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옥(地獄)과 천국(天國) -->
허나 반응은 영 아니었다.
아니 평가가 아주 혹독했다.
‘나도 아주 가끔 미쳤다는 소리는 들었다면 너는 정말 제정신이 아니구나.’
‘왜요? 잘했지 않습니까?’
‘황금착각에 관련된 일은 잘했다.
그러나 부하들끼리 전부 죽고 죽이게 하다니 이게 무슨 짓이냐?
빨리 멈춰라.
왜 이렇게 부하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
그 말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천만이 넘는 죽음의 군대와 일만 오천 명 정도의 부활악당의 승패는 이미 결정이 나있었다.
당연히 부활악당의 몰살이었고 책임자들인 위장충신과 살모사 황제, 무식한 찬탈자들조차 난도질당해서 또 죽어버린 상태였다.
자신들이 왜 이런 짓을 했는지 몰라서 침묵하고 있는 죽음의 군대를 보니 무참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지만 아무런 감정의 변동도 없이 당당하게 대답했다.
“저는 발전의 카르마, 아니 진리의 방침을 준수합니다.
강하거나 강해질 가능성만 있다면 존재만으로도 유용하니 대부분 용서합니다.
그러나 약하고 무능한데다가 간사하기까지 하면 이들처럼 어떤 대우도 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싫다면 강해져서 무조건적인 충성으로 부족한 능력을 보충해야 합니다.
그러면 강해지고 높아질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합니다.”
영혼의 상태로 용서를 비는 부활악당을 보면서 가볍게 창조력을 발동시키자 바로 부활이 완료된다.
이만이 넘는 부활악당들의 몸이 다시 일제히 되살아나는 모습은 기괴하기까지 했다.
후우우우우웅-! 스으으으윽-!
죽음의 군대에게 도륙이 났던 기억과 고통은 생생했지만 상처하나조차 없는 육체에 전율하는 부활악당들이었다.
상위자인 차원의 마도신의 의지 하나로 모든 것이 좌지우지되는 처분은 너무나 생소하고 고통스러웠다.
‘아차하면 죽어버리고 바로 부활되는 이 상황은 또 다른 지옥이다.’
더구나 차원의 마도신에게는 지성체 수준의 부활은 아무런 부담도 되지 않아 보였다.
‘상위의 창조신에게는 생명체에게는 절대적인 삶의 소중함과 죽음의 단호함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판단력조차 흐려질 지경이군.’
우왕좌왕하는 부활악당을 보면서 나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전뇌계가 바로 일대 회색의 절대자의 신령이라면 이대로 넘어갈 수 없었던 것이다.
받아들여지든 아니던 명확하게 자신의 의지를 알려야 했다.
“약자는 자신의 삶과 죽음, 가야할 길조차 선택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지금 대다수의 사람들이 겪고 있고 있는 현실입니다.
또한 모두가 필사적으로 노력하여 강해지려고 하는 이유입니다.
현재 이들의 수준으로는 제가 아닌 다른 누가 사용하더라도 상황과 기분에 따라서 아주 비참한 결말을 맞게 되지요.
이 악당들은 영웅들처럼 똑같이 많이 죽여서 정기를 바쳤습니다.
하지만 자신들의 기준에 따라서 지옥으로 떨어뜨려서 버리고 잊은 창조신들입니다.
그래서 저는 관대하다고 자부합니다.
제게 속한 부하들이라면 강자의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기회를 계속 주고 있습니다.”
‘.........’
숙연한 차원의 마도신의 말에 일대 회색의 절대자는 함부로 질책할 수 없었다.
대답 속에 느껴지는 집념은 지독하게 순수하고 욕망이 없었다.
저 정도의 강력한 마력을 가지고도 저렇게 눈부신 미소년의 용모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이해가 갈 정도였다.
더구나 진리의 방침, 아니 발전의 카르마를 이 정도로 지키면서 발전하는 존재는 따로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직접 접촉했지만 이건 상식을 초월하고 있다.
도저히 주우주의 창조신으로는 볼 수 없는 강대한 창조력은 또 뭐냐?’
정신체로는 보이지 않는 지극히 풍부하면서도 불안정한 심리상태와 거기에 기반을 해서 보이는 강력한 현실부정의 마도는 놀라운 수준이었다.
더구나 마도의 광역파괴를 아무것도 아닌 수준으로 치부할 정도로 강력한 창조력은 이미 주우주 수준을 확실히 벗어나 있었다.
절대계에서도 최강의 창조력을 가진 십중심의 대수일족(大手一族)만이 비견될 정도였다.
‘기준을 세우는 현자인 회색에게 왜 이렇게 강력한 창조력이 필요하지?
더구나 이런 광역파괴능력까지 가진 현자라니?
방해가 되는 모든 것을 파괴하고 다시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다.
다른 존재들의 도움 없이도 혼자서 모든 것이 가능한 만능의 현자 그 자체인가?
진리여. 도대체 왜 이대 회색을 이렇게 만들고 있나?
또 무엇을 노리고 있나?’
진리는 영원체이고 창조주였다.
일대 십중심과 결판이 난 후 창조주의 자리를 계승했다.
그러나 창조주가 절반만 영원체라서 불완전하다는 비판은 피해야 했다.
그래서 초월자인 부분은 거의 내면으로 수련을 보냈다
거의 완전한 영원체가 된 진리는 만약 일대 십중심이 활동하던 시기의 창조주였다면 자신들조차 감히 반기를 들지 못했을 정도로 강력하고 뛰어났다.
전 창조주조차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일 주우주로 만족할 정도였다.
‘진리는 창조주의 권리를 완전히 획득하자 이미 영원체의 수준까지 뛰어넘고 있지.
그런 이후로 가끔 예측하기 곤란한 부분이 많아졌다.
아니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을 할 때가 많아.’
영원체를 능가하는 존재의 생각의 수준과 깊이는 아무리 최고의 현자라고 해도 완전파악은 무리였다.
정신체의 신령인 자신과 영원체인 진리는 삶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왜 이계에 개입하고 있지?
세계의 구성 자체가 다르기에 점령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
그리고 이제까지 무시하다가 지금 갑자기 진리대리를 보낸 이유는?
점령을 위해서라면 십중심 아니 십중심 고위일족 중 한명만 보내도 가능하다.
그런데 왜 주우주에서 창조신, 그것도 이대 회색의 현재를 이름까지 부여해서 보냈지?
이계 전력과 비교해서 아주 아슬아슬한 수준이잖아?
이계에서도 치열한 전쟁을 원하는가?
이번 일도 의문이 너무 많아.
하여간 영원체들의 사고는 궁극적인 부분에서 잘 모르겠군.’
일대 회색의 절대자 신령의 고민과는 전혀 다르게 열정적인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외치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강자에게는 영광을!
약자에게는 기회를!
모든 것은 진리의 뜻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쿠우우우우우우웅-!
차원의 마도신의 암흑의 날개와 빛의 날개를 활짝 펴면서 공중으로 떠오른다.
그러자 서로 치고받아서 망신창이가 된 몸과 옷, 도구가 순식간에 복구되어 간다.
허나 누구도 기뻐하는 존재는 없었다.
방금 전의 치열한 전투와 죽음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서 망연자실한 모든 죽음의 군대와 부활악당들을 내려다보면서 외쳤다.
“내가 포기하지 않은 이상 너희들에게 끝은 없다.
나의 지시를 어기고 삶과 투쟁을 포기하는 자에게는 지옥이 천국이었음을 알게 해주리라.
또한 지옥조차 내가 천국이라면 바로 그렇게 될 것이다.
진리대리인 내가 바로 너희의 천국과 지옥의 기준이다.”
마력과 신력이 합쳐지면서 방금 전까지 복숭아 나무숲을 모두 아공간으로 흡수했다.
그리고 각기 나누어 마시게 한 술잔들도 같이 수납했다.
슈가가가가가가가-!
또 다시 암흑과 마력만이 가득한 지옥으로 바꾼 차원의 마도신이 즐겁다는 듯이 쾌활하게 말했다.
“아 참. 가장 중요한 주의사항을 깜박했다.
내가 죽으면 너희들도 모두 죽는다.”
“!!!”
이번에는 황금착각까지 완전히 멍해진 표정을 지었다.
부활한 신체는 생전의 몸보다 훨씬 좋았다.
아니 어떻게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신체능력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아주 만족하고 있던 판국인데 설마 그런 제약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원래 세상이 다 이렇지.
공짜가 어디 있을까?
너무 싼 물건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신체를 물건 취급하듯 말하는 차원의 마도신은 쾌활하게 말했다.
“후후후후후. 이 제약이 싫으면 본래의 신체를 줄 수도 있다.
각자의 생전의 육체도 그대로 구현해 줄 수 있지.
원한다면 갈아타라.
손을 대서 만지기만 하면 된다.”
모두의 눈앞에 갑자기 과거 자신이 가졌던 육체가 그대로 나타났다.
모든 부활악당들은 다급하게 그 육체로 다가섰다.
우우우우우우우웅-!
이 신체의 성능은 너무나 뛰어나나 차원의 마도신이 죽는다면 같이 죽는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그 말이 거짓이 아님은 방금 전의 ‘강제 도원결사’라는 악독한 마도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더구나 너무나 친숙한 과거의 몸에게 자신도 모르게 손이 가는 모두에게 천둥과 같은 정보가 전해졌다.
“허나 나와 같이 죽는 제약이 있는 육체는 지금의 내 육체와 동일한 가능성을 가졌다는 점을 명심하라.
기본적으로 어떤 제한도 없고 정신체로의 자연스런 진화가 가능한 몸이다.
여기에 차원공통원소로 완전성까지 부여했다.
내가 단언하건데 주우주 기준에서는 이 정도 수준의 가능성을 가진 생명체의 신체는 없다.”
자랑스럽게 자신의 몸을 양손으로 쓰다듬은 차원의 마도신이 모든 부활악당들을 보면서 선언했다.
“강자로서 위험을 감수하고 살 것인지 아니면 약자로서 편안하게 살 것인지를 선택하라는 뜻이다.
강요하지 않을 것이니 원하는 쪽으로 선택하도록 해라.”
부활악당들은 지독한 갈증을 느꼈다.
‘이 신체를 가지면 저렇게 강력한 창조신이 언제인가는 될 수 있지만 목숨을 저당 잡힌 것보다 더 지독한 죽음을 같이하는 공동운명체가 된다.’
‘그러나 생전의 육체를 선택하면 그런 제약은 없지만 절대로 자력으로는 신이 될 수 없었다. ’
이를 악물고 고민을 해도 생전의 기준으로는 이미 답이 나와 있었다.
안전만을 찾으면서 안주하려고 하면 경멸하고 하찮게 여기던 약자들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삶은 잠시라도 살기가 싫었다.
‘지금보다는 약해질 수는 없다.
그래서 환생조차 거부했는데 영원히 사는 창조신과 목숨이 연결되었다고 저렇게 강해질 수 있는 신체를 포기할 수는 없어.’
모든 부활악당들이 망설이면서도 본래의 신체에서 한발자국씩 뒤로 물러났다.
뚜벅-!
그런데 갑자기 생전의 신체가 한발자국 앞으로 걸어 나왔다.
분명 영혼이 없는 빈 신체가 움직이니 소름이 오싹 끼쳐서 이게 무슨 일인지 차원의 마도신에게 시선을 향했다.
그런데 정작 신체를 움직인 당사자는 얼굴만면에 더없이 매력적이고 순수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난 관대하다.
결정을 도와주지.”
아주 친절한 말투였으나 저 속에 숨긴 의미를 이제 모를 리가 없다.
자신들도 쓸모없던 부하들에게 생전에도 참 많이 했던 시험이고 선별이었다.
그것이 지금 자신들에게 돌아온 것이다.
‘쓸모없고 가능성 없는 놈들이 끝까지 남아있으니 짜증이 난다.
빨리 탈락해라.’
그 증거는 바로 옆에 서 있는 황금착각에게는 생전의 몸을 구현해 주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황금착각은 모두가 생전의 몸을 갈아타도 좋다고 허락을 받고 신체까지 바로 눈앞에 가져다 놓았는데도 유일하게 열외였다.
차원의 마도신과 같이 죽는 제약이 있다고 하니 이 신체에 대해 고민을 심각하게 하던 황금착각은 결국 물을 수밖에 없었다.
“차원창세신 코아. 제 생전의 몸은 어디 있습니까?”
“.........”
황금착각의 물음에 차원의 마도신은 잠시 침묵을 하다가 결국 대답을 했다.
“넌 안 돼.”
“예?”
복잡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대답이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고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황금족의 신체는 정신체 이상으로 수준이 높을 정도로 특별하기에 영혼에 남은 기록만으로는 완전한 구현이 불가능하다.
또한 지금 이들의 치유와 부활을 쉽게 시킬 수 있는 이유는 모두가 내 몸을 기준으로 만든 거의 분신과 같기 때문이다.
물론 일반 지성체 수준의 신체정도라면 지금과 비슷하게 쉽게 부활시킬 수 있다.
그러나 황금족의 신체라면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어.
만약 죽는다면 적어도 주신이상의 신체 치유와 부활조치가 필요하다.
이계에서는 거의 부활 불가능으로 보면 된다.
주우주라도 가진 신력만큼의 시간과 정기가 필요하다.
이런 제약이 있으니 차라리 그 육체를 황금족의 신체로 서서히 변화시키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내가 죽으면 같이 죽는다는 제약은 나보다 강해지거나 완전한 황금족이 되면 풀린다.”“.........”
그 말에 황금착각은 눈을 감았다.
말하지 않은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이계에서 치유와 부활이 힘들다는 점은 이계 십중심 후보들과 가혹한 전투를 앞둔 지금은 치명적이었다.
생각에 잠긴 황금착각을 보면서 차원의 마도신은 가볍게 말했다.
“생전의 몸을 꼭 원한다면 지금 진리를 만나게 해줄 것이니 직접 조치를 받도록 해라.”
“.........”
지옥악령으로서 절박했다면 모를까 확실한 방법과 가능성을 보고 어느 정도 여유를 찾은 상태였다.
이 꼴로 진리를 만날 면목이 있을 리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