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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생존전략-836화 (836/1,533)

<-- 전방(前方)과 후방(後方) -->

차원창세신 코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허무의 베인의 멱살을 잡은 손을 풀어주었다.

딱-!

그런 다음에 뒤를 돌아보는 시선에서 정말 죽여 버리겠다는 살기가 은근하게 퍼진다.

동료를 죽이라고 고발을 한 입장이 된 허무의 베인은 은근히 죄책감이 들어서 변명을 해주었다.

“불복종의 권능이 그렇다 보니.........”

그런데 차원창세신 코아가 아공간 속에서 두루마리를 하나 꺼내더니 읽으면서 말한다.

“맨 앞에 선 저 놈이 불복종의 디스라고 했지?

여기 있군.”

그것은 진리에게 넘겨받은 칭호를 받은 존재들의 연명부였다.

거기에는 최초의 칭호부터 변화과정, 위치까지 전부 적혀있었다.

불복종의 디스라고 적힌 이름과 세부 내용을 허무에게 보여주면서 말했다.

“불복종의 디스는 진리님에게 칭호를 처음 받았을 때는 절대복종이 아니었나?

어떻게 살아야 절대복종이 불복종이 될 수 있지?

내가 칭호의 변질에 대해서 저번에도 경고했지?

제대로 하지 않으면 맞는다고 하지 않았더냐?”

그 말에 은근히 불안해졌지만 그래도 동료가 죽는 꼴을 보기는 싫었다.

“워낙 이계가 살기 힘들다 보니 .........”

“호오? 아직도 감싸나?

그러고 보니 너도 원래 칭호가 허무가 아니었지?

어디 보자.”

결국 자신의 과거에게까지 문제가 번지자 다급하게 외치는 허무의 베인이었다.

“저 놈은 원래 반골입니다.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동료고 뭐고 반드시 숨기고 싶은 과거가 만천하에 공개되는 계기가 된다면 용서할 수 없었다.

갑자기 거세진 허무의 투기를 느끼면서 차원창세신 코아는 그럼 그렇지 하는 얼굴을 지었다.

허무의 베인이 가진 접촉하는 모든 존재와 권능을 완전히 지우는 파괴적인 칭호 특성으로 보아서는 절대로 온화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 놈은 역시 나와 동류다.

세상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아꼈으나 배신당하고 파멸했다가 힘겹게 기어오른 존재다.

남에게 잘 대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궁지에 몰리면 바로 잔혹한 본색을 드러내지.

지금은 단지 과거의 나처럼 조금 살만하니 이상적인 생각을 했을 뿐이다.’

약간의 협박으로 제정신이 돌아 은 모양이니 다음에는 마치 교과서를 읽듯이 지시를 했다.

“여기 도착하기 전에 전원을 되돌려 보내.

그리고 말 안 듣는 부하는 공개적으로 힘으로 굴복을 시켜.

뭐 하러 남보다 강한 힘을 길렀나?

이럴 때 편해지려고 수련하는 것이다.

그리고 납치해서 감금한 나쁜 놈과 착한 분들은 당장 목을 잘라서 처단........ 아니 잠깐만.”

아공간에 단체로 묶여있는 방해물들을 보다가 좋은 생각이 난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그리고 바로 웃으면서 칭찬을 시작했다.

“하하-! 그러면 되겠군.

그거 좋네.

아주 좋아.

이번에는 정말 잘 했다. 허무.

바로 안 죽이고 잘 모아놓았다.

앞으로도 모아라.”

“예?”

갑자기 칭찬이 쏟아지자 허무의 베인이 뭐라고 묻기도 전에 다시 수정된 지시를 내렸다.

“저것들을 이대로 몽땅 잘 포장해서 신족의 본성 서우리나로 옮겨라.”

“?”

저들이 워낙 고위신이고 잘 알려진 존재들이니 납치도 힘들고 숨기기도 어려웠다.

그리고 지금 신족은 전쟁 외에 유명한 고위신들의 계속되는 납치와 실종에 발칵 뒤집혀진 상태였다.

실종된 존재들의 특성을 분석한 듯 점차 경호도 심해져서 납치는 더 이상 불가능하고 힘으로 강탈을 해야 할 지경이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고위신인 이들의 납치로 신족은 지금 막대기로 쑤셔놓은 말벌 집 상태인데 거길 왜 또 가?’

갑자기 경계가 가장 삼엄한 서우리나로 대상 전부를 옮기라니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도 하기는 해야 했다.

‘그래도 싹 죽이라는 명령보다는 났다.

악한 신들은 본성에 가두고 선한 신들은 풀어주실 생각인가?

그러면 큰 문제가 없겠지.’

그런데 차원창세신 코아가 담담하게 하는 혼잣말을 듣고 경악을 하고 말았다.

“역시 절대독재의 백미는 공개 집단처형이지.

그럼 바로 공포정치의 시작이지.

하루에 두 명씩 꼬박 꼬박 죽이는 것보다 모아서 한꺼번에 처단하는 것이 효과가 더 낫겠군.

최고위원회 광장에 전 신족을 모아놓고 처단해하고 그 다음에는.........”

“!!!”

그리고 차원창세신 코아가 부지런히 중얼거리면서 공개 집단처형 이후의 사태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니 솔직히 제정신인지 의아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이런 엄청난 대화가 주변에 새어나지 않게 확실하게 만든 차원결계를 봐서는 확실히 이성적이었다.

이런 지시에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영 헷갈리는 허무의 베인의 귀로 익숙한 목소리가 울렸다.

드디어 도착한 불복종의 디스였다.

“칭호를 받은 존재들의 새로운 대표인 불복종의 디스가 차원창세신 코아님께 인사드립니다.”

필사적으로 따라붙었는지 숨을 헐떡이면서도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말도 흐트러짐이 없는 모습이었다.

덕분에 장래 구상을 위한 집중을 방해받은 차원창세신 코아의 얼굴이 확 굳었다.

소개도 기가 찼다.

‘칭호를 받은 존재들의 새로운 대표라고?

누구 마음대로?

전임자인 허무의 베인이 저렇게 멀쩡한데?’

자신이 아는 한 강자만을 존중하는 진리 휘하의 존재들은 결코 곱게 윗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후임자에게 패배하여 쫓겨나거나 소멸 되던가 둘 중 하나였다.

그런데 아무 탈도 없이 멀쩡한 허무의 베인을 물끄러미 쳐다보자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대충 짐작은 갔다.

‘또 부하들의 다수결이냐?

강자 우선의 원칙은 어디 갔어?

이것들은 도대체가 진리의 휘하라는 자각이 전혀 없어.’

제대로 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눈을 확 부릅뜨자 푹 숙여서 시선을 피한다.

자신도 이 상황을 잘 모르겠고 칭호를 받은 존재들의 대표 자리는 포기하겠다는 뜻이었다.

“........”

허무의 베인은 그렇게 대표 자리를 내 놓겠다는 의사를 확실히 하면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평상시라면 뒤통수를 친 불복종의 디스를 가만 안 두었겠지만 지금 상황은 아니다.

오히려 고마울 지경이로군.’

악한 신이야 죽였다면 칭송받겠지만 명성이 자자한 선한 신들은 죽이면 후환이 두려운 것이다.

더구나 신족의 본성 서우리나의 대광장에서 공개처형을 준비하라니 그런 미친 짓을 할 수는 없었다.

‘불복종의 디스가 뒤따라오는 준비를 하면서 다른 놈들하고 자기가 대표하겠다는 이야기를 마무리를 한 모양인데 차라리 잘되었다.

네가 대표해라.

더 이상은 위험해서 못 해먹겠다.

신력을 올리는 것도 좋지만 신족의 공적, 아니 전 지성체의 공적이 될 수는 없지.’

이대로 칭호를 받은 존재들의 대표를 유지하면 수백 명이 넘는 고위신을 공개처형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차원창세신 코아를 바로 상대해야 했다.

그것도 저 멍청한 놈들을 관리까지 하면서 말이다.

‘나 혼자 잘해도 아슬아슬한데 덜 떨어진 놈들까지 책임졌다가는 목숨이 몇 개 있어도 부족하겠다.

이렇게 귀가 얕아서 부화뇌동을 잘하면 절대로 부하로 두어서는 안 되었다.’

덕분에 왜 칭호를 받은 존재들이 독립 세력이 되지 못한 이유를 이번에 절감했다.

단순한 역량부족이었다.

‘신족이나 초월자들의 견제가 문제가 아니었어.

칭호를 받은 존재들이 조직을 이루기 위해서는 미래를 보는 안목과 인내가 부족해.

아니 조직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마음이 가장 부족하군.

고생 좀 더해야 하겠어.’

아무리 자신이 강하다고 해도 준비가 안 된 조직의 수장을 덜컥 맡았다가는 같이 몰락한다.

그래서 아무 미련도 없이 칭호를 받은 존재들의 옆을 떠나서 재빨리 차원창세신 코아의 뒤로 위치하는 허무의 베인이었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솔직히 하는 행동을 보아서는 ‘미친 회색의 현재는 역시 미쳤다.’라는 평가에 동감이다.

하지만 그래도 강자는 챙겨주고 보상도 확실했다.

그러니 완전히 떠날 수는 없었다.

‘이계에서 이 이상의 보상을 줄 존재가 없는 이상 반드시 붙어있어야 한다.’

그렇게 허무의 베인이 재빨리 개인자격으로 입장을 정리한 모습을 보고 불복종의 디스는 불길함을 심하게 느꼈다.

아니 차원창세신 코아가 아주 못 마땅한 시선으로 자신과 칭호를 받은 존재들을 쳐다보고 있는데 눈치를 못 채면 바보였다.

‘대표 자리를 과반수를 핑계로 가로챘는데 속 시원한 표정의 허무의 디스가 굉장히 신경이 쓰인다.

저 힘내라는 눈빛과 정말 안 되었다는 표정은 또 뭐야?’

아예 근원의 옆으로 가서 공손한 자세로 서 있는 허무의 베인을 본 차원창세신 코아의 눈초리는 더욱 일그러졌다.

저러는 이유는 바로 깨달았다.

‘갑작스럽게 단체 공개처형을 도우라는 지시가 너무 과했나?쯧-! 초월자들을 너무 쉽게 처리해서 방심했군.’

너무 어려운 지시를 받았고 마침 불복종의 디스가 대표라고 자처하니 아예 골치 아플 것이 당연할 자리를 내놓을 모양이었다.

‘후임자보다 무능하면 상관없는데 더 유능하니 문제다.’

허무의 베인은 주우주에서도 어느 정도 통할 정도로 강하다.

불복종의 디스도 이계에서는 쓸 만한 수준이고 우수했지만 그 정도로는 많이 부족했다.

동급의 칭호를 가진 존재들이 아니라 다른 정신체들이 누구나 인정할 만한 강함을 지니지 않으면 앞으로 일은 하지 못한다.

‘높은 자리가 어울리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직위에 어울리지 않는 놈들이 자리에 앉으면 모두 잡아먹고 견디는 놈만 살려놓으니 그렇게 보일 뿐이지.

불복종의 디스는 아무리 보아도 대표로는 부족하다.’

불복종의 디스는 보아하니 쓸데없는 욕심을 부리는 전형적인 모사꾼이었다.

조직의 불만을 파악하고 기회를 봐서 대표 자리를 차지한 것은 현자 대표인 회색의 절대자로서 칭찬할 만한 성과이지만 시기가 영 아니었다.

‘평화로운 시기도 아니고 이계 전부의 운명을 건 사업이다.

후방에서 앞장서서 움직여야 할 칭호를 받은 존재들의 대표가 잔머리만 돌리는 약골이면 큰일이다.’

무엇보다 모사는 발전단계의 대표로서는 불합격이었다.

막 형성된 조직에 강력한 지도력과 힘이 없는 대표가 없다면 약간의 고난으로도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슬쩍 정기술에 취해 떠들썩한 초월자들의 잔치자리를 쳐다보았다.

‘대표자리가 장기간 공석이었던 초월자들처럼 아주 쉽게 흔들린단 말이지.

그런 꼴로 만들 수는 없지.’

속마음이 그렇지만 일단 칭호를 받은 존재들의 의견을 모아서 대표가 되었다니 한번 맡겨보기로 했다.

그래도 자신은 빛의 신족인 마도신이니 여론을 완전히 무시하지는 않았다.

참고 정도는 해야 관대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네가 칭호를 받은 존재들의 대표라고?

감당할 수 있겠느냐?”

차원창세신 코아의 물음에 힘차게 대답하는 불복종의 디스였다.

“예. 맡겨만 주십시오.

칭호를 받은 존재들과 한마음으로 높은 성과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불복종의 디스는 허무보다 능력은 떨어지지만 집단을 이끄는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했다.

허나 다음 지시에 멍청해지는 기분이었다.

“좋아-! 맡겨보겠다.

허무에게 방금 한 지시를 너에게 다시 한다.

지금 잡은 나쁜 놈들과 좋은 분들을 모두 서우리나의 대광장으로 압송시켜.

전부 공개처형한다.”

“예?”

뭔가 잘못 들었는지 얼빠진 대답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온다.

‘공개처형?!

악한 신들은 상관없지만 선한 신들도 있는데?

왜 그런 비난 아니 탄핵 받을 짓을 해?’

그리고 다시 주변에 물어서 확인하려 했다.

하지만 뒤에 서 있는 칭호를 받은 존재들도 충격을 받았는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럼 방금 들은 말이 사실인 것이 확실하다는 뜻이었다.

머리가 빙글빙글 돌면서 위험경고를 마구 띠운다.

‘하루에 두 명씩 고위신을 꼬박꼬박 납치했더니 신족들이 아주 난리이다.

범인을 찾으면 반드시 처단한다고 지역전체를 뒤집을 정도인데 본성에서 공개처형을 해?

만에 하나 칭호를 받은 존재 아니 내가 주동자이라는 소문이 나면 끝장이다.’

신족이 아무리 몰락했어도 아직 자기 지역에서는 지배세력이고 창조신들도 무사하니 저력도 충분히 있었다.

그리고 자신은 어디까지나 독립 세력의 대표가 되고 싶었지 십억이 넘는 신족을 적으로 돌릴 생각은 전혀 없었다.

더구나 공개처형을 하는데 앞장서서 압송하라니 빼도 박도 못하고 신족의 적이 될 판국이었다.

“.........”

할 말을 잃은 불복종의 디스를 보고 혀를 차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쯧쯧-! 무슨 생각을 하는지 손에 잡힐 듯이 보인다.

역시 글렀군.

생각이 많아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느리다는 점이 모사 아니 현자의 약점이지.’

성공확률이나 이해득실을 따지다가 대처가 늦어지는 것이 모사나 현자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평상시라면 신중해서 좋으나 지금과 같은 격변기에서 조직의 대표로는 치명적인 결점이었다.

“쯧-! 주어진 기회에 목숨을 걸고 이득을 쟁취하지는 못할 만정 위험부터 계산해?

그리고 평판에 신경을 써서 무슨 대표를 한다고?

대표 자리가 좋아만 보이더냐?

부하가 지는 부담 전부보다 더한 무게를 감당할 자신과 능력이 없다면 물러나는 것이 좋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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