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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의 은빛 원통형 거대 구조물인 아르카나 시스템의 포신이 초월자들을 향하자 저절로 오싹해지는 느낌이 전해졌다.
그렇게 하나가 아닌 두 대가 동시에 이계에 모습을 드러내고 차원신계의 신계자아가 보고하는 목소리가 아무런 고저 없이 울린다.
“전송 완료되었습니다.”
우우우우우웅-! 우우우우웅-!
정확하게 동일한 아르카나 시스템이 두 대였다.
초월자들은 연속되는 이상사태에 정신을 차릴 수 가 없었다.
아르카나 시스템은 아주 강력했지만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제조가 어렵고 정기가 많이 들었다.
그래서 전성기의 신족조차 단 한 대밖에 없었는데 차원창조신 코아는 개조 복원만이 아니라 복제까지 해낸 것이다.
이것은 너무나 심각한 위협이었다.
‘만에 하나 두대의 아르카나 시스템을 교대로 쏴대면 여기 영역은 누구도 침범하지 못하는 금지가 된다.’
‘아니 이제 신족의 침략을 걱정해야 해.’
그런데 또 차원창세신의 신언이 신령에 직접적으로 전달되면서 달콤하게 들려온다.
“내가 영구 초월자 대표가 되면 저것도 하나 기증한다.
물론 초월자들도 사용할 수 있게 조정해서 말이야.
반란세력이 날뛰는 적자만 내는 골칫덩어리 행성들은 모두 내가 구입하겠다.
이백 억의 신력제한을 해소할 주신성의 신계의 절반의 권리도 준다.
더구나 최종병기인 아르카나 시스템조차 무상 기부된다.
이 모든 혜택이 나에게 초월자 대표 자리를 주면 끝이다.
다시 말하자면 더 이상 지긋지긋한 지성체 반역자들을 직접 볼 일은 없다.
여기에 앞으로 이계의 통합 본성이 될 정령주신성의 신계 절반에 아르카나 시스템까지 하나 생긴다.
그것도 초월자전용으로 개조하여 기부할 것인데 어떤가?
이런 후한 조건을 제시할 대표 후보도 참 드물지 드물어.”
“...........”
온건파 초월자들은 이제 깨달았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계속 초월자 대표를 달라고 하는 말이 정말 농담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물론 혁명을 같이한 동료도 아니고 혁명의 대상인 신족의 수장인 창조신장이니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너무나 자신만만했다.
당연히 된다고 저렇게 밀어 붙이니 뭔가 생각이 조금씩 변화되고 있었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이계에 진리대리로 온 첫날부터 신족의 배신자들을 처단하는 상식 밖의 일을 벌이면서도 모두 성공했었다.’
‘그러니 이번에도 분명 대표가 될 자신이 있어서 하는 일이다.’
‘생각해보면 전혀 나쁜 일은 아니다.’
‘일원조차 못 당한 가장 강력한 적이 우리 편이 된다는 뜻이 아닌가?’
그리고 다음에 이어지는 말에 모두 생각을 다시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만약 나의 초월자 대표 취임을 거부하면 기부는 당연히 취소네.
저것들은 모두 신족에게 가겠지.
어떻게 사용될지는 상상에 맡기지.”
그렇게 되면 일원이 돌아온다고 해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결국 신족에게 혁명을 했을 때처럼 운명을 건 선택을 해야 할 순간이 왔다는 점을 직감하는 초월자들이었다.
“......... 지금 모두 모이라고 하겠습니다.”
오백억년 만에 이계 거의 전부를 제패한 지배자급 초월자들의 전체회의 개최가 전 이계에 긴급 통보로 순식간에 전파되었다.
비록 초장거리 공간이동은 불가능하나 통신만은 가능했다.
그래서 연결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회의목적은 오직 하나로서 초월자 대표선출을 위한 투표였다.
그리고 대표후보는 차원창세신 코아 하나였다.
유일한 대표후보의 소개로 뜬 내용을 본 모든 초월자들은 어이가 없었다.
이계 진리대리, 이계 창조신장 차원창세신 코아, 그리고 사백구십구 주우주 상급 창조신 대우 차원의 마도신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원이 아니잖아?”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가장 큰 적인 신족의 수장에 다른 세계의 창조신이었다.
유일하게 초월자 대표로서 납득이 가는 부분은 오로지 주우주 초월자 출신이란 단 한가지였다.
그러니 모두 통신을 받고 한참을 생각하다가 한마디씩 내뱉었다.
“......... 장난치나?”
“지배자급 초월자들이지만 오랜 혁명에 드디어 미쳤군.”
“항상 적자라고 골머리가 썩는다고 하더니 뇌가 곪은 모양이야.”
숙적인 신족을 갑자기 초월자 대표로 선출하기 위한 회의라니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곧 심각한 상황임을 파악했다.
회의를 발의한 지배자급 초월자들의 서명이 정확하게 전해진 덕이다.
자신의 이름을 건다는 뜻은 직위가 높을수록 의미가 깊었다.
더구나 이런 논란이 될 일에 직접 서명했다는 뜻은 어떤 반발도 각오했다는 말이었다.
“정말 할 생각이다.”
“전원 집결명령이다.”
회의 참가 자격이 있는 지배자급 초월자들의 수는 십만이 넘었다.
그중 투표 자격이 있는 최고위 지배자급은 일천 정도였다.
그들은 신족의 말살과 운영에 들어가는 막대한 정기를 부담하기에 투표자격이 있었다.
그런 최고위 지배자급 초월자 일천 명 중 육백 명이 대표선출을 요청했으므로 회의는 열려져야 했다.
이렇게 되면 대표선출이 정식으로 제안된 공정한 절차라는 점이었다.
‘미 참석할 경우 부재로 처리되어 투표권 자체가 없다고 정확히 명시되어 있다.’
‘과반수를 확보하고 있으니 반대파는 아예 오지 말란 뜻이군.’
‘정말 통과시킬 자신이 있나?
신족, 그것도 허계의 창조신을 초월자들의 대표로 한다고?’
더욱 가관인 점은 추가로 대표후보로 입후보하고 싶을 경우 반드시 사전에 제공해야 한다는 조건들이었다.
행성 일만 개를 살만한 정기, 그리고 새로운 이계 정신체 본성, 더구나 아르카나 시스템과 같은 수준의 최종병기까지 무상으로 전부 내놓아야 했다.
하나만으로도 어안이 벙벙해질 정도로 막대한 후보참석 대가였다.
“이 말도 안 되는 세 가지가 초월자 대표 후보로 나올 수 있는 조건인가?”
“아예 후보 신청을 하지 말라는 뜻이군.”
당장이라도 현재의 이계 세력구도로 무너트릴 정도의 엄청난 전력이었다.
그리고 차원창세신 코아가 유일한 후보라는 뜻도 알았다.
“차원창세신 코아라는 허계의 창조신은 벌써 제공했다는 뜻인가?”
“허허. 이게 무슨 일인가?”
“가서 직접보아야 하겠네.”
“잘나신 최고위급 지배자들이 무슨 생각으로 허계의 창조신을 대표로 선출하려는지 말이야.”
물론 차원창세신 코아와 대면하고 전장에서 이탈했던 일백 명가량의 강경파와 관망만 하던 중간파 삼백 명은 당장 분노했다.
“이 정기에 미친 것들이-!
정말 허계의 신족을 우리 대표로 올릴 생각인가?
아니 현세계 전부를 주우주에 팔아버릴 생각이냐?”
그러나 아예 무시할 수가 없었다.
온건파지만 과반수였다.
그들이 정식으로 발의했으니 대표선출의 정당성은 확실했다.
만에 하나 이대로 회의가 진행되고 이변이 없다면 정말 차원창세신 코아가 초월자 대표가 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방법이 있었다.
비록 투표권은 없으나 참가자격이 있는 다른 초월자 모두가 회의에 응하지 않으면 명목뿐인 대표였다.
“당장 여론을 몰아서 대표선출 회의 자체를 무효화한다.”
허나 반응은 너무나 뜨거웠다.
회의 장소로 통보된 신족의 경계선에 가까운 지배자급 초월자들이 먼저 세력을 이끌고 집결을 시작한 것이다.
더구나 너무 장거리라서 오지 못하는 다른 지배자급 초월자들도 적극적이었다.
그들은 초장거리 공간이동에 제한이 적은 허상과 같은 분신을 만들어 보내거나 다른 지배자급 초월자들에게 부탁해서 화상이나마 참석하려 했다.
점점 망해가는 절망적인 이계상황에 획기적인 변화를 원하는 초월자들이 이렇게 많았다는 점에 경악할 지경이었다.
그 변화의 주체가 비록 적인 신족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강경파들은 이번 대표선출을 무시하기를 요청한 모든 지배자급 초월자들에게 오히려 회의장에서 발언하라고 면박까지 당해야 했다.
“규정대로 하게나.”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게 진작 막지 않고 뭐 했나?”
“서로 잘났다고 치고받고 싸우기만 하더니 정말 잘 하는 꼴이군.”
“..........”
참석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결국 강경파들도 모두 회의장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경악할 광경을 거기서 보아야 했다.
이계 역사상 처음으로 거의 대부분의 정신체로 진화된 종족들의 대표들이 군집을 한 광경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와글와글-! 우우우웅-!
초월자들의 회의인지 정신체 종족회의인지 모를 정도로 성황이었다.
그리고 일반 행성과는 비교조차 거부하는 크기의 초거대 행성을 배경으로 원래의 포대 모습을 되찾은 아르카나 시스템이 두 개나 떠있었다.
더 놀란 점은 위성 크기의 아르카나 시스템을 마치 의자처럼 써서 근엄하게 앉아있는 거대한 신의 존재였다.
그 거대신은 눈앞에 와서 황송하듯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는 각 종족의 분신과 화상들을 일일이 반기고 있었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이계에서는 처음 볼 정도로 아름다운 미소년의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 있었다.
얼굴에는 한없이 자비로운 미소를 하고 창조신장의 증거인 스물여섯 쌍의 빛의 날개와 한 쌍의 암흑의 날개를 드리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극도로 화려하면서도 위엄이 넘치는 상급 창조신의 정장까지 하고 있었다.
“새로운 이계의 중심이 될 정령 주신성에 어서들 오라.
나는 차원창세신 코아.
세계를 다시 번영으로 이끌기 위한 존재이다.
너와 나, 우리는 같은 정신체이며 진화와 발전의 길을 갈 친구이며 동지들이다.
감정적인 반목과 전쟁을 그만두고 이성적인 협조와 평화를 통해 새로운 시대를 열자.”
창조신장의 신격을 보이는 거대신은 분명 배신자 신족들의 본성을 날려버린 차원창세신 코아가 맞았다.
창조신장은 창조주의 대리인이면서 창조를 대표하는 빛의 존재이다.
그래서 측량할 수 없는 높은 신격과 빛의 권능에 감격하여 눈물까지 흘리는 종족도 있을 정도였다.
드디어 창조주의 자비와 은혜가 돌아왔다고 찬양하는 노래 소리까지 힘차게 울릴 정도였다.
어디를 보아도 반대의 기미는 없고 오히려 대표취임에 대한 축제분위기였다.
그러나 차원창세신 코아가 현세계에 오자마자 신족 전체에게 벌인 일을 아는 강경파 초월자들에게는 날벼락과 같았다.
‘모두 속고 있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저런 자비로운 얼굴과 말을 할 존재가 결코 아니다.’
자신들이 직접 경험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아무생각이나 대가없이 저런 모습을 보일 존재는 전혀 아니었다.
지금은 선출 전이라 저렇지만 대표로 취임하고 나서는 무슨 짓을 할지 모를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저 사기꾼이-!
일단 대표가 되기 위해서라면 연기든 뭐든 무슨 짓이든 하겠다 이거냐?”
“이건 반대가 아니라 회의 자체를 막아야 해-!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허계의 창조신이 초월자 아니 이계의 대표가 된다.”
“하지만 어떻게 막지?”
이미 이 영역 전부를 둘러싼 온건파 초월자들의 군세는 강경파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더구나 다른 종족들까지 모여서 차원창세신 코아를 지지하고 있는 이상 자신들은 다시 극소수였다.
그리고 정신체 종족 모두의 시선은 자신들에게 절대 곱지 않고 반기지도 않았다.
말은 하지 않지만 그 동안 이계의 피폐를 모두 혁명 강경파에게 책임을 돌리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참석을 통보한 대부분의 인원이 도착했음을 온건파 초월자들이 보고하자 거대한 창조신은 아르카나 시스템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창조신장의 신격으로 선언했다.
“내가 대표가 되는 순간 무수한 희생만 낳았던 혁명의 시대는 끝난다.
과거의 문제는 모두 말소하고 가능성 전부를 다시 미래로 돌린다.
그리고 현재 혁명에서 살아남은 존재들이 같이 나아갈 번영의 시대를 열 것이다.
우리는 정신체로서 과거에 당연하게 누렸다가 혁명으로 잃었던 모든 권리와 혜택을 되찾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혁명에서 벗어나 다시 진화와 발전의 길로 간다.”
그 선언에 모든 정신체 종족이 환호로서 반겼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영역 공간 전체가 뒤흔들릴 정도로 열광적인 반응이었다.
강경파들이 보기에는 이것은 도저히 막을 수 없는 흐름이었다.
신족의 잔혹한 선별과 수확에 저항하여 지성체들의 지지를 얻고 초월자들이 혁명을 일으켰던 순간을 보는 것 같았다.
‘우리의 혁명이 끝난다.’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무의미하게 패배하는가?’
‘이런 결말 따위는 인정할 수 없다.’
그러나 혁명은 대다수 피지배층의 지지가 없으면 할 수 없다.
지배역시 그러하다.
이들의 모든 지지를 잃은 자신들은 이제 다시 소수에 약자이면서 지배층이라서 개혁의 대상이었다.
혁명의 대상이 된 냉혹한 현실을 파악한 강경파 초월자들을 전율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