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옥(地獄)과 천국(天國) -->
그렇지만 살아남기만 하면 이렇게 큰 이익이 오니 안 올 수도 없었다.
진리는 최대한 공손하게 고개를 숙인 차원의 마도신의 모습과 등 뒤에 솟아오른 스물일곱 쌍의 권능의 날개를 바라보았다.
‘모든 정신체를 총괄하여 다스리는 창조신장과 마신황제의 위치를 생각하면 지금처럼 막 대할 수는 없군.’
그래서 노기를 억누르면서 물었다.
“그 무례한 동족학살자 놈들을 어디다 쓸 생각이냐?”
차원의 마도신은 이미 준비한 대답을 바로 내놓았다.
“신령만 빼서 신체를 다시 부여해 이계 초월자들의 후방을 흔들 생각입니다.
이미 일반 지성체들은 초토화할 전력을 거의 갖추어놓았습니다.
허나 토벌하러 올 초월자들을 막을 정예 전력이 따로 필요합니다.”
“주우주에서 주신을 아무나 데려다 쓰면 되지 않느냐?
이계에서 힘이 감소되는 제약은 풀어주겠다.”
차원의 마도신은 그 말에 당황했다.
진리라면 일대 흑염의 절대자의 세력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계의 제약을 풀어줄 것이니 주우주의 주신들을 활용하라는 말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
이계의 제약을 풀기 위해서 들어가는 수고를 대조하면 나올 말이 아니었다.
‘정말 풀어주기가 싫으신 모양이군.
이렇게까지 말하시는 모습을 보니 이놈들이 과거에 무슨 짓을 했나?’
그러나 과거 흑염세력의 복귀는 일대 흑염의 절대자에게 몰아의 조언의 대가로 약속한 대가였다.
비록 다시 부활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계약은 지켜져야 했다.
“이것은 일대 흑염의 절대자가 이대에게 몰아 흑염을 전수한 대가이기도 합니다.”
“일대 흑염의 절대자가 부하들의 복귀를 원했다고?
몰아의 전수대가로?”
이 말에 진리는 잠시 숙고에 들어갔다.
뜻밖의 상황에 차원의 마도신은 조마조마했으나 승산은 이쪽에 있었다.
아까 대화로 들어보니 흑염의 영원권능 몰아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주고받는 것이 확실한 진리이기에 몰아 흑염의 대가가 그들의 해방이라면 풀어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승인이 떨어진다.
“좋아. 풀어주지.
일대 흑염의 절대자가 몰아까지 내주면서 풀어주기를 원했다면 어쩔 수 없다.
칭호에서 일대 흑염 세력의 신령들만을 뽑아서 너의 신계로 보내줄 것이다.
허나 오백억년의 강제 노동으로는 아직 죄 값도 못 치렀고 나의 분노도 안 풀렸다.
그러니 네가 반드시 데리고 써라.
만약 너의 관리에서 벗어난다면 모두 원위치를 시킨다.
이제 가 보아라.”
흔쾌하게 풀어 주지만 조건을 달면서 지극히 화를 억누르는 진리의 말이었다.
궁금해서 사연을 물어볼까 하다가 원하는 것은 다 얻었으니 재빨리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뒷걸음질을 치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사사사사삭-!
허리를 깊숙이 숙이고 뒷걸음질로 물러나는 모습이 지극히 자연스럽고 빨랐다.
어느새 정문에 가까이 가서 다시 고개를 깊숙이 숙이고 재빨리 차원문을 만든다.
황금착각은 차원의 마도신이 최대한 빠르게 바람가를 벗어나려는 모습에 약간 갈등을 했으나 결국 인사를 드리고 따라나섰다.
진리가 말한대로 바람가에 남고 싶었으나 면목이 없었다.
‘바람가에 자리를 마련해주겠다고 진리께서 말씀하셨지만 그럴 수는 없다.
지옥의 악령이란 과거를 황금후보가 가졌다면 누구나 비웃을 것이다.’
그러니 남에게 당당할 수 있는 실적이 필요했고 역시 이계 십중심 후보를 이겨내는 방법이 가장 좋았다.
동급이라면 과거처럼 누구에게도 패배할 것 같지 않은 자신감이 충만했기에 두려움도 없었다.
‘지옥의 악령까지 되었던 꼴로는 도저히 있을 수가 없지.
과거의 패배를 덮을만한 찬란한 승리가 필요해.
그때까지 황금착각이 되어서 산다.’
차원의 마도신을 따라나서면 언제인가는 반드시 이계 십중심 후보들과 만난다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다.
아니 그 이상의 강자들과 아무런 부담 없이 싸워서 승리하는 것이 황금착각이 원하는 바였다.
‘차원창세신 코아도 이계에서 이계 십중심 후보를 상대할 전력이 필요하니 귀하게 대접하겠지.
황금후보가 된 이상 동격이상이니 당당하게 살자.’
그런데 갑자기 눈이 커졌다.
차원의 마도신이 차원문이 완성되자마자 재빨리 들어가면서 닫아버리려고 하는 것이다.
우우우우웅-! 확-!
자신이 뒤에 남아있고 멀리 떨어져서 따라오는 것을 보았는데도 아무런 미련도 없이 닫고 있었다.
황당해서 발걸음을 빠르게 하면서 차원문을 향해 이동했다.
무슨 일인지 아니 생각인지 모르지만 혹시 자신을 잊었는지 다급하게 불렀다.
“코아?”
그런데 차원의 마도신이 차원문의 안쪽에서 문을 닫으면서 말한다.
“넌 이제 반드시 따라오지 않아도 된다.
진리가 말한 대로 바람가에서 수련을 해도 된다.”
“허헐?”
차원의 마도신이 이러는 이유가 있었다.
아까 전력으로 한방 쳐 보니 황금착각에게 치명타가 먹혔던 것이다.
이제 해볼 만 했다.
‘완전해진 황금후보도 별 것 아니었다.
저 정도가 주우주 십중심 후보의 수준이라면 이계 십중심 후보 정도는 나 혼자서도 박살낼 수 있다.’
이제 창조신장의 신격과 마신황제의 신격을 얻어서 동시 발동할 수 있는 권능과 마도가 열배이상 늘어나있었다.
그러니 이제 이계의 그 누구도 자신의 적이 아니었다.
더구나 황금착각과 본질적인 존재감의 차이가 너무 컸다.
‘내게 한 대 맞았지만 역시 달라.
황금후보의 자격을 되찾은 황금착각이 보이는 위세와 힘은 독보적인 수준이다.’
황금착각이 창조신의 수준이 되면 지금 힘의 우열이 어떻게 될지는 자명했다.
‘죽음의 군대와 부활악당들이 언제 황금착각에게 붙어서 독립 세력이 되려고 할지 모르는데 언제까지 맡겨놓을 수 없지.
여신혈맹의 세력과 정령주신들이 적대하는 지금도 차원신계는 아수라장이야.’
저렇게 우수한 존재를 내부에서 잘 못 길렀다가는 누구의 경고대로 피를 토하면서 억울해 죽을 지경에 처하게 된다.
황금후보의 자격까지 되찾은 황금착각을 부하로 두었다고 생각하니 회색의 절대자가 예언한 자신의 미래가 바로 보였다.
‘미래의 말대로 자신보다 유능한 부하를 두고 기르는 것은 자살행위가 맞아.
동일한 조건이라면 황금착각은 언제인가는 반드시 나의 위로 올라설 것이다.
그리고 바로 나부터 치겠지.’
더구나 황금후보인 황금착각과 회색현재인 자신은 성향이 너무 달랐다.
그런데 쓸모가 많다고 겉에 놓았다가 상위직급으로 올라서면 가장 먼저 숙청하려는 상대가 바로 자신이라는 점은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지 못하게 친분이라도 맺어놓으면 좋겠지만 자신은 절대로 그런 쪽에 재능이 없었다.
아니 못했다.
‘일대 흑염 세력의 신령들을 부활시켜 초월자 대응으로 쓰면 되겠지.
무엇보다 지옥악령을 어떻게 믿어?’
차원문이 반쯤 닫혀 지자 손을 흔들면서 이별을 선고한다.
“서로 감정 없을 때 이쯤에서 서로 안녕 하는 것이 좋겠다.
진리 밑에서 부지런히 수련을 쌓도록 해라.”
황금착각은 속에서 울화가 치솟아 오르는 느낌이었다.
일만 년이란 생명체에게는 영원과 같은 시간을 제국을 운영하고 번성시킨 자신이었다.
지금 차원창세신 코아가 왜 저러는지 모를 리가 없었다.
더구나 바로 얼마 전에 죽음의 군대와 부활악당들이 자신을 중심으로 반기를 들려다가 제압된 일도 있었다.
‘아까 코아의 공격을 에반젤리의 방어로 막지 못하고 한방 허용할 때부터 표정이 이상했어.
황금후보인 내가 그러니 창조신장과 마신황제의 신격을 얻은 이상 더 이상 이계 십중심 후보는 자신의 적이 아니라 이거지?
그리고 막강한 힘을 얻은 이상 위협적인 부하도 더 이상 필요가 없다 이건가?’
이제 대충 차원의 마도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깨달은 황금착각이 소리를 쳤다.
“코아-! 전 이제 배신 안합니다.
황금후보의 자격을 돌려받은 이상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그 말에 바로 대답이 들려왔다.
“그래. 지옥악령에서 벗어나서 황금후보가 된 것을 축하한다.
이제 황금의 절대자가 될 때까지 진리에게 착실하게 수련을 받도록 해라.
만나서 즐거웠다.
다음에 인연이 있으면 보자꾸나.”
“허어-!”
이제 더 이상 대화를 할 시간이 없었다.
차원문이 거의 닫혀 진 것이다.
그리고 황금착각은 이런 상황을 당하자 정확하게 자신의 위치를 깨달았다.
황금후보의 자격은 되찾았지만 자력이 아닌 도움을 받았으니 그만큼 위치가 약화된 것이다.
과거가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역시 지옥악령의 과거의 영향을 너무 크다.
어디를 가도 똑같은 꼴을 당할 것이다.
제국의 수호신으로서 수많은 인재들을 신하를 임관시킨 경험으로는 자신을 냉정하게 판단하면 아주 위험한 존재였다.
‘나는 상위자를 위협하는 강함도 문제이고 지옥 악령의 과거를 생각하면 결코 등용시킬 대상이 아니다.’
그렇다고 주우주에서 따로 새로 시작하기에는 기존 신족의 세력이 너무 컸다.
결국 신족의 휘하에 들어가야 하는데 차원창세신 코아의 반응을 보면 다른 신족들이 어떻게 나올지는 환하게 보였다.
‘이렇게 쫓겨나듯이 물러날 수 없다.
일단 본래의 평판을 찾을 때까지 어떻게든 붙어있어야 해.’
그대로 에반젤리의 창을 한 바퀴 휘둘러서 닫혀지려는 차원문을 향해 뻗었다.
우우우우웅-! 팟-!
그대로 길게 늘어나면 뻗어나가는 에반젤리의 창끝이 거의 닫혀 진 차원문을 통과했고 그와 동시에 황금착각의 모습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그 모습이 드러난 것은 바로 차원의 마도신의 뒤였다.
먼 미래에 황금의 절대자가 될 상황을 생각해서 매정하게 쫓아낼 수는 없는 차원의 마도신이 인상을 구기면서 말했다.
“모든 물질과 신체의 크기를 자유자재로 조정하느냐?
아주 재미있는 재주구나.”
“황금족의 힘은 물질의 운용에 특화되어있습니다.
자신의 신체만이 아니라 세상 만물을 전부 통제하지요.
그걸 기반으로 독자적으로 만든 법술(法術)이라고 합니다.”
에반젤리가 갑자기 길어져서 차원문의 틈을 통과하며 창끝을 공간에 고정하고 바로 줄어들었다
그렇게 줄어든 창 손잡이 끝에 거의 모래처럼 작아진 황금착각이 매달려서 차원문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 덕에 이제 차원문을 전부 닫았는데 자신의 뒤에 서있는 황금착각이었다.
아니 황금후보이면서 방금 보인 몸을 줄이는 이상한 재주를 보면 또 쫓아올 것 같았다.
‘불변(不變)의 상징이기도 한 황금의 절대기 에반젤리가 길어질 줄은 예상을 못했다.
아니 황금후보가 이런 잔재주를 부릴 줄은 예상 못했지.’
다시 열고 쫓아내자니 상당히 부담이었다.
이걸 어떻게 처분해야 잘 될지 고민을 하자 마신황제의 신격으로 안정된 마력까지 다시 요동치는 기분이었다.
그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황금착각은 다급하게 말을 추가했다.
“덕분에 통제가 가능한 행성 위라면 더욱 위력이 증가합니다.
대부분의 상황에 응용이 가능하니 다용도로 쓸 만하실 것입니다.”
“황금의 권능 외에도 법술이라?
바람성이 아닌 일반적인 행성 표면에서는 지금보다 더욱 강해진다 이거냐?”
“그렇습니다.”
자신의 가치를 은근히 높여서 강조하는 황금착각의 말에 차원의 마도신은 잠시 생각을 했다.
‘황금착각이 유능하기는 하지만 너무 뛰어나서 나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런 강자가 지옥악령 출신이니 바로 배신을 때리겠지.
내가 이렇게 강해진 이상 미래의 위험부담을 감수할 필요는 없지.
그래서 가라고 했는데 억지로 따라온다.
하지만 대부분의 신족이 일할로 힘이 감소되는 행성 위에서 더 강해진다면 쓸 만하기는 하다.
그러나 저러나 이제 보니 별종일세.
황금후보가 왜 이런 잔재주를 부리지?
이놈을 어쩐다.’
미래의 관계를 고민하지 말고 당장 바람가로 내쫓아버릴까 고민을 하는데 황금착각이 먼저 제안을 한다.
“먼저 배신하지 않겠다는 카르마의 계약서를 쓰겠습니다.”
그리고 바로 절대등급의 카르마의 계약서를 작성해서 차원의 마도신에게 넘겼다.
절대로 먼저 배신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적혀있자 두말 할 것 없이 차원신계로 이동하면서 외쳤다.
“가자-! 모든 문제는 다 풀렸다.
이계에서 화려한 승리가 우리를 기다린다.”
카르마의 계약서를 쓰고 나서야 다시 자력으로 시작할 수 있는 위치를 확보한 황금착각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 하아.”
한번 실패한 존재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현실을 깨달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