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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생존전략-727화 (727/1,533)

<-- 절망(絶望)과 희망(希望) -->

흑염의 절대자와 한진안은 앞에 놓여 진 술과 안주를 모두 남김없이 먹고 일어섰다.

먹을 것은 아껴야 한다는 의식은 일치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는 난생처음으로 힘에 밀려 사정없이 두들겨 맞으면서 남을 배려하며 말하는 법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렇다고 결코 굴복하지 않고 계속 치열하게 싸웠지만 서로의 주장은 바뀌지 않았다.

서로가 적이 된 이상 어차피 바뀔 수도 없었다.

‘흑염은 본능이 이끄는 대로 자신이 올바르다고 믿는 길을 간다.

회색인 현자는 자신이 아닌 전부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간다.

가는 길이 달라졌으니 선택이 바뀔 수는 없지.

단지 서로가 도착할 결말의 무참함을 너무 잘 아니 안타까웠을 뿐이었다.’

거기까지 과거의 생각을 하고 있는데 멀찍이 떨어져서 결계를 유지하던 후손들이 다가와서 말한다.

“진안 할아버님. 흑염이 당장 죽을 것 같습니다.

치료를 서둘러야 하겠습니다.

저희들이 할까요?

아니면 그냥 내버려 둘까요?”

그 말에 아래에 쓰러뜨린 흑염의 절대자를 보니 이제 정말 숨이 넘어가고 신령이 분리되려 하고 있었다.

아니 이제까지 버티고 있다는 사실만도 대단했다.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지만 차원의 마도신과 직결되어서 복원에 가까운 회복력을 지원받고 있다.’

하지만 전신파도격(全身波濤擊)은 본래 그런 상대를 때려서 잡기 위해 만든 오의였다.

뼈와 근육을 하나하나 모두 잘게 파쇄 했으니 자력의 회복은 무리였다.

“역시 전신파도격(全身波濤擊)은 너무 심했나?

큰일이 날 뻔했구나.

10중심이 죽으면 부활이 아주 번거롭지.

내가 직접 하마.”

바로 신력을 운용해서 치료를 시작했다.

창조주의 권능을 발동하자 죽기 일보 직전이었지만 바로 전신의 뼈가 다시 붙고 근육과 혈관이 생겨난다.

우우우우우우-!

허나 흑염의 절대자가 워낙 높은 경지와 신체를 가져서 회복이 조금 더디다.

그 모습을 잠시 쳐다보던 다른 후손들도 가세해서 돕기 시작했다.

10중심을 아주 싫어하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회복을 돕는다는 사실은 아주 의외의 일이라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너희들은 2대 10중심을 싫어하지 않았느냐?

왜 살리려고 하느냐?”

“저희들을 힘으로 능가했다고 날뛰는 2대 10중심들은 보기도 싫지만 필요성까지 무시하지는 않습니다.”

“호오? 그래?

너희들이 보기에도 아주 쓸 만하지?

우리 바람가가 직접 전면에 나서지 않아도 되니 공이 아주 크다.”

지배에는 필연적으로 반발이 따른다.

이런 반발은 비이성적이고 악의에 가득 차 있기에 어떤 이상적인 지배자라도 피할 수 없었다.

이렇게 무조건적인 반발이 쌓이면 결국 지배는 무너진다.

‘창조주조차 그런 반발이 쌓이다 폭발하여 1대 10중심에게 무너졌지.’

자신도 절대계의 발전을 이끄는데 과격한 수단을 많이 사용해서 반작용이 컸다.

그걸 10중심들이 선두에 나서서 차단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발전을 이끄는 것은 자신이나 지배는 10중심들이 하기에 당연하지만 비난도 그들이 듣게 된다.

모든 일의 핵심인 진리의 가문인 바람가가 온전하게 최고의 명문이자 영원체들의 성지로 인정받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인정합니다.”

전혀 의외의 긍정적인 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을 위해서 마음에 안 드는 적조차 돕겠다.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면서 회복을 돕고 있는 마도신의 오리진을 맡고 있는 후손의 말이었다.

그러나 다음 말에 뭐라고 반응을 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할아버님이 이들을 잃고 슬퍼하실 모습은 보기가 싫군요.

절대계의 창조주께서 이성을 잃고 우시는 것은 한 번으로 충분합니다.”

“...........”

그 후 한참을 아무 말이 없이 흑염의 절대자의 치료를 마무리한 한진안은 입을 떼었다.

한기가 풀풀 날리는 목소리였다.

“누구에게 그 소리를 들었느냐?”

“예?”

순간 마도신의 오리진의 얼굴에 실수했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이 말을 했던 선조가 신신당부했던 말이 떠오른 것이다.

입조심을 하고 절대로 한진안 할아버님의 귀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아. 마지막 장소에 있던 놈들 중 살아남은 것은 나와 손자밖에 없으니 당연히 그 녀석이겠군.

이놈의 자식-!  절대로 떠벌리지 말라니까-!

당장 혼 줄을 내주마.

당장 파멸유혼검을 꺼내 쥐고서 연병장을 가로지르면서 외쳤다.

“이 가장 늙은 손자 놈-! 어디 있느냐?

당장 나오지 못해-!”

가장 오래되어서 역시 눈치를 챘는지 저 멀리 줄행랑을 치고 있는 늙은 손자가 보이자 쫓아가는 진리였다.

이렇게 오늘도 활기찬 바람가였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한 달간의 시간동안 창조신계에서 창조신성의 자료만 파악하고 있던 차원의 마도신이 드디어 일어선다.

그 주변에는 자료와 최고위 창조신들이 어지럽게 널려져 있었다.

차원의 마도신이 요구하는 진도를 맞추느라 신령상태이지만 지쳐서 쓰러진 이계의 최고위 창조신들이었다.

과다한 연산력 사용으로 거의 정신이 나간 상태라 아무 반응이 없었지만 혼자서 고요하게 입을 열었다.

“필요한 것은 다 얻었다.

이제 나의 시대다.”

등 뒤에 찬란하게 빛나는 13쌍의 빛의 날개에 퍼져 나온 다른 암흑의 날개 13쌍을 빛의 날개로 휘감았다.

조금 편법이지만 온전한 26쌍의 빛의 날개였다.

다른 창조신과 동격의 창조력을 갖추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더구나 마력과 신력을 동시 운용이 가능한 마도신의 특성상 창조력은 비교불가였다.

뿌듯하게 암흑의 날개를 감싸고 빛의 날개를 보던 차원의 마도신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 찼다.

그런데 곧 머리가 뻐근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원하던 수준의 창조력을 얻었는데......”

아주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다.

“정기가 없어.”

원하던 수준의 창조력을 얻었는데 정기가 부족하여 사용할 방법이 없었다.

저번에 500주우주와의 정령계 전투에서 대박으로 벌었던 정기는 주신장의 직위를 얻기 위해 전부 사용하여 거의 고갈 상태였었다.

최하위의 창조신성을 자체적으로 만들려고 해도 거의 10조 단위의 정기와 핵이 될 만한 행성이 기본으로 필요했다.

‘창조신성의 핵도 문제다.’

아무리 신족의 창조력이라고 하지만 창조주도 아닌데 완전한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지는 못한다.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이미 존재하는 것에서 변경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었다.

창조신성의 핵이 될 정도면 기반이 되는 행성도 일반 행성으로는 안 되었다.

적어도 주우주의 핵이 될 만한 행성이 필요했다.

이렇게 뭔가를 하려고 해보니 발생되는 문제가 끝이 없었다.

저절로 한탄이 나왔다.

“제길. 기반이 될 행성의 핵도 없.......지는 않군.”

이계에서 이런 일이 있을까봐 배신자들의 본성을 깔끔하게 빼와서 아공간에 보유 중이었다.

약간 부족하지만 창조신성의 핵으로서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럼 남은 문제는 정기뿐인가?

필요한 정기의 최소 양이 대략 10조.

평범하게 벌어서는 절대로 무리이군.”

창조신성을 처음부터 만들어내려면 최소로 들어가는 정기의 양이 10조가 넘는다.

이걸 신계운영으로 만들려면 아직 개발 중인 차원의 창조신계로는 적어도 1억년이 넘게 걸릴 것이다.

이 정도로 시간이 걸려버리면 이계에 직접개입을 해도 전투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어 초월자들과 진흙탕의 난타전을 치러야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너무 약한 이계라서 기쁘게 정기를 빼앗으면서 몰살시킬 생각을 했는데 큰 암초가 있었다.

‘그러다가는 이계의 10중심들이 전부 개입할 수도 있다.

최대한 신속하고 평화롭게 처리해야 한다.’

그 기반이 될 창조신성의 생성에 필요한 10조의 정기가 문제였다.

아무리 고민을 해도 자신의 수준으로는 정상적인 해결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이미 여러 방안은 만들어 놓았다.

창조신장님께 제안한 사업을 제외하고도 준비한 방책은 많았다.

다만 편법으로 크게 벌어들인 대책들이 또 주변에서 욕을 바가지로 먹을 험악하기 짝이 없는 방식이라서 문제였다.

“쯧-! 이번 사업이 망하면 또 시궁창에 들어가야 하겠군.”

가장 대표적인 것이 500주우주에 쳐들어가서 포로 몸값의 강제징수였다.

과거 용병신 시절이라면 무슨 욕을 먹더라도 서슴없이 해치우겠지만 상급 창조신이 된 이상 이제 거의 불가능했다.

명분과 평판이 조직생활에 얼마나 중요한지 신족이 되어서 지금까지 뼈저리게 당했는데 바꾸지 않으면 바보였다.

“.......일단 사업부터 하자.

그러다 안 되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모두 사용 한다.”

주변에 쌓여있던 창조신성의 자료들을 모두 정리하여 도서관에 반납하고 이계의 창조신들의 신령을 흔들어서 깨웠다.

툭-! 투툭-!

부스스 일어나는 이계의 창조신들을 살펴보니 겨우 보조로 쓸 만한 수준은 되었다.

“이제 그만 일어나라.

정기를 벌기 위해 일하러.......아니 사업하러 가자.”

자꾸 튀어나오려는 용병신 시절의 험악한 말투와 행동을 조금씩 수정하고 있는 차원의 마도신의 어석한 말에 모두 억지로 신령을 활성화시켰다.

“이제 시작입니까?”

높은 수준의 권능과 자료들을 읽어서 나름대로 성과를 얻어 자신감을 되찾은 이계의 창조신이었다.

“그래. 일단........”

차원의 마도신은 말을 하다가 아주 곤란한 표정으로 발밑을 쳐다보았다.

창조신계에 내부에는 당연히 신계의 핵이나 중요시설이 들어서 있었다.

거기에 이번 사업의 첫 번째 목표가 있었다.

“아래부터다.”

차원의 마도신의 말에 모든 창조신들의 표정이 완전히 구겨졌다.

강해지기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각오는 이미 했다.

허나 막상 닥치자 엄두가 나지 않았다.

차원의 마도신이 말한 사업은 과거의 최고위 지배층으로서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각 신계에서 정기를 최대한 활용하고 남게 되는 부정정기(不正精氣)라는 것이 있다.

고농도의 정기이지만 극도로 오염되어 신계에서 처리가 곤란하기에 자체적으로 소멸하게 방치한다.

그걸 마도신의 권능으로 분류하고 최고위 창조신의 신격으로 통째로 집어삼켜서 정기로 환원시킨다는 것이 이 사업의 골자였다.

이건 인간들로 치면 하수도와 쓰레기장을 정리하는 일이었다.

그것도 극히 위험한 독극물을 정제하는 일이나 다름없었다.

“........”

“........”

처음에는 당연히 반대했지만 차원의 마도신은 단호했다.

“아니! 이계의 신족부흥에는 엄청난 정기가 주기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면 부정정기 치환(不正精氣 置換)밖에 없다.

각 신계에 처리 못하고 쌓여만 가는 모든 부정정기를 강제로 정기로 바꾼다.

신족에게는 가장 더럽고 힘들며 위험하지만 이것만큼 큰 보상이 걸린 일이 없다.

다른 사업은 기회조차 없다.”

이미 창조신계의 모든 이권은 상위의 창조신들이 나누어 가지고 있다.

후발주자인 자신이 선택할 방법은 오로지 그들이 감히 시도할 엄두도 못 낼 위험하거나 혐오스런 사업밖에 없었다.

‘영광스런 창조신으로서는 지극히 수치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남아있다.

처음에는 무엇이라도 해서 실적을 쌓아야 해.’

부정정기를 강제로 치환하려면 상위의 창조신들이 필요한데 그들이 직접 나설 리도 없기에 독점사업이었다.

‘수준이 어떻든 고위 창조신들을 수백 명이나 포로로 잡고 있는 내가 아니라면 시도도 못한다.’

“안정적인 수익을 위해 이제까지의 편법을 버리고 정당한 사업을 하기로 결정을 한다.

발생되는 문제는 내가 전부 감수할 것이니 따르라.”

이 이상 이대로 서로를 쳐다보고 있어보았자 변하는 것은 없기에 앞장을 섰다.

공간이동으로 사라진 차원의 마도신을 본 이계의 최고위 창조신들은 이를 악물고 따라나섰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강해지겠다는 결심은 아직은 유효했다.

신계 내부의 단거리 공간이동인데도 불구하고 수많은 검문과 확인과정을 거치자 겨우 목적지가 보였다.

피처럼 붉은 색으로 치장된 고풍스런 신전은  창조신계로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흉악한 기색을 뿌리고 있었다.

마력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잡스럽고 혼탁한 기운을 모두 걷어내고 들어선 붉은 신전에서 웅장한 징소리와 같은 목소리가 울렸다.

“부정정기 정련소(不正精氣 精鍊所).

약칭 지옥(地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상급 창조신 대우 차원의 마도신님과 이계의 최고위 창조신님들도 모두 환영합니다.

이런 고위 창조신님들께서 여기까지 직접 내려오신 적은 거의 처음입니다.

창조신계의 지옥을 담당하는 일반 창조신 하데스는 아주 감격할 정도입니다.”

정말 반갑다는 미소를 지으면서 마중을 나오는 책임자의 머리에는 13쌍의 보석 뿔이 빛나고 있었다.

고위의 마신왕이란 증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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