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망(絶望)과 희망(希望) -->
그리고 바로 전투준비를 들어갔다.
13쌍의 빛의 날개가 하늘로 만개하고 13쌍의 암흑의 날개가 땅을 잠식한다.
그리고 머리 위에는 13쌍의 마력의 원이 빛나면서 주변을 밝힌다.
더구나 몸과 머리카락에서는 검붉은 불길이 전신에 흐르고 있었다.
신력과 마력, 상승된 흑염의 권능까지 총동원한 전력의 전투태세였다.
휘이이이잉-! 우우우우우웅-! 화르르르르르-!
전신에 가지고 있는 모든 권능을 동원하여 최대한 힘을 끌어올린 차원의 마도신이 자조적으로 웃는다.
“클클클. 마도신인 내 주제에 무슨 창조신들의 인정을 받겠다고 그 짓을 했는지 몰라?
어차피 될 놈은 되고 안 될 놈은 안 돼.
될 놈들 사이에 끼여 구차하게 고개 숙이고 노력해보았자 결국 더 비참해질 뿐이지.
그러니 이제 내 앞길에 재 뿌리는 놈들은 반드시 박살을 내주마.
마도신이며 용병신 답게 말이다.”
‘........’
뭔가 포기한 듯이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 보여주던 다른 미래의 선택지가 모두 사라졌다.
그리고 바로 전투영상으로 바뀐다.
가장 선두에 달려오는 중급 창조신의 모습과 바로 수없는 발차기를 날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 수많은 발차기 중에서 가장 반격을 하기 쉬운 장소를 명확하게 알려주었다.
한손으로 그 장소에 손을 뻗어서 한방 먹이니 피를 토하면서 날아가는 결과가 나오고 바로 하급 창조신들을 하나하나 정리해간다.
‘이건 마치 이미 상대의 녹화된 경기를 수없이 보고 약점을 분석하여 전투에 들어가는 것 같군.’
똑같이 이루어질 전투상황을 그대로 따르면 되니 이렇게 수월할 수가 없었다.
정말 저절로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다.
“오오? 이런 젠장-! 이러니 어떻게 이겨?
그런데 이런 걸 알고 싸워도 4위이면 상위의 10중심들은 도대체 어느 수준이야?”
흑염의 절대자 수준의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 예지를 넘어서 분석결과까지 제공하는데 당해내지 못했다면 이유는 하나였다.
‘상대를 완벽히 알고도 이길 수 없을 정도로 큰 차이가 난다는 뜻인데?
에이? 설마? 같은 10중심인데 그 정도 차이가 날 리가 없지.
그리고 진리의 공격도 전력을 다하면 버틸 최강의 육체를 가진 흑염의 절대자를 누가 그렇게 이길 수 있겠어?
아마도 권능의 상성문제겠지.’
윽-!’
그런데 갑자기 턱에 통증이 생겼다.
못 견딜 지경은 아닌데 무엇인가에 세게 맞은 느낌이었다.
욱씬-! 욱씬-!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온 몸의 관절과 뼈에 똑같은 통증이 생기면서 그대로 주저앉을 고통을 받았다.
하지만 바로 무시하고 몸의 균형을 유지했다.
이제 몸 전체가 박살나도 상관이 없는 자신에게 이 정도 고통은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다만 갑자기 생긴 고통에 당황했을 뿐이다.
대답을 해줄 권능은 바로 가지고 있었다.
“이 고통은 뭐냐? 언제나 동전의 앞면?”
‘.........’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 보여주는 화면들이 하나의 큰 화면으로 모인다.
그리고 약간 흐려진 화면에는 흑염의 절대자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주 다져진 모습으로 쓰러져 있었다.
‘신음소리를 내는 것을 보니 살아 있군.
그런데 어쩌다가 저 꼴이?’
피부와 근육의 부상도 심각했지만 전신의 뼈가 모두 박살난 모양인지 아예 인간의 형체조차 유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앞에는 약간 곤란한 표정을 하고 있는 진리가 있으니 누가 그랬는지 모를 리가 없었다.
언제나처럼 진리의 수련을 받다가 죽기 직전까지 몰린 것이다.
“뭐야? 정말 흑염의 영원권능을 배우겠다고 진리에게 갔었어?
간이 부었군.”
초월권능조차 익힌다고 발버둥을 치다가 죽어나가는 존재가 무수했다.
절대권능은 모두 개방되어 있지만 절대계에서도 익힐 수 있는 존재가 셀 수 있을 정도다.
이러니 영원권능의 습득난이도가 어떨지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아무리 절대계 최강의 육체를 가진 흑염의 절대자라도 아무 준비도 없이 진리에게 가다니 자살행위였다.
그 결과 저 꼴로 뻗어버린 것이다.
‘무모하기 짝이 없네.
뭘 잘못 먹었나?
오오오. 숨이 넘어가네.
저러다 정말 죽겠다.
미래자식이 아주 좋아하겠군.’
저런 식으로 뼈와 내장을 완전히 다져버린 것 같은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서 살아날 수 있는 것은 자신정도였다.
일반적인 존재면 창조신이고 뭐고 무조건 죽는다.
그러나 흑염의 절대자가 저렇게 된 모습을 보니 뭔가 마음속에 맺힌 것이 풀려갔다.
한 없이 마음이 넓어지고 너그러워져만 갔다.
‘그래. 모든 것은 돌고 도는 것이다.
한순간의 흥함과 망함에 화를 낸다는 것은 패배자의 길이지.
지금은 상대의 건투를 빌어주어야 한다.’
거의 형상이 무너진 흑염의 절대자의 화면을 향해 경건하게 양손을 합장하고 말했다.
짝-!
“흑염일족으로 오리진의 쾌유를 빌겠습니다.
쾌차하시는 아주 먼 미래에 뵙겠습니다.
참-! 지원해주신 흑염권능은 아주 좋더군요.
푹 쉬시는 동안 잘 쓰겠습니다.”
10중심을 극히 아끼는 진리가 바로 앞에 있으니 죽을 리는 절대로 없다.
하지만 신력 일천 조에 영원체를 능가하는 힘을 가진 존재가 저런 치명상을 회복하고 본래의 위력을 찾으려면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허나 아직 인간시절의 시간관념이 남아있는 자신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긴 시간이 걸린다.
무엇보다 흑염의 절대자가 저 꼴이 되었으니 원수를 갚는다고 별 미친 짓을 다 하던 미래의 자신도 조금 얌전해질 것이다.
그게 가장 큰 위안이었다.
“전혀 의도치 않게 마음의 상처 하나는 아물었고 그럼 이제 너희만 처리하면 그럭저럭 나도 자비스러워질 것 같다.”
이미 신체 여기저기에 신멸포로 인한 구멍이 뚫려서 분노에 가득 찬 중급 창조신이 도착했다.
그리고 허공에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 먼저 보여주었던 연속 발차기가 가득 메워진다.
꽈꽈꽈꽈꽈꽈꽈꽈-!
정문에서 저 공격을 못 막고 가슴에 구멍을 뚫려나갔지만 지금은 달랐다.
약점이 어디인지 알고 공격방법까지 안 이상 여유로웠다.
그리고 지금의 신체능력은 흑염의 절대자의 적극 지원으로 폭증하여 정문에서와는 아예 격이 달랐다.
동체시력도 감각도 급상승되어 모든 동작이 느린 화면처럼 보일 정도였다.
‘허어? 전부 보인다.
이렇게 느렸나?’
방어력도 올라서 공격을 무방비로 받아도 부상은 고사하고 고통조차 없을 것 같았다.
이러니 긴장되기는 고사하고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 변동요소까지 보여주니 오히려 예전부터 하고 싶던 말이 튀어나올 지경이다.
“이게 너희들이 살던 세상이냐?
이 정도의 재능과 지원이면 이기는 것이 당연하지.
허나 나는 달랐다.
악착같이 노력해도 너희들을 따라가기도 힘들었지.”
그대로 흑염 권능을 잔뜩 끌어올려서 보여준 약점지역을 한 주먹으로 후려갈겨 간다.
다른 공격들은 모두 무시하고 전력을 기울였는데 역시 그곳이 바로 이 연속 발차기를 가동하는 중심지였다.
‘역시 언제나 동전의 앞면-!
정확해!’
발과 격돌한 주먹에서 피가 터져나가고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울린다.
중급 창조신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순간적으로 상대의 공격력이 심상치 않다는 점을 파악한 것이다.
상상조차 하기 힘든 거력이 느껴졌다.
‘큭-! 뭐냐-!
마치 완전히 다른 존재인 것 같다.’
파아아아아아앙-! 꽈드득-!
차원의 마도신의 주먹과 중급 창조신의 발이 충돌하는 소리가 커다랗게 울린다.
발로 하는 공격과 주먹으로 막은 방어다.
당연히 주먹이 더 타격을 입어야 하는데 흑염의 권능으로 한껏 끌어올린 차원의 마도신의 신체는 조금의 타격도 입지 못했다.
아니 고통조차 거의 없어 보였다.
아니 전투를 하는 긴장조차 보이지 않고 여유롭게 말하고 있었다.
“아느냐? 나도 빛의 창조신이다.
자비롭고 관대해져서 부하들에게 존경받고 싶었단 말이다.
허나 그럴 여유도 세력도 없는 용병신 주제에 너희들의 흉내를 냈다가 끝장이 날 뻔했지.
지금 창조신계에서도 똑같은 실수를 했었고 말이야.”
차원의 마도신으로서는 정말 후회가 되는 일이다.
처음 신계에 올라올 때처럼 또 친하게 지내보겠다고 여기저기 고개를 먼저 숙였다가 그대로 한방 먹고 나가떨어질 위기를 겪었다.
그 이후 신계주신이 되고도 여전히 밀리고 있었다.
먼저 양보했더니 그게 굳어져서 관계를 바꾸려고 하면 서로 끝장을 봐야할 수준이 되어 버린 것이다.
‘제 버릇 개 주지 못한다더니 내가 딱 그 짝이지.
다신 그런 실수를 안 한다.’
창조신계의 창조신들에게 창조신으로 인정받아보겠다고 신력만으로 싸웠다가 개망신을 당하고 1대 흑염의 절대자가 구현되는 난리를 당했다.
그 뒤 이어진 자신만 죽어라 고생하는 반복된 사태를 겪고 이제 확실히 마음을 굳혔다.
‘먼저 숙이지 않고 숙이게 만들고 말겠다.’
“으으윽-!”
중급 창조신은 발바닥으로부터 전해지는 극통에 저절로 신음이 나왔다.
겉은 멀쩡해 보이지만 발바닥부터 시작해서 무릎까지 모든 뼈와 근육이 파열되고 부서졌다.
단 한 번의 격돌로 영겁의 시간동안 단련해온 자신의 발이 단숨에 전투불능이 되어버렸다.
‘정문에서 자신의 발차기를 못 견디던 때와는 전혀 다른 엄청난 힘이다.’
이건 직접 상대를 하면 안 되었다.
‘직접 충돌하지 말고 어떻게든 피하면서 허점을 노려야한다.’
뒤를 따르는 다른 창조신에게 경고를 해야 했다.
“으윽-! 힘.......힘이 아까와는 전혀 달라.
정면에서 부딪치지 마라.
이건 흑염의 권능.......커어어억-!”
“닥치고 넌 끝장이다.”
전세는 정확히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정문에서 보인 열세로 인한 방심을 이용하여 어떻게 보면 기습과도 같았기에 중급 창조신 정도의 강자가 이렇게 단숨에 무력화가 된 것이다.
그런데 다른 창조신에게 정보를 주는 것을 허락할 리가 없다.
말과 의지를 전하지 못하게 그대로 엉망이 된 발목을 오른손으로 잡고서 그대로 땅바닥에 패대기를 쳐버린다.
꽈드드득-!
산산조각이 났던 발목뼈가 손아귀에 잡히자 단숨에 으깨지면서 가루가 된다.
그리고 그대로 땅바닥에 연속으로 후려갈겨갔다.
퍼어어어어억-! 꽈꽈꽝-!
몸은 땅바닥에 충돌한 순간 의식이 날아갈 정도로 충격을 받고 다시 위로 튕겨진다.
그러나 용서하지 않고 바닥에 반복하여 후려갈겼다.
그 여파로 주변이 지진을 만난 것처럼 흔들리고 주신전까지 앞뒤로 진동을 시작했다.
꽈꽈꽈꽈꽝-! 우르르르릉-!
주신전이 뒤흔들릴 정도로 엄청난 충격을 연속해서 당하니 아무리 중급창조신이라도 버티기 힘들다.
흐려져 가는 의식 속으로 차원의 마도신이 천천히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난 너희들을 처음 보는데 왜 나를 방해할까?
이건 능력부족일까?
아니면 성격이나 출신 탓일까?
아니면 내 계열 문제인가?
여러 가지 문제가 겹쳐서 아무리 주변과 잘해보려 해도 안 된다.
덕분에 노력해도 돌아오는 대가는 거의 없고 겨우 승진을 하려면 너희들처럼 여기저기서 물어뜯는다.
정말 주위와의 화합은 나하고는 안 맞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렇게 태어나고 자란 것을 나보고 어쩌라고?
전부 바꾸면 되지 않느냐고?
말이 쉽지.
그렇게 말하는 놈들이 자신을 조금이라도 바꾸는 것을 본적이 전혀 없다.
나도 주변도 변화가 불가능하다면 이제부터 다르다.
나를 거부하는 주변 따위는 용납하지 않겠다.
비굴하게 아부를 떨어도 살아남기 힘들다면 전부 박살내고 기어올라 가주마.
내게 손해를 끼친 놈들은 반드시 뼈 속까지 후회하게 만들어 주리라.
일단 너희들부터 시작이다.”
꽝꽝꽝-! 꽝-!
도착한 일반 창조신들이 중급 창조신이 참혹하게 당하는 몰골에 분노하여 달려들었다가 기겁을 했다.
“놓지 못하겠느냐? 헉-!”
부우우우우웅-!
차원의 마도신이 중급창조신의 몸을 휘둘러서 공격을 하려는 자신들을 공격해온 것이다.
이러면 공격을 하기가 극도로 제한된다.
그리고 중급 창조신의 단련된 몸 정도면 신기보다 더한 강도였기에 피해가 없이 막을 방법도 없었다.
퍼어어어어억-!
당황하여 미처 피하지 못한 일반 창조신이 중급 창조신의 몸에 맞아서 단숨에 저 멀리 날아가서 뒹군다.
차원의 마도신은 이제 의식을 잃은 중급 창조신을 손에 잡고 철퇴처럼 휘둘러서 일반 창조신들의 공격을 막아내고 역습까지 해버렸다.
“물러서라-!”
“공격하면 안 돼.”
일단 동료가 무기가 되어버리자 다급하게 뒤로 몰러난다.
일반 창조신들은 대신족과 마신족, 파괴신까지 무수하게 싸워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창조신으로서는 당연히 비난받을 일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차원의 마도신은 흉포한 살기와 감정을 드러내면서 소리쳤다.
“나는 상급 창조신 대우다.
직속상관이나 의뢰주도 아닌 하위 창조신주제에 감히 내게 명령하지 마라-!
내 출세를 방해하는 시비꾼들아.
접근금지를 걸면 가만 놔둘 줄 알았느냐?
끝까지 박살을 내주리라.
이 기회에 마도신이 어떤 존재인지 창조신계에 똑똑히 새겨주마.”
“이 미친 마도신-! 여기가 어디인지 잊었느냐?
우리가 누구인지 모른단 말인가?
창조신이 이게 무슨 짓이냐?
싸울 장소도 모르는가?”
원수와 다름없던 과거 악마족과의 전쟁에서도 저런 짓을 하는 존재는 없었다.
최상위의 존재라면 최소한의 명예가 있는 것이다.
창조신간의 우열을 가리자면 최소한 모두가 지켜보는 결투장에서 싸워야 한다.
역대의 고위 창조신들은 항상 이렇게 말했다.
‘전쟁 속에서도 고귀함을 유지한다.
그것이 명예다.’
상황이 힘들수록 품위를 지킨다.
이것이야말로 영광스런 지배종족인 신족의 창조신이 걸어야 할 길이다.
허나 역시 마도신답게 정면으로 거부했다.
아니 같은 문장을 들어도 이해가 달랐다.
“당연히 어디든지 전장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너희는 내 앞길에 재를 뿌린 적이지.
나는 순수한 신족이 아니니 그딴 허례허식 따위는 관심 없다.
너희와 다르다고 혐오를 받고 차별을 받아야 한다면 차라리 공포를 심어주겠단 말이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