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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생존전략-839화 (839/1,533)

<-- 전방(前方)과 후방(後方) -->

역시 이어지는 말도 뭔가 지극히 사감이 넘쳐나는 말이지만 나름 설득력은 있었다.

그 정도의 강자들이 아니면 고위신의 은밀한 납치는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치안담당 주신은 모처럼 주변이 수긍하자 기세를 탄 듯이 목소리가 올라간다.

‘드디어 개인의 강함만 믿고 멋대로 설치는 칭호를 받은 존재들을 싹 처리할 기회다.’

일족도 없이 진리에게 재능을 인정받았다고 고개에 힘을 주는 것부터가 아주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동안 기회만 노렸는데 이번에는 통할 분위기였다.

“그리고 본성의 고위신들도 사라지고 있다.

본성 외곽은 진리 친위군이 지키고 있고 내부는 신계의 철저한 통제에 있다.

최정예 전력의 방어와 철통과 같은 경계태세를 뚫고 고위신들을 누구도 모르게 납치할 수 있는 능력자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나?

이건 최고위원회의 창조신님들도 불가능하다.”

약간 흥분을 한 듯이 치안을 맡은 주신이 책상에 놓인 보고서의 일부를 공중에 띄워서 확대했다.

서류에 나타난 몇 명의 얼굴들이 크게 확대된다.

현세계에서 강자들로 유명한 존재들이었다.

대부분 칭호를 받은 존재들이었는데 가장 유명한 한명을 지목하고 목소리를 높여서 주장을 시작했다.

“신계와 내가 뽑아낸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칭호를 받은 존재들 중 최강이라는 허무다.

접촉하는 모든 것을 소거하는 그 불길한 권능만이 어떤 증거조차 남기지 않는 이런 불가사의한 대량 납치를 가능하게 한다.

당장 허무를 수배하고 억류해야 해.

행방불명이 되었다고 보고되어 확인해보니 납치로 의심되는 고위신들의 수만 해도 일천 명이 넘었다.

이건 또 하나의 전쟁이다.”

그런데 주신들의 표정은 영 내키지가 않았다.

치안담당 주신이지만 어디까지나 연줄이고 일족의 힘이었지 전문성은 주신급보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일족을 동원해서 질서와 치안을 유지하라고 했더니 지극히 감정적인 대응으로 문제를 일으킨 적도 많았다.

‘가끔 건 들여서는 안 되는 존재들까지 시비를 건단 말이야.’

재능부족인지 노력부족인 모르지만 주신들 중에서도 하위라서 진리에게 강함을 인정받은 칭호를 받은 존재들에 대한 질투도 대단했다.

‘조용히 자리나 지킬 것이지.’

‘또 시작이다.’

저렇게 범인이라고 장담하고 개인감정을 집어넣어서 문제를 일으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비록 일족의 대표라지만 오리진도 아니었기에 상당히 위험한 짓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노리는 상대도 큰 문제였다.

허무는 증거가 없는데 의심만으로 체포할 수 있는 약한 존재가 절대로 아니었다.

적어도 최고위원회의 창조신님들이 몇 분이 동시에 나서야 처리할 수준이었다.

“의심만으로 허무와 칭호를 받은 존재들을 체포하자고?”

“허무를 정확한 증거도 없는데 체포?”

“적을 늘릴 생각인가?”

“누가 잡을 것인가?”

“네가? 설마?”

치안담당 주신 혼자만으로 당연히 허무를 상대할 수 없었고 허무가 그 동안 쌓아온 공적도 컸다.

그리고 신족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던 과거의 행적보다 허무라는 칭호가 가진 위험성은 심각했다.

접촉해서 부상을 당하면 영구손실이 되고 재생하려면 엄청난 정기와 노력이 필요했다.

‘자칫 잘못하면 신체와 신령의 일부가 영원히 사라지지.’

‘주신 체면에 장애인이 될 수는 없다.’

그래서 제압을 위해 투입된 전력은 심각한 손실을 각오해야만 했다.

그러나 치안담당 주신은 포기하지 않았다.

치안을 유지하는 의무에 당연히 신원조사와 안전관리도 끼어있었다.

그런데 거의 일천 명이 넘는 고위신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엄청난 사태였다.

그걸 치안담당들은 모르다가 군부에서 추가 징병을 위해 위치조사를 하다 밝혀 져버렸다.

이번 일은 자신의 안위는 고사하고 일족까지 위험할 지경이었다.

‘지금 흥분상태인 창조신님들이 당장 목을 자르겠다고 나서도 이상하지 않은 비상사태다.’

그래서 이미 여러 번 의제를 삼고 적극적으로 행방불명자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상하게 다른 주신들의 반응이 영 미지근했다.

전쟁 지원으로 바쁘니 실종의 탐색은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주장이 대부분이었다.

실종된 고위신들이 대부분 추가 징병대상자라서 군부의 압력도 엄청났다.

흔적도 없는 납치범과 주변의 압력에 이제 인내의 한계를 경험하고 있는 치안을 맡은 주신은 소리를 높여서 주장했다.

“이해를 못 하겠는가?”

전선에 투입하기 위한 추가 징병을 위한 조사과정에서 행방불명으로 보고되는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납치된 피해규모도 밝혀졌다.

일 년 동안 행방불명이 된 수는 일천 명이 넘는다.

대상은 악신이나 선신 중에서 가장 뛰어난 부류부터 사라지고 있다.

이미 그 쪽으로 치안력을 집중하고 있는데 이놈들은 그런 감시와 경호를 비웃고 거의 하루에 네 명 꼴로 납치하고 있단 말이다.

이건 심각한 공권력에 도전이자 우롱이다-!

전력으로 먼저 배제해야만 한다.”

“하루에 네 명씩?”

“일 년 동안 일천 명 이상이나 행방불명되었어?”

그 말에 놀라는 일부 주신들의 반응을 등에 업고서 아직도 찬성하지 않는 대부분의 주신들을 노려보면서 외쳤다.

“왜 침묵하는가?

너희들의 직계 중에서도 갑자기 행방불명되어서 납치가 의심된다고 보고된 건수도 많은데?

이걸 넘어갈 것인가?”

“.......”

허나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서 전쟁이 우선이니 일단 추적보다 조사부터 하라는 결정이 내려지자 분통이 터진 치안 담당자였다.

“너희 직계들도 일부가 사라졌지 않는가?

도대체 왜 반대하느냔 말이다.”

직계들이 큰 범죄를 저질러도 없는 것으로 해달라면서 뇌물을 주면서까지 애지중지하던 주신들이었다.

그런 직계들이 완전히 행방이 묘연한데도 실종신고만 하고 무관심했다.

이건 지극히 비정상이었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선전적인 말까지 하고 있었다.

“내 직계보다 신족의 일이 우선이다.”

“일단 전쟁의 지원이 우선이다.

최전선에서는 지금도 창조신님들이 사투 중이시고 투신들도 수백 명이 죽어서 부활을 반복하고 있다.”

“겨우 자식을 찾는 일에 신계의 전력을 쓸 수 없다.”

“........”

지배층으로서는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뭔가 굉장히 이상한 느낌이었다.

‘이런 말을 하는 주신 놈들의 대부분이 평소에 신족보다 자신의 안위와 일족의 번영을 중시했던 존재들이다.

설마 이놈들이 연관되어 있나?

전쟁의 혼란 속에서 유력한 경쟁자들을 제거할 생각인가?’

더욱 의심과 의문만 증폭되었다.

그리고 절대로 물러날 상황이 아니었다.

“추가 징병할 고위신이 부족하고 지금도 계속 사라지고 있어.

참전시킬 대상을 선정해서 찾아가 보면 이미 납치되고 없어.

당장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이 납치범들을 잡아야 해.

창조신님들이 요구하신 고위투신들의 추가전력 확보에도 심각한 문제란 말이다.”

“..........”

“..........”

허나 주신들은 더욱 대답이 없고 단지 자신들의 일로 돌아갈 뿐이었다.

현재 일어나는 납치사태의 책임이 있는 치안담당 주신으로서는 속이 시꺼멓게 타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창조신님들이 고위신 전력을 추가로 확보하지 못하면 나를 가장 먼저 끌고 간다고 했단 말이다.

그런데 어떤 미친놈들이 하필 이럴 때에 고위신들을 납치하고 있느냔 말이다.

그것도 하루에 네 명 이상씩을-!’

가장 큰 문제는 인망이 높은 선신들의 납치였다.

악실들처럼 서로 죽이고 죽일 리가 없는 선신들이니 분명 전원 납치였다.

그래서 경호를 붙이고 모두가 있는 장소에만 있도록 조치를 했다.

하지만 워낙 은밀하고 빠른 존재라서 소용이 전혀 없었다.

‘바로 눈앞에서 사라지니 경호하던 휘하의 신들도 속수무책이라고 한다.’

경호를 늘리려고 해도 연일 계속되는 시위 통제와 반란세력의 억제에 여유가 없었다.

여기에 군부에서는 징집 대상자의 위치를 내놓으라는데 모두 사라져서 책임을 자신에게 돌린다.

이러니 치안담당 주신으로서는 미칠 노릇이었다.

치안담당이 그래도 권력이 있는 자리라고 냉큼 받았던 결정이 지금처럼 후회가 된 적이 없었다.

‘정말 못 살겠다.

이렇게 힘들 때는 확 무슨 일이라도 터져 버려야해.

더 이상은 정말 위험해.

그러나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

하다못해 책임의 분산이라도 해야 한다.’

아직 관심을 끄지 않은 몇 명의 주신들의 작은 지지를 등에 업고서 외쳤다.

“범인은 분명 칭호를 받은 존재들과 허무다.

수배라도 내려야 해.”

“증거가 없지 않는가?”

“증인도 없는데 무슨 수로 유죄를 증명할 것인가?”

“일단 증거와 증인부터 찾아.”

이제 귀찮다는 듯이 대꾸하는 주신들의 대꾸에 절망하는 치안담당 주신이었다.

요즘 늘어나는 반역세력들이 공공시설을 파괴하고 자신들이 했다고 발표까지 하는데 이 납치범들은 그렇지도 않았다.

권능도 어찌나 은밀하고 강력한지 특별히 초빙한 일족의 원로들도 고개를 흔들 정도였다.

결국 거짓 범인을 만들어서 조작이라도 할 까 고민도 했는데 납치가 계속되니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맨 윗자리에서 긴 한숨소리가 울린다.

“후우우우우-! 납치가 계속되는 일 년 동안 지난 지금도 범인을 밝히지 못했는가?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군.

납치는 내가 했다.”

그 말과 함께 자욱한 황금빛의 연기가 바닥에 깔린다.

황금빛 연기에서 심상치 않은 권능을 읽은 주신들은 몸을 급하게 위로 띠우고 발원지를 쳐다보았다.

슈우우우우우우-!

신속하게 몸을 날려서 천장에 붙은 일부의 주신들은 황금빛 연기에 휩싸인 대부분의 주신들이 멍하게 서있는 것을 보았다.

척 보아도 아주 행복한 꿈을 꾸는 것처럼 모든 시름을 잊은 미소가 얼굴에 가득했다.

주신의 권능방어력을 생각하면 있을 수 없지만 분명 정신계열의 권능에 당한 모습이었다.

황금빛 연기도 무척 낯이 익었지만 신격의 차이가 현격해서 분석은 무리였다.

단지 접촉 즉시 의식을 잃는 꼴을 보아서는 지독한 위험성은 깨달았다.

“이건 정신계열의 권능이다.”

“절대 닿지 마라.”

“누구냐?

누가 감히 신족의 최고위원회에 침입해서 이런 짓을 하느냐?”

“......”

그런데 최고 위원회의 가장 윗자리, 즉 창조신장의 자리에 앉아있는 황금빛 연기에 휩싸인 채로 말을 하지 않았다.

한참 후에야 지극히 한심하다 못해 포기한 힘없는 목소리가 울렷다.

“주신이 이렇게 천국의 꿈에 쉽게 당해?

직접 건 것도 아니고 단지 마력 결계용으로 친 여파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렇게 모두 걸리면 어떻게 하느냐?

아무리 이계라지만 그래도 주신인데 이건 너무 하지 않느냐?”

이제 혼내기도 지쳐다는 듯이 가는 목소리였다.

그런데 변화가 일어났다.

천국의 꿈에 접촉하여 천국의 꿈을 꾸고 있는 주신들이 깊게 심호흡을 시작하자 목소리에 살기와 투기가 올라갔다.

“얼씨구? 저항을 하지 않고 아예 흡입까지 해?

현실강화의 빛의 신이 결코 있을 수 없는 천국의 꿈에 동화가 된다고?

천국의 꿈의 여파에 불과해서 불완전한 현실이며 거짓인줄은 알 것이다.

그런데 꿈이라도 좋다 이거냐?

아니 천국의 꿈에 포함된 정기와 신력을 흡수 중이로군.

허허허허-! 이것들이 정말!”

창조신장의 자리를 둘러싼 황금빛 연기가 커다란 망치의 형태로 변하면서 그대로 크게 호흡하는 주신들을 후려갈겨버린다.

퍼퍼퍼퍼억-!

원탁에 머리를 박으면서 피를 토하는 주신들의 위로 살기어린 목소리가 울렸다.

“이계는 신계를 가진 주신들조차 모두 거지냐?

남이 흘린 정기와 권능을 주어먹게?

추잡스럽고 한심스럽다.

너희들은 다시 만들 신력도 아깝다.

당장 토해내고 정신 차리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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