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옥(地獄)과 천국(天國) -->
하도 말도 안 되는 지시만 늘어놓는 살모사 황제를 모시고 칼침을 여러 번 맞았더니 빠져나갈 구석은 다 준비해 놓았다.
그리고 지금은 동급이니 무서워할 이유도 없었기에 당당하게 외쳤다.
‘왜 이러십니까?
제가 전쟁 그만하고 이제 내정을 살피자고 건의하실 때 묵살하신 것이 누구인데요?
모든 신하들이 정복용 정예 군대를 어떻게든 빠르게 만들어내라고 여기저기 칼침을 놓고 다니신 분은 또 누구신데요?
신하들이 이대로는 도저히 못 살겠다고 들고 일어나려고 하니 제가 어쩝니까?
싫어도 나서야 하지요.
직접 확인해 보니 신병을 정예로 만들기 위해 교육할 시간도 예산도 없습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신병이라고 해도 실전을 겪고 일부라도 살아남으면 정예가 되지 않습니까?
이런 방식으로 만드는 방법 외에 다른 수단이 없었습니다.
저도 좋아서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니까요.’
살모사 황제는 생전에 칼을 차고서 대답을 못하거나 일의 진행을 못한 신하는 무조건 베었다.
특히 군대의 업무에 대해서는 더욱 철저하게 했는데 그 부작용이었다.
과거라면 칼침을 놓았겠지만 지금은 동격이니 결국 말로서 몰아붙였다.
‘그래도 다른 방법을 찾았어야지-!
신병 열 명 중에 한 명만 정예로 살리는 방식을 취하면 나머지 아홉 명은 버리는 셈이지 않는가?
이런 방식을 취해버리면 어떻게 해?’
살모사 황제로서는 자신의 기준까지 약화시켜 한 말이지만 목을 잡힌 위장충신은 오히려 더욱 차갑게 되받아쳤다.
‘신병으로 보낸 놈들은 어차피 직업도 없이 무위도식하면서 세금까지 안내던 한량이나 깡패들입니다.
성인이 되어서 세금을 안내면 초제국의 백성이 아니지 않습니까?
남에게 빌붙어 사는 아무 도움도 안 되는 쓸모없는 인생을 나라를 위해 싸우다 죽을 수 있는 군인으로 만들어주었으면 감사해야죠.’
‘그것도 그러기는 하지만 얼마나 그렇게 죽었지?’
그 말에 위장충신의 얼굴이 새까맣게 변했다.
‘성인이지만 직업이 없거나 세금연체자를 모두 붙잡아다가 나무창만 들려서 정복군대의 신병으로 보내라고 지시를 하고 관심을 끊었다.
나중에 확인을 해보니 정식으로 보낸 인원이 일억 명이 넘었어.
그렇게 많을 줄은 나도 몰랐다.’
세금은 내지 않는 성인이 많으면 나라에 부담이 커진다.
그러나 이제 세금을 내지 않으면 모두 군대에 끌려가서 대부분 죽으니 모두 열심히 직업을 찾고 적극적으로 일을 해서 많이 내었다.
일석이조의 좋은 방법을 알았으니 신하들이 적극 나섰다.
‘나중에는 범죄자부터 시작해서 시위자, 혹은 조금만 잘못해도 군대로 보내버렸으니 숫자는 적어도 이억이 넘었을 것이다.
이억 중에 살아남은 인원은 겨우 천만 정도이고 그들이 정복전쟁의 병력피해를 보충했지.
내 명령덕분에 일억 구천만이 죽은 셈이니 덕분에 대가도 철저하게 지불하게 되었어.’
천국에서 완벽한 이상의 꿈을 꾸어야 하는데 그렇게 죽어간 신병 놈들의 원한이 달라붙어서 방해하여 결국 환생조차 실패했다.
생전에 자신의 명령 때문에 죽어가면서 외친 원한이 축적되어 영혼에 영향을 주었는데 그 수준이 창조신의 권능조차 넘어섰던 것이다.
생전이야 원한의 영향으로 가끔 악몽을 꾸어도 오히려 비웃었지만 죽어서 발목이 잡힌 셈이다.
결국 천국에서 쫓겨나 지옥에 떨어지던 생각까지 떠올리자 힘없이 대답했다.
‘그냥 넘어가죠.
어느 정도 수준인지 예측은 되지 않습니까?’
‘........’
그런데 거기까지 듣고 있던 무식한 찬탈자가 폭발했다.
오십 평생을 죽을 것이 확실한 군대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도망쳐 다녔다.
그리고 그런 도망자들을 모아서 세력을 만들고 신병으로 갔다가 살아남은 정예들을 부추겨서 중앙의 통제를 거부하게 했다.
어차피 강제로 군대에 끌려간 군대라서 자치권을 주겠다고 하니 설득도 쉬웠다.
나중에 그들이 아예 독립하겠다고 치고받고 싸우는 모습을 보고 이것도 땅을 치고 후회했지만 그 당시에는 어쩔 수가 없었다.
‘뭐가 어째? 이 미친놈들아-!
세금을 안내면 백성이 아니야?
그러니 군인이 되서 나라를 위해 싸우다 죽는 것이 더 낫다고?
그럼 관리나 황제는 당연히 백성을 위해 봉사하는 종이겠다?
이제까지 높으신 놈들이 그런 적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이 썩을 자식아-!’
그러자 위장충신의 눈빛이 시퍼런 살기를 내품었다.
백억이 넘는 인구를 가졌던 초제국의 모든 것을 만들고 다스렸던 총 관리자의 기세였다.
생전에는 수억이 넘는 원한조차 억눌렀고 죽어서는 자신보다 강자를 위축시킨다.
천국을 관리하던 창조신조차 놀랐던 기세였으니 힘으로는 훨씬 우위인 무식한 찬탈자가 흠칫 놀라서 물러설 정도의 살기였다.
아니 같이 묶여버린 이런 상황이 아니라면 정말 무슨 짓을 해서라도 복수했을 원한이었다.
‘넌 닥쳐라.
위에서 서로 죽이겠다고 싸우던 지독한 황자들보다 아래에서 난리를 치던 네가 더 결정타였어.
네 놈만 가만있었어도 초제국은 과도기를 지나서 그렇게나 바라던 일만 년의 태평세대를 이루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일천억 이상으로 증가한 인구로 창조신성의 제압조차 가능했다.’
그 말에는 살모사 황제도 맞장구를 쳤다.
정복전쟁을 나서는 자신을 위장충신이 언제나 말리면서 하던 말이 있었다.
‘초제국은 대륙의 어떤 나라보다 강하고 부유합니다.
또한 비교할 수 없는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는 문화와 개발조차 힘든 넓은 국토로 무한한 발전가능성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가만히 있어도 모두가 우리에게 복속될 것입니다.
황제께서는 단지 기다리시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나 젊어서 모든 대륙을 손아귀에 넣고 싶었던 욕심이 모든 것을 망쳤다.
참으로 한탄스런 후회였다.
‘그러하다.
초제국만 유지되었다면 우리가 죽인 숫자보다 늘린 공을 인정받아 신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도저히 살기 힘들어서 들고 일어난 내 탓이라고?
나라를 마음 편히 살기 힘들게 만들어 놓은 너희 탓이 아니야?’
그렇게 서로 남의 탓을 하면서 이제 죽일 듯이 이를 가는 세 명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보내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만족하여 웃으면서 차를 한 모금 마시면서 말을 한다.
“아무리 죽이고 부활시켜도 어떤 의식의 마모도 없다.
조금도 변하지 않는구나.
그리고 이미 사라져 버린 초제국의 먼 과거의 일로 저렇게 싸우다니?
실로 우수한 악당인지고.”
죽음의 군대가 강할수록 이계의 일은 수월해진다.
군대가 강하려면 일단 장수들이 강해야 하는데 큰 문제가 없어서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찻물을 한잔 더 따라 입에 대면서 물었다.
쪼르르르르르륵-!
그리고 이제 비명을 지르지 않는 부활 악당을 보면서 말했다.
“그리고 너는 왜 그렇게 신이 되고자 하느냐?
행성을 가진 마신이라면 어지간한 주신보다 훨씬 나은 위치다.
그걸 거부하고 최하위 신을 원하다니 무슨 곡절이라도 있느냐?”
“..........”
이미 백초는 지나있었다.
그래서 의식을 완전히 가지고 벌레부터 시작해서 가축까지 처참한 삶을 지옥의 꿈으로 경험하고 깨어난 부활 악당은 몸을 세차게 떨었다.
부들부들-!
결코 누구에게도 하고 싶지 않은 고백이었다.
허나 바로 대답을 하지 않으면 무슨 꼴을 당할지 알기에 힘겹게 말했다.
“다.......다시 그 분을 만나서 용서를 구하고 기회를 받아야 하오.”
“그 분? 용서? 기회?
호오? 네가 패했다는 창조신이냐?”
“아니오-! 창조신은 분명 아니고 누군지도 모르오.
다만 창조신들조차 상위자로 공손하게 모시던 분이었소.
그러니 신족이 되어야만 다시 뵐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단 말이오.”
행성을 가진 마신을 거부하고 차라리 최하위 신이 되겠다는 주제에 신족이란 말에는 격렬한 거부의 반응을 보이는 부활악당이었다.
차원의 마도신은 부활 악당의 의식에서 뚜렷하게 연상된 그의 모습을 인식했다.
생전의 신체를 자신이 부활시켰기에 큰 문제가 없이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까지 느긋하게 차를 마시던 자세 그대로 내품었다.
“푸우우우-!”
황금연기도 아닌 찻물을 품어낸 차원의 마도신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심각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너 뭐냐?”
“무슨 소리요?”
“허? 정말 몰라?
네가 신이 되어 반드시 보겠다는 그가 이 모습 맞지?
후우우-!”
황금연기로 누군가의 모습을 만들어낸다.
겨우 소년의 모습을 벗어난 청소년이 검정색의 수련복을 입고 목검만 한 자루 허리에 두른 모습은 바로 진리였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본 부활 악당들과 죽음의 군세 여기저기서 커다란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커어어어억-!”
“히이이이이-!”
“와아아아아-!”
그리고 소란도 잠시 여기저기서 두려움도 잊고 환영 앞으로 달려 나왔다.
이미 진리의 모습이 환영이라는 사실조차 망각한 듯이 그 앞에 엎드려 울부짖는다.
“ 부디 다시 기회를 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다시는 이성이 아닌 감정에 휘둘러서 힘을 쓰지 않겠습니다.”
“가진 것을 버리시라면 절반이 아닌 모두를 버리겠습니다.”
“어떤 시련도 견디겠사오니........’
갑자기 벌어진 난리법석에 차원의 마도신은 이제야 왜 이렇게 이들이 뛰어난지를 알게 되었다.
아니 상식적으로 창조신이 감당 안 되는 악령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부조리했다.
이런 비상식적인 강함이 존재한다면 오직 진리의 개입만이 설명이 될 수 있었다.
“이것들이 전부 진리에게 칭호를 받았다가 실패하고 다시 빼앗겼구나.
너의 칭호는 무엇이었느냐?”
진리의 환영을 정신없이 쳐다보던 부활악당은 결구 고개를 떨어뜨리고서 후회에 가득한 목소리로 고백했다.
“그의 이름이 진리인가요?
처음에는 저를 무슨 후보라고 했습니다.
제국의 수호신이 된 저에게 갑자기 고위의 창조신들과 같이 나타나서 시험은 끝났으니 나를 따르라고 했을 때 거부했습니다.
백년을 넘게 공을 들여서 이룩한 제국의 수호신 자리와 혈육을 버릴 수가 없어서 그러했지요.’
지금도 뚜렷하게 생각이 났다.
스물여섯 쌍의 빛의 날개를 가진 창조신들이 공간의 길을 열고 공손하게 모시면서 내려온 그였다.
그리고 이제 시험은 끝났으니 나를 따르라고 말했다.
허나 자신은 제국의 안정과 혈육들의 보호를 위해서 거절했다.
그러자 잠시 자신을 쳐다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후후후훗-! 나를 따르는 것보다 너의 제국과 혈족이 먼저라?
네가 없어도 적어도 천년을 갈 것인데 영원하기를 원하는구나.
재능과 자격은 충분한데 감정과 욕망이 먼저라서 눈을 가리니 안 되겠구나.
네가 원하는 대로 해라.
인연이 닿게 된다면 다시 보자꾸나.
허나 이제는 네가 나를 찾아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바로 공간의 문으로 사라졌는데 바로 뒤에서 근엄하기 짝이 없는 표정을 짓고 있던 창조신들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입이 찢어져라 벌어지면서 웃음을 참지 못했다.
“푸후후.”
“큭큭큭.”
“허허허.”
창조신들은 뭐라고 말을 하고 싶은 모양이지만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으면서 나타난 모습 그대로 그를 따라서 공간의 문을 통해 사라졌다.
지옥 악령이 되어버린 지금도 생각하면 그때 그런 선택을 한 자신의 입을 찢어버리고 싶었다.
아니 결국 한마디도 충고 하지 않고 비웃으면서 사라진 창조신들이 미웠다.
평소에 그렇게나 행성 관리를 도왔는데 아무 언급도 하지 않고 침묵한 천계의 모든 신들이 증오스러웠다.
그래서 모두 갈아엎어 버리려고 했다가 바로 기다렸다는듯이 강림한 창조신과 싸워 패배해서 지옥에 떨어졌다.
겨우 주신급의 힘으로는 상위의 창조신과의 전투는 성립자체가 안되었다.
“그런 선택을 한 저를 모두 비웃으면서 돌아갔습니다.
나중에 스스로 신격을 주신급 이상으로 높이자 접촉해온 전뇌계를 통해 모든 사실을 알았습니다.
저는 절대계 십중심 서열 일위 황금의 절대자의 후보로서 시험을 치루고 있었습니다.
시험은 통과했으나 스스로 포기하여 자격이 말소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제가 어찌 억울해서 마신이 될 수 있겠습니까?
반드시 다시 진리를 뵙고 자격을 되찾아야 합니다.”
“!!!”
황금의 후보였다는 말에 얼굴이 창백해질 정도로 놀란 차원의 마도신의 얼굴이 서서히 달아올랐다.
그것은 숨길 수 없는 분노였고 질투였다.
그리고 바로 행동으로 나타냈다.
퍼어어억-!
이마에서 근원의 길잡이까지 꺼내서 그대로 황금의 후보였다는 부활악당을 그대로 갈겨버린 것이다.
“절대계 십중심-! 그것도 황금의 절대자 후보였다고?
진리가 시험을 통과했다고 말했다면 따라가서 교육만 착실하게 받으면 결국 언제인가는 십중심이 되었다는 소리가 아닌가?”
거기다 겨우 백년 만에 시험을 통과해?
나는 칭호만 받고 몇 마디를 더 한 덕분에 그 고생을 하고 오만 년을 두들겨 맞고서도 겨우 지금 여기인데?
그리고 황금의 절대자의 자격을 겨우 제국의 수호신의 자리와 부귀영화에 대한 욕심 때문에 포기해?
아니 제국과 안정과 혈육의 정 때문에 포기했다고 변명을 해?
그리고 진리가 어떤 존재인줄 몰랐다고?
고위 창조신들이 모시고 다닐 정도면 까마득하기 높은 존재가 당연한데 뭘 몰라?
지금 그걸 변명이라고 하고 있냐?”
얼마나 열이 받았는지 목소리가 부들부들 떨면서 과거에 진리를 처음 만났던 기억까지 떠올랐다.
누구는 고위 창조신들을 데리고 직접 맞이하러 갔다는데 자신은 갑자기 차원권능이 부여되고 간단한 주의사항만 들었다.
“나는 처음에 재능과 실력이 부족하다고 조금 더 노력하라는 말과 당장 쓰지도 못할 칭호를 주어서 신계의 고위신으로 착각했단 말이다.”
받은 권능도 문제였다.
차원권능에 들어가는 연산력은 기초도 어마어마하다.
칠 써클을 완벽하게 익힌 흑마도사인 그 당시 자신으로는 그림의 떡이었다.
그래서 더 쓸 만한 것을 받기 위해서 간이 부어서 몇 마디를 했다가 강제적으로 가장 위로 향하게 되는 꼴이 되어버렸다.
‘참새가 봉황 흉내를 내던 다리는 이미 찢어졌고 여기저기 의뢰로 받은 권능으로 이어 붙여서 악착같이 버티는 중이지.
그러나 만약 진리가 창조신들을 대동하고 직접 왔다면 당연히 가만히 받기만 하고 내 생존마탑에서 마도나 익히면서 잘 지냈을 것이다.’
그런데 이놈은 자신이 최고라는 자존심과 욕심으로 고개를 숙이지 않고 버티다가 스스로 반납한 셈이다.
주우주 모든 신들이 아니 유일용신제를 제외한 절대계의 십중심들조차 은근히 바라는 황금의 절대자의 자격을 말이다.
“황금의 재능을 나에게 주고 차라리 뒈져버려라-!
이 망할 자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