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옥(地獄)과 천국(天國) -->
묵묵히 담뱃대의 연기를 빨아들이면서 주신전의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디의 창조신계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화려함의 극치이면서 수천 명이 넘는 신계관리주신이 필요한 최고 수준이었다.
각 자리에 사회신족의 주신들이 원격으로 접속하고 있는 듯 바삐 돌아가고 있지만 결국 아무도 없었다.
자신이 지금 접근 금지를 내렸지만 그 전에도 누구도 오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창조신계에서 정식으로 상급 창조신 대우가 되었지만 결국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군.
결국 혼자야.’
후우우우우우우-!
텅 빈 주신전에 길게 황금빛 연기를 내품어서 허망한 마음을 가라 앉혔다.
그리고 지금까지 변화된 신력과 마력을 다시 확인한다.
지옥의 악령들에게서 흡수한 저질이지만 방대한 마력은 본신마력을 극적으로 끌어올리게 해주었다.
‘대신 침착이나 인내를 감소되어서 상당히 화급해진 성격이 되어버렸다.’
마력을 많이 흡수하여 급해진 성격 탓에 지옥을 처분하는 속도는 갈수록 빨라져서 좋았다.
하지만 문제는 자신이 열을 받으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여기에 악령들이 쏟아낸 마력에는 모든 악업과 죄의 기억이 상세하게 담겨져 있었는데 전부를 흡수했다.
빛의 창조신의 입장으로서는 이런 지성체들이 필요한지 의문이 갈 정도의 더럽고 추한 죄를 무수하게 간접적으로 본 셈이었다.
의지와 경험으로 무시했지만 영향이 없을 리가 없다.
지금까지는 어떤 일이 있어도 나중을 생각해서 참았지만 앞으로 그럴 자신은 없었다.
“후우우-! 안정이 될 때까지 외부와 가급적 접촉을 피해야 하겠군.”
지옥악령들이 필요해서 모으고 있었지만 점점 모두 소멸시켜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위험한 상태였다.
“밀린 일이나 하면서 감정을 가라앉히는 것이 좋겠군. 후우우우우-!”
황금빛 연기를 길게 내품으면서 주신전 안을 모두 깔아버린 차원의 마도신은 그동안 밀린 업무의 처리를 시작했다.
약 일 년 동안 부재했기에 탑을 이룰 정도로 많은 서류들이 반긴다.
그러나 사회신족의 주신들이 깔끔하게 사전 정리한 요약 보고서와 용도별로 분류된 서류들을 보니 과거와 비교해서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였다.
예전에는 무슨 일만 벌어졌다 하면 서류로 보고하는 주신은 하나도 없고 목소리만 높여서 책임공방을 하면서 싸워댔다.
‘과거에는 무슨 일만 벌어졌다하면 모여서 난장판이 되었는데 이렇게 보고서를 받으니 편해서 좋군.’
대부분의 권리를 모두 신계주신대리 상급 주신 가이아나에게 넘겨서 알아서 처리하게 했지만 최고위 창조신계이다 보니 주신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아니 모든 차원신계의 관리주신들의 문제였다.
주신으로서 아무리 강해도 겨우 중급 주신미만의 신격으로 최고위 창조신계의 신계관리주신을 맡기는 부족했다
계속 발생되는 문제에 골든 아이디얼이 신계관리주신들의 업무능력의 미비를 지적하고 중지시킬 정도였다.
‘그런데 반발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은 모두 자각은 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들은 모두 공부를 시켜 개인적 역량을 키우게 하고 모든 신계관리주신의 임무는 사회신족의 주신으로 대체했다.
이들은 분명 차원신계는 처음인데도 어찌나 유능하지 효율이 거의 두 배 이상 뛰어오르고 있었다.
역시 최고의 명문신족의 주신들이라고 할만 했다.
언제인가는 복귀할 전력이라서 더욱 안타까웠다.
“......... 잘 하고 있군.”
요약 보고서에서 제목과 간략한 내용을 읽고 수십 개의 보고서를 동시에 읽어가면서 빠르게 처리하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그리고 골든 아이디얼이 올린 하나의 계획서를 보고서 시선을 멈추었다.
일천 개가 넘는 신계관리주신의 자리가 있는데 자력으로는 채우기 불가능한 차원신계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계획안이었다.
“고위신 학교(高位神 學校)? 주신 대학(主神 大學)? 창조신 대학원(創造神 大學院)?
이게 다 뭐야?
잘 가르친다고 누구나 주신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주신성을 가진 신계에서조차 한 명이상 탄생시키기 힘든 존재가 주신이다.
그래서 다른 신계관리주신들이 있는 상태에서 올렸다면 아마도 중간에서 비웃음을 당하고 탈락을 당할 보고서다.
하지만 골든 아이디얼이 직접 올린 계획안을 반려시킬 수 있는 존재는 지금 차원신계에는 없었다.
‘거의 모든 업무를 사회신족의 주신들이 처리하고 있으니 무사히 통과한 모양이군.’
사회신족의 서열 삼위이자 오리진의 직계에 창조신인 골든 아이디얼에게 사회신족의 주신들이 반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이런 지극히 이상적인 보고서가 그대로 신계주신에게 올라온 것이었다.
바로 반려시킬까 하다가 초반에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정기의 양을 보고 신음을 내었다.
“음-! 일조라고?”
아주 간단하게 일조가 넘는 예산이 필요하다고 적혀있었다.
‘과거라면 내가 먹고 죽을 정기도 없다고 쫙쫙 찢어 버렸겠지만 지금은 잔돈이나 마찬가지인가?’
이미 측정을 포기하고 수납만 한 정기의 양은 어마어마한 수준이라서 아무 부담이 없었다.
더구나 파견임무 외에 본인이 직접 이들 학교의 총책임자가 되어서 운영하겠다고 자청한 것이다.
강력한 창조신이 추가임무를 하겠다고 자청하니 인력운용 측면에서는 아주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초기에 투자되는 정기가 너무 많아서 사회신족에서조차 반려된 고위신 양성계획이로군.
하지만 충분한 정기만 보급되고 자신이 주관하면 가능하다는 것인가?’
과거에 사회신족에서 제안했다가 퇴짜를 받은 자신의 제안이 옮았음을 증명시키기 위해서 본인이 직접 책임지고 전담하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현재 업무능력에 큰 문제가 있는 차원신계의 신계관리주신들을 가장 먼저 입학시켜 가장 빠르게 성과를 내보이겠다고 추신하고 있었다.
간략한 교육내용을 흩어보니 이건 오로지 교육에만 전념하게 만드는 방식이었다.
가장 중요한 교육방법은 각 분야에 특화된 교사들을 모아서 한명에게 집중시켜 교육효과를 극단적으로 끌어올리는 방법이었다.
“한 명의 학생에게 열 명 이상의 각 분야의 전문교사를 배치하여 집중 교육한다?
신계관리주신의 권능을 모아 운영하는 신계과 비슷하게 서로의 권능을 보조하여 끌어올린다면 주신조차 대량 양성이 가능할지도 모르겠군.
그러나 적어도 주신이상인 교사들에게 지불할 보수가 엄청나.
하지만 효과는 확실하겠군.
이런 식으로 교육기관을 만들려면 일조이상의 정기가 필요했으니 사회신족도 추진하지 못했는가?
일조면 확실히 명문신족에게도 크기는 하지.
더구나 자신이나 직계도 아닌 일족의 신력을 이렇게 큰 투자를 하면서 키워줄 이유도 없지.”
사회신족의 오리진이자 상급 창조신 중 최고로 인정받는 임폴로이먼트가 일조 이 천억의 용병 보수를 할부로 해달라고 요청했던 생각을 하면 확실히 큰 투자였다.
그러나 차원의 마도신은 일조의 정기정도야 하면서 코웃음을 치면서 신계관리주신의 신력을 인장형태로 변형시켜 승인에 그대로 찍어버렸다.
꽝-!
사회신족의 주신들은 파견이 끝나면 바로 돌아가야 했고 그럼 지금 누리고 있는 최고위 창조신계의 지원도 소멸이 되었다.
지금의 신계관리주신으로는 창조력의 감소는 피할 수가 없었다.
이계에서 할 일을 생각하면 반드시 피해야할 상황이었고 대책이 필요했다.
“훗-! 겨우 일조?
지금의 내게는 잔돈과 같다.”
빛나는 신계주신의 승인인장이 찍힌 골든 아이디얼의 보고서를 보면서 몇 가지 지시사항을 추가했다.
자신이 적은 내용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혼잣말을 하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그리고 도전하다 실패해도 상관없다.
과거 원한을 못 잊고 싸우기만 하는 골칫덩어리들을 골든 아이디얼이 나서서 교육시킬 동안만이라도 통제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이렇게 차원신계를 안정시켜주고 나는 이계에만 집중하면서 신계지원을 확실히 받아낼 수 있다면 가치가 있다.”
그리고 아공간에서 커다란 상자를 하나 꺼내서 그대로 보고서에 첨부시켜서 보내버렸다.
그렇게 일조가 넘는 투자를 가볍게 처리한 차원의 마도신은 보고서를 계속 읽어갔다.
‘일 년 정도 자리를 비웠더니 별의 별 제안서가 많이 올라와있군.’
기존의 상위층들이 교양과 업무능력이 부족하다고 공부부터 하라고 통제받고 물러났다.
그러자 바로 밑에서 일하던 실무자들이 이런저런 계획안을 많이 올린 것이다.
이들은 기존에 차원신계에서 잔뼈가 굵던 고위신들이고 무엇보다 큰 기회라고 여기는지 아주 획기적인 방안이 많았다.
본인도 설마 하면서 올린 장대한 대서사시 같은 보고서조차 있었지만 사회신족의 주신들이 일단 검토하고 올린만큼 타당성은 확실히 있었다.
정기의 투자양과는 관계없이 신계 발전에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 제안서에는 바로 인장을 찍고 승인을 시작했다.
정기야 아공간이 넘칠 만큼 있으니 쓸데없이 예산을 부풀려서 빼돌리려는 부정의 의도만 없으면 대부분 승인해준 셈이었다.
그 소리가 연속적으로 찍히는 인쇄기와 같았다.
꽈꽈꽈꽈꽈꽈꽝-!
그렇게 차원의 마도신은 투입되는 정기의 양의 타당성과 효과를 확인하는 즉시 그대로 인장을 찍어 승인하면서 상자까지 하나씩 첨부해서 보내버렸다.
한참을 그렇게 하자 서류의 탑들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모든 업무를 처리한 것을 깨닫자 갑자기 할 일이 생각나지 않는 차원의 마도신은 지옥의 문을 다시 열었다.
그리고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면서 영창을 한다.
“전멸세계.”
투가가각-!
폭발소리는 작았지만 차원신계의 지옥 전부를 행성폭발로 뒤엎는 공격이 떨어졌다.
당연히 신살의 창에 꿰여 떨어진 악령들에게는 너나 할 것 없이 비명을 지를 정도로 끔찍한 고통과 충격이었다.
자신들의 영체를 관통한 창의 작용인 것 같은데 소멸되지 않는다고 기뻐할 상황이 아니었다.
‘또-! 또 저런다.’
저 창조신은 본인의 아공간에 있을 때도 툭하면 바로 저 전멸세계를 날려서 자신들을 괴롭혔다.
처음에는 무엇을 바라냐고 호기롭게 외치다가 끝없이 공격을 당하자 나중에는 무엇이든 하겠다고 애원해도 변함없이 괴롭히기만 했다,
‘차라리 소멸이 나을 지경이다.’
그리고 저 공격에 당하면 이상하게 소멸 직전까지 가는데 아무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 더 큰 문제였다.
더구나 영혼상태라서 자살조차 할 수 없었다.
결국 비명밖에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
“크아아아아아-!”“우에에에에엑-!”
전멸세계에 직격을 당한 지옥악령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발광을 하자 언제나 똑같은 신언이 울렸다.
“너희들은 악이다.
그러니 사이좋게 있을 필요 없다.
싸워서 우열을 가리고 힘을 합쳐 모두의 힘을 합쳐 나의 적을 죽여라.
반란을 일으킨 초월자의 편에 붙은 이계의 지성체들을 모두 죽이란 말이다.
그렇게 너희들의 악의를 내게 전부 바치면 진정한 천국이 너희들의 것이다.”
자신들을 왜 잡아왔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당하는 이유조차 몰랐다.
며칠이 지났는지도 모른 세월의 흐름 속에 계속 저 신언만이 영혼에 박혀들어 왔다.
멍해진 악령들을 보면서 다시 지옥의 문을 닫아버린 차원의 마도신은 정말 할 일이 없었다.
지극히 평화스런 주신전 안에서 묵묵히 담뱃대를 물고 황금빛 연기만 품다가 결국 한마디를 내뱉었다.
“이런 젠장-! 너무 조용하니 더 불안하다.
아무 일도 없으니 더 불편하잖아?”
그렇다고 골든 아이디얼에 의해 잘 굴러가고 있는 차원신계에 나설 이유가 없었다.
더구나 지금 마력이 신력을 압도한 상태를 신족들이 보았다가 무슨 일이 발생할지는 충분히 예상이 되었다.
그래서 혹시 무슨 일이 없을까 해서 부활악당과 죽음의 군세로 지옥을 따로 정리하고 보낸 황금착각을 찾았다.
각 신계자아가 연결된 창조신계라면 초장거리 공간 통신은 이제 단독으로 가능해졌다.
잠시의 시간을 두고 바로 연결된 황금착각의 얼굴을 보고서 호명했다.
“황금착각.”
“부르셨습니까? 차원창세신 코아.”
황금의 절대기 에반젤리의 깃발을 활짝 펴고서 전멸세계를 가동시킨 황금착각이 고개를 숙이면서 반겼다.
척 보아도 전투 태세였다.
“무슨 문제가 없는가?”
그 말에 황금착각은 잠시 말을 하지 못하다가 결국 대답을 했다.
“지옥구원계획은 순조롭습니다.
다만 남의 신상과 신기를 함부로 조사하려는 일반 창조신과 주신들의 못 된 버릇을 고쳐준 것 외에는 없습니다.”
“.........”
그렇게 말하는 황금착각의 발밑에는 박살이 난 신기와 갑옷의 파편이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누구의 것인지는 묻지 않아도 알았다.
황금착각의 능력수준을 고려해서 일반 창조신이하의 지옥만 맡겼는데 시비가 걸려서 싸운 모양이었다.
뭔가 아주 꼬인 상황이지만 덕분에 차원의 마도신의 마음은 편안해졌다.
“잘했다.
이제야 안심이 되는구나.”
“?”
일하러 와서 고객과 싸웠으니 질책이 있으리라고 생각한 황금착각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안심이 된다고 칭찬을 받으니 약간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