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옥(地獄)과 천국(天國) -->
전력으로 동원한 오리진의 권능으로도 위치파악이 안 된다.
이미 특위 창조신들의 영역에 들어갔다는 뜻이고 손자의 능력을 고려해 보면 구출은 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지금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사회일족의 정화라고 불리는 강대한 존재이나 아직 겨우 일반 창조신이다.
중급 창조신으로 신력을 올려줄 정기가 부족해서 이번 사업도 구상했는데 하필 이런 때에 이렇게 되어 버리다니 최악이로군.’
상급 창조신급의 강자들까지 있는 특위 창조신들의 손아귀에서 길게 버틸 수가 있을 리가 없다.
‘당장 구출하러 가야 한다.
일단 둘째 아들을 다시 강제 수련장으로 보내고 손자는 특위 창조신들의 영역만 벗어나게 하면 된다.
불법침입 정도는 일족의 영향력으로 무마시킬 수 있다.
그러나 특위 창조신들을 상대로는 나 혼자만으로는 안 돼.
창조신들을 전부 데려가야 한다.
허나 내가 직접 움직이면 다른 일족들도 사태를 눈치를 챌 것이니 후계를 보낸다.’
결정을 내리자 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털썩-!
손을 풀자 바로 발밑으로 떨어진 아들을 보면서 소리를 쳤다.
지금 다른 창조신들이 있다고 후계의 체면을 봐줄 상황은 예전에 지났다.
“거기가 어디라고 애를 보내?
거긴 특위 창조신들의 고유영역이다.
우리 일족의 영향력도 미치지 못하는 곳이다.
그 독종 놈들은 창조신장님을 제외하고는 누구의 말도 안 듣는단 말이다.
모두 데려가서 당장 구출해 오지 못해-!”
“그러나.........”
상황이 이런데도 후계가 망설이는 모습을 보자 속이 터질 것 같았다.
아무래도 자신이 이대로 모든 창조신들을 이끌고 직접 가야할 것 같았다.
“좋아-! 내가 직접 가겠다.
전원 나를 따르라.
너는 이 일에 대해서 반드시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영광의 자리에서 일어난 오리진의 기세에 다른 창조신들이 다급하게 따라나선다.
후계가 오리진을 무조건 따르는 3대를 방해하지 못하는 곳으로 보낸다고 이야기를 들었지만 설마 특위 창조신들의 영역인지 상상도 못했다.
‘자칫하면 둘째 아드님과 같이 강제 수련장에 묶일 확률이 크다.’
강제 수련장에 들어갔다가 자력으로 복귀한 창조신은 없다.
수련만으로 승급하거나 출소 조건인 동급의 특위 창조신들을 이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일족의 미래를 위해서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
모두가 힘을 모아서 초장거리 공간이동의 문을 연다.
그리고 임폴리먼트는 차원의 마도신에게 사과를 했다.
아주 좋은 사업인 있다고 초청해 놓고 가족의 일로 못 보일 꼴을 보인 것이다.
“미안하군.
조금만 기다려 주게.
대접은 극진히 하라고 하지.”
“예. 신경 쓰지 말고 빨리 손자 분을 구하십시오.
그리고 아드님은 조금 제가 손을 봐드려도 될까요?”
그 말에 상급 창조신 임폴리먼트의 동작이 멈추었다.
갑자기 손을 본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짐작이 가지 않는 것이다.
그렇지만 차원의 마도신은 분노의 표정을 숨기지는 않지만 냉정하게 말을 이었다.
“권력에는 부모자식도 없다지만 이건 아니지요.
가만두면 나중에는 정말 큰일을 벌일 것 같군요,
그래도 자식이라고 직접 손을 대기 힘드신 모양이시니 제가 지옥구원사업의 서비스 측면으로 도와드리겠습니다.”
“..........”
후계의 징계를 외부의 창조신에게 맡긴다.
정상적으로는 말도 안 돼는 일이었다.
허나 지금 상황은 그냥 넘어가자고 하기에는 피해를 입은 공동사업의 상대에게 예의가 아니었다.
동업자와 이렇게 처음부터 삐걱거리면서 운영할 수는 없었다.
‘천상 용병신이라고 하더니 은원관계는 확실하군.
이대로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협상할 수 없다는 뜻인가?’
창조신계의 지옥에서 발생한 오천 억의 이익은 엄청난 수익이다.
상급 창조신의 신계라도 적어도 오백억 이상이 예상되었다.
더구나 신계의 공간 확보까지 생각하면 신계주신이라면 시행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파멸유혼검을 가지고 있거나 확보하여 자력으로 시도하려는 신계주신도 있는 모양이지만 몇 자루 가지고는 끝이 없다.
수백만 자루가 있어 하루 만에 끝낼 수 있는 차원의 마도신이 독보적인 경쟁력이 있는 것이다.
어떻게든 아주 좋은 분위기에서 화기애애하게 마무리 지어져야 했다.
‘여기에 내가 구상한 천국개조계획까지 합쳐서 판촉하면 신족 최대의 사업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후계의 신병을 넘길 수는 없지.’
이익배분도 간단했다.
천국은 자신의 일족이 맡고 지옥은 차원의 마도신이 맡는다.
이런 동업도 없기에 포기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무례를 범한 후계를 분풀이를 하라고 넘기기도 곤란했다.
“그냥 넘어갈 수 없나?”
“절대로 신력이나 신격의 감소는 시키지 않겠습니다.
능력도 없이 권력을 탐하거나 일족에 손해를 입히면 오리진에게 어떤 대우를 받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더 상태가 나빠지기 전에 혼자 사는 세상의 쓴맛을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차원의 마도신의 고집에 상급 창조신 임폴리먼트는 인상을 찌푸렸다.
‘역시 마도신인가?
절대로 원한을 잊지 않는군.’
도저히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차원의 마도신의 입장에서는 쓸데없는 간섭이고 원한의 증폭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속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영원히 사는 신족이다 보니 별 일이 다 있었다.
무엇보다 자신의 유망한 사업이 겨우 이런 일로 인해서 침몰위기까지 몰렸다는 사실에 기가 막혔다.
‘일족의 후계 싸움이라고?
그것도 다른 이들도 아닌 아버지와 아들의 견제와 음모라니 황당하기 짝이 없군.
그런데 왜 내 사업에 재를 뿌리려고 하나?
다른 신계에서 이런 일이 또 발생하면 사업 못한다.
철저하게 손을 봐서 이번에 뿌리를 뽑아버린다.’
워낙 큰 이익이 담긴 사업이다.
지옥에서 눈속임으로 자신이 남겨주는 정기만으로도 후계를 다투는 권력싸움의 행방을 결정할 수 있다.
그럼 다른 신계에 가서도 동일한 문제에 휘말릴 우려가 컸기에 아예 엄두도 못 내게 해야 했다.
그런 차원의 마도신의 사정과 의지를 읽은 임폴리먼트는 결국 승낙했다.
중요한 사업을 훼방을 놓은 후계에 대한 분노도 컸지만 무엇보다 손자의 안위가 걱정이었다.
‘이런 식으로 버려질 아이는 절대로 아니다.’
한시가 급한데 여기서 시간을 끌 수 없었다.
“그렇게 하게.”
“감사합니다.”
“아버님-! 이 무슨........”
후계가 경악해서 외치는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차원의 마도신이 흑염의 권능까지 최대한 끌어올려서 근원의 길잡이를 빼어들었다.
퍼어어어어억-! 뿌가가가각-!
그리고 후계의 이마를 위에서 아래로 후려 갈겨서 땅에 박아버린 것이다.
신전의 바닥을 파고드는 후계의 모습을 보는 차원의 마도신의 입에서 으스스한 살기가 어린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뒈져 버려........”
명문일족의 후계라던가 신계주신의 도련님들에게 용병신 시절에 당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다.
그런데 또 비슷한 경우를 당하니 과거에 묻어놓았던 분노까지 치밀어 올랐다.
자동적으로 튀어나온 살벌한 말투를 최대한 온화하게 바꾸었다.
“이게 아니지.
정신 좀 차려라.”
임폴리먼트는 차원의 마도신의 공격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고 땅에 박혀 머리만 나온 후계의 모습에 잠시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흑염의 권능인가?
그러나 아무리 못났어도 중급 창조신이다.
대응조차 못하다니?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창조신이 되고 난 뒤 수련을 하지 않고 정치에만 신경을 써서 퇴색했지만 그래도 자신의 직계였고 강자였다.
그런데 아무 반응도 하지 못하고 저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창조신계에서 벌어진 일은 결투의 사건은 말만 들었는데 이번에 보니 그러고도 남을 정도였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창조신들조차 파멸유혼검의 움직임을 잠시나마 놓쳐서 당황하고 있었다.
“.......빠르군.”
더욱 빠른 것은 판단력과 실행력이다.
사회신족의 오리진이 보는 앞에서 후계를 두들겨 패면서 분풀이를 하는 일이다.
더구나 여기는 잘못하면 적의 본진과 마찬가지인 신계이며 가장 핵심부인 천국 안이다.
상대의 신계지원은 끊어지나 자신들은 가장 강하게 받는다.
그런데도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바로 실행을 했다.
‘게다가 바로 눈앞에서 처박아 버릴지는 몰랐군.’
그나마 파멸유혼검으로 친 것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초장거리 공간이동을 시작했다.
지금 가장 급한 것은 손자의 안위였고 그 다음은 공동사업이었다.
일족의 안위보다 자신의 권력에 더 무게를 두는 후계에게 베풀 배려와 시간은 없었다.
‘파멸유혼검의 타격이라면 죽거나 소멸이 되지는 않는다.
그럼 되었다.’
3대를 특위 창조신들의 영역으로 보낸 이번 일의 책임은 후계의 박탈까지 고려될 정도로 무겁다.
오리진인 자신이 따로 책임을 묻지 않으려고 해도 일족들이 납득할만한 처벌이 있어야했다.
‘차원의 마도신에게 처참하게 당한다면 누구도 문제를 삼지 않을 것이다.’
아니 잘하면 문제가 되던 후계의 이양마저 빠르게 진행시킬 수 있었다.
이제까지 많은 사업을 망하게 했어도 봐주었는데 이제 용납할 수 있는 선은 넘었다.
“자식교육을 적당히 부탁하지.”
“어서 가십시오.
특위 창조신들이 본심으로 나오면 심각해질 것입니다.’
“그렇겠지.
잘 부탁하네.”
차원의 마도신도 특위 창조신들의 악명은 잘 알고 있다.
대부분 용병신 출신으로서 힘은 정식 창조신보다 강하나 성향이나 권능의 문제로 신계나 일족을 만들지 못하고 특위로 인정된 존재들이다.
‘그러니 명문일족의 후계나 혈족에 관련된 일이라면 더욱 불을 켜고 추격할 것이다.’
더구나 후송 중인 입소자까지 빼돌렸다면 또 무시당했다고 미친 듯이 날뛰고도 남았다.
누구나 상급 창조신 중 최고로 인정하는 임폴리먼트가 모든 창조신들을 대동하고 이동하는 이유였다.
‘나도 아차하면 특위 창조신이 될 뻔했지.’
승리를 위해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최악최흉의 마도신이란 악명은 상급 주신성의 신계주신의 자리조차 아슬아슬하게 했다.
십중심과 연계된 위험천만한 의뢰로 얻은 막대한 대가가 아니었다면 반드시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역시 악명은 함부로 쌓는 것은 아니지.
그나저나 남의 신계사정에 하마터면 사업을 날릴 뻔 했네.
아직도 내가 우습게 보이나?
이놈은 중급 창조신 주제에 감히 나를 얕봐.
많은 창조신들이 본다고 창조신계에서 너무 손을 약하게 썼어.’
뼈만 조금 부수고 신사답게 봐주었더니 본보기로는 약했던 모양이다.
‘그러니 이번에는 철저히 한다.’
저절로 파멸유혼검을 쥔 손에 힘이 더해지면서 소름끼치는 괴음을 내었다.
우두두두둑-!
천국의 하늘을 향해서 차원의 마도신의 살기와 투기가 치솟는다.
땅에서 머리만 나온 상태이고 아직 충격을 수습하지 못해 꼼짝 못하지만 역시 창조신답게 바로 반응하고 발악하듯 외친다.
“이........이 놈-! 내가 누군지 아느냐?”
명문일족의 후계를 상대하고 있는데 왜 이 말이 안 나오나 했다.
그런데 지금은 자신이 명백하게 직위가 상위였다.
“상급 창조신 대우인 나와 중급 창조신인 너.
누가 더 높지?
그런데 어디서 이놈 저놈이냐?
내게 하극상을 벌리고 살아남을 실력은 있냐?
지금은 너 혼자라는 사실을 명심해라.”
“그........그건. 나는 사회일족의 후계다-!”
당연히 나오는 말이라서 식상했다.
일족의 후계자라고 상응하는 능력이 없으면 바로 이렇게 잔혹하게 처분이 된다.
‘조직은 필요 없는 부분은 위와 아래를 가리지 않고 잘라내고 강화하여 새로 만들어 낸다.
이것이 자연스런 흐름이며 막을 수 없다.
강제로 막는다면 조직은 약화되고 결국 죽는다.’
약해진 부분의 강화나 자연적인 교체야말로 생존이고 발전인 것이다.
그래서 상위자나 하위자나 조직에 도움이 되게 노력해야 직위가 유지된다.
개인적인 욕망의 충족은 그 다음의 일이었다.
“풋-! 너를 교육하라고 오리진이 허락했다.
그리고 나는 일족이 없어도 상급 창조신 대우이다.
나 혼자만으로도 상급 창조신과 동등한 힘을 가졌다는 뜻이다.
이건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그건.”
상급 창조신 대우.
그건 일족과 신계를 가진 정식 상급 창조신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이나 동등한 강자라는 뜻이기도 했다.
사회일족의 오리진이자 중급 창조신 열 명, 일반 창조신 오십 명을 이끄는 거대 세력의 수장인 상급 창조신 임폴리먼트와 동격의 창조신이란 뜻이기도 했다.
그러나 창조신 혼자서 그 정도 힘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 후계였기에 이런 광호한 말에는 대답이 막혔다.
“개인이 집단보다 강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납득 못하나?
하긴 그런 강자들은 모두 위를 지향하니 명문일족의 후계인 너와 마찰을 일으키려한 적이 없겠지.
이제 보아하니 넌 일족의 후계가 아니라면 일반 창조신미만이겠군.
너는 사회일족이 없으면 일반 창조신도 안 된다.”
더 이상 볼 것도 없었다.
그대로 근원의 손잡이를 횡으로 휘둘러서 땅에 박혀있던 후계의 턱을 날려버렸다.
퍼어어어어억-! 우득-!
“컥-!”
아무 대응도 못하고 그대로 피를 토하는 모습에 통쾌하기보다 정녕 딱했다.
‘충격을 충분히 수습할 시간을 주었는데도 빠져나와서 덤빌 생각을 못하고 흥분하여 화만 내다 기회를 놓쳤다.
여기에 다시 공격을 허용하다니?
어떻게 중급 창조신이 되었지?’
이건 재능보다 정신상태가 문제였다.
499주우주의 주요 지배층인 사회신족의 오리진의 직계가 약할 리가 없다.
중급 창조신이라면 최소한 전능의 휘와 전투가 가능해야 했다.
그러나 이 꼴로는 삼분이상 버티기도 힘들어 보였다.
이 꼴이 자신의 후계였다면 절대로 그냥 살려두지 않았다.
“쯧쯧-! 이따위가 후계라니 사회신족의 망조로군.
너를 마이너스 손이라고 부른다고?
딱 맞은 표현이다.
사회신족의 오리진인 상급 창조신의 후계라면 최소한 전능의 휘 정도의 영웅신이 되어야 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