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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흐름을 막기 위한 최후의 방법은 지금 당장 당치도 않은 결과를 이끌어 내고 있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토벌뿐이었다.
그러나 이미 한번 충돌했을 때 힘의 차이는 확실히 절감했었다.
‘일원이 없는 한 오히려 전멸되는 것은 우리들이다.’
‘지금은 열광적으로 새로운 창조주의 대리자인 창조신장을 환호하는 다른 정신체 종족의 참전까지 걱정해야 한다.’
또한 거의 대부분의 빛의 권능을 무효화하는 창조신장의 강력함은 이미 과거에 경험한 적이 있었다.
‘과거 창조신장은 신족 본성을 초월자들의 기습으로 폭파당해서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도 일원과 막상막하로 싸웠던 강자였다.’
만에 하나 정상적인 상태였다면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지 모를 정도로 창조신장이란 존재의 권능과 힘은 무서웠다.
창조주의 대리인이라는 말이 괜히 붙는 것이 아니었다.
‘이건 위기다.’
‘잘못하면 끝장이야.’
도처에서 신족의 창조신장의 강림을 반기는 환호만이 울린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과거 신족의 압제에 초월자들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여기에 과반이 넘는 온건파 지배자급 초월자들조차 허계의 창조신을 지지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가장 절실하게 일원이 필요했다.
언제나 가장 앞에서 모든 적의 공격을 막아내던 일원이 없으면 더 이상 신족에 대한 혁명을 계속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버티어야 한다.
이렇게 허무하게 끝내려고 오백억년을 혁명을 위한 전쟁터에 있지 않았다.’
‘일원-! 어디 있느냐?’
‘지금 네가 없으면 정말 혁명은 끝이다.’
그러나 갈수록 의지가 약해져 간다.
부하들에게는 새롭게 만든 가족과 동료, 부하들이 있었다.
자신들도 과거 혁명 때처럼 신족에게 모든 것을 잃은 홀몸이 아니었다.
오백억년동안 투자하여 만든 거대 세력의 수장들이었다.
이걸 다시 전부 잃을 각오를 하고 모든 것을 걸고 싸운다는 결정은 감당하지 못할 무게였다.
‘무엇보다 명분이 없다.’
‘무얼 위해 싸운다고 나설 것인가?’
과거에는 정신체의 근본인 지성체들의 생존권을 지켜야 한다는 공통된 지상명제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너무 달랐다.
지성체들의 무분별한 오염과 파괴로 인하여 정기생산이 가능한 행성들의 급감하고 있었다.
그로 인한 정신체들의 분노는 이미 폭발직전이었다.
물질문명에 물들어 가장 중요한 행성까지 오염시켜 파괴시키고 있는 지금의 지성체들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선언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진퇴양난이로군.’
‘드디어 터진 셈이야.’
여기에 이제까지 초월자들의 지배에 냉소만 보내던 다른 정신체 종족들의 엄청난 호응에 신이 난 온건파 초월자들이었다.
투표권은 없지만 지배자급 초월자들까지 나서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자리를 만들어주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투표권이 있는 지배자급 초월자들의 자리가 바로 아르카나 시스템의 바로 위였다.
온건파 초월자들의 군세가 직접 변화의 권능을 발휘하자 포신의 표면이 의자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이미 자리를 잡은 온건파들은 강경파들의 모습을 직접 보고서도 잠시 흠칫하면서 놀랐지만 덤덤하게 자리를 내주었다.
아직은 같은 편이었다.
‘초월자들이 아르카나 시스템을 통제하고 있는가?’
‘정말 운용권리를 넘겼군.’
그러면 바로 눈앞에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크기와 정기를 가지고 있는 거대행성의 절반의 관리권한까지 부여했다는 뜻이었다.
이러면 강경파 초월자들도 결국 말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저 정도의 권리와 기회부여는 이제까지 누구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대표가 되기 위해 집단에서 세워야 할 전공과 업적을 정기로 사버린 셈이지만 치룬 대가가 너무나 크니 뭐라고 할 여력도 없었다.
강경파들은 이제 막을 수 없는 흐름을 느꼈지만 자꾸만 아쉬움이 커져갔다.
‘초월자 대표가 된다면 당연히 일원이라고 누구나 생각했지만 본인이 신족이라고 사양했었다.’
‘지금이라도 일원이 대표를 수락한다면 상황이 바뀔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무 늦는군. 아니 늦었다.’
‘복귀한다고 해도 이 정도의 대가를 지불할 수 없다면 끝이야.’
대표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대가를 조직에 지불해야 한다는 사례가 관례가 되어버린 셈이다.
강경파들도 더 이상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자신들의 자리에 가서 앉았다.
이제 서로 인사를 드린다는 다투는 소란도 가라앉고 장중한 신력의 울림만이 가득하다.
우우우우우-!
투표권이 없는 다른 정신체 종족들의 대표는 거대화한 차원창세신 코아가 의자로 쓰던 아르카나 시스템에 마련된 자리에 조용히 앉아있었다.
회의장을 뒤집어 버릴 기세로 왔던 강경파들은 침묵만 할 뿐이었다.
새로운 창조신장의 출현에 대한 온건파만이 아니라 정신체 종족들의 대대적인 호응으로 이미 대세가 기운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미 대표가 된 듯이 가장 높은 자리에서 모두를 내려다보는 거대한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력과 신격에 투기조차 발산할 수가 없었다.
“초월자 대표선출 회의를 시작합니다.”
드디어 역사적이면서도 아주 기묘한 대표선출이 시작되었다.
차원창세신 코아의 바로 옆에 떠있는 근원과 황금착각은 지금도 왜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게 말이 되나?
지성체들의 수호신으로 살던 너의 경험에도 이런 일이 있었는가?’
‘당연히 없습니다.
아무리 유능한 적장을 잡아도 전쟁 중에는 등용 권위보다 일단 목을 베어야 정상입니다.
아직 싸우고 있는 적의 장수를 어떻게 믿고 중용해서 병력을 맡긴단 말입니까?
그것도 적국의 왕을 아국의 왕으로 삼으라고요?
어떤 대가를 주어도 정상적인 감정으로는 절대 이럴 수 없습니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왜 이렇게 되는지 설명해주면 간단하지만 지금은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창조신장이자 완전히 신족으로서 극히 아름다운 얼굴과 신격을 드러낸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항상 지켜보던 자신들이 보기에도 완전히 다른 존재로 인식될 정도로 엄청난 위엄이 있었다.
거의 같은 주우주 창조신의 신격을 가졌는데도 저절로 고개를 숙이고 싶을 정도였으니 다른 하위의 존재는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마치 인간이 신을 만난 것처럼 여기저기서 두 손을 모으고 눈물을 흘리면서 기도하는 존재들은 드물지가 않았다.
비록 신격은 부족하지만 저들이 가진 종족의 대표라는 직위와 경륜을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너무 과격한 반응이었다.
‘뭔가 직접 신을 만난 광신도들처럼 미쳐 돌아가는 분위기인데?
이것도 설마 차원창세신 코아님의 권능인가?’
‘확실히 정상은 아닙니다.’
‘이러다 우리 할 일이 아예 없어지는 것 아니야?’
‘그럴 리는 없습니다.
차원창세신 코아님이 어떤 분인데 편하게 내버려두겠습니까?’
어느새 존칭까지 자연스럽게 붙이고 있는 근원이었다.
이렇게 근원과 황금착각이 나누는 의지교환을 들은 차원창세신 코아였지만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단지 최대한 신력과 신격을 발휘하면서 현재의 창조신장의 신격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서 정신이 없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은 지금은 잠들어 있는 이계 창조주의 존재감 구현이었다.
‘잘 되어간다.
이계에 존재하는 모든 지성체와 정신체의 근본인 창조주의 존재감이다.
이계라면 반역자든 혁명자이든 일단 무조건적인 존경과 호감을 보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오백억년을 대면하지 못했으니 효과가 더 크지.’
여기에 지금 진리와 직결되어 있으니 더욱 강렬한 창조주의 존재감을 불러낼 수 있었다.
너무나 강력한 창조주인 진리의 존재감은 허약한 이계의 정신체들에게 강렬한 충성심을 끌어냈고 그것이 지금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물론 써클조차 짐작하기 힘든 진리와 연결을 강화하는 행위도 절대로 무사할 리가 없는 지극한 무리였다.
조금 강화한 연결을 통해 권능과 힘의 파동이 해일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시각적인 효과를 보완하기 위해서 몸을 거신족으로 만들었으니 더욱 그러했다.
그렇다고 지금 멈추면 막대한 투자가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 있으니 억지로 버티고 있었다.
‘제길-! 또 죽을 지경이로군.
그러나 어떻게든 투표가 끝날 때까지는 지금 상태로 버티어야 해.
빨리 진행을 해라.’
선출회의는 간단했다.
한명씩 일어나서 찬성과 반대를 표현하고 간단한 이유를 밝혀야 했다.
온간파 초월자부터 시작하여 빠르게 찬성표가 올라가는 것을 지켜보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한편 절대거리 코아에 날려진 이계 일원은 너무나 빠르게 이계를 가로질러서 반대편가지 도착해 있었다.
언변에 휘말려서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 어처구니가 없는 패배와 같은 결과였다.
마음속을 뒵집는 패배감과 자괴감에 미칠 것만 같았다.
여기에 탈출을 수없이 시도하느라 대부분의 정기를 사용하여 신력고갈 상태였다.
그리고 아무리 해도 벗어날 수 없었다.
차원창세신 코아의 권능에 대한 무력감 때문인지 계속 비명과 같은 신음을 내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그러나 어느새 도착해버린 현세계의 경계막을 느끼면서 최후의 기력을 짜내어서 다시 탈출을 시도한다.
허나 절대거리 코아는 정말 일천 주우주의 사정거리를 가졌는지 아무리 해도 추진력이 줄어드는 기세가 보이지 않았다.
절대기 파이를 밀어붙이고 있는 집체만한 검은 구슬조차 파괴불능이었다.
멀쩡한 상태로 세계에서 추방하다니 정말 누구라도 걸리면 치를 떨만한 권능이었다.
‘소속된 세계인 이계를 벗어나면 아주 느린 회복의 기회조차 거의 없다.
그런데 정말 일천 세계를 바깥으로 밀려나면 복귀할 수 있을지 장담을 할 수가 없었다.’
황급하게 뒤를 돌아보자 이미 현세계의 경계선인 반투명한 막이 보였다.
‘이대로 날려지면 정말 마지막이다-!’
다시 절대기 파이의 권능으로 공간을 잡아서 저지하려 했다.
그러나 절대거리 코아는 현재 절대계 회색의 절대자의 대표권능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어떤 권능을 사용해서 저지를 하려고 해도 오로지 밀어붙여 날리기만을 계속한 것이다.
그리고 등에 이제까지 겪지 못한 충격을 느낀 순간 눈을 감았다.
투아아아아아아아앙-!
드디어 현세계의 경계막에 충돌한 것이다.
‘끝장이다.’
남겨놓고 온 혁명의 동지들에게 차원창세신 코아가 무슨 짓을 할지 너무나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의 안위조차 장담할 수 없는 엄청난 위기였다.
그런데 익숙한 신력과 권능들이 느껴졌다.
지지지지지직-! 우우우우웅-! 파아아아아앙-! 두우우우우웅-!
경계막을 뚫고 나가려는 자신과 절대거리 코아를 네 겹의 강력한 방어막이 막아선다.
이제까지 너무나 원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신족에 대한 혁명을 위해 적으로까지 돌린 과거의 동료인 십중심들이 전력으로 도우러 나선 것이다.
비록 신력의 출력은 형편없이 부족하지만 십사 써클의 절대권능들이 동시에 절대거리 코아의 추진력을 막아냈다.
그 결과 절대거리 코아의 끝없는 추진력이 일순이나마 멈추었다.
한치의 틈도 보이지 않고 밀어붙여오던 거대한 검은 구슬에서 절대기 파이를 빼낼 수 있을 정도였다.
“너희들-!”
감격인지 의문인지 모른 일원의 부름에 긴 흰 수염을 나부끼면서 신력을 쏟아 붓고 있는 대신이 소리를 쳤다.
“일원-! 대화할 여력이 없다.
이건 우리의 허용범위 밖의 고출력이다.
지금 절대기 파이로 경계막에 너를 고정해라.
이 기회를 놓치면 우리도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