사’란 바람가의 오의를 쓴 한진안이 단지 덩치만 큰 것이 결코 아니었다.
본인의 입으로 말한 대로 증폭력은 분명 살기까지 사용하는 흑염이 위였다.
‘끝없는 수련 끝에 얻어낸 바람가의 신체능력이 지금 나의 신체능력을 분명 능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순수한 힘겨루기에서 밀린다는 것은 비록 모든 10중심을 혼자서 이겨낸 한진안이라고 해도 결코 용납할 수 사태였다.
절대계 최강의 육체라는 흑염의 절대자의 명예는 바로 진리가 부여한 것이기 때문이다.
‘본능과 감각에 기반을 두어서 제어가 너무 힘든 흑염의 특성 때문에 권능을 사용할 수 없어 육체가 전부인 흑염이다.
그런데 최강의 육체라는 명예를 바람가에 내주면 단지 광전사에 불과해.
그것만은 안 된다.
이런 식의 정면대결에서 바람가에 밀리면 다시는 진리 앞에 설 면목이 없다.’
아무리 억지로 임명된 흑염의 절대자의 자리이지만 진리에게 받았던 도움과 지원은 셀 수조차 없었다.
무엇보다 태어날 때부터 엄청난 힘을 보여 돌연변이라고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서 홀로 떠돌던 자신을 직접 거두어 주셨다.
‘순수한 강함과 재능만으로 인정받았다.
그런 진리가 없었다면 이미 파괴신이 되어서 절망적인 삶을 마쳤을 것이다.’
그리고 엄청난 시간과 수고를 들여서 최고의 현자수준으로 가르치고 몸조차 단련시켜서 절대계의 가장 위인 10중심으로 올려주신 분이셨다.
비록 의도와는 다른 직위와 과중한 의무를 받아서 투덜거렸으나 받은 은혜에 비하면 하찮기 짝이 없었다.
‘비록 길이 달라져서 진리의 적이 될지언정 실망은 시킬 수 없다.’
각오를 굳힌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였다.
완전히 변해 버리거나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아서 시도하지 못한 자신의 한계의 너머였다.
이성이 아닌 본능의 영역이었다.
“크와아아아아아아-!”
쿠쿠쿠쿠쿠쿠쿠쿠쿵-!
비명이나 포효와 같은 흑염의 절대자의 기합이 울린다.
드디어 완전한 제어가 풀린 흑염의 권응에 수세에 몰렸던 신체가 다시 힘을 되찾았다.
그리고 몸 안에서 울리는 심장소리가 연속적인 폭음이 되어 신체능력을 극도로 끌어올린다.
맞잡은 양팔을 통해서 전해지던 고통은 사라졌다.
그런데도 만족하지 않고 오히려 몰아붙여간다.
그렇게 무력하게 뒤로 밀리면서 젖혀지던 흑염의 절대자의 몸이 다시 본래의 위치를 찾아가자 감탄을 숨기지 못하는 한진안이었다.
“호오? 그래. 하면 되지 않느냐?
이건 폭혈의 권능 중복?
아니 최대가속인가?
폭혈의 강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속도를 더욱 높였느냐?
이런 것조차 가능 하다니 역시 진리의 생각대로 아직 여력이 남아있었구나.”
지금 흑염의 절대자가 완전 제어가 가능한 범위에서 폭혈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근육이 더욱 부풀어 오르고 강해지면서 뼈조차 흑염의 권능으로 변형을 시작했다.
‘금이 갔던 뼈가 더욱 강화되어 회복하고 있군.
차원의 마도신의 회복력까지 남김없이 발휘하고 있어.’
강화 된 손톱도 더욱 길어지고 강해져가면서 자신의 주먹을 파고들려 한다.
연산력의 제어에서 풀리고 가속되어 더 강대한 힘을 발휘하는 흑염의 권능이 몸 전체에서 타오르면서 압박해 온다.
마치 활처럼 뒤로 꺾이던 허리도 이미 원상태가 된지 오래였다.
입에서는 짐승의 신음 소리 같은 기합이 흘러나오면서 말 그대로 검은 불길을 토해냈다.
“크르르르르르르륵-!”
화아아아아악-! 우두두두두두두두둑-!
터질듯이 부풀어 오른 흑염의 절대자의 신체 전부가 검은 불길을 내뱉으면서 더욱 변화를 가속한다.
한진안의 강력한 투기에 위축되었던 흑염의 권능이 드디어 미쳐 날뛰는 맹수처럼 이빨을 드러내면서 덤벼든 것이다.
그러고도 이성의 찬란한 빛은 남아서 눈동자만은 허점을 찾고 있었다.
흑염의 권능에 신체를 맡기고도 변형강화하면서 완벽하게 이성을 유지하고 통제를 유지하는데 성공까지 해내였다.
미쳐가면서도 1대 흑염의 절대자가 그렇게나 원하던 몰아의 완전한 형상이었다.
압도하다 열세에 몰릴 상황이 되었지만 결국 한진안은 완전히 만족하여 웃었다.
“후후후후후후훗-! 흑염권능으로 인한 몸 전체의 변형과 강화.
거기에 이성의 유지도 성공했구나.
이제야 넌 흑염의 몰아에 도달했다.
기특하구나.”
자신에게 바람가의 혈족을 제외하고 아직도 이렇게 덤빌 수 있는 상대가 남아있다니 정말 기쁜 일이었다.
진리에게 대부분의 외부활동을 맡겨두고 수련만 했어도 점점 다가오던 권태가 완전히 날아간 기분이었다.
‘2대 10중심. 처음에는 왜 필요한지 이해가 안 갔는데 이제 보니 정말 잘했다.
가족도 아니니 마음 놓고 상대할 수 있으니 말이다.’
여유로운 광전사는 힘의 극한에 이르러서 어지간한 물질은 여파로 붕괴시켜 버린다.
귀여운 손자들에게 이런 험악한 권능은 함부로 사용할 수 없었는데 모처럼 정말 몸을 풀게 되었다.
사양하지 않고 그대로 더욱 힘을 상승시켜서 대응해갔다.
“과거에 결국 이루지 못했던 흑염의 몰아(沒我)와 바람의 여유로운 광전사를 비교할 수 있다니 정말 기쁘구나.
자아. 다시 시작하자.”
우둑-! 우둑-! 우지지지-! 우드드드드득-!
양손을 맞잡고 머리로 서로 밀어붙이려는 두 거체의 몸에서는 끝없는 투기와 살기가 피어올라서 바람성을 뒤흔들고 행성외부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배신자들의 군세가 몇 배나 많아서 상황이 안 좋아지자 다른 진리대리를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려고 왔던 최고 위원회의 창조신들도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