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 생존전략-772화 (772/1,533)

<-- 지옥(地獄)과 천국(天國) -->

일만 하고 떠나는 업무방식이 좋았으나 기분이 더러워진 차원의 마도신이 인상을 쓰자 몰래 쳐다보고 있던 이계의 창조신들이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차원의 마도신이 드러낸 얼굴은 적응이 안 되었다.

‘아무래도 저 미모는 정상이 아니야.’

‘신격이 높을수록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가장 전성기의 우리들의 용모도 절대로 저 수준이 아니었다.’

이유는 분명 있다.

고위신격일수록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가졌다고 하지만 현실에 영향을 받으면서 일그러진다.

‘오히려 신격이 높아질수록 위협적이고 무서운 얼굴이 될 수도 있다.’

성체가 되어서 높은 직위에 오르니 권능이나 신격이 전투분야나 업무에 집중되어 본인이 생각하던 이상으로 부정적으로 일그러지는 것이다.

그런데 차원의 마도신은 아직도 순수한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마음만은 누구보다 순수하다는 뜻이었다.

이건 직접 처절하게 당했던 자신들이 보아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니 억울했다.

‘이계의 신계의 절반을 송두리째 뒤집어엎은 진리대리인 차원창세신 코아가 저렇게 아름답다니 말이 되나?

‘마구 죽이고 지금 신령연옥에 갇혀있는 이계의 신이 얼마인데 말이야?’

‘이계의 신만 있냐?

오백 주우주의 투신들도 엄청나게 갇혀 있었지 않아?’

‘엄청난 몸값을 내놓으라고 강요하면서 말이야.’

‘전혀 이해가 가지 않지만 저 얼굴만은 사실이다.’

험악하고 무서운 인상이 지배층으로서는 업무하기는 편하지만 이성에게 인기가 있을 리가 없다.

아니 혼자서 거울을 쳐다보면 변한 모습에 한숨이 나왔다.

‘현실에 일그러진 모습이니 애정이 생길 리가 없지.’

부족한 정기농도로 점점 약해지기까지 하는 신체를 죽여 버린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원한이 적은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지옥구원계획이 어느 정도 끝나면 최고 수준의 신체 제작이 약속되어있다.

그때 차원의 마도신의 얼굴을 적극 반영할 흑심이었던 것이다.

‘저 얼굴을 참고해서 다음 만들 신체를 고쳐보자.’

‘지금의 신령과 결합하여 일체화가 되면 손색이 생기겠지만 그래도 더없이 매력적이 얼굴이 될 것이다.’

‘드디어 보기만 해도 두렵다는 흉악한 모습에서 벗어날 기회야.’

‘제대로 만들려면 잘 보아 두어야 해.’

이것이 자꾸 훔쳐본다고 맞으면서도 수시로 쳐다본 이유였다.

거기까지 상의를 하는데 갑자기 모두의 머리에 통증이 일어났다.

퍼어어어억-! 퍼퍼퍼퍼퍼-!

신령상태인데도 생생한 고통을 전해주는 파멸유혼검의 충격에 모두 머리를 움켜쥐고 쓰러진 이계의 창조신들이었다.

짜증이 넘치는 차원의 마도신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만 쳐다보면서 쑥덕거리고 일이나 해!

어떤 얼굴이든 나는 차원의 마도신이고 이계에서는 차원창세신 코아다.

무능하면 대가도 용서도 없다.”

“예-!”

아픈 머리를 감싸고 다급하게 지옥으로 달려가는 이계의 창조신들이었다.

조금만 실수하면 이렇게 맞으면서 일하는 것이 이제 반복되는 일상이 되었지만 과거처럼 그렇게 기분나빠하지는 않았다.

지금은 과거보다 더욱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있던 것이다.

그렇게 최고위 창조신계의 지옥에 바로 도착하자 또 적응이 안 되는 일이 벌어진다.

언제나처럼 차원의 마도신이 신나하면서 일을 시작한 덕이다.

“저기 악령들이 우릴 보자마자 도망간다.

더럽게 눈치가 빠르네.

아니 뛰어난 건가?

얼씨구? 이건 또 뭐야?

감히 정면으로 혼자서 덤벼와?

이제 생각해보니 이것들은 수십조의 지성체 중에서 최악의 악령들이잖아?

최정예로만 구성된 죽음의 군대를 만들 수도 있겠어.

이런 특이한 악령들은 따로 잡아.

나중에 마도로 써먹어야 하겠다.

잘 생각해보니 이쪽도 대박일세.

정기도 잘 쓸어 담아. 크하하하하하하핫-!”

“.........”

누구나 매혹할만한 저런 미모를 가지고 흉악한 악령들을 수집하는 것이 좋다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니 지극히 이상했다.

말투는 평소와 똑같은 용병신에 흑마도사였다.

그러나 이제 절세의 미소년인 외모와 완전히 어긋나서 저 거친 말투와 호탕한 웃음이 영 안 어울리는 것이다.

얼굴에 어울리게 곱게 이야기하다고 하면 바로 얻어맞을 것이니 속으로 한탄만 할 뿐이다.

‘얼굴이 정말 아깝다.’

‘아니 지극히 모순적이지.’

‘젠장. 상급 창조신의 이상적인 용모가 저 정도면 나도 어릴 때부터 관리를 할 것을 잘못했어.’

‘아서라. 얼굴 생각하다가 낙오된 창조신이 수두룩했다.’

‘그랬다간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지도 못했겠지.’

어느 조직이든 이상만을 추구하던 존재들은 모두 몰락하고 현실에 충실한 이들만이 남아서 승진을 두고서 서로의 이성과 능력을 겨룬다.

그렇게 최고위의 지배층이 되면 아차하면 가족까지 몰살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니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일그러진 모습이 된다.

그렇게 잃은 아름다움이 눈앞에 있으니 더욱 안타까울 뿐이지만 부지런히 악령들은 몰아붙여갔다.

그리고 명문신족답게 파견 갈 주신들을 신속하게 뽑아낸 사회신족의 크로노스 골든 아이디얼은 차원신계에 바로 입성했다.

그리고 사회신족 후계인 파퓰리스트는 원래의 지침대로 차원신계에 들어가지 않고 정문 밖에서 지휘할 병력을 기다렸다.

우우우우우우웅-!

얼마 후 차원신계의 자아가 공간통로로 바로 보내준 차원신계의 신들의 무리가 몰려들자 그들의 면면을 확인하고 내심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당황해서 바로 말을 하지 못했다.

“..........”

‘모두 하위신들 이잖아?’

주신이 신계주신으로 있는 지옥이니 당연히 파견병력은 주신들은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상급 창조신계로 평가받는 차원신계였다.

적어도 최고위 신들이 섞인 정예 병력을 기대했는데 몰려나온 병력은 아무리 보아도 최하급의 하위신들뿐이었다.

‘이건 병력 수준이 너무 낮은데?

아무리 지옥의 악령들이 상대지만 이들을 파견병력으로 보낼 리가 없지.

아마도 정예들의 심부름꾼들이겠지?’

명문신족의 높은 직위의 투신들은 시중을 들 종속신들을 몇 명은 데리고 파견 다녔다.

그런 생각을 하는데 하위신들 무리의 가장 앞에서 중급신 다섯 명이 나는 듯이 달려와서 넙죽 고개를 숙이면서 인사를 한다.

“교황신과 동료들이 지옥구원계획의 새로운 관리자님을 뵈옵니다.”

공손한 말투와 정중한 행동이지만 두려움은 없었다.

겨우 중급신이 중급 창조신이며 사회신족의 후계인 자신에게 아주 당당하게 보고하는 것을 보니 기가 막혔다.

사회신족에서는 최고위 신 정도가 아니라면 자신과 감히 대화는 고사하고 쳐다보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강압적인 조치보다는 신격과 권능의 극심한 차이가 만들어내는 자연스런 현상이었는데 이들은 전혀 상관이 없이 자연스럽게 말을 하고 행동했다.

‘이상하게 창조신의 신위가 잘 통하지 않는다.

차원권능의 효과인가?

아니면 단순하게 감각이 둔한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겁이 없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그래도 확인을 하기 위해서 몇 가지를 물었다.

“중급신이 담당자인가?”

“예. 그리고 차원신계 최정예 일반신으로 십만을 뽑아놓았습니다.”

역시 자연스럽게 대답한다.

그리고 최정예라고 자랑스럽게 말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권능조차 제대로 없는 초기단계의 최하급 하급신이다.

사회신족 후계의 눈으로는 갓 태어나서 신계의 보호를 받으면서 배양 중인 아기보다 못했다.

“파견병력이 일반신이라고?

시종이 아니고?”

“.........맞습니다.”

그제야 뭔가 이상한 상황이라는 것을 깨달은 교황신이 조심스럽게 대답하고 말을 하면서 침묵을 했다.

그리고 포퓰리스트는 고개를 위로 들어서 하늘을 쳐다보면서 침묵했다.

“..........”

‘아아. 이게 지금 내가 처한 현실이로군.

뭔가 머리가 비어지는 기분이로군.’

어떤 업무와 전선에서도 부하라면 기본이 창조신에 말단이 주신이었던 고귀한 사회신족의 후계인 자신이었다.

허나 지금은 중급이하의 최하급 신들을 이끌고 지옥청소라는 맨 밑바닥의 일을 해야 하는 다급한 상황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하급신들을 이끌고 겨우 주신들이 다스리는 지옥을 떠돌며 청소해야 하다니 이건 창조신으로는 더없는 수치다.

당장 때려치우고 일족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만약 그랬다가는 이번에야말로 끝장이다.’

이미 일족에게 일조 이천 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손실을 입힌 상태였다.

덕분에 일족들의 앞에서 공개적으로 두들겨 맞고 자식은 삼대의 자리를 읽는 수치를 당했지만 원망 따위는 하지 않았다.

왜 이렇게 일이 최악으로 되었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 가지만 결과만 보아서는 극형을 당해도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이 일은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 최후의 기회이자 오리진의 자비였다.

‘정식 처벌을 하지 않기 위해서 일족의 앞에서 아들과 손자를 구타하신 아버지이시다.

그리고 후계의 자리를 유지시켜 주고 손해를 보충할 수 있는 중요한 임무까지 주셨다.

이제 두 번의 기회는 없다.

내 아들을 다시 삼대로 돌리려면 이번에야말로 모든 사회일족이 인정할만한 공적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들의 도움이 필요해.

그것도 전력이 아닌 혼신의 힘이........어쩔 수가 없군.’

이들은 하급신이지만 모두 파멸유혼검을 가지고 있었다.

저것이 지옥구원계획의 핵심이고 권능이 없는 하급신이라도 충분히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문제는 언제 회수될지 모른다는 시간제한이 있다는 점이다.

‘저 파멸유혼검들은 바람가에서 차원의 마도신에게 의뢰를 위해 대여한 물품이다.

언제 회수를 당할지 모른다.

그러기 이전에 최대한 많은 지옥을 정리하고 실적을 쌓아올려야만 한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이미 크로노스 아니 골든 아이디얼의 지휘 하에 천국개조사업의 파견에 착수하고 있는 다른 창조신과 주신들의 경쟁에서 수입으로 이겨야만 했다.

개인의 수입으로 직접 들어오지 않고 일족의 이익으로 종합되는 다른 신계의 천국개조사업을 위해 열성적으로 나서는 그들의 기세는 무서울 정도였다.

‘그들은 본래 만만치가 않다.

원래는 아버지의 후손이지.’

자신과 같은 오리진의 혈족이나 최고만이 직계가 될 수 있다는 철혈의 오리진의 원칙과 일족의 동의에 의해서 물러서야만 했던 형제와 자매들이었다.

마침내 모든 경쟁자를 능력으로 이겨내고 후계가 되어 방심한 자신에 비해서 그들은 다시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려왔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삼대가 직위를 잃자 그들이 품어낸 기세는 더욱 날카로웠다.

충성의 맹세가 꿈과 같았다.’

평상시에는 후계를 따르는 일족의 일원으로서 철저하게 복종했으나 어디까지나 오리진의 명령에 의해서란 것도 다시 확인했다.

‘내가 맡은 주신이 다스리는 지옥구원계획은 공동사업의 하위다

그런데 천국개조사업에 투입될 다른 창조신들이 따라오지 못할 수익을 올린다면 나의 자리는 다시 공고해진다.

그리고 내 아들도 다시 후대로 올릴 수 있다.

그 아이가 사회신족 최강의 자질을 가졌다는 사실은 아버지도 일족도 전부 안다.

나의 실수로 직위를 잃었으니 내가 그 아이가 삼대로 다시 돌아올 명분을 만들어 주어야만 한다.’

이번 일로 자신의 아들은 모든 직위를 해제당하고 일족의 명운을 건 천국개조사업에서도 소외되었다.

더 이상 중요한 사업을 맡기지 않겠다는 오리진의 의사는 명백했다.

‘아버지는 그 아이의 경솔함에 실망하셨다.

이제 더 이상 그 아이에게 사업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아마도 언제 벌어질지 모를 전투로 올리는 공적만이 유일한 기회이겠지.’

아무리 보아도 가장 큰 잘못을 한 것은 바로 자신이다.

허나 일족에서 추방까지 각오한 자신은 후대의 자리를 유지했고 피해를 복구할 기회까지 받았다.

그리고 후계를 자리를 빼앗아가지 않을까 두려워하여 함정에 빠진 아들은 바로 삼대의 자격을 빼 앗겼다.

오리진이 누구를 가장 믿고 있는지 이제 모르는 일족은 없었다.

과거 후계가 되고나서 자발적으로 벌인 사업이 계속 망했다.

이러다가는 뛰어난 아들에게 후계의 자리를 빼앗긴다고 겁을 먹었다.

그런데 모두가 자신의 오해였고 오판이었던 것이다.

사회신족의 위대한 오리진이신 아버지는 자신과 권능을 누구보다 믿고 신뢰해주고 있었다.

‘내가 어리석었다.

차라리 아버지의 생각을 솔직히 물어볼 것을 나 혼자 고민하여 일을 완전히 망쳤다.’

멍청하고 어리석은 질투로 아들이 삼대의 자리를 잃자 가정도 풍지박살나기 직전이었다.

일조 이천 억의 정기손실이 준 여파는 과거 자잘한 사업의 손해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삼대의 직위까지 잃게 한 이번 일의 영향은 너무 커서 자신과 관계있는 모든 친인척에게 미친 것이다.

삼대였던 아들을 직접 낳은 반려는 매일매일 울면서 쓰러지기 직전이고 후궁들과 경쟁자였던 다른 자손들조차 직위가 뒤흔들렸다.

오리진의 불신은 그만큼 무서웠다.

‘그들은 나를 원망하지도 탓하지도 않는다.

이것이 더욱 괴롭다.’

큰 실수를 범한 자신으로 인해 가족이 신족으로서 쌓아올린 모든 것이 흔들리는데 아무도 찾아와서 원망하지 않는다.

아들의 실각에 매일 울던 반려조차 깍듯하게 가장으로서 최선을 다해서 대해왔다.

‘차라리 나를 탓했다면 편했을 것인데 아직도 나만을 의지하고 있다.

나만이 오리진이신 아버지의 분노와 실망, 일족의 손해를 매울 수 있다.

그러니 나는 더 실패할 수가 없다.’

그들의 생각은 알고 있다.

오리진에게 한번 잃은 신뢰를 다시 찾기 위해서 이제부터 어떤 노력과 성공을 거두어야 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창조신이나 주신은 상상도 못할 정도의 성과를 보여야 했다.

‘최소한 일조 이천 억의 배가 넘는 수익을 내서 일족에게 환원하지 않으면 영구히 되찾을 방법이 없다.

그게 가능한 존재는 나 뿐이다.

가족들이 다시 오리진님의 신뢰를 찾아서 직위를 확고히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나의 성공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 가족 모두가 최선을 다해서 자신을 돕고 격려한다.

이번에 삼대의 직위를 잃고 오리진의 신뢰마저 사라져 가장 피해를 입은 아들조차 저는 상관하지 마시고 꼭 성공하시라고 말했다.

가족들이 이러니 아들을 두려워한 어리석은 과거의 자신에게 더욱 자괴감만 들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아들의 선택이다.’

더 이상 삼대로서 사회신족의 지원을 받기 힘들어지자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한 것이다.

자신의 선택의 결과라면서 아무런 분노의 기색을 보이지 않은 아들의 부탁에 이번에는 기절할 지경이었다.

‘절대계 용병신으로 가겠다고?

그것만은 안 된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