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 생존전략-790화 (790/1,533)

<-- 지옥(地獄)과 천국(天國) -->

그리고 현자의 정점이 말한 이상 미래예지의 권능이 아니더라도 반드시 일어날 확정과 같다.

그런데 하필 모든 것을 잃고 절망하는 더없이 비참한 최후를 말하니 얼마나 기분이 더러운지 바로 욕설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아 젠장-! 말을 해도 꼭 그렇게 합니까?

그리고 이계에서 얻은 자기 개발과 출세를 위한 책에서는 자기보다 유능한 부하를 두어야 성공한다고 했다고요.

분명 맞는 소리잖아요?’

나름대로 책을 보고 열심히 공부해서 한 행동들이었다.

실천했다가 대부분 결과는 안 좋게 나왔지만 그래도 이상적인 상위자가 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하니 안 할 수도 없었다.

‘그런 책을 믿느냐?

고생은 한 번도 안하고 충성스런 부하는 둔 적도 없는 늙은이의 헛소리다.

그런 주제에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해야 한다고 아무 대가없이 순진한 젊은이를 부려먹으려는 간악한 헛소리지.

어차피 될 놈은 되고 안 될 놈은 안 돼.

이상적인 지도자가 못 되면 유능한 부하를 노리면 된다.’

‘아니.........그럴 수도 있지만.........’

지금 차원신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 때문에 뭐라고 반론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그렇게 노력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거의 내전상태인 엉망진창인 신계다.

더구나 잘하는 부분에 집중하라는 마지막의 말은 죽음의 군대와 부활악당, 황금착각에게 마신이 되라고 강요하면서 반복했던 말이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남에게 들으니 영 기분이 안 좋았다.

아니 유능한 부하가 되라는데 내킬 리가 없다.

‘무엇보다 그렇게 잘난 지도자가 조직을 관리해야지 무슨 시간이 있다고 책을 쓰겠나?

거짓과 위선이 한계에 도달해서 부하들에게 쫓겨나고 마지막에 늙어죽기 직전에 쓴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과 그렇게 되고 싶었다는 욕망의 표현에 불과하다.

아니면 조금 남은 명성을 이용해서 거짓된 책이라도 팔아서 이득을 얻고 싶었겠지.

이렇게 세상은 오직 이해득실에 따른 숫자가 지배한다.

하여간 이계는 투사든 현자이든 모두가 입만 나불거리고 쓸모가 없어.

무엇보다 이계에서 굴러다니는 쓰레기와 같은 자기개발 책들은 당장 찢어버려.

어디서 자기 위안 같은 헛소리를 종이가 아깝게 정식으로 활자화하고 있어.’

‘.......제길. 현자보고 책을 찢어 버리라는 소리가 나옵니까?’

당연한 항의이지만 역시 일대 회색의 절대자는 냉정했다.

‘어떤 책이나 법칙을 찢어 없앤다고 해도 정당한 기준이 있다면 상관없다.

모든 기준을 주관한다.

이것이야말로 바로 회색의 절대자의 최대의 권능이며 권리이자 의무다.

기준을 만드는 회색의 절대자의 현재이면서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지 못하니 항상 그 꼴이지.’

그 말에 동의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그 동안 이계에서 가지고 온 책을 그대로 실천한 덕분에 엄청난 손해를 거듭했으니 이제 결정을 할 때도 되었다.

그리고 아공간에서 엄청난 숫자의 이계의 책을 꺼냈다.

제목은 모두 ‘성공을 위한......’, ‘출세하고 싶으면 이렇게........’, ‘완벽한 인간관계를 위한.......’식의 자기 개발서였다.

수백 권이 넘는 책들을 잠시 쳐다보다가 아무 미련이 없이 그대로 양손으로 찢어발겼다.

다시 생각해보니 이걸 믿었다가 당했던 과거가 떠올랐다.

소용이 없는 책은 전혀 아낄 이유가 없었다.

쫙-! 쫙-! 쫙-!

과거 애지중지하면서 이상적인 미래를 꿈꾸게 했던 책들이 파괴되어 수없이 휘날리는 종잇조각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나직하게 말했다.

“나는 나로서 온전하다.

이제 나만의 길을 간다.”

그렇게 말하는 차원의 마도신에게 혹독한 비판을 그치지 않는 일대 회색의 절대자였다.

‘그래 보았자 이미 벌려놓은 사고는 어쩔 것인데?

황금후보였던 황금착각 저 놈이 벌써 네 죽음의 군대를 다 집어삼킬 기세인데?’

정말 보니 죽음의 군대 모두가 휘날리는 황금의 깃발을 보면서 열광적인 환호를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존재감부터 최고수준에 외모도 자연스럽게 휘황찬란한 황금빛이 뿌리는 황금착각이 확실히 자신보다 나아보였다.

‘강자를 따르는 것은 약자들의 본성이며 지금보다 더한 강자가 나타나면 당연히 지도자는 바뀐다.’

이대로 가만 놔두면 일만 개가 넘는 창조신의 지옥을 돌면서 겨우 만들어 논 죽음의 군대의 통솔권이 넘어가는 모습이 예상되었다.

또 자신보다 잘난 부하 덕에 골치가 지끈거리는 느낌이었다.

‘.......어떻게 하죠?’

처음에 잘못 단추를 끼워서 제어가 힘들어진 여신혈맹의 여주신들이나 정령주신들처럼 또 고삐 풀린 망아지 꼴을 만들 수 없었다.

무엇보다 죽음의 군대의 전력은 지금이 끝이 아니었다.

이계 초월자들의 광대한 영역에 속한 지성체들을 쓸어버리려면 일천만가지고는 어림도 없었다.

최소한 지금의 열배 정도를 만들어야지 목적대로 사용이 가능했으니 저러면 아주 곤란했다.

그러나 차원신계의 일도 자력으로 해결을 못했는데 방법이 없었다.

‘제일 좋은 방법은 황금착각에게 제어를 거는 것이다.

그러나 황금의 불변성에게는 마도나 권능이 안 통해.

허나 황금은 따르는 동료나 부하가 없으면 어느 정도가 제어가 가능할 정도로 확실히 약해진다.

그러니 다른 놈들에게 이것을 몽땅 머리에 쓰게 해-!’

윙-!

그리고 보여준 물건을 본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머리 크기의 원형의 고리였다.

완전히 이어지지 않고 약간의 틈이 있었는데 단지 화상에 불과한데도 무시무시한 살기를 풍겼다.

‘이........이거 설마? 제어구입니까?’

‘그래. 너의 말을 어기면 주문 몇 마디로 당장 머리를 조여 고통을 주거나 터트려서 죽여 버리는 제어구다.

어떤 독한 놈도 이걸 착용시키고 몇 번 혼을 내주면 순한 양이 된다.

또한 신령에 직접 적용되기에 머리를 박살내도 소용없고 네가 직접 풀어 주기 전에는 어떤 방법으로도 벗을 수 없다.

영혼까지 사라지는 소멸만이 유일한 해제법이지.

그리고 이게 안통하면 이것도 있다.

이건 완벽한 황금후보는 무리이나 진리의 가호를 잃은 황금착각에게는 통할 수도 있다.’

퉁-!

다음에 보여주는 가시가 주렁주렁 달린 면류관을 보면서 할 말을 잃을 지경이었다.

척 보아도 쓰면 무진장 아플 것 같은 가시 투성이었다.

아니 이미 사용했는지 피도 잔뜩 묻어있었다.

잠시 생각하다가 바로 대답을 했다.

‘........이건 싫습니다.’

‘왜-! 너보다 유능한 부하에게 반드시 배신당해 비참하게 죽는다니까.’

무능한 상급자는 유능한 하급자에게 언제인가는 자리를 빼앗긴다.

그건 분명 사실이었다.

허나 그렇다고 하급자들에게 이런 흉악한 봉인을 걸어서 강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제한할 수 없었다.

어떤 제한도 없는 무한한 사고와 기회의 자유야말로 발전에 가장 도움이 되는 길이었다.

그리고 진리의 방식이었으며 발전에 가장 효율적이었다.

물론 대부분 무한경쟁에 패배해서 떨어져 나가지만 말이다.

‘그건 사실이겠지만 이건 너무 식상하지 않습니까?

위험하다고 모두 제어를 건다면 무슨 발전이 있겠습니까?’

‘뭐? 이건 또 무슨 약자의 궤변이냐?’

일대 회색의 절대자 사이안의 신령은 어이가 없었다.

하위자들에게 모든 정보와 무한한 기회를 부여한다는 일은 황금의 절대자나 진리정도의 절대적인 강자가 아니면 무조건 망하게 되어있는 어리석은 방식이다.

그래도 이대 회색의 절대자의 현재라고 하도 한심해서 정체까지 밝혀가면서 도와주려고 했더니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고 있었다.

‘시대는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개척이 아닌 발전의 시대입니다.

협박과 금제로 하급자들이 통제되던 시대는 끝나고 저희 이대에서는 새로운 변화의 물길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천국을 지옥이라고 부를 수도 있는 선택과 사고의 자유가 바로 신세대의 도래를 알리는 척도입니다.

그 속에서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권능이 태어나고 강화됩니다.

그런데 위험하다고 자유와 선택권을 뺏으면 다시 과거로 돌아갈 뿐입니다.’

‘너 겨우 오만 년을 살고 미쳤냐?’

일대 회색의 절대자의 냉소에 자신감 있게 맞받아쳤다.

‘보고 계십시오.

이대 회색의 절대자의 실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과거의 원한으로 내전상태인 차원신계를 신계주신인 너는 해결하지 못했다.

헌데 파견을 나온 사회신족의 일반 창조신은 순식간에 정리했다.

그런 주제에 무슨 수로 황금의 후보였던 존재와 저런 악당들을 제어해?’

나름대로 자신감이 넘치게 의지를 표출했지만 워낙 망해버린 과거가 발목을 잡았다.

또 말이 막히려고 했지만 그래도 물러설 수는 없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상급자는 하급자의 약점을 잡고 협박을 하면서 겨우 자리를 유지하는 그런 미천한 존재가 아니었다.

‘진리의 자랑이 될 자신이 그렇게 해야 한다면 차라리 모두 포기하고 넘기는 것이 좋겠지.’

당연히 무진장 아깝기는 했지만 이미 벌어들인 정기의 양이라면 차원신계나 죽음의 군대는 수백 개를 만들고도 남았다.

측정이 곤란할 정도로 쌓아놓은 정기가 여유와 자신감을 보충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잘하는 재능은 저에게 없습니다.

허나 아무리 평범한 존재라도 포기하지 않고 반복한다면 조금씩 나아집니다.

그리고 원래 현자는 자기 일은 못하고 남의 일은 잘하는 법이지 않습니까?’

‘이게 남의 일이냐?

너의 일이지?’

그 말에 차원의 마도신은 아주 짙은 미소를 지었다.

일대 회색의 한계, 아니 일대 십중심의 한계를 본 것이다.

‘역시 고난을 겪은 경험은 일대 회색보다 내가 위다.

일대들은 워낙 강하고 자부심이 넘치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방식이나 삶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강력하지만 극단적인 결과만을 내어놓다가 멸망했지.

허나 나와 이대들은 달라.

수없이 자신만의 방식을 수정하고 보완한다.

광전사의 정점인 이대 흑염의 절대자조차도 필요하면 반드시 죽여 버리겠다던 내 미래와 화해를 하겠다고 할 정도로 진화했지.’

깊숙이 고개를 숙이면서 마치 읍소를 하듯이 정중하게 말했다.

‘자신의 일을 남의 일처럼 냉정하게 생각하면 바른 길이 보이는 법입니다.’

‘........’

그 말을 들은 일대 회색의 절대자는 비판을 멈추었다.

자신은 과거에 창조주의 중압감에 미쳐가는 일대 십중심을 진리를 통해 죽이고 팔륜봉인에 봉인했다.

그 안에는 자신의 신체와 진리의 아버지인 한진호의 신체도 같이 묻혀있다.

허나 이 일을 꾸민 자신과 충실하게 따라준 한진호만은 신령을 살려서 빼돌렸다.

그래서 열 명의 신체를 여덟 개의 권능으로 묶어놓아서 없던 허점이 생겨버렸다.

‘난 나 자신의 최후를 완전히 냉정하게 결정할 수 없었지.

어떻게든 내가 구상한 절대계와 주우주, 이계의 진행을 보고 싶었다.

이건 내 모든 것을 희생해서 다른 십중심을 도와 지금 세계를 구상하고 만든 나만의 권리야.’

그 덕분에 거의 영원과 같은 팔륜봉인의 위력과 수명이 급격히 줄어서 가끔 풀리고 유일용신제의 신체로 보완하는등 추가 조치도 해야 했지만 후회는 없었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는데 자신의 일을 남의 일처럼 생각하라는 이대의 말에 의문이 들었다.

‘만에 하나의 경우 정말 내가 나의 일도 현자로서 냉정하게 남의 일처럼 판단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모두가 지금도 살아있지 않을까?

우리가 처음 모였던 그때 그 모습 그대로.........’

창조주 아니 모든 세계를 이겨낼 만한 강자들과 이상을 추구하면서 황금의 절대자를 따르던 그 시기는 분명 즐거웠다.

세계 전부와 끝도 없이 이어지던 무모한 전쟁조차 완벽한 승리를 거두면서 누구도 이룰 수 없는 위업에 즐거웠다.

‘현자로서 생각해서 안 될 이대로 이 시절이 계속되기를 바라던 시대였다.’

그런 시대를 스스로 닫았으니 당연히 생기는 후회였고 가정이었다.

잠시 그런 생각이 하고 있는데 이대 회색의 절대자가 다시 말한다.

‘올바른 처분의 핵심은 자신이 받아도 납득할만한 조치를 해야 하지요.’

‘.........’

‘실패하면 깔끔하게 포기하고 다시 하면 됩니다.’

‘너의 고집대로 해봐라.

이대 회색의 절대자의 현재.

단 이번에 실패하면 바로 전원 제어구를 조치하도록 해라.’

뜻대로 하라는 허락은 받았다.

그리고 아공간에 무서울 정도의 기세로 흉악한 제어구가 쌓여나간다.

쿠쿠쿠쿠쿠쿠쿠쿵-!

그런데 산맥처럼 쌓여가는 제어구의 숫자는 아무리 보아도 일천만 개가 넘어갔다.

아니 수백억 개가 넘어가는 것을 보니 뭔가 심상치가 않았다.

“지성체부터 정신체까지 너의 부하 전부에게 이걸로 제어를 걸어라.

황금착각에게 통할만한 특제 제어구도 곧 만들어 주겠다.”

“.........”

식은땀이 날 정도로 기백이 전해졌다.

아니 또 뭔가 말을 잘못해서 건 들여서는 안 될 폭탄을 터트인 것 같았다.

그러나 다음 전뇌계를 통해서 보여주는 광경에 왜 이러시는지 납득을 했다.

주신들이 관리하는 신계 지옥에 포퓰리스트에게 딸려 보낸 초월자출신의 하급신들이 모여서 나누는 대화였다.

“포퓰리스트님은 정말 대단하지 않나?

여기 주신들이 아예 상전으로 모시더라.”

“그렇지. 명문신족의 후계라더니 정말 대단한 대우더라.”

“어딜 가도 항상 싸움과 전투만 하시는 차원의 마도신님에 비하면 정말 대단해.”

“뛰어난 지도력도 정말 멋지시지.”

“우리가 전향하면 받아주시려나?”

“열심히 하면 받아 줄지도 모르지.”

자신들을 무리해서 신으로 만들어준 자신을 배신하고 다른 신계로 가겠다는 어처구니가 없는 대화에 잠시 차원의 마도신은 침묵을 유지했다.

그리고 천둥처럼 뇌리에 울리는 일대 회색의 절대자의 의지가 들려왔다.

“이대 회색현재(二代 灰色現在)! 지금 할 말은?

아니 부정할 수 없는 현실 앞에 어떻게 할 셈이냐?”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