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옥(地獄)과 천국(天國) -->
페미니스트가 벌인 짓이 있어서 비슷한 시도조차 용납되지 않는다.
일족의 너무 많은 뛰어난 여성을 빼앗겨 화가 난 일부의 오리진은 아예 그들을 가두어버릴 정도였다.
그리고 주신의 기억조차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초 강력한 레테의 술을 만들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 정도였다.
일족과 자신의 번영이 일체화되어 있는 오리진의 입장과 집념을 생각하면 그러고도 남았다.
‘삼천 명이 넘는 주신미만의 여성들이 후궁후보가 된 직후라서 모두 분노하고 있다.
또 비슷한 일이 벌어지면 사업이고 뭐고 신계를 건 주신전까지 각오해야 할지 모른다.’
당장 얼굴을 가리라고 해야 하지만 이미 글렀다.
차원의 마도신은 이미 상위의 창조신들의 신계로 급행으로 갔으니 중간에 연락은 불가능하다.
더구나 동업자로서 신뢰문제도 컸다.
‘일족도 아니니 바로 말을 바꾸어서 이래라 저래라 하기도 힘들군.
신용을 떨어트리는 짓이야.
그렇지만 이런 얼굴을 내놓고 다니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러면 사회신족이라도 추문에서 빠져나갈 명분이라도 만들어놔야 하겠다.’
신계자아에게 바로 지시를 내렸다.
“모든 신계에 연락해서 차원의 마도신이 도착하면 여성들은 가급적 전부 피하게 하거나 주의시키라고 해라.”
“이유를 뭐라고 할까요?”
그 말에 임폴로이먼트는 멈칫 했다.
동업자의 너무 높은 수준의 미모가 불러들일 문제가 우려된다고 하지만 색신이라는 악명을 명분 삼기는 좀 꺼려졌다.
‘색신이란 명분이 가장 유효하겠지만 크로노스처럼 일부 겁 없는 여성들이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그런 여성들이야말로 오리진들이 애지중지하는 일족의 주력이면서 어머니와 같은 상징적인 존재라는 점이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발생하면 일반 여신 수십 명이 돌아선 것보다 더 큰 타격이 있으니 오리진들이 절대로 용서할 리가 없다.
페미니스트도 감히 그런 고위 직위의 여성들에게는 수작을 걸지는 않았다.
‘그러니 페미니스트가 지금 목숨이 붙어있는 것이지.
그러나 이제 보니 차원의 마도신은 자신의 얼굴에 대한 자각과 주변에 대한 벼려가 전혀 없어.
이것저것 가리면서 조심할 리가 없지.’
잠시 생각을 하던 임폴로이먼트는 바로 골라낸 차원의 마도신의 증명사진을 첨부했다.
오리진이나 상위 창조신들이면 이 사진을 보면 바로 눈치를 챌 것이다.
잘못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말이다.
“이 증명사진을 첨부하면 알 것이다.”
“알겠습니다.
모든 신계자아를 통해 주의하라고 통보하겠습니다.”
그렇게 조치하고 나서야 임폴로이먼트는 긴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차원의 마도신이 가니 이제야 두통이 가셨다.
오백억년이 넘는 신생 중에서 여러 가지 위기를 겪었지만 이번처럼 한꺼번에 사건이 밀려온 적은 결코 없었다.’
갑자기 벌어진 일들을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왔다.
삼대가 특위창조신들에 잡혀서 곤욕을 치룰 것 같아서 구하려고 했다가 일족의 주전력인 창조신들의 팔다리를 잃었다.
다행히 차원의 마도신 때문에 모두 회수했지만 용병신의 어마어마한 보상을 지불해야 했다.
단숨에 일조 이천 억이라는 커다란 빚을 지게 되어서 일천 명이 넘는 주신들과 직계들을 파견 보내야 했다.
결과적으로 후계의 돌발행동으로 위태롭던 공동사업을 확고하게 되었지만 식은땀이 날 정도다.
‘마도신은 확실하게 이익을 보장하지만 어떤 풍파를 불러오는지 이번에 확실하게 절감했다.’
다시 생각해도 엄청난 이익을 보장할 공동사업만 아니었다면 결코 하지 않을 선택이었다.
그리고 은근히 차원신계로 파견을 보낼 일족들의 일이 걱정이 되어졌다.
주신 일천 명이면 사회신족으로도 거의 전부의 주신전력이었다.
크로노스를 보호자로 보내지만 거기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지만 버티고 있는 전력들도 만만치가 않았다.
‘식객인 전지의 성과 계약신인 전율의 진군이 중급 마신왕이란 평가였던가?
여신혈맹의 여주신들이 기록대로 모든 힘을 되찾았다면 아마도 상급 주신정도?
강력한 정령주신들과 오백주우주의 과거 오리진들도 수백 명이 넘는다고 했지.
그들을 모두 주신으로 평가하면 이거 개발초기의 신계로서는 과다 전력이기는 하군.’
그래도 크로노스를 다시 확인하자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누가 보아도 사회신족의 최강의 여창조신이었다.
‘일족들만 돕는다면 중급 마신왕과도 승리할 수 있었다.’
더구나 이제 정신을 차렸는지 차가운 기세를 풍기는 후계까지 돕는다면 차원신계의 모든 전력과 충돌해도 이길 전력이었다.
허나 별 이익이 없으니 피해야 했다.
‘이겨도 엄청난 피해를 입는다.
일단 전투는 절대로 피하라고 주의를 주고 출발시켜야하겠군.’
차원신계가 기진 최고위 창조신성은 주신성과 창조신성의 개발자인 승가람마님이 창조신장인 사백구십구 주우주에서도 겨우 열다섯 개 정도의 엄청난 보물이다.
자신도 최고위 창조신성이 탐은 나지만 아직 개발도 되지 않은 불모지였다.
정상적으로 정기를 뽑아내려면 완전 가동되는 최고위 창조신계라도 어마어마한 시간과 정기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시기도 안 좋았다.
진리가 대신족과의 종족결정전을 한 세대를 추가로 연장해준 지금은 모처럼의 안정기에 평화기였다.
지금 분란을 일으킨다면 결코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었다.
‘더구나 각 신계에 숨겨져 있던 전력이 만만치가 않아.
다른 신계의 여성들을 자신의 편으로 바꾸어 버리는 페미니스트의 경우는 충격이었지.’
이렇게 상대에 대해 모르니 전투와 같은 과격한 수단은 위험했다.
그래서 안전하게 막대한 정기수입을 추가로 올릴 수 있는 지옥구원계획을 추진하는 쪽으로 바꾸고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무리해서 차원의 마도신과 결판을 내고 저런 강력한 전력이 몰려있는 차원신계와 큰 희생을 치루고 접수할 가치가 지금은 전혀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접수한다고 해도 제대로 운영이 될지도 의문이었다.
아니 자신의 판단으로 반드시 문제가 생겼다.
회색의 절대자가 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절대계와 주우주를 통틀어서 최악의 악명을 자랑하는 십중심이 차원의 마도신 뒤에 버티고 있는 것이다.
‘멀쩡하게 가질 수도 없어 보인다가 정답이지.
차원의 마도신이 회색의 현재인 이상 문제가 생기면 분명 개입해 온다.
전뇌계는 결코 아니라고 하지만 최고의 현자인 회색의 절대자와 마도신인 차원의 마도신이다.
이 둘이 무슨 짓을 할지 예측할 수가 없어.’
흑염의 권능을 최대한 발동하여 미쳐 날뛰는 흑염의 절대자와 그보다 더한 광기를 보이면서 충돌하는 회색의 절대자의 모습은 화인처럼 기억에 박혀 있었다.
‘각 계열의 정점인 절대계 십중심들의 이유도 모를 충돌에 주우주와 경계가 날아갈 위기를 겪었다.’
그 수습을 했던 모든 창조신들의 입에서는 원인이 된 존재를 보면서 신음과 같이 한 목소리로 말했다.
검정색의 구슬인 세계폭탄 코아의 무리를 초고속의 모래폭풍처럼 일으켜서 모든 시야를 회색으로 가려버리면서 흑염의 절대자를 공격하는 모습은 공포였다.
흑염의 절대자가 흑염의 권능으로 튕겨내는 파편일부에 창조신들이 소멸직전까지 몰렸기 때문이다.
이런 무자비한 광역 권능을 마구 쓰다니 제정신이 아니었다.
“미친 회색.”
휘하에는 주우주의 절반의 지배권을 강탈한 마신족보다 더한 최대의 적인 대신족이 있다고 이미 알려져 있다.
본인의 성질도 너무나 잔혹해서 간단한 하급자의 무례를 명분삼아서 대신족을 막을 만한 모든 지배층과 최상급 전사들을 전부 죽여 버렸다.
그렇게 자신을 따르는 대신족에게 모든 영역을 넘겨주려고 시도하고 있으니 최악의 악명조차 부족했다.
‘덕분에 황금의 절대자의 완벽한 관리에 평화롭던 회색영역이 송두리째 전쟁터로 변해서 절대계의 오리진까지 참전했다고 한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진리조차 아끼는 그들을 직접 나서서 패버렸다니 이건 정도가 없었다.
이런 회색의 절대자의 현재인 차원의 마도신과의 최고위 창조신성을 두고서 벌이는 전면전은 다른 고위 창조신, 오리진들과 아무리 생각해도 지극히 위험했다.
‘전뇌계는 회색의 절대자가 현재인 차원의 마도신에게 결코 좋은 감정이 없다고 판단했다.
흑염의 절대자와 같이 팔륜봉인에 영구히 가두려고 했던 일이 증거지.’
모든 전뇌신들은 회색의 절대자는 차원의 마도신이 미래에 영향이 올 정도인 말소만 되지만 않는다면 결코 상관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벌인 일을 보면 타당한 평가였다.
‘허나 만에 하나 회색의 절대자가 개입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모두 끝장이다.’
회색의 절대자의 자신을 거스른 자들에 대한 잔혹함과 냉정함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만에 하나 문제가 발생하면 결코 당사자만으로 끝내지 않을 것이다.
주변 전부가 위험해.’
이러니 자신만이 아니라 일족 전부를 걸고 도박을 할 수 없었다.
이런 위험한 존재와 얽혀있는 차원의 마도신과 공동사업을 추진하는 임폴로이먼트의 입장으로서 몇 배의 고민과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차원의 마도신이 신계주신으로 있고 골치 덩어리였던 주신들만 모여 있는 차원신계에 아끼는 직계와 일족들을 보내야 하니 걱정이 넘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크로노스에게 재차 다짐을 했다.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무리해서 일할 필요는 없다.
가급적 주어진 일만 잘 처리하게 통제해라.”
“예.”
후계가 적극적으로 나서자 순식간에 모여들기 시작한 일천 명의 주신들이다.
이들을 이끌고 차원신계로 떠나야할 크로노스, 아니 가장 아끼는 딸에게 오래간만에 아버지로서 걱정이 태산과 같았다.
그러나 초장거리 공간이동통로로 이동하는 차원의 마도신도 걱정이 컸다.
물론 일족이나 신계가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사유였다.
‘과거에도 이제 신계주신이 되었으니 당당하게 살자고 로브를 벗었던 적이 있었지.
그때 투신으로서 위엄은 고사하고 마치 미소년과 같은 외모 때문에 구경거리가 된 것 같은 느낌에 바로 다시 썼었다.
여주신들도 정신을 못 차렸으니 말 다했지.’
다시 거울을 보니 창조신이 되어서 조금 자란 것 같지만 아직도 당당한 청년으로 보기에는 부족한 모습이었다.
이 신체는 아직도 성장 중이었던 것이다.
‘문제로군.
권능도 아닌 순수한 모습에서 오는 매료이니 신격이 높아도 아무 의미가 없다.’
지옥에서 얼굴을 처음 본 이계의 최고위 창조신들도 얼굴을 보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멍하니 쳐다보고 있으니 말이다.
‘몇 대씩 쥐어박으니 정신은 바로 차렸지만 자꾸 힐끔거리면서 보고 있군.’
최고위 창조신들조차 이러니 상당히 고민이 된다.
이대로 얼굴을 보인 채 최고위 창조신계에 들어갔다가 무슨 일이 터질까 고민도 되었다.
사업차 방문했다가 여성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면 최악이었다.
‘색신이라는 평가도 지긋지긋한데 여성문제는 결코 사양이다.
내가 페미니스트도 아닌데 여성이 늘어보았자 강해지지도 않아.’
그런데 이런 지극히 개인적인 고민은 바로 와서 지옥을 처리해주면 다른 최고위 창조신계와 업무 협조를 해준다는 최고위 창조신계에 도착하자 사라졌다.
창조신장님이 다스리는 창조신계에 버금가는 규모의 성벽과 정문을 자랑하는 최고위 창조신계의 정문에 도착하자마자 신계자아가 통보한 것이다.
정문조차 열지 않고 바로 지옥에 가라는 말이었다.
“지옥으로 바로가도 된다는 최고위 창조신님의 지시입니다.”
“.......인사는 안 드려도 되나?”
뭔가 이상했지만 바라는 바였다.
사업으로 정기만 벌어들이기 위해서 안면을 트려고 했지 높은 상급자들을 찾아다니면서 비위를 맞출 생각 따위는 전혀 없었다.
성향에도 안 맞았고 임폴로이먼트와의 일을 생각하면 쓸데없는 예식과 문제만 많았다.
“지옥구원사업으로 무척 바쁘실 것이니 그럴 필요는 없다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약속대로 다른 최고위 창조신계에도 연락을 해놓았으니 바로 지옥에서의 일을 마치고 떠나시면 됩니다.
여기 순서대로 가실 명단입니다.
바로 지옥으로 가는 공간 이동문을 열겠습니다.”
우우우웅-!
서류가 한 장 넘어오고 지옥으로 가는 직통 문이 열린다.
그런데 지옥은 신계의 최중심부에 있다.
정문을 열고 이동하면 비교적 간단하게 들어갈 수 있지만 이런 방식으로 외부에 공간통로를 만들면 신계에도 큰 부담이다.
수십 겹의 방어막에 스스로 출구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조치면 아예 신계출입을 금지한다는 수준이다.
젠장. 특위 창조신들과의 일이 벌써 들통이 났나?
아닌데. 사회신족이 자신들의 수치를 직접 떠벌릴 리도 없고 흔적은 모두 지웠다.
그럼 또 내가 모를 무슨 협의가 위에서 있나?’
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또 모르지만 지금은 사업에만 집중할 생각이었다.
아니 적극 개입해서 해명을 한다고 해도 상위의 창조신들의 의사가 바뀔 리가 없다는 깨달음이기도 했다.
‘어차피 적이 될 존재는 적이 된다.
무리해서 친해질 필요는 없겠지.’
주변 여론은 본인이 노력한다고 개선되는 것이 아니다.
확실한 성과와 실적만이 모든 나쁜 소문을 덮는다.
그 외에는 어떤 해명도 소용이 없었다.
‘눈에 가시인 성가신 부하에게 아무 일도 주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지.
허나 나는 개인 사업을 하니 상관없다.’
이런 투신과는 어울리지 않는 얼굴을 드러내서 영 꺼림직 했으니 오히려 잘 되었다.
화려한 연회도 형식적인 대화도 시간낭비였다.
그래도 기분이 나쁜 것은 사실이었다.
떨떠름한 말투로 대답했다.
“........고맙다고 말씀드려라.’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