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옥(地獄)과 천국(天國) -->
차원의 마도신은 과거 용병신 시절에 항상 하던 광고와 같은 말을 하려다 바로 수정했다.
그리고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또 이러네.
창조신인 된 지금도 나는 용병신의 심정으로 살고 있나?’
아직 완전히 과거의 힘들었던 시절을 극복하기는 무리였다.
그렇다고 미래처럼 환생의 기억을 쓸모가 없다고 완전히 지워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근원의 길잡이를 꽉 쥐고서 다시 확언을 하고 이동을 시작했다.
“특위 창조신들의 목숨도 아니고 겨우 창조신의 팔다리들을 찾아오는 정도는 전혀 문제가 아닙니다.
차나 한잔 드시고 계십시오.”
그렇게 자신감 있게 말하고 차원의 문에 들어섰지만 뒤에는 피투성이에 의식불명의 후계가 매달려 있었다.
더구나 마도신의 전력개방인지 머리에는 열세 쌍의 보석 뿔이 솟아올라있고 열세 쌍의 암흑의 날개가 휘날린다.
숨기지도 않고 풍기는 흉악한 마력과 투기의 살벌한 기세에 뒤를 따르는 주신들이 바짝 긴장하는 것이 보일 정도였다.
바짝 군기가 들어서 이열로 줄을 서고 발걸음조차 일치되어서 차원의 마도신을 따르고 있었다.
덤비려 했다고 후계조차 저 꼴로 만들었으니 겨우 주신을 특별취급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덕이었다.
군대의 정예병 같은 주신들의 모습을 보는 임폴리이먼트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더구나 요즘 가장 유명한 차원의 마도신을 모르는 주신들은 없지.’
물론 대부분이 황당할 정도의 악명이었기에 더욱 긴장을 하고 있다.
‘통제가 간단해서 좋군.
이럴 때는 최악최흉의 마도신이라는 악명이 더 믿음직하기는 하지.’
주신들의 자부심은 아주 높다.
그래서 오리진인 자신이 직접 나서도 저 정도로 순식간에 군기를 잡고 군대화하기 힘들었는데 아주 쉽게 해결되었다.
겨우 본보기 하나와 악명으로 자연스럽게 된 일이다.
바닥부터 기어올라서 명문신족의 오리진인 된 자신이 보기에는 차원의 마도신은 지금 아주 좋은 젊음의 시절이었다.
‘골치 아픈 정치가 필요 없는 신계주신의 시절이라?
아주 좋은 때였지.’
차원의 마도신의 모습을 보니 진리가 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출세하겠다고 사력을 다하던 아주 먼 과거의 자신이 생각났다.
진리가 기존의 지배층들을 쓸어버리고 공동 창조주가 된 초기에 위로 올라갈 기회는 넘쳐 났다.
‘출신도 신분도 신격의 높고 낮음조차 필요 없었다.
이기기만 하면 되었지.’
강함을 증명하고 가능성을 보인다면 누구에게나 위로 올라갈 기회가 주어졌다.
그러자 지배층인 창조신들이 수없이 교체되고 신계 주신들은 평화라면 이름도 모를 신계의 도전자에게 쓰러져 갔다.
주신계에서는 주신전쟁의 시작이었으며 창조신계에서는 오리진의 자격을 놓고 격돌했다.
‘진정한 변화, 상위자들에게는 하극상의 시대였지.’
기존 지배층들은 동요를 어떻게든 막으려고 했지만 창조주님까지 승인한 정당한 도전을 막을 명분 따위는 없었다.
더구나 자신들도 창조신계의 유지라는 진리의 아주 작은 필요에 의해 겨우 살아있었기 때문에 자리를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해야만 했다.
‘그런 와중에 창조신장님조차 쓰러지고 교체되고 말았으니 말 다했지.’
절대계에서 칭호를 얻을 정도의 강자인 승가람마님이 창조신장으로 즉위하는 순간 진리의 직접개입은 끝나고 안정기가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바람가의 오리진님들에 의해 무수한 새로운 일족의 오리진의 자리가 만들어지고 살아남은 창조신들을 또 다시 유혹하고 시험했다.
‘새로 만들어진 오리진들은 강력했다.
오리진이 되기만 하면 진정한 지배층이 되었다.
그런 자리가 하루에 몇 개나 최고의 강자라는 조건 하나만 붙어서 떨어졌다.
강자에게는 기회의 시대였지.
하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했었어.’
그 하극상의 시대를 오로지 자신의 힘만을 믿고 한계를 수없이 초월하면서 승리하여 여기에 도달했다.
너무나 괴로웠지만 가장 빛나던 시대였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언제나처럼 모든 신족이 모인 자리에서 새로 만들어질 일족의 오리진을 선출하는 결투대회가 열렸다.
그래서 신계로서 드물게 긴 어둠이 깔린 투기장의 통로를 완전무장한 수많은 창조신들이 걷는다.
모두가 오리진이 되길 원하는 도전자들이었다.
그리고 자리는 하나였기에 모두가 적이었다.
서로 알고 절친한 사이도 있지만 누구도 한마디를 하지 않고 멀리 보이는 빛의 출구를 향해 걸을 뿐이다.
뚜벅-! 뚜벅-!
창조신장을 제외한 신족의 최고지배층인 오리진이 되기 해서 무수한 창조신들이 수없이 격돌해서 진정한 강자를 가렸다.
여기 있는 자들도 이미 수없는 도전의 실패를 겪었기에 결코 물러날 의지 따위는 없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투기장에서 일대 일이라는 규칙이 있는 신사적인 결투 따위는 없었지.
오리진의 도전자들이 한자리에 모두 모여서 최후의 승자만을 가렸다.’
어둠의 통로를 지나 찬란한 출구를 넘어서자 이미 승자로서 오리진이 된 창조신들이 복창하는 함성소리가 머리를 울렸다.
‘승자에게 영광을-!
약자에게 기회를-!
모든 것은 진리의 뜻대로-!’
원형의 투기장을 외곽부터 채워가는 도전자들과 그들 모두에게 환호하고 격려하는 신족의 응원이었다.
가장 높은 곳에는 창조신장 승가람남이 계시고 그 바로 밑에는 오리진의 자리들이 이어진다.
거기에 앉아서 승자로서 도전자들에게 환호하는 저들도 모두 같은 과정을 겪고서 이겨 저 자리에 있었다.
창조주님의 대리자인 창조신장의 바로 밑의 오리진으로서 가장 존귀한 직위의 신족이 되어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 바람가의 오리진님들에 의해 또 다시 만들어진 주우주 오리진의 빈자리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진리와 창조주님에게 강함을 인정받아 전권을 위임받은 승가람마님의 규칙도 너무나 간단했다.
‘오리진을 원하는 모든 도전자들은 모여라.
너희들 중 최후의 승자로서 남을 수만 있다면 이 자리에 앉을 수 있다.’
당연히 도전자들로서 대환영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자신 외에 모두를 적으로 삼아서 기나긴 혈투를 벌리면서 하나둘 쓰러져갔다.
‘나도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로 당했지만 이겨냈고 쟁취했다.’
수백의 창조신이 동시에 벌인 사투의 최종 승자로서 사회신족의 오리진이 결정되었다.
그리고 진리에게 파멸유혼검을 받으면서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었다.
고위신이 되면 어지간한 감정은 생기지 않는다.
거의 이성만이 존재하던 신령이 감동으로 떨렸다.
‘진정으로 삶의 환희로 빛나던 시절이었다.
창조신이 감동해서 눈물을 흘린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는데 내가 그랬으니 나중에 참으로 쑥스러웠지.’
그 이후 적을 죽이지 못하는 신기는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여 개인 보물고 깊숙이 보관하던 파멸유혼검이 불현듯 그리워졌다.
아니 차원의 마도신으로 인하여 효과적으로 사용할 용도가 발견되었으니 다시 꺼내야만 했다.
‘지옥구원계획도 있으니 모처럼 보아야 하겠군.’
약간 감상에 빠져 아까 차원의 마도신이 마시던 주전자를 기울여서 차까지 한잔 마시기 시작하는 임폴리이먼트였다.
이번에 준비한 음식들은 사회신족의 번영을 보여주기 위해서 신경을 많이 쓴 일품들이다.
오리진으로서도 먹기 힘든 엄청난 고급품들이니 사양할 필요가 없었다.
향기로운 찻물의 향기를 음미하고 그대로 한 모금을 마셨다.
꿀꺽-!
“풋-!”
그리고 그대로 내뱉었다.
차원의 마도신이 아무렇지도 않게 마시던 찻물 속에 아주 작은 금속조각이 섞여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대단한 신력이 담긴 신기의 가루였다.
“신기의 가루?
그것도 사회신족의 창조신의 것이 아닌가?
이걸 왜 마시고 있었지?
아니 왜 이런 것을 대접한 것이냐?”
오리진의 당연한 물음에 바로 앞의 후계자리 옆에 앉아있던 여창조신과 삼대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차원의 마도신이 공동사업만이 아니라 직접 사회신족을 위한 전투에 나선 상황이다.
비록 대가를 받기로 했으나 다수의 특위 창조신들을 상대로 용병 창조신을 구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했다.
사회신족의 입장으로서는 굉장히 감사해야할 일이다.
상황이 이렇게 변했으니 방금 전까지 격렬한 전투를 하다가 당했다는 말은 차마 못했다.
그리고 차원의 마도신이 삼대의 신기들을 먹어치우고 남은 잔해를 찻물에 왜 섞어놓았지 이해도 가지 않았다.
그런데 오리진이 다음에 보이는 광경에 입을 딱 벌릴 수밖에 없었다.
놀라서 뱉은 찻물인데 그것이 공중에 그대로 떠 있었다.
그리고 그걸 혀를 차면서 다시 마시려고 하는 것이다.
“쯧-! 최대한 호화롭게 하라고 했더니 너무 예산을 많이 사용했구나.
아끼지 않으면 늘어나지 않는다.
더 버는 것보다 덜 쓰는 것이 중요해.”
입으로 뱉었던 찻물이 다시 돌아간다.
아까 차원의 마도신이 보였던 찻물을 다시 주전자로 돌렸던 것과 거의 비슷한 권능이었다.
그리고 찻물을 다시 입에 머금고 신기의 미세한 조각이 섞인 찻물을 한참을 의미하던 임폴리이먼트는 그대로 마셨다.
“흠-! 이런 호화로운 차는 정말 오래만이군.
허나 신기제작비용을 생각하면 사치가 너무 심해.
다시는 이러지 말도록 해라.”
“예. 그런데 아버님. 왜 신기 가루를 드시는 것입니까?”
뭔가 아주 잘못된 것 같았다.
창조신의 몸이 아무리 강력해도 그래도 생체다.
금속인 신기조각을 먹으면 당연히 탈이 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묻는 것이다.
그런데 그 물음에 임폴로이먼트는 오히려 놀랐다는 듯이 반문했다.
“음? 이걸 잘 모르고 대접했느냐?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잘 준비했느냐?
신기를 이렇게 차에 섞어 마실 정도로 곱게 갈려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적어도 신기의 주인인 창조신보다 상위의 고위신이 며칠을 고생해야 한다.”
“그.......그것이.”
차원의 마도신이 일족의 위기에 용병신으로 나선 상황이니 워낙 그 전에 잘못된 일이 많아서 차마 보고를 하지 못하는 여창조신이었다.
처음에 참전대가로 후궁으로 달라는 의사표현에 심장이 내려앉을 뻔했지만 특위창조신들이 부상을 입을 상태라는 것을 알고 취소했으니 더욱 그러했다.
더구나 애지중지하던 전용 신기를 모두 먹혀서 잃은 삼대는 할 말이 없었다.
완전히 밀리다가 마지막에는 사회신족이 가장 자랑하는 천국의 꿈과 유사한 환상권능에 당하기까지 했으니 더욱 그러했다.
여창조신의 반응과 삼대의 참혹하게 일그러진 표정을 보자 사태를 짐작한 임폴로이머먼트는 암담한 기분을 느꼈다.
‘이 녀석들도 차원의 마도신의 낮은 신력만 보고 함부로 덤비다 당했군.
차원의 마도신이 갑자기 이 아이를 후궁으로 달라고 했다가 철회하고 신기 가루로 만든 차가 나오니 이상하기는 했지.
그러나 창조신계에서 상급 창조신 대우를 약자에게 주겠는가?
워낙 귀하게 자라서 참으로 경솔해.
당장 혼내고 싶지만 다른 창조신들이 보고 있으니 그럴 수는 없지.’
후계의 질투로 발생한 사고의 피해도 심각한 문제인데 여기에 혈족의 경거망동까지 겹치면 정말 골치가 아파졌다.
그래서 더 이상 따지지 않고 간단하게 대답했다.
“신기는 신력이 집중되어있는 가장 강력한 물질이다.
잘 소화하여 자기 것으로 할 수만 있다면 내부의 장기를 강화하고 신력을 강화하는데 좋은 수단이 되지.
그래서 신기의 강도를 신체능력만으로 뛰어넘는 극소수의 투신들에게는 내부의 강도를 높일 수 있는 영약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또 신기에 함유된 권능까지 어느 정도 파악하고 미세하게 강화할 수도 있다.
물론 지금은 들어가는 비용대비 효과가 너무 떨어져서 잘 사용이 안 된다.”
거기까지 말한 임폴리이먼트는 잠깐 말을 끊었다.
강해지기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던 과거의 시대에는 모두가 조금이라도 강해지기 위해서 별별 황당한 짓을 다했다.
그 중에서 결투에서 이기고 탈취한 적의 신기들을 이렇게 곱게 갈아마시던 방법이 유행하던 때도 있었다.
직접 흡수하기에는 신체능력이 부족해서 생긴 방식이다.
하지만 아무리 가루라고 해도 소화하는데 신체에 막대한 부담을 주고 노력에 비해 너무 효과가 떨어졌다.
무엇보다 신력이 담긴 신기는 엄청난 고가로 거래가 된다.
그래서 차라리 팔아서 정기를 얻는 것이 나았다.
‘고위신의 신기는 무척 비싸니 정기로 바꾸는 것이 나았지.
그래서 이 방식은 사라졌지만 정말 모두가 무식하게 노력하던 시절이었어.’
잠시 과거 감상을 뒤로 하고 설명을 추가로 했다.
권능파악이나 강화가 된다는 소리에 주변의 창조신들의 눈이 반짝이는 것을 보니 정말 몰래 신기를 갈아 마실 기세였기 때문이다.
이미 극치에 도달한 권능의 수준은 어지간한 수련이나 정기투여로는 꼼짝도 안한다.
그걸 조금이라도 끌어올릴 수 있다면 어떤 비용지불도 큰 문제가 아니었다.
허나 신체의 소화능력이 따르지 않는다.
자신도 권능을 높이고 비교적 취약한 내부 장기를 강화하기 위해서 무리하게 신기를 갈아먹다가 피를 토하고 쓰러지기까지 했었다.
“물론 이 정도로 미세한 가루로 만들면 정확한 권능파악은 불가능하다.
만약 신기를 통째로 전부 먹을 수 있다면 신기에 담긴 권능조차 대부분 파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마도 통째로 씹어 먹어야 하겠지.
훗훗-! 창조신의 신기를 통째로 먹어 치운다?
아무리 창조신이라도 연약한 내장이 무사할 리가 없으니 오히려 피해만 받는다.
그러나 절대계 최강의 신체라는 흑염의 절대자 정도의 육체능력이 있다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 과거 1대 흑염의 절대자는 막아서는 신족들의 신기를 말 그대로 전부 먹어치으면서 해치웠다고 하니 말이야.
그래서 지금은 아주 귀한 손님을 대접하는 용도로만 남았지.”
그러자 자신이 가진 신기의 강도와 이빨의 단단함을 비교한 창조신들은 포기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씹다가 이빨이 나가고 날카로운 조각에 몸 내부가 찢길 것이 당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창조신과 삼대의 얼굴이 완전히 창백해졌다.
차원의 마도신은 이빨로 씹어서 통째로 흡수했다.
‘설마 신기를 먹는다는 행위가 그런 의미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