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옥(地獄)과 천국(天國) -->
황금 후보였던 황금착각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지옥에서 수없는 세월을 악령들을 휘하로 두고 버티면서 가장 바라던 일이 너무나 쉽게 다가온 것이다.
놀라는 와중에서도 계속 희망적인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진리에게는 신이든 마신이든 상관없다.
오로지 강하기만 하면 된다.
강함만이 모든 기준이지.
약자만 아니면 된다.”
지금 부활한 자신은 순수한 황금족이라고 할 수 없었다.
지옥에서 장기간 있으면서 주변의 마력에 조금이나마 영향을 받은 덕이었다.
그래서 하는 말 같은데 본론이 바로 이어졌다.
“그런데 너는 도대체 무슨 면목으로 진리를 볼 생각이냐?
후후후후후후훗-! 설마 그 꼴로 갈 생각은 아니겠지?
너의 지금 모습으로 과연 황금의 절대자의 후보자격을 다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진리가 죽이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무슨 소리인지는 알 것 같았다.
창조신에게 패배해 지옥에 떨어졌고 지옥 악령으로 있다가 본인의 힘도 아닌 타인의 도움에 의해 부활했다.
그리고 진리를 찾는 것까지 남의 도움을 받았다면 최강의 황금에 어울리는 강자라고 도저히 말할 수 없었다.
아니 그때 직접 보았던 감으로는 이대로 함부로 접근했다가는 약해졌다고 노여움을 사서 말소당할 우려까지 있었다.
“진리에게 강자로 다시 인정받을 아주 좋은 방법이 있는데 말이다.
관심이 있느냐?”
“.........”
분명한 악의 꼬임 같지만 이미 이렇게 얽힌 이상 벗어날 방법은 없었다.
그리고 분명 지옥에서 꺼내주고 육체까지 부활시켜 준 은혜는 있었다.
침묵을 긍정으로 파악한 차원의 마도신은 결론을 내어주었다.
“너보다 강자를 이겨내라.”
당연한 말이었다.
압도적인 강자를 이겨낸다.
그것만이 진리를 다시 볼 가장 빠른 길이라는 사실은 이미 전뇌계를 통해 알고 있었다.
‘그러나 방법이 없다.
나보다 강하다고 느껴지는 존재감을 찾을 수가 없었어.
나를 패배시킨 창조신조차 존재의 무게로 보면 아래였다.
단지 먼저 태어나 쌓아온 신력과 수련, 세력이 앞서 있었을 뿐이었다.’
너무나 강대한 재능과 존재감이 문제였다.
황금 후보였던 자신보다 압도적인 강자로 인정될 만한 존재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차원의 마도신도 그 점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허나 진리가 십중심 후보였던 너보다 강자로 인정할 존재는 거의 없지.
아마도 십중심 현역들이나 후보정도를 이겨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역들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고 후보는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십중심과 관련된 사항은 진리가 특별히 직접 관리하기에 몇 명이 있는지 아무도 모르지.
너의 경우를 보면 후보 자신조차 모르는 것 같으니 어떤 탐색이나 검색도 무리다.”
명확한 사실이다.
황금후보였던 자신조차 시험이 끝날 때까지 아무것도 몰랐으니 말이다.
“주우주는 너 외에는 없을지도 모른다.
십중심이 될 수 있는 재능은 결코 흔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리고 너는 황금이니 다른 하위의 십중심 후보를 쓰러트려도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면 아직 진리의 가호를 받은 황금의 후보를 쓰러트려야 한다.
그러나 황금의 절대자의 후보가 또 있을까?
황금족의 희소성을 보면 아닐 것이다.”
황금착각도 가장 고민이 되었던 부분이었다.
황금후보였기에 같은 십중심 후보를 쓰러트린다고 인정받지 못한다.
적어도 동급인 황금후보나 아니면 둘 이상을 쓰러트려야 아슬아슬하게 가능했다.
그런데 이 창조신은 마치 생각을 읽고 있는 것처럼 거침없이 해답을 내려주고 있었다.
“그러나 이계에 십중심 후보들이 분명히 있다.
황금이 있는지는 모르나 지금까지 확인한 바로는 최소한 셋 이상은 있다.
그들과 싸울 기회를 만들어줄 것이니 네가 전부 쓰러트려라.
그러면 진리는 너의 가능성을 다시 인정하고 후보의 자격을 돌려줄 것이다.
왜 이런 제안을 하냐고?
진리의 가호를 받으면서도 이계를 저런 꼴로 만들고 신족의 반대편과 중립에 선 이계 십중심 후보들은 나의 적이다.
그들을 쓰러트리기 위해서라면 모든 지원을 해준다.”
“........”
침묵으로 일관하는 황금착각을 보면서 마지막 말을 했다.
“의심할 필요는 없다.
나는 진리의 길을 따른다.
강자에게는 영광을 부여하고 약자에게는 기회를 준다.
회색의 후보자격을 얻은 내가 그러했으니 말이다.”
“........”
그리고 보여준 기억에 황금착각은 숙연한 기분이 들었다.
차원의 마도신은 흑염의 바람성에서 영원의 심판의 대상으로 최고위 흑염일족을 지목하고 쓰러트렸다.
엄청난 준비와 영겁윤회(永劫輪回)라는 대상자를 지정하여 시공조작으로 승리를 할 때까지 도전을 하게 하는 금단의 마도로서 이겨낸 것이다.
그 승리의 결과가 회색의 절대자로서 후보 자격의 획득이었다.
‘방금 흑염일족이 된 약자가 최고위 흑염일족에게 승리한다.’
두말 할 필요가 없는 진리가 인정할만한 공적이었기에 스스로 달라고 요청하고 승인까지 받았다.
이 위업은 전뇌계를 통해 십중심 일족의 능력수준을 알고 있는 자신이었기에 존경심까지 들 정도였다.
“명심하라.
십중심 후보의 자격을 상실한 너보다 강자로 인정될 수 있는 존재는 십중심 또는 후보의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존재들뿐이다.
비록 약한 이계의 십중심 후보이지만 진리의 가호를 받는 존재들을 혼자서 쓰러트린다면 그것은 크나큰 위업이다.
그럼 두말 할 필요도 없이 바라는 것을 들어주길 것이다.”
“.........”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생각에 잠긴 황금착각을 보면서 차원의 마도신은 속으로 혀를 찼다.
‘젠장-! 이 정도면 좀 넘어와라.
더럽게 까다롭네.’
역시 황금후보였던 악당답게 무척이나 힘들었다.
부활시킨 신체를 취소시킨다고 협박을 하려고 해도 언제인가는 스스로 신체를 만들 권능수준에 도달할 재능이었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근원의 길잡이로 때린 타격이 거의 효과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힘으로는 제압이 안 된다는 뜻이었다.
‘차원공통원소로 인하여 완전해진 흑염일족의 신체능력과 권능, 마도로 동시에 죽일 기세로 때려 박았는데도 분쇄되지 않고 자력으로 회복을 했다.’
황금일족의 방어력과 불변성이야 누구나 인정할 수준이지만 기가 막힐 일이었다.
물론 전력으로 하면 당연히 소멸시킬 수 있지만 초월자들과 엄청난 전력차이를 생각하면 아주 아까운 일이었다.
결국 탐탐치 않았지만 추가적인 조치를 해주었다.
“일단 선물을 하나 주지.
깃발을 펴봐라.”
그 말에 묵묵히 생각만 하던 황금착각의 기세가 확 바뀌었다.
무자비한 살기가 피어올랐지만 차원의 마도신에게는 귀여운 수준이었다.
‘황금의 재능이 있으면 뭐하나?
결국 지옥의 악령신세인데?’
살아온 세월과 전투의 경험치가 달랐다.
비록 재능이 형편없이 떨어진다고 해도 수련과 사투로 쌓아올린 강함은 거짓이 아니었다.
더한 살기로 황금착각의 기세를 박살내어버리고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너의 이름을 봉인했다.
그것은 과거를 봉인했다는 소리이다.
그럼 너의 에반젤리의 깃발에 적힌 단어까지 사라졌다는 뜻도 되지.”
“!!!”
그 말에 황금착각의 한없이 커진 눈동자가 에발젤리의 몸에 감긴 깃발을 주시했다.
없었다.
죽는 순간까지 펼치지 못하게 치욕스런 마음이 들게 했던 단어가 사라져있었다.
덜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손이 떨리면서 서서히 깃발이 펼쳤다.
그리고 눈부신 황금빛이 지옥 전부를 밝혔다.
화아아아아-!
깃발에는 아무 것도 적혀있지 않았다.
처음 얻었을 때와 똑같이 찬란한 황금빛의 천 그대로였다.
“.........하하. 크크크큭.”
허탈한 웃음이 새어나온다.
그리고 그것은 곧 흐느낌으로 바뀌었다.
주변에 누가 있는지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은 다시 찾은 순수에 감격하고 수없이 떠오르는 과거의 회한에 젖을 뿐이었다.
“크흐흐흐흐흐흑-!”
다시 찬란한 황금의 빛을 되찾은 에반젤리의 깃발을 부여잡고 우는 황금착각의 울음소리만이 한참이 들렸다.
“.........”
그 모습을 보는 차원의 마도신과 지옥 악령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지옥의 악령들이야 과거의 죄가 모두 사라진다는 의미를 잘 아니 감동을 했다.
그리고 차원의 마도신은 에발젤리가 가진 불변성에 강제로 개입했다가 반발력에 몸이 터져서 죽을 뻔했다.
상급 창조신의 신격을 믿고 밀어붙였다가 완전한 생명을 날릴 위기를 아무도 모르게 겪은 것이다.
‘크으으으으. 이런 제길-!
겨우 주신정도의 신격을 가진 에반젤리가 이 정도라니?
이러면 절대계 십중심 정도면 회색의 절대자의 마도나 권능이 아예 안 통한다는 소리잖아?
미래 자식이 절대로 안 덤비는 이유가 이거였구나.’
그래도 설득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상황이니 필사적으로 몸을 회복시키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보이고 있었던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그러나 다음에 황금착각이 한 행동에 놀라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파아아아아아아앙-!
에반젤리의 깃발이 공기를 뒤흔들리면서 활짝 펴진다.
그리고 한없이 커져가면서 아직 유지하고 있던 전멸세계의 호수를 덮쳐서 흡수를 시작했다.
‘뭐.......뭐야? 적어도 십삼 써클의 위력을 가진 전멸세계를 겨우 십일 써클의 신기가 먹어?
아무리 황금의 절대기라고 하지만 상위의 권능을 하위의 신기가 흡수한다고?
이게 가능해?’
그러나 내심의 놀람과는 달리 얼굴은 완전히 평온했다.
마음의 격동을 완벽하게 숨길 정도로 지배자로서 성장을 한 것이다.
그리고 적의는 없으니 전멸세계가 그대로 에반젤리에 흡수되는 것을 지켜볼 뿐이었다.
후우우우우우우-!
모든 폭발의 호수를 먹어치운 에반젤리의 깃발에는 정확하게 ‘전멸세계(全滅世界)’라고 적혀있었다.
그 단어를 본 황금착각은 모든 죽음의 군대와 부활 악당들을 전부 내려다보면서 외쳤다.
“우리를 부활시켜준 차원창세신 코아님을 위해 이계 전부에 이 깃발을 휘날린다.
바라는 대로 오직 발전을 바라는 강함과 발전만을 추구하는 진리의 방침을 거슬리는 지성체 전부와 초월자 전부, 십중심 후보들까지 모두 처단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우리는 완전한 악이다.
무수한 생명을 죽였다고 아군에게까지 비난을 받겠지.
너희들이 바라는 명예나 칭송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러나 치졸하게 필요악이라고 변명하지 않을 것이다.”
에발젤리의 황금 깃발이 하늘을 향해 치솟고 전멸세계라는 단어가 찬란한 광명을 토해냈다.
“우리는 썩어빠져 타락한 부위만을 잘라내는 유익악(有益惡).
모두에게 인정받는 유익한 악이 될 것이다.
최후에는 모든 기준을 넘어서서 우리가 누려야할 모든 권리를 되찾아 온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를 악으로 낙인찍어 지옥에 처박은 기존의 모든 썩은 세계를 전멸시킨다.
새롭게 만들어질 세계 위에서 우리의 가치를 되찾는다.
이런 나의 길을 따르는 자들은 외쳐라.
전멸(全滅)! 세계(世界)!”
죽음의 군대가 품어내는 마기조차 하찮게 여길 정도의 강렬한 기세가 담긴 선언이었다.
황금착각의 부하와 다름없던 여기의 지옥 악령들이 부활한 죽음의 군대에서 시작한 함성은 모든 죽음의 군대에 전염되는 데는 순식간이었다.
“전멸(全滅)!”
“세계(世界)!”
한마음으로 전멸(全滅)과 세계(世界)를 외치는 소리가 지옥을 뒤흔들었다.
뭔가 악의 집단의 집회를 보는 것 같은 광경에 차원의 마도신은 다급하게 에발젤리에 관한 정보를 검색하고 다시 십중심의 자격으로 심층정보까지 파악했다.
그리고 회색의 절대자가 첨부로 기입한 자료를 보고 지금 벌어지는 현상을 이해가 되었다.
‘황금의 에반젤리, 그것은 단순히 권능을 증폭시키는 신기가 아니다.
누구보다 강대한 힘을 가졌다는 자만심으로 망해버린 황금족의 수장이자 최고의 전사였던 아리오리나 라마세스는 후회와 자책으로 이 신기를 만들어냈다.
창에는 황금족의 불변성과 완전성을 심어 최고의 절대기를 만들었다.
그러나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깃발에 자신을 따르는 자들을 위한 자들을 위한 권능을 담았다.
그것은 아군에게는 필승의 희망이며 적에게 필패의 절망이 될 권능이었다.
상대의 가장 강대한 권능을 하나 깃발로 흡수하여 아군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당연히 면역성도 획득되어서 적에게는 이길 승산이 없게 된다.’
거기까지 읽은 차원의 마도신의 표정이 하얗게 변했다.
이 분석대로라면 전멸세계를 흡수한 에반젤리가 이끄는 죽음의 군대에는 자신의 전멸세계가 통용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세계폭탄 코아가 있으니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만약 코아마저 흡수되는 날이면 마지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