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옥(地獄)과 천국(天國) -->
순순히 열세라고 인정하자 위장충신은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지금 마신왕으로 변해서 저런 강자들을 아예 박살을 내고 있는 차원의 마도신의 마력과 존재감이 지금 모든 죽음의 군대와 부활악당들을 제압하고 있었다.
‘단순한 힘만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변한 것 같다.’
솔직하게 말하면 지금 차원창세신 코아가 황금착각보다 더 위대해보였다.
미래를 위해서 황금착각으로 줄을 갈아탄 조직의 상위층으로서는 아주 심각한 문제였다.
“이....... 이기실 수 있겠지요?
지금은 아니지만 언제인가는 말입니다.”
“.......... 그렇겠지.”
황금착각은 그 말에 확실하게 대답하지는 않았다.
황금후보의 자격만 되찾으면 당연히 이길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마신황제의 신격을 보인 차원창세신 코아는 또 다른 수준의 강자였다.
‘같은 신격으로 미래에 가장 이상적으로 강해진 자신과 가상적으로 전투를 붙여보니 바로 결과가 나왔다.
믿을 수 없지만 무승부로군.’
완벽하기 짝이 없는 황금의 방어력조차 접촉하면 폭발하는 이상한 방어권능에 관통 당했다.
그렇다고 차원창세신 코아가 황금의 공격력을 견딜 수도 없으니 서로 무사하기는 글렀다.
‘이길 수도 있다.
허나 나도 죽을 각오를 해야 하는군.’
싸우면 같이 죽는데 불구대천의 원수나 전투광도 아닌이상 그럴 이유가 없다.
더구나 먼저 배신하지 않겠다는 카르마의 계약까지 한 이상 그럴 수도 없었다.
‘저런 힘을 보니 새삼스럽게 긴장감이 돌아오는군.
황금후보의 자격을 되찾았지만 아직도 넘어서야할 강자가 많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어.’
다시 본래의 힘을 되찾고 황금후보로서 정석의 길을 가는 것이 가장 먼저였다.
‘혼자서 강해지는 것은 한계가 있고 이렇게 강대한 신계의 지원을 받는다면 더할 나위가 없지.’
그래서 일단 다른 잡생각을 지웠다.
그 다음에는 무참하게 유린당해 죽어가고 부활을 반복하는 흑염세력과 마신황제로서 힘을 드러낸 차원의 마도신을 주목할 뿐이었다.
무슨 권능인지 모르지만 접촉하는 즉시 신체가 터져나가는 모습은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광역권능을 주력으로 하는 마도신이라고 믿기지 않을 근접전투능력이다.
도대체 저게 뭐지?’
그런데 갑자기 다른 의문이 스쳐서 저절로 입에서 말이 새어 나왔다.
“저 정도 힘을 가진 존재가 왜 나와 너희들을 필요로 하지?”
“예? 저희로 이계의 반란세력의 지성체를 쓸어버린다고 하지 않습니까?”
“너무 많고 분산되어 있어서 대규모의 전력으로 말살시킨다고 직접 말하셨습니다.”
분명 차원창세신 코아가 말한 대로였다.
후방에 있는 반란 초월자 세력을 지원하는 지성체를 말살하는데 쓰겠다고 분명히 공언했다.허나 황금착각의 생각은 달랐다.
“그게 말이 안 되는 소리다.
보아라.”
전투지역을 결계로 감싼 에반젤리의 깃발을 펴서 글자를 보였다.
좌르르르르륵-!
황금색의 깃발에는 네 글자가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전멸세계(全滅世界)’
차원의 마도신이 발동시켰던 빛의 호수형태의 전멸세계가 그 안에 담겨있었다.
황금착각은 이 상태로 사용이 가능하니 당연히 어떤 권능인지 모를 리가 없었다.
본래는 주신 이하의 존재는 목숨을 내놓아야하는 위력을 가진 초 광역파괴권능이었다.
지역우주 단위의 상상도 못할 엄청난 영역을 통째로 날려버릴 수 있었다.
“본래 이 전멸세계는 별의 연쇄폭발로 지역우주 이상의 지역을 전부 파괴하는 광역 마도권능이다.
이걸 쓰면 우리를 투입하는 것보다 생명체는 더욱 빠르게 정리할 수 있지.”
“지역우주 이상을 파괴하는 광역권능이라고요?
그런 것도 있습니까?”
이미 기본적인 지식은 다 받아서 지역우주의 규모는 알고 있다.
다만 워낙 단위가 크니 믿기지가 않았다.
아직 생명체인 자신들은 행성도 너무나 크게 느껴지는 하찮은 수준이었다.
“나도 믿기지 않지만 사실이다.”
위장충신은 그 말에 더욱 머리가 아파지는 느낌이었다.
이제 혼자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왜 자신들을 억지로 쓰려고 하는 것까지 알아내야할 판국이었다.
‘진정한 독립과 자유까지는 너무나 멀고도 멀어 보인다.
단지 벌을 주기위해 열 번 넘게 창조신에 가까운 존재들을 죽이고 살리는 수고를 자처하는 차원창세신 코아님이 우리를 순순히 놓아줄 리가 없겠지.
최소한 투자비를 다 뽑아내고 배가 넘는 이익을 만들기 전까지는 어림도 없겠다.’
순식간에 흑염세력 전부를 직접 손과 발로 산산조각을 내버린 차원의 마도신은 다시 신력을 개방했다.
“아직 구십 번은 넘게 남았다.
다시 되살아나라.”
창조력에 접촉하는 순간 바로 되살아나기는 했지만 죽음과 부활의 반복에 정신이 서서히 붕괴조짐을 보이는 흑염세력이었다.
근원은 다급했다.
‘갈수록 반응속도는 떨어지고 투기조차 형편없이 떨어져간다.
이거 위험해.
역시 최악의 상태였다.’
오백억 년이란 칭호로서 강제노동의 여파가 급격하게 몰려온 것이다.
신령의 신격조차 떨어질 조짐을 파악한 근원은 이제 빈틈을 보여 치명적인 공격을 허용할 각오로 크게 외쳤다.
그나마 자신이 가장 나은 상태라서 당하지 않았는데 혼자의 몸을 살필 상황이 아니었다.
이들이 없으면 거의 아수라장의 내전상태인 차원신계에서 혼자서 버틸 자신이 없었다.
차원의 마도신의 칭호발동을 지원하면서 본 차원신계는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잠깐-! 모두 네가 강하다는 사실은 납득했다.
이제 지시하면 따를 것이다.”
그러나 차원의 마도신은 이미 이 전투를 시작한 본래의 목적을 거의 잊고 있었다.
아니 다른 목적으로 치환한지 오래였다.
“닥쳐-! 근원!
내게 협상도 권유도 하지 마라.
이제 나의 의지와는 별개로 이루어지는 강제적인 명령도 조건을 다는 충성도 지긋지긋해.
그리고 나는 더 이상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될 정도의 권력과 신격을 얻었다.”
머리 위에 자라난 스물일곱 쌍의 보석 뿔로 이루어진 마신황제의 상징이 암흑의 빛을 품어냈다.
후우우우웅-! 웅우우웅-!
마신황제의 뿔 위에는 창조신의 찬란한 신력의 원이 황금빛을 지옥 전부를 밝히고 있었다.
그 신력의 원은 모두 열세 겹이었고 반투명한 하나의 원이 추가되어 있어 창조신장임을 증명했다.
이것은 창조주의 가호 아니 인정으로 인하여 반 영원체의 신격을 부여받았음을 의미했다.
“정신체로서 무력의 상징인 마신황제와 창조주님의 전권대리자인 창조신장으로서 나는 명령한다.
내게 절대복종하라.
따르지 않으면 모두 처분하고 다른 존재를 찾겠노라.”
그리고 지옥을 휘젖던 마력의 손톱들은 사라졌다.
대신 제자리에 서서 앞으로 반복하여 내지르는 주먹질에 흑염의 권능이 실려서 흑염세력을 후려갈겼다.
한 방도 피하기 힘들었는데 동시에 덮쳐드는 흑염권능의 파도를 회피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니 극심한 무력감이 피하려는 의지 자체를 막았다.
투하하하하하학-! 화르르르르르-!
차원의 마도신은 전원이 단숨에 재로 변해는 흑염세력을 보면서 광거어린 목소리로 외쳤다.
“전투를 회피한다면 더 가혹한 시련을 주겠노라.
끝까지 싸우다 죽어라-!
그리고 승리하기 위해 살아라―!
이것이 나의 이계의 지배와 부흥의 표어가 될 것이다.
이계 누구도 나의 인정을 받기 전까지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나의 휘하세력도 같다.
중간에 포기는 절대로 용서 못한다.”
근원만은 간신히 피해냈지만 다른 흑염세력은 또 다시 죽음과 부활을 겪었다.
다시 발동되는 창조력에 신체가 정상으로 완전히 부활하자 이제 흑염세력의 몸은 저절로 뒤로 물러나려 하고 있었다.
싸우다 죽으면 차라리 나았으나 부활을 적에게 당하니 수치 중의 수치였다.
우우우우우우우웅-!
그러나 차원의 마도신은 용납하지 않았다.
이미 흑염세력이 자기에게 덤빈 사실에 대한 징계라는 의미조차 희석 된지 오래였다.
오로지 항상 마음에 담아두었던 분노를 품어내면서 화풀이를 하고 있었다.
“나만 힘든 빌어먹을 세상-!
확 망해 버려라.
아니 이제 기다리지 않고 내가 몽땅 날려주마.”
흑염세력도 차원의 마도신이 미친 듯이 세상에 대한 원망만을 내뱉으면서 또 다시 달려드는 모습에 이제 투기조차 일어나지 않았다.
돌연변이와 같은 강대한 힘을 가졌다고 동족들에게 학대를 받다가 못 견디고 싹 죽인 과거 자신들이다.
그 이후로 자신의 동족을 학살한 용서 못할 미친놈들이라고 단단히 욕을 먹었는데 이건 더욱 지독했다.
이러고도 어떻게 신족의 창조신으로 존재할 수 있을지 의문일 정도로 마음의 한이 깊었다.
“이계도 내 세력들도 모두 나와 똑같이 강제로 강하고 잘 살게 만들어 주겠다.
내가 정말 못 나고 이 고생을 하는지 아니면 세상이 잘 못 되어서 이런 꼴이 되는지 확인해 주겠단 말이다.”
이제 보니 뭔가 아주 미묘하게 광기와 이성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살고 있었다.
그리고 또 다시 양떼에 뛰어든 사자처럼 날뛰는 차원의 마도신의 공격에 속절없이 무참한 죽음을 당하는 흑염세력이었다.
투가가가가가가각-!
몸에 접촉하자 이제는 터져나가지 않고 마치 예리한 도끼날에 찍혀서 잘려나가듯이 두 동강이 나가고 있었다.
창조주이기도 한 영원체의 신체조차 두 동강을 냈던 흑염권능을 대표하는 공격권능의 흔적을 모를 리가 없었다.
이제야 겨우 접촉하는 즉시 파괴하는 방어권능의 정체를 모두 알게 되었다.
“파호톤이다-!”
“이런 제길-! 그래서 상대할 수가 없었구나.”
“신체 전부에다가 파호톤을 둘러싸고 있다!”
투기와 살기가 융합되어 나타나는 도끼 형태의 파호톤을 마치 방어권능조차 몸에 두르고 있었다.
근접전 최고의 절대권능인 파호톤을 저렇게 전신에 두르고 싸우면 대부분 근접권능인 흑염세력으로는 대항할 방법이 없었다.
‘이러면 아무리 공격을 해도 파호톤에 스스로 몸을 바치는 꼴이다.’
도저히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인정되자 필사적으로 흩어져 도주하는 흑염세력이었다.
파호톤의 권능이 실린 공격여파에 한 팔이 날아가자 근원도 체면을 버리고 도주하면서 외쳤다.
‘어떻게든 저 폭주를 멈추고 수습을 해야 한다.’
폭주하는 차원의 마도신의 화풀이 대상이 된 지금 상황은 정말 최악이었다.
“네가 한 고생은 순전히 고집불통의 사회부적응에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항상 음침하기 짝이 없는 복수만 생각하는 네 성격 탓이다.
허나 이미 엄청난 타격을 본인도 받았으니 슬슬 과거의 고약한 버릇이 나오고 있었다.
전혀 의도와 상황과는 별개로 반사적인 도발발언이었다.
이 말이 튀어나오자마자 차원의 마도신의 노골적인 살기가 집중되는 것이 느껴진다.
‘헉-! 제길-! 또다-!’
과거에 흑염의 절대자 아니 십중심에게 혼자 덤비는 진리에게 술병을 던졌다가 이계 끝까지 추격당해서 칭호가 되어버렸다.
그 이후로 얼마나 후회했는데 궁지에 몰리니 또 자기 무덤을 파는 말버릇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시작한 무모한 도발발언은 멈출 줄을 몰랐다.
“너를 칭호 속에서 지켜 본 내가 가장 정확하다.
문제인 네가 변할 생각은 하지 않고 왜 멀쩡한 세상을 원망해?
빛의 신답게 깔끔하게 세상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자신을 맞추란 말이다.”
지극히 진실에 근거한 말에 차원의 마도신의 공격도 잠시 멈추었다.
이성이 돌아오나 싶더니 바로 더욱 냉정한 살기를 뿌리는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나를 부정한 세상을 위해 스스로 변화시키지 않겠다.
내가 인정하는 세상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세상이여 이제 나에게 맞추어라.”
말은 침착하게 하는데 더 열이 받았는지 이제 파호톤의 도끼 모양의 투기가 몸 전체에 뚜렷하게 보일 정도였다.
그런데 본래 파호톤은 공격기이지 방어기가 아니었다.
절대의 육체를 가진 광전사인 흑염의 권능에 방어권능 따위는 필요가 없었기에 저런 사용법 따위는 없었다.
편법이란 소리였다.
‘저런 식으로 몸 전체에 걸면 당연히 본인부터 다치게 된다.’
당연히 접촉부위의 위력은 감소시키겠지만 파호톤의 연속 직격을 몸으로 받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니 아무리 근원의 칭호를 가졌다고 버틸 수준이 아니었다.
신계주신이 소멸하면 차원신계가 붕괴될 수도 있고 부활한 몸도 어떤 피해가 있을지 모르니 위기였다.
“헛소리 그만하고 당장 파호톤을 몸에 거는 미친 짓을 그만하지 못해.
파호톤의 피해는 근원의 칭호로도 복구가 힘들단 말이다.
이성을 찾아-!
또 멍청하게 자폭을 할 셈이냐?
물러날 때는 물러나란 말이다.”
그런 진정한 경고에도 차원의 마도신은 더욱 흥분해서 외쳤다.
“크후후후후후후후-! 겨우 여기까지 기어 올라왔는데 누가 자폭한단 말이냐?
창조신장의 신격으로 발동되는 창조력과 근원의 칭호면 마신황제의 신체조차 복구가능하다.
마신황제의 상태라도 창조력은 근원과 결합하여 나의 신체를 완전히 유지한다.
난 반 영원체(半 永遠體)-! 이제 죽을 수 있을지 의문인 존재가 되었단 말이다.”
“허?”
파호톤의 연속타격조차 모두 회복가능하다는 말에는 진리와 싸우고 칭호가 되어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근원조차 황당하게 했다.
그리고 움직임이 멈춘 틈을 놓치지 않고 차원의 마도신은 달려들어서 근원의 이마를 오른손의 손날로 내려찍었다.
투가가가각-!
최강의 생명력이라는 근원의 기원이라는 강자답지 않게 단번에 두 조각으로 쪼개져서 양 옆으로 벌려져갔다.
피가 분수처럼 퍼지는 그 모습에 섬뜩하게 웃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쿠쿠쿡-! 잡았다.
진리에게 혼나고 나온 직후라서 성질나서 미치겠는데 덤벼주다니 오히려 잘 되었다.
너희들은 오늘 완전히 잘 못 걸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