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옥(地獄)과 천국(天國) -->
어디에도 없는 이계의 영웅을 관찰 보고하라는 불가능한 의뢰를 받았다는 뜻이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완료해보겠다고 이 난리를 치며 전력을 모으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니 이해가 아주 조금 갔다.
‘불가능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전력의 집중은 필수다.’
근원이 이끄는 흑염세력과 황금착각을 따르는 부활악당들이 의지를 서로 교환한다.
‘그런데 도대체 뭘 대가로 받았기에 실행할 수 없는 의뢰까지 받았지?’
‘워낙 특이한 창조신님이라서 예측을 할 수가 없군.’
차원의 마도신은 기껏 설명을 해주었는데 의문을 해소하지 못하고 더욱 키우는 모습을 보고서 속으로 한탄을 했다.
‘후우우우우우우-! 이계는 이미 망했어.
설마 행성 위에 이능을 가진 영웅이 없을 정도로 약해져 있는 줄은 상상도 못했다.
주우주 차원의 오리진의 자격도 부족해서 십중심의 서명까지 대여해 주시며 일을 시킬 때 눈치를 챘어야 했지.
대가치고는 너무 쉽다고 생각을 했는데 내가 미쳤지.
바람가의 오리진님이 지시한 일이 쉬울 리가 없잖아?”
긴 황금빛 연기를 내품으면서 자책을 할 뿐이었다.
모든 이계의 정기를 강화하는 방법은 단기간은 무리였다.
그래서 이계 일부분 아니 행성을 하나 선택해서 정기를 강화하는 방식을 취해도 큰 문제였다.
‘이능을 가진 영웅이 될 만한 자질을 가진 지성체는 정말 희귀하고 귀중하지.
그런데 초월자 놈들이 아예 씨를 말렸다.’
이능의 개발은 지성체의 수명은 짧기에 일대로는 불가능해서 대부분 몇 대를 내려오면서 축적되어서 발현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바람가가 그렇고 대부분의 초월자들이 모두 같은 경우였다.
갑자기 이능을 보이는 영웅들은 극소수의 돌연변이 같은 것이었다.
‘영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인간을 초월하는 개인수련을 업으로 하여 대대로 계승하는 무가(武家)나 길드와 같은 조직들이 많아야 해.
그런데 망할 놈의 초월자 놈들이 자신들을 위협할 새로운 세력이 나타날까봐서 모두 처분했단 말이야.
처 죽일 놈들 같으니라고!
덕분에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할 판이다.
아니면 싹수가 있는 존재들을 모아서 강제로 각성이나 돌연변이를 유도하던가.’
갈수록 꼬여가는 상황에 머리가 아픈 것을 숨기고 되도록 편안하게 말했다.
일단 자신은 이들의 수장이기에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정기가 너무나 약해진 이계의 행성에는 이제 영웅이 자연적으로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계의 지성체도 절대계와 주우주와 같은 가능성을 가졌다.
계속 박멸을 당하다보면 생존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반드시 영웅들은 나타나겠지.
인류가 멸망해갈 때 집단의식이 모여서 구원을 위해 탄생시키는 것이 영웅이니 말이야.
허나 바람가 차원의 오리진님이 납득하실만한 영웅은 극히 드물다.
그래서 내가 영웅들을 모아 그 중에서 보다 강력한 영웅을 만들어 관찰을 시작한다.”
담뱃대에서 품어지는 황금빛 연기가 더욱 짙어진다.
스스로 말을 하면서도 짜증이 났다.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인지 모르겠군.
아무리 대가가 탐이 났어도 이중 계약을 하는 것이 아니었어.’
자신의 어리석음에 화를 참을 수가 없어서 마력이 날뛰려고 한다.
허나 꾹 참고 인내하면서 황금착각을 보면서 자상하게 말했다.
“자연적으로는 태어날 수 없는 이계 영웅이 나타날만한 말세를 조성하는 것이 너희가 할 일이다.”
부활악당들은 무슨 말인지 이해는 했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는 도저히 납득이 안 갔다.
아무리 약해도 반란세력에 붙은 지성체들의 말살은 장난이 아니게 어렵다.
너무나 넓은 지역에 산계되어 있고 많으면서 무엇보다 적의 세력의 후방이었다.
영웅을 만들겠다고 지체하다가 초월자들에게 추격을 당하면 전멸이었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너희들은 생전에 하위자들을 목숨만 붙여두고 두고두고 쥐어짜며 착취했지?
이번에도 약하다고 한 번에 싹 죽이지 말고 피를 말리는 식으로 계속 몰아붙여라.
아무리 말세라고 해도 악당이 있어야만 영웅이 제대로 태어난다.
너희들 정도의 진정한 악당이 있어야만 차원의 오리진님이 만족하실 수준의 영웅이 나타나겠지.
약자들에 대한 착취나 괴롭힘은 가장 잘 하는 일이니 자신이 있겠지?”
“그렇기는 합니다만........ ”
황금착각은 위장충신과 같은 부활악당들을 둘러보면서 대답했다.
이해는 갔지만 무엇인가 아주 이상했다.
역시 모두의 표정들이 아무 기묘했다.
‘뭔가 칭찬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기대를 받는 것도 같지만 아주 기분이 이상하네.’
‘소설 속의 영웅을 창조신에게 관찰해서 보고하라는 상위자가 정말 이상해.’
‘영웅관찰 의뢰를 받고 보니 영웅이 없다더라?
그러니 영웅을 만들어서라도 완료하겠다는 창조신은 어떻고?’
‘이런 장난과 같은 의뢰에 모두 목숨을 걸라 이건가?’
‘아니 이러면 적들을 전부 쓸어버리지 못하고 어느 정도 사정을 봐주어야 하잖아?’
‘괜히 이런 걸 알아가지고 골치만 아프게 되었다.’
여기저기 아주 꼬인 일이지만 결국 이계의 지성체를 한계까지 몰아가면서 박살을 내라는 뜻이었다.
그러다 보면 영웅이 나올 것이니 그들은 모두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보내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강력한 진정한 영웅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물론 이런 일이라면 우리들이 전문가가 맞기는 하지.’
‘그런데 결국 우리 목을 노릴 영웅 놈들을 스스로 육성하란 말인가?’
과거에는 영웅을 어떻게든 초기에 없애려고 노력했다면 지금은 길러내야 한다는 측면이 골치가 아플 뿐이었다.
‘정말 이계에 가면 어떻게 될지 예상이 안 되는군.’
‘으-! 정말 가기 싫다.’
그렇다고 못하겠다고 하는 날이면 무슨 꼴이 될지 알고 있으니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혼란한 심정을 근원이 한마디로 대답했다.
“영원체가 나서니 전쟁이 아니라 장난 같군.
뭔가 뒤죽박죽이다.
아주 엉망이야.”
“원래 상위자를 따르는 신생(神生)이 다 이런 것이지.”
“무조건 따르려는 너만 나서면 그래. 컥-!”
또 도발본능이 도져서 내뱉은 근원은 바로 대가를 치렀다.
투하하하하-! 퍼어억-!
이제 너무나 자연스럽게 파호톤을 신체에 부여해서 일격의 위력을 극대화시키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근원을 단 일격으로 산산조각을 내 버리고 주신전으로 열린 공간의 문으로 걸어 나가면서 말했다.
“도발하면 바로 죽인다고 했다.
입 닥치고 시킨 일이나 잘 해.
실패하면 가만 안 둔다.”
근원이 이를 갈면서 박살난 몸을 자력으로 재생을 하면서 말했다.
“제....... 제길-! 왜 이렇게 차이가 크지.
보이는데 피할 수가 없어.
너의 몸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내 몸은 너와 거의 비슷하다.
그리고 같이 경지를 올려왔기에 대등해야 하는데 왜 이렇게 성능차이가 나는 것이지?”
“간접적으로 보고 익힌 것과 직접적으로 몸으로 익힌 것의 차이다.
그 몸은 분명 과거 네가 가졌던 몸보다 몇 배나 나은 신체가 맞다.
또한 기본 성능은 분명 일반 창조신시절의 나와 같다.
그러나 칭호 상태로 올린 권능을 제대로 쓰려면 엄청난 실전을 겪어야 할 것이야.
한 일만 번 정도 죽을 정도로 수련하면 제대로 쓰겠지.”
“그럴 리가?
그렇게나 많이 죽음을 경험해야 한다고?”
“이것도 최소한이다.”
일만 번을 넘게 죽어야지 겨우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말에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차원의 마도신이 오만 년 동안 바람가 마도신의 오리진에게 받은 강제수련을 생각하면 납득은 갔다.
심하면 하루에도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으니 근원의 칭호가 없었다면 간단하게 백만 단위로 죽었다가 살아났다고 보면 되었다.
“지금은 약하게 느껴지지만 계속 치열하게 싸우다 보면 어느 정도로 강력한 몸인지 감이 잡힐 것이다.”
그렇게 서로 현재의 몸 상태를 이야기하면서 지옥을 나섰다.
방금까지 몇 번이나 죽이고 죽임을 당했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이 격의가 없었다.
그런 비정상적인 두 명의 모습에 점점 암울해지는 황금착각이었다.
“......... 정상이 아니군.”
지금이라도 거리를 두거나 관계를 끊는 것이 났다고 오랜 경험과 직감이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그러나 곧 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지금 자신의 상황은 이런 저런 것까지 따질 여유가 없었다.
“휴우-! 나도 지금 정상이 아니었군.
타인을 판단할 여유가 없어.
일단 지시를 따른다.”
황금착각은 결심을 하고 부활악당과 죽음의 군대를 쳐다보았다.
뒤를 돌아보니 차라리 모르면 편할 것을 괜히 알아서 망했다는 표정이 역력한 위장충신과 부활악당들이었다.
왜 자신들을 쓰는지 설명은 분명히 들었지만 혼란만 더해 보였다.
아예 몰살을 시키는 것이 났지 그 와중에 각성한 영웅을 골라내서 보내려면 엄청나게 힘든 일이었다.
‘여기에 생전에 잘 먹고 잘 살던 자신들을 죽인 원수나 다름없던 영웅들을 만들기 위한 전투라니 더욱 이해가 안가겠지.’
그래서 이런 상위부의 큰 목적을 상세하게 알면 아무래도 하위의 현장에서는 전력을 다해서 싸우기가 제한이 된다.
‘전쟁에는 반드시 희생이 생기기 마련이다.
어떤 승리에도 군대의 선두에 선 병사들의 희생은 불가피하지.
누구도 자신이 희생 될 선두라는 것을 알면 움직일 수가 없다.’
지옥악령이었다가 부활된 사실까지 고려하면 분명 자신들이 바로 희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허나 임무의 완수를 생각해서 분명 선을 그었다.
“이계에서 우린 죽어도 차원창세신 코아님에 의해 다시 부활한다.
공만 세운다면 반드시 되살려 줄 것이니 두려워하지 마라.”
그 말에 부활악당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가장 두려워한 일이었다.
이계에서 싸우다가 죽으면 바로 버림을 받지 않을까 하는 문제였다.
허나 황금착각이 확언해 준다면 부담이 덜어졌다.
“일방적인 승리가 아닌 영웅이 나타나기 전까지 치열한 밀고 밀리는 전투만 벌리면 된다.
그렇다고 영웅을 억지로 탄생시키려다가 잘못되면 역습을 받아서 이계가 우리의 무덤이 되겠지.
모든 행성에서 영웅을 각성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무리다.
또한 이계는 주우주와 같은 수준으로 넓고 행성도 많다.
그러니 불리하면 바로 포기하고 전멸을 기준으로 하겠다.”
부활악당 등은 전투 목적을 황당한 영웅탄생이 먼저가 아니라 전멸로 가장 먼저 확정해주자 겨우 살았다는 듯이 힘차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얼굴이 환해진 그들의 정중한 인사를 뒤로 하고서 차원의 마도신의 뒤를 따라나서는 황금착각이었다.
최후의 주의도 잊지는 않았다.
“이런 후방의 전투는 군대의 수준과 통제력이 승패 아니 생사를 가르게 된다.
내가 준비할 시간과 지침변경을 받아올 것이니 최대한 죽음의 군대를 정예화 시키라.”
“수고하십시오.”
“최대한 정리해 놓겠습니다.”
공간통로를 걸으면서 황금족이 그럴 리가 없지만 연속되는 충격적인 일들로 마치 늙어가는 느낌이었다.
아니 바로 답이 안 나오는 문제들로 고민을 하니 온 몸에 힘이 빠지고 쉬고만 싶었다.
‘차원창세신 코아님을 만난 지 며칠도 안 되었지만 정말 힘들군.
일만 년을 제국의 수호신으로 살면서도 이렇게 어려운 적이 별로 없었어.
허나 차원창세신 코아님 덕분에 거의 포기했던 진리를 쉽게 만나 황금후보의 자격을 되돌려 받았다.
황금후보로서는 이 빛을 갚을 때까지는 결코 외면할 수는 없지.
어떤 억지로도 최선을 다해 이루어 주자.’
그렇게 다짐을 하면서 공간의 문을 통해서 주신전에 처음 들어갔다.
앞에는 강대한 신력들이 넘실거렸다.
차원신계가 최고위 창조신계이고 엄청난 수준의 주신들이 많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기에 얕보이지 않기 위해 최대한 기세도 올렸다.
그리고 눈에 힘을 주고 전방을 주시했다.
휘청-!
그리고 어처구니가 없는 광경에 저절로 다리에 힘이 빠져 비틀거렸다.
‘병아리 무리?’
아주 밝은 노란색의 옷에 커다란 병아리 자수가 가슴부위에 붙인 주신들이 주신전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 커다란 애기 옷을 입고 영 좋지 않은 얼굴로 서있었다.
그런데 차원의 마도신은 뭐가 좋은지 흐뭇한 웃음을 멈추지 않고 영광의 자리에 앉아있었다.
더구나 먼저 도착한 근원은 못 볼 장면은 아예 안 보겠다는 듯이 눈을 지그시 감고서 옆의 손님의 자리에 있었다.
황금착각은 병아리 자수를 놓은 주신들의 시선들이 자신을 주목하자 재빨리 근원의 옆자리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똑같이 눈을 감은 채로 말이다.
‘당연히 저런 아기 옷을 입고 기분이 좋을 리가 없지.
왜 근원이 눈을 감고 모른척하고 있는지 몰랐는데 이건 보면 안 될 장면이다.’
주신들의 눈빛이 만에 하나 웃음이라도 터트렸다가는 무슨 꼴을 당하게 될지 모를 정도로 험악하지 짝이 없었다.
그렇게 근원과 황금착각이 눈을 감고서 모든 상황에서 무시를 하려고 했는데 차원의 마도신의 커다란 목소리가 울렸다.
“초! 등신! 기숙학교의 입학을 환영한다.”
“..........”
“..........”
가급적 말려들기 싫어서 옆에서 눈을 감고만 있던 머리들이 아예 푹 숙여졌다.
‘아예 오늘 끝장을 볼 작정인 모양이군.’
‘왜 하필 자리가 옆 자리이지?’
아무리 자신들이 강해도 여기 모여 있는 주신들은 만만치 않은 강자들이었다.
더구나 삼백 명이 넘어가는데 무사하기 힘들었다.
물론 차원의 마도신은 상관없겠지만 자신들은 지극히 위험했다.
‘제발 도발은 적당히 좀 해라.
이계에 가기도 전에 죽겠다.
아니 나 없을 때 혼자 해.’
‘군기잡기는 하위자들이 납득할 수준으로 해야 합니다.
이러면 반역이 일어납니다.
당신이 죽으면 우리도 엄청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잊었습니까?’
다급하게 그만 두라고 의지를 보내는데 멈출 기미가 안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강대한 창조신의 신력이 풍기면서 황금빛의 구름이 자욱하게 몰려오면서 대중을 휘감았다.
황금빛의 금속 정장을 입은 골든 아이디얼이었다.
“초등신 기숙학교는 초급신 기숙학교로 개명했습니다.
위대한 차원신계의 신계주신이시여.
미처 보고를 드리지 못한 점은 죄송합니다.”“........ ”
가볍게 상황을 정리하는 골든 아이디얼의 말에 차원의 마도신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다가 물었다.
“고등신 기숙학교도 바꾸었나?”
“고급신 기숙학교로 바꾸었습니다.
조금 어감에 문제가 많아서요.”
“.........”
아주 못 마땅한 얼굴로 변한 차원의 마도신이었지만 고집을 부리기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기대하던 얼굴들이 보이지 않아서 추가로 물었다.
“지금 전원이 아닌 것 같은데?”
반드시 보여야할 모습들이 안 보였다.
여신혈맹의 여주신들과 정령주신들의 수장들이 없는 것이다.
가볍게 허리를 숙여서 인사를 하고 사회자의 자리에 위치한 골든 아이디얼은 아주 흐릿한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과거에는 어떤지는 몰라도 지금은 아주 멋진 원석들이더군요.
그래서 조금 사정을 봐주었습니다.”
“........ 쳇-!”
제대로 된 상위자가 처음 하위자를 평가하고 바라보는 관점은 하나였다.
시킨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여부였다.
오로지 능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