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방(前方)과 후방(後方) -->
진리가 진지하게 이계의 처리 행방을 고민하는 시간에 차원창세신 코아와 이계 초월자 중 온건파의 협상을 마무리가 되고 있었다.
계약은 지극히 순조로웠다.
초월자들이 똑같은 계약서를 받고서 읽고 있는데 누구도 불만이 없을 정도였다.
아니 서로 웃고 있었다.
초월자들은 반란세력까지 설치는 골칫거리였던 적자행성을 엄청난 정기를 받고 팔았으니 기쁠 수밖에 없었다.
차원창세신 코아도 너무 쉽게 행성들을 돌려받아서 아주 기분이 좋았다.
가진 정기가 계측 불가의 수준이 넘어가니 큰 짐이기도 했던 것이다.
‘누가 손을 벌리기 전에 전부 투자해야지.’
이계의 창조신장이 자신인 이상 신족을 총동원하여 본전이상을 뽑아낼 자신이 있었다.
“좋군.
다시 정리해 보지.
첫 번째로 행성의 소유권은 사백구십구 주우주 차원독립신계의 신계주신인 내가 가진다.”
“동의합니다.”
초월자들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혁명을 하면서 기껏 얻은 행성을 정기만 받고 팔아넘긴 셈이지만 불만이 없었다.
‘넘긴 행성은 어차피 현상유지도 안 되던 폐기 직전의 행성들이다.’
‘부패하다 못해 썩어빠진 지성체들을 더 이상 안 보아도 되겠군.’
‘반란군 놈들을 안 보는 것만도 아주 마음에 들어.’
‘알짜는 그대로 남겨두었으니 큰 문제가 없다.’
‘그리고 어차피 창조주님의 소유권의 정식 승인도 안 되어서 불안하기 짝이 없었으니 이번에 정리한다.’
행성의 소유권이 있지만 결국 모든 주우주의 소유권은 창조주에게 있다.
현세계의 창조주님이 초월자들을 지배세력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서 자체 개발한 신계운영 자체에도 큰 제한이 걸려있는 상황이었다.
즉 초월자들에게는 반쪽짜리 소유권이었기에 쉽게 넘긴 것이다.
팔아버린 행성들은 운영에 엄청난 부담이 가고 적자만 면하고 있는 입장이었으니 아까울 것이 없었다.
그리고 백억 년을 운영해도 얻을 수 없는 엄청난 정기를 일시불로 받았으니 각자의 본성 개발에 전념하기만 하면 되었다.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하니 희망이 벅차올랐다.
‘이제 더 이상 같이 망해가는 길을 가지 않는다.’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거꾸로 혁명을 당해 망할까?’
‘강경파들과는 결판을 본다.’
기껏 얻은 영역의 지배권을 팔아넘겼으니 강경파들이 눈이 뒤집혀서 덤빌 것이다.
잘못하면 전투까지 예상되지만 이 정도로 정기가 많다면 전혀 문제가 없었다.
‘초월자 군대를 유지하기 위한 정기의 지원은 대부분 우리들이 했다.’
‘강경파들에게 비축 정기가 거의 없다.’
‘장기전은 우리가 승리한다.’
과거 혁명의 동지와 싸울 각오까지 했기에 각자의 손에 쥔 정기구슬에 더 힘이 들어가는 이유였다.
“두 번째 신족은 각 행성의 재건과 치료를 맡고 끝나면 초월자들이 대신하여 모두 관리한다.
보수는 신족과 같이 지급하고 나머지 정기의 소유권은 신족에게 있다.
이것도 동의하나?”
“물론 동의합니다.”
일단 소유권을 가진 주인과 마찬가지인 차원창세신 코아 휘하의 신족과 동등한 보수를 지급한다는데 오히려 너무 후하기까지 했다.
갑자기 관리하는 행성이 줄어들어서 생긴 초월자들의 실직까지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었다.
그래서 초월자들이 한마음으로 대답하자 차원창세신 코아는 짙은 미소를 지었다.
“아주 좋군.
신족도 이렇게 일치단결했으면 참 좋았을 것인데 말이야.
워낙 말 많고 중구난방이니 문제야.
곧 완전히 정리할 것이니 상관은 없지만.........”
“.......”
말꼬리를 약간 흐렸지만 거기서 새어나오는 끔찍한 살기를 못 느낄 초월자들이 아니었다.
호의의 미소만을 짖고 있는 차원창세신 코아가 절대계에서 최고의 악명을 자랑하는 회색의 절대자의 현재라는 사실을 다시 깨달을 정도였다.
적인 자신들에게 이상할 정도의 관대하고 좋은 조건으로 맺은 계약이라서 깜박했지만 경각심이 되살아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내용도 으스스할 정도로 한기가 밀려왔다.
“세 번째는 행성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의 처리는 재건 전에는 신족이 많고 이후에는 관리를 위임받은 초월자들이 맡는다.
만에 하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신족과 초월자가 합세하여 처분한다.”
“그것도 동의합니다.”
그 말에 차원창세신 코아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그리고 재차 확인하듯이 상세하게 설명했다.
“정말 이것도 상관없나?
나는 신을 배신한 배교자들에게는 잔혹하다.
주우주의 최고위 신 시절에서도 오억 명을 하루 만에 처분했지.
단순한 배교도 큰 손해를 무릅쓰고 그렇게 한다.
그런데 정기도 약한 주제에 신족을 따르지 않으면서 반역을 해?
더구나 가장 귀중한 기반인 행성까지 망치는 극악무도한 지성체들은 무조건 몰살이다.
행성을 완전히 비운 이후에 부흥할 가능성이 있는 지성체들에게 내어 줄 것이다.
이게 신족과 나의 기본방침이 될 것인데 지성체들에게서 탄생한 초월자들이 외면할 수 있나?
이미 종족 자체가 달라졌다고 하나 초월자들의 모체와 같지 않나?”
“.........”
그 말에 온건파인 초월자들은 할 말을 잃었다.
부흥에 방해가 될 만한 나약하고 방해되는 지성체는 전멸시킨다는 선언이었다.
말대로 이미 초월자로서 정신체가 되었지만 근본인 지성체들을 학살한다는데 선언에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 초월자 혁명도 신족이 선별을 이유로 대학살을 벌이려고 해서 벌어졌다.’
‘결코 허락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러나 머릿속에서 더 이상 행성을 오염시키지 말라고 경고하자 거짓 신은 사라지라고 외치는 반역자들의 모습과 그들에게 당한 모욕들이 되살아났다.
정신체가 되어서 유일하게 안 좋은 점이 이렇게 어떤 수치스런 기억도 잊혀 지지가 않는다는 점이었다.
결국 완전히 반대하지는 못했다.
“그것은 너무 과한 조치가 아니실지?”
“조금 더 온화한 방식이 좋을 듯합니다.”
이미 소유권까지 팔았지만 지성체들이 몰살하는 꼴을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비록 휘하의 초월자들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지만 그런 사태가 벌어지면 절반이상은 이탈할지도 몰랐다.
더구나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팔아넘긴 그런 대량학살이 벌어지면 강경파들과 정말 전면전쟁을 벌여야 할지도 몰랐다.
초월자들이 처음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하자 차원창세신 코아는 너무나 기쁜 미소를 지었다.
마치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말이다.
“조금 심하겠지?
후후후후후후-! 그럴 것이야.
인간의 일은 인간이 해결해야지.
아무리 쓸모없고 방해만 되는 인간이라도 같은 인간의 손에 심판받아 죽어야 공평하지.
그렇지 않은가?”
“그......... 그렇습니다.”
뭔가 동의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확 닥쳐왔다.
하지만 분명 이대로 지성체들의 이기적인 관리에 내버려두면 대부분의 행성이 무분별한 자원채굴과 환경오염으로 파괴될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과감한 조치가 반드시 필요했다.
허나 누구도 그런 일을 하려 않고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범죄자 취급을 하니 이제까지 못했을 뿐이었다.
“좋아-! 신족도 깔끔하게 직접개입을 하지 않는 것으로 하지.
지성체의 감정과 사정을 신은 잘 모르지.
그런 신이 주관하는 무차별적인 선별은 나도 지성체 출신의 초월자라서 아주 싫어하네.
인간들끼리 스스로 생존할 가치가 있는지 결판을 보게 하는 쪽으로 하지.
그러니 보상도 걸겠다.
이러면 선별이 아닌 대회가 되겠군.
이건 상관없나?”
그 말에 초월자들은 반색을 했다.
지금과 거의 같이 자유를 보장하는 방식이니 강건파들에게 대학살을 방조했다고 비난 받을 수가 없었다.
“그 정도라면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주변의 이목도 고려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혹시나 몰라서 추가한 말에도 아주 시원스런 대답이 돌아왔다.
“물론-! 나만큼 평판에 신경을 쓰는 창조신도 없다네.”
차원창세신 코아가 아주 흥이 나는지 계약서에 망설임 없이 내용을 기입해 간다.
“직접적인 선별은 금지한다.
대신 보상을 걸고 쟁탈전을 벌이게 해서 자발적이면서 자율적인 통제를 유도한다.
쟁탈전의 참가인원은 나이비율을 고려하여 행성 지성체의 십분의 일 규모에서 동일한 수준으로 제한한다.
전쟁의 승패는 상대의 전멸이나 과반수이상의 피해를 입었을 경우 항복으로 결정된다.
승리한 행성의 지성체는 주신성의 이주에 우선권이 부여된다.
패배한 행성의 지성체에게는 다시 도전권이 부여되고 다른 제재는 하지 않는다.
어떤가?
이 정도면 아주 관대한 조건이지?”
그 말에 초월자들의 얼굴이 확 굳었다.
무차별적인 학살이 아니라 각 행성의 지성체들에게 막대한 보상을 걸고 서로 전쟁을 하게한다는 뜻이었다.
그것도 한 번에 전 인구의 십분의 일을 참전시키는 행성전쟁으로 불필요한 인구 대부분을 줄인다는 무서운 계획이었다.
‘전쟁에 참가하는 인원은 당연하게 각 지성체에서 가장 활기 있고 강한 젊은이들이 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젊은 층을 잃고서 전쟁에 패배한 행성의 지성체들이 어떻게 몰락하게 될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
‘살아남는다고 해도 더 이상 행성을 망칠 정도의 고도의 문명을 유지 못한다.’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면 문명도 반드시 퇴보하게 된다.
다만 여기서 문제가 있었다.
어떤 보상이 있어도 패배하면 행성의 지성체 전체가 끝장이 날 전쟁을 신청할 리가 없다는 점이었다.
‘이성이 있는 지성체들이 미쳤다고 십분의 일의 인구의 희생을 감수하는 행성 전쟁에 나설 리가 없다.’
‘전멸 혹은 과반수의 피해에 따른 항복이면 거의 끝장이다.’
차원창세신 코아도 초월자 출신이니 그걸 모를 리가 없는데 의아한 점이었다.
그리고 다음에 이어지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말에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처음 듣는 단어였기 때문이다.
“쟁탈전의 보상은 주신성(主神星)의 거주권으로 하지.
그럼 충분하겠지.”
“?”
“?”
갑자기 들은 생소한 단어에 초월자들이 의문을 표시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황금착각과 근원이 더 놀라서 외쳤다.
“겨우 이계의 지성체, 그것도 자멸직전으로 행성을 망친 범죄자들에게 주신성의 거주권을 얻을 기회를 주신단 말입니까?
너무 과한 보상이십니다.”
“제정신이냐?
태어난 모성조차 관리하지 못해 멸망하게 한 쓰레기들에게 무슨 보물을 안겨주려는 것이냐?”
이제까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뒤에서 지켜만 보고 있던 두 명이었다.
허나 초월자들은 이들이 거의 일원과 맞먹는 강자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풍기는 기세도 그렇고 자신들은 견디기 힘든 차원창세신 코아의 살기에도 별 두려움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 강자들의 너무 과민한 반응에는 초월자들이 이해를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차원창세신 코아는 더욱 밝은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자기 행성조차 잘 관리하지 못하고 같이 멸망하는 용서 못할 지성체들에게 주신성이 과분하다는 사실은 확실히 맞지.
허나 그래도 한 행성을 제패한 종족이 아닌가?
이건 그런 강함을 증명한 종족들이 전부의 운명을 건 승부다.
그러니 절대로 얻을 수 없는 보상을 걸어주는 것이 신의 자비가 아닌가?
또한 자그마한 섬을 가지고 국가 간의 전쟁조차 서슴지 않을 정도의 강렬한 욕망이다.
그러니 주신성이면 종족 전체의 운명을 걸고 덤벼들겠지.
자신들의 행성이 멸망직전이란 것도 알 것이니 전멸하는 한이 있더라도 계속해서 말이야.
전멸을 각오한 끝없는 도전이라?
안주하지 않는 폭주라는 나의 신성과 너무나 맞는 조치가 아닌가?
푸후후후후후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