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옥(地獄)과 천국(天國) -->
황금착각이 그렇게 꼬여버린 신생에 긴 한숨을 쉬고 있을 때 차원신계도 작은 소란이 있었다.
주신전과는 별도로 비상용으로 만들어진 예비 주신전의 가장 높은 자리에는 황금책상을 놓고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골든 아이디얼이 있었다.
신족여성 특유의 하늘하늘한 황금색 복장이 아닌 몸 전체를 갑옷과 같은 금속재질의 정장을 입고 품어내는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 했다.
그리고 눈에는 시야를 보조하는 황금빛이 감도는 무테안경까지 빛나고 있었다.
완벽한 관리신으로서 마치 업무도 전쟁과 같다고 주장하는 것 같았다.
그런 모습으로 신계관리주신들을 대리하고 있는 사회신족의 주신들을 총괄하는 골든 아이디얼은 모처럼 당황하고 있었다.
“모두 승인?
모든 신들이 올린 계획서와 제안서가 전부 통과되었다니?
지금도 아슬아슬한 운영수준인데 무슨 예산으로?
설마 신계주신의 사비인가?”
그러자 골든 아이디얼의 물음에 사회신족의 주신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했다.
“예. 전부 신계주신이신 차원의 마도신님의 사비로 확인되었습니다.”
발전방안을 제출하라고 하자 항상 품어왔던 계획을 혹시나 하면서 제출했는데 모두 통과되었으니 본인들도 놀라고 있었다.
아니 사회신족에게도 아직 도입되지 않은 계획이다 보니 다른 신계에 파견 와서 추진해도 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채택이 되니 좋기는 한데 나중에 사회신족의 내부에서 문제가 될 확률이 크다.'
골든 아이디얼은 사회신족의 크로노스로서 업무능력은 의심할 필요가 없는 최고의 상사이기도 했다.
그래서 모두 이렇게 의견을 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정중한 대답을 듣고 승인이 난 보고서를 전부 확인한 골든 아이디얼은 의자에 등을 기대면서 생각을 했다.
‘업무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임무수행은 기본이지.
장기적인 발전방안도 가지고 있어야 해.
그래서 모두 제출하라고 했는데 정말 전부 승인될 줄은 몰랐는데.’
사회신족의 주신들이 그렇게 앞 다투어 움직이자 밑의 차원신계의 고위신들도 전부 제출했다.
한번 검토해서 쓸 만하다 싶은 제안은 전부 올렸는데 정말 대부분 승인이 끝났다.
더구나 이조가 넘는 정기가 들어가는 자신의 제안까지 승인이 났으니 안 놀랄 수가 없었다.
‘재력이 놀랍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무모하다고 생각해야 하나?’
다시 고민해도 반드시 신중해야 했다.
자신이 고위신, 주신, 창조신 육성계획을 올린 것처럼 다른 사회신족의 주신들이나 차원신계의 고위신들도 개인이 생각하던 숙원사업을 경쟁적으로 제출했다.
차원의 마도신이 지옥구원계획으로 엄청난 정기를 벌어들였기에 혹시나 하고 올렸는데 거의 통과된 것이다.
그리고 각자 상자를 하나 받았고 그리고 자신에게도 커다란 상자가 보내졌다.
자신에게 보내진 책상 위에 놓인 커다란 상자를 다시 열어보았다.
딸각-!
눈부신 정기의 빛이 예비 주신전을 가득 채운다.
여기저기서 열린 상자에서는 거의 십억 이상의 정기를 농축시킨 구슬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찬란한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손톱만한 구슬 하나가 십억의 정기의 집합체였고 이천 개가 있으니 자그마치 이조의 정기였다.
오리진인 직계인 자신조차 이렇게 직접은 처음 볼 정도로 엄청난 정기의 물량이었다.
‘나조차 뭔지 확인하기 위해서 열어보았다가 사회신족의 오리진의 직계 체면에 놀라서 소리를 지를 뻔했지.
정말 지옥구원계획이 수익이 엄청난 모양이야.
하지만 이걸 어쩐다?
사회신족에게도 아직 적용하지 못한 발전방안이 많은데?
차원신계에게 먼저 도입하면 문제가 커질 것 같아.’
시행해도 사회신족이 먼저 실시해야지 남의 신계에 먼저 도입시키면 안 될 계획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제안자가 직접 움직이니 효과도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아니 여기는 통제하거나 제한하는 창조신이 자신밖에 없으니 더 효율이 좋을 수도 있었다.
사회신족의 직계로서는 당연히 멈추게 해야 했다.
‘그런데 여기에 수고비가 이십억이 추가되어 있는 것이 문제야.
차원의 마도신은 사업비 천분의 일을 사전에 성과금으로 지급을 했지.
대단한 정기를 성과금으로 받았으니 모두 하고자 하는 의지가 충만해.
이걸 반납하고 없던 일로 할 수는 없겠지.’
차원신계의 고위신이 제출한 모든 계획의 제안자에게도 동등하게 지급되었다.
이러니 다른 사회신족의 주신들만 사전에 지급된 성과급을 반납하고 계획추진을 멈추라고 할 수가 없었다.
적은 액수면 사회신족이 대신 지불하면 되는데 전원이 작게는 천만부터 크게는 일억에서 이억까지 엄청난 액수를 받았다.
이러면 반납을 거부감 없이 할 리가 없었다.
지배에는 반드시 반발이 따른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조심스러워 해야 할 부분이었다.
‘단지 이런 발전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하기 위해서였는데 이렇게 정기에 수고비까지 주면 안할 수도 없다.’
무테안경에 가려진 눈까지 감고서 깊게 생각에 잠겼다.
어차피 이번에 승인된 계획은 사회신족에서 투입되는 정기에 비해 개선 효과가 적다고 보류 혹은 취소된 계획이 많았다.
자신의 고위신 육성계획처럼 너무 정기가 많이 들어서 이 기회에 해보지 않으면 언제 실제로 구현될지 모르는 꿈에 가까웠다.
‘실제로 구현할 기회야.
그러나 이들의 계획이 전부 적용된다면 차원신계가 사회신족보다 더욱 발전될 수가 있다.’
결국 오리진과 직결된 연결을 통해서 의견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통이 크기로 유명한 임폴로이먼트조차 상황을 듣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시험적으로 올린 발전계획이 모두 승인되었다고?
너의 고위신 대량 육성계획까지도?
분명 효과는 분명하나 이조가 넘는 정기가 소모되어서 우리도 보류하지 않았느냐?”
“예. 전원이 천분의 일의 성과급까지 받았습니다.
저는 이조의 계획을 올렸더니 이십억을 내렸습니다.”
“이십억의 성과급?”
말이 좋아 이십억이지 창조신의 봉급으로도 모으려면 얼마나 걸릴지 모를 거액이다.
“도대체 얼마의 정기가 지금 차원신계에서 사업으로 집행되고 있는 것이냐?”
그 말에 골든 아이디얼이 간단하게 계산을 하고 대답했다.
“사회신족의 파견신들에게만 이십조 이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십조 이상-?!”
어지간한 명문신족의 오리진조조차 경악할만한 수치의 정기가 겨우 신계발전사업에 소모성으로 투입된다는 사실에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더 놀랄 일이 남아있었다.
“여신혈맹의 여주신 세력이나 정령주신 세력들도 따로 받은 정기까지 파악하면 거의 삼십조 에 육박한다고 봅니다.”
“삼십조? 허허. 이거 참 정말 잘 나가는 사업가가 이끄는 신진세력이 무섭기는 하군.
모든 사업이익을 본인의 신계에 쏟아 부을 생각인 모양이구나.”
아무리 최고위 창조신계이지만 겨우 하나의 신계발전에 투입되는 정기로는 아찔한 수준이었다.
사회신족의 오리진 입장으로는 자신들조차 도입 못한 개선된 제도와 권능들이니 당연히 막아야하지만 사전에 받은 성과급이 가장 문제였다.
사업비의 천분의 일이라고 우습게 볼 수도 있지만 신계 대상이었다.
개인으로서는 엄청난 금액이다.
‘본래대로라면 사회신족의 입장을 우선하여 당장 중지시킬 골든 아이디얼이 결정을 못 내리고 연락할 정도면 저곳의 분위기가 어떤지는 알 수 있겠군.’
골든 아이디얼이 고위신 양성계획에 이십억을 받았다고 하니 사업을 하나 해주면서 얻은 정기로는 엄청난 수익이었다.
‘파견 나간 일천 명의 사회신족의 거의 일천만 이상 성과급으로 챙겼다고 했지.
그런데 그대로 반납시키면 아무리 오리진이라고 해도 골치가 아픈 일이 발생할 확률이 크다.’
이런저런 상황을 고려한 임폴로이먼트는 결정을 내렸다.
“시행해 주도록 하라.
어차피 실제 어느 정도 효능이 있는지 시험이 필요하기도 했다.
끝나고 나서 효과가 높은 계획은 바로 사회신족에도 적용한다.”
“알겠습니다.”
황금빛의 눈동자를 반짝이면서 대답하는 골든 아이디얼을 바라보는 임폴로이먼트는 살짝 불안감이 생겼다.
그 동안 직계와 후계의 육성에 집중하면서 정기부족문제로 보류시킨 개선계획들이 많았다.
그것들이 성과급을 노리고 전부 차원신계로 몰려가서 실현되면 세력수준이 역전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 것이다.
‘골든 아이디얼이 제안한 고위신 양성계획이 가장 문제다.’
예상 효과야 두말할 것도 없지만 몇 조가 넘는 초기 투자비 때문에 시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기 부족문제로 취소했을 때 본인이 얼마나 힘들어 했는지 지금도 미안한 감정이 남아있었다.
이 외에도 차원신계의 모든 업무를 차원의 마도신 대신 주관하면서 사회신족의 크로노스 때보다 더 강대하고 활기 차 보이는 모습도 지극히 불안했다.
‘저 아이가 사회신족의 서열은 직계 바로 다음의 세 번째지만 지금 차원신계가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거의 첫 번째로 보인다.
여기에 차원의 마도신이 벌어들이고 있는 수십조가 넘는 지옥구원사업의 이익까지 전부 주관할 수 있다면 이건 정말 큰일이다.’
신계주신인 차원의 마도신이 외부의 사업으로 거의 부재중이다.
신계주신대리는 전능신족이지만 겨우 상급 주신이니 일반 창조신인 골든 아이디얼에게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더구나 기존의 신계관리주신들은 모두 업무능력미달로 강제로 공부를 시키면서 배제했다고 했지.’
모든 임무를 사회신족의 주신들이 맡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파견 신분이지만 유일한 창조신이며 그들의 대표자인 골든 아이디얼이 실질적인 차원신계의 수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골든 아이디얼의 보다 나은 이상을 만들어 구현한다는 권능특성과 최고위 창조신계급인 차원신계의 상성 효과를 생각하면 이건 위험하다.
차원의 마도신이 그럴 리가 없지만 골든 아이디얼에게 지금처럼 거의 전권을 계속 넘긴다면 흔들릴 수도 있어.
결국 직계의 통제를 받는 서열 삼위의 크로노스보다 마음대로 할 수 있은 실세가 낫지.
더구나 최고위 창조신계의 신계주신 대리면 사회신족의 직계보다 떨어지지 않는다.
이건 위험해.’
차원의 마도신이 무슨 생각인지 모르지만 이런 보고까지 올라올 정도면 거의 전권이 주어져있다.
혹시나 하는 불안한 심정에 자연스럽게 복귀시킬 방법을 구상해서 말했다.
“고위신 양성계획을 완료하고 장기 휴가를 내거라.
그리고 본가로 와서 성과를 보고해다오.
천국개조사업으로 여유정기가 많이 늘었으니 우리도 가장 먼저 시행해 보자.”
“알겠습니다.”
사회신족에서도 잘 입지 않던 황금빛의 관리신의 정장과 무테안경을 쓰고 고개를 숙이는 골든 아이디얼의 모습이었다.
오리진인 자신조차 오싹할 정도로 기세와 이제 할 수 있다는 희열과 같은 것이 느껴져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임폴로이먼트였다.
오리진과 대화가 끝나자 골든 아이디얼은 모든 사회신족의 주신들에게 신력으로 의지를 전달했다.
“오리진님의 승인은 떨어졌다,
모두 추진하도록 한다.
우리는 드디어 더 나은 이상을 직접 구현할 수 있다.
마음껏 성과를 내도록 하라.”
이 말의 반응은 극적이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짝짝짝짝-!
누가 시작했는지도 모르는 환호성과 박수소리가 예비 주신전을 울린다.
차원신계 각지에서 일하던 모든 사회신족의 주신들이 열렬한 반응이 한참을 차원신계에 울렸다.
일천 명의 주신이 동시에 환호했으니 신계가 흔들릴 정도의 떠들썩한 반응이었다.
차원신계의 신들이 무슨 일인지 의아해할 정도로 열정적인 반응이었다.
하지만 그나마 가장 상황이 나은 그랑조아의 개인신전에서 어쩔 수 없이 같이 공부 중이던 여신혈맹의 여주신들은 아예 관심 밖이었다.
다만 밖이 갑자기 시끄러우니 조금 관심을 보였을 뿐이었다.
“무슨 일일까?”
과거라면 당장 달려가서 확인했겠지만 일 년 동안 익숙하지 않은 힘겨운 공부만 하니 완전히 맥이 빠져있었다.
막상 예전처럼 달려가도 이미 신계자아의 협조를 받은 사회신족의 주신들이 다 끝내고 허탕을 몇 번 쳤더니 이제 반응하기도 지겨워졌다.
“몰라. 효율 떨어진다고 신계자아가 외부와 전쟁이 아니라면 나서지 말라고 했잖아?”
“이미 사회신족의 주신들이 다 해결해 놓았겠지.
그러니 우리는 공부나 하자고.”
신계주신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운영하던 이제까지는 주먹구구식으로 해와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사회신족의 주신들이 와서 업무를 보자 당장 파탄이 났다.
거의 부족이나 왕국시절에 신계주신을 해서 지금처럼 고도로 발달된 신계운영은 이해조차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니 생소한 공부는 혼자서는 진도가 도저히 안 나갔다.
결국 거실에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같이 사회신족의 자료를 가지고 신계운영에 대한 공부를 시작한지가 일 년 째였다.
서로 조언을 하면서 둥글게 둘러앉아 뚫어져라 책을 보지만 진도는 지지부진했다.
“많이 습득했는데 줄어드는 기미가 없네.
아니 늘은 것 같은데?”
“아까 신계자아가 신계주신에 대한 충성에 대한 이해를 추가했어.”
“아아. 뭔가 이건 이상해.
신계 상황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나아졌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힘들지?
우리가 이렇게 뒤떨어져 있었나?”
“......... 묻지 마.”
갈수록 늘어나는 산더미처럼 쌓인 사회신족의 교육과정은 단순한 습득만으로도 충분히 골치가 아픈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안 하자니 파견 나온 사회신족의 주신들과 수준차이가 너무 떨어져서 대화자체가 안 되는 수치스런 상황이 계속 벌어졌다.
신계자아도 노골적으로 업무를 배제시키니 공부 외에는 할 일도 없었다.
처음에는 모여서 골든 아이디얼에게 정당한 항의도 했다.
이번에도 지식의 주신이 설욕을 한다고 나섰다.
자신들이 생각하기는 지극히 정당한 정론이라서 맡겼다.
아주 큰 실수였다.
“왕은 직접 일하지 않고 신하가 일하는 것을 통제합니다.
저희 차원신계의 각 분야에는 유능한 전문가들이 많이 있습니다.
신계관리주신은 그들을 통제만 잘 해도 얼마든지 운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가 이런 작은 일까지 전부 다 알아야 합니까?
이건 낭비입니다.”
상위자는 본래 하위자가 하는 일을 지시하고 결과를 확인하면서 통제하는 것이 원래 맞았다.
혼자서 전부를 할 수 있다면 부하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만큼 과부하가 와서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적시 적절한 권한위임은 당연한 것이다.
나름대로 논리가 정연하다고 생각했는데 통렬한 일격이 들어왔다.
“그 말은 부하들의 일도 못하는 무능한 상위자가 노력조차 하기 싫어서 한 궤변에 불과하다.
부하의 일을 모두 알고 할 수 있는 상위자가 아무것도 모르는 관리만 하는 상위자보다 유능하다.
그런데 겨우 주신이 창조신인 나를 교육하려는 것이냐?
하라는 공부나 해라.”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극히 한심하다는 듯이 쏘아보는 골든 아이디얼의 눈빛에 질려서 아무 말조차 하지 못하고 쫓겨났다.
사회신족의 주신 일천 명이 동시에 품어내는 기세를 합친 창조신의 권위를 이겨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다음에 또 이런 무례한 짓을 하면 신계의 법도대로 처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