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방(前方)과 후방(後方) -->
뒤통수를 맞고 원탁에 처박힌 주신들은 신음을 지르면서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크으으으으ㅡ!”
“커어어어-!”
심한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누구도 꿈에서 깨어나지 않는다.
비록 꿈이지만 그들에게는 신계주신으로서 그렇게나 원하던 모든 권력과 영광을 손에 쥔 순간이었다.
너무 완벽해서 이상했지만 거기에는 더 이상 서서히 망해가는 현실은 없었다.
일부는 천국의 꿈이라는 것도 눈치를 챘지만 너무나 절망적인 현실상황에 다시 참여하기가 싫었다.
끝도 없이 착취당하는 지금 상황이 너무나 피곤했고 힘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억지로 다시 잠을 청한다.
“........ 푸우우우.”
“쿠우우우.”
차원창세신 코아의 입장에서는 기가 막힐 일이었다.
천국의 꿈의 권능도 완전히 거두었고 코뼈가 부러질 정도의 타격을 주었다.
그러면 당장 깨어야 정상이었다.
‘영광스러운 신계 주신들이 천국의 꿈에서 깨지 않기 위해서 발버둥치는 꼴을 보게 될지는 상상도 못했다.’
세계는 다르지만 같은 신계주신의 입장이라서 왜 이렇게 나오는지 이해가 갔다.
그러니 더 이상 두들겨 팰 힘도 사라졌다.
“이....... 이 멍청한 놈들-!”
자신도 언제나 문제만 발생하는 차원신계의 신계주신의 자리가 지긋지긋했지만 위로 올라가기 위해 그래도 버티고 있었다.
그만큼 신계 주신에게 부여되는 권리와 명예는 엄청난 것이었다.
그런데 이계에서는 신계 주신들이 바로 포기할 지경이라는데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천장에 달라붙어서 눈치만 보고 있는 신계 주신들을 쳐다보았다.
열 명도 안 되는 그들은 지금 거의 패닉상태로 의지교환을 하고 있었다.
황금빛 연기로 가려졌지만 이 음성과, 마력이 뒤섞인 신력을 가진 저 존재는 차원창세신 코아가 확실했다.
오자마자 단 하루 만에 적의 본성 피오리나를 궤멸하고 생사의 일방통행을 만들고 떠나 이런 사태를 유도한 진리대리가 갑자기 돌아온 것이다.
그렇게나 원하던 절대계 황금이나 대신이 아니고 말이다.
‘빌어먹을-! 절대계 십중심이 아닌 차원창세신 코아다-!’
‘최고위원회의 창조신님들도 어쩌지 못한 허계의 강자-!’
진리대리의 효과는 정말 확실했기에 진리에게 다시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결코 차원창세신 코아가 다시 돌아오기를 결코 바라지는 않았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하루 만에 일으킨 사건을 처리하느라 지금 신족이 멸족직전이었기 때문이다.
‘왜 온거야?
만장일치의 지지가 아니면 안 돌아오겠다고 했잖아?’
‘나는 중립인데 넌 찬성했냐?’
‘창조신님들을 쥐 잡듯이 하는데 주신은 벌레 취급할 것이다.
그런데 왜 찬성해?’
‘창조신님들에게 긴급 연락을 해........’
그런데 잘 생각해보니 최고위원회의 창조신님들에게 연락을 해도 바뀔 것이 없었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현세계에 진리대리로 처음 왔을 때 본성에서 만반의 준비를 갖춘 최고위원회를 박살나는 것을 직접 보았다.
지금은 배신자 신족들 때문에 전선에서 돌아올 수도 없고 억지로 와도 희생만 늘 뿐이었다.
그런 흉악한 강자의 눈이 자신을 향하자 천장에 붙은 열 명 가량의 주신들의 입장으로서는 등에 식은땀이 날 뿐이었다.
“.........”
“.........”
차원창세신 코아의 입장으로는 천국의 꿈을 거두었는데도 잠에서 깨어나려 하지 않는 딱한 주신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고민이었다.
그래서 서로 쳐다보면서 말이 없는 시간이 한참 지났다.
두우우우우우-!
그런데 갑자기 최고위원회의 회의장의 문이 부서지듯이 열린다.
경비신들을 총괄하고 있던 경호 책임자였다.
회의장 안은 황금빛 연기가 자욱해서 시야와 감각을 막고 있지만 다급하게 외친다.
“큰일입니다-!
시위대가 저지선을 돌파해서 회의장으로 몰려오고 있습니다.
일부 인원들은 신기로 무장해서 막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정문에 집결해서 당장 전쟁을 중지하고 평화회담을 시작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 말에 천장에 붙은 주신들은 기가 막혔다.
갑자기 차원창세신 코아가 나타나서 대부분의 주신들을 제압하니 바로 사건이 터진 것이다.
‘겨우 시위대에 최고위원회의 경호대가 밀려?’
‘경호 책임자인 저 놈은 도대체 뭘 했는데?’
‘평화를 주장하는 놈들이 신기로 무장해?’
‘투신과 경호신들 외에는 본성에서 소지가 금지된 신기는 또 어떻게 구했는가?’
‘하여간 치안부터가 엉망이야.’
약한 주제에 눈치는 더럽게 빨라서 같이 천장으로 붙어서 피한 치안담당 주신을 노려보았다.
자신들이 생각하기에는 치안담당 주신이 경호대가 시위대에 밀린 이번 사태의 주원인이었다.
‘말만 많고 신계 운영에는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선신과 악신들에게 뭘 받아 처먹었는지 경호 인력을 빼돌리더니 결국 이 꼴이로군.’
‘저 놈을 반드시 손 봐야하겠어.’
선신만이 아니라 악신들의 보호까지 하려 했으니 더욱 심각한 문제였다.
악신들은 신성의 가치는 적군에게는 피해를 주고 아군에게는 경각심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신격이 하락되는 죽음이 두려워 전쟁에는 나서지 않고 아군의 전력을 떨어트리기만 하는 악신들은 보호할 가치가 없다.
갑자기 냉혹한 음성이 최고위원회의 공간을 울린다.
“들어오면 전부 죽여.
불법침입이다.”
평소처럼 무슨 대화를 시도하던가 아니면 달랠 것이라고 생각하던 경호신으로서는 전혀 뜻밖의 지시에 놀랐다.
“........ 예?”
그런데 바로 눈앞에서 커다란 양피지로 만들어진 책자가 펴진다.
신계의 법률과 법칙을 기록한 대법전이었다.
거의 이미터가 넘는 두께를 가진 양피지 책이 펼쳐지면서 관련내용이 나온다.
좌르르르르르륵-!
그리고 창조신장에 대한 항목이 나오고 낭랑한 음성이 읽어갔다.
“창조신장은 창조주의 대리자이면서 신족의 정점으로서 모든 신족의 생사여탈권을 가진다.
신족이 창조신장에 대한 도전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반역이면서 위대한 도전이다.
승리한다면 창조신장이 되고 패배 하면 죽음밖에 없다.
또한 최고위원회는 창조신장인 내가 머문 이상 더 이상 창조신들의 집합소가 아니다.
오로지 나의 개인신전이 된다.
그리고 개인신전에 대한 불법침입은 신전주인에게 죽어도 할 말이 없는 범죄다.
간단하게 정당방위라는 것이지.”
“그....... 그렇기는 합니다.”
법적으로는 그렇지만 절대로 그렇게 해서는 안 되었다.
쌍방폭행에 과잉방어는 금지한다는 규정도 있고 지금 흥분해 있는 군중들을 무력으로 막았다가는 어떤 참극이 발생할지 몰랐다.
그리고 갑자기 본적도 없는 창조신장이라니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압살될 것 같은 신격은 의문조차 용납하지 않았다.
“나를 이기는 신족이 없고 법에 정해진 범위라면 창조신장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그러니 이 상황에서는 내 말이 법이다.
그 법이 불법침입자들은 경호신들이 죽이라고 말했다.
따르라.”
“그........ 그러나 ........”
어떤 신도 경호신으로 제직하면서 한 번도 살해까지 가지 않고 제압만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침입자들은 전부 죽이라는 지시를 수행할 수 없었다.
명령을 반드시 수행해야한다는 생각은 자꾸 생각났지만 망설임이 더욱 컸다.
공황에 빠져서 어쩔 줄 모르는 경호책임자의 머리를 황금빛의 연기가 만들어낸 손이 쥐었다.
꽉-!
“컥-!”
순간적으로 머리가 박살날 정도로의 압력이 가해지자 비명을 지르는 경호신이었다.
그의 귀로 나지막한 욕설과 푸념이 들려왔다.
“아 시바-! 정말 개판에 난장판이네.
창조신장이 신족에게 하는 정당한 명령은 절대적이다.
그런데 시행하는 놈들이 이 꼴이니 쓸모가 없군.
창조신장에 관한 체계는 무너져 있고 구성원들이 엉망이라서 정당한 명령체계도 안 들어먹어.”
그리고 경호책임자의 목을 그대로 들어올린다.
우두두두두-!
당장이라도 목이 떨어질 것 같이 소리가 울렸지만 아직은 무사했다.
아니 창조신장의 권위를 시험해 볼 것이 남아있었다.
하나 생각을 읽어보고서 바로 포기하고 말았다.
잡념이 가득차서 어떻게 하면 이번 일을 잘 넘길지 고민하고 하고 있었다.
“너는 경호책임자면서 반드시 최고위원회의 불법침입만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싹 죽여도 된다고 정식 명령을 내렸더니 용기가 없어서 못 해?
정말 우유부단하고 결심도 되어있지 않구나.
이제 어쩌지?
이 이상을 뭘 어떻게 설명하고 설득하라고?
이계 신족 놈들은 더럽게 가난한데다가 끝없이 무능해서 법도 말도 안 통해.”
차원창세신 코아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서 제압한 경호담당자의 머리를 박살내버리려고 했다.
그러나 최고위원회는 이제 자신의 집이었다.
더럽히기는 싫어서 그대로 앞으로 던져버린다.
파가가가가강-!
경호 책임자가 마치 쇠공처럼 벽과 문을 몇 개나 부수고 날아가는 꼴을 보면서 이를 갈면서 외쳤다.
“으드드드-! 상급자인 내가 시키면 하급자들은 시킨 대로 하란 말이다.
상급자라고 좋아서 이런 일을 하는 줄 알아?
조직에 반드시 필요하고 위에서 시켜서 하는 짓이란 말이다.
네 놈들의 하찮은 판단과 허황된 이상이 밥 먹여주데?
그리고 밑에서는 아무 쓸데없는 상층부의 자세한 사정은 알아서 뭐하게?
그런 쓸데없는 생각하고 고민할 시간에 죽도록 일해!
그래서 인정받고 출세를 하고나서 위에 올라서라.
그때 너나 똑바로 하란 말이다-!!”
신력과 마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허공으로 치솟는다.
워낙 강대한 신력과 마력이라서 그것만으로도 강력한 공격이었다.
투하하하하하하학-!
천장에 붙어있던 주신들의 바로 옆을 관통하고 폭발된 여파는 최고위원회의 천장을 송두리째 날려 버렸다.
“허어어어-!”
“우아아아아-!”
천장에 붙어있던 주신들은 당연히 그 여파에 휘말려서 하늘로 날려졌다.
그렇게 분출한 거대한 신력의 파동으로 커다란 신의 환영을 그린 차원창세신 코아가 서우리나 전체에 들리게 신언으로 외친다.
“동작 그만-!
스스로 부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주었음에도 망해만 가는 정신 나간 신족들이여.
내가 돌아왔노라.
이계 진리대리 회색현재 차원창세신 코아가 다시 왔다.”
그것은 강제력을 발휘하는 신언이 아니라 신족을 완전히 무시하는 폭언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효과는 확실했다.
막 최고위원회의 정문을 부수려던 시위대들의 동작이 딱 멈춘 것이다.
이미 정문을 안에서 부수고 피투성이가 된 고위신이 갑자기 시위대 앞에 떨어졌으니 기겁을 한 상태였다.
투가가강-!
“크으으으ㅡ!”
“헉-!”
뭘 당했는지 고위신이 분명한 존재가 신음만 지르면서 쓰러져 있다.
이런 일에 익숙한 앞장 선 시위꾼들도 놀랐는데 대부분은 분위기에 이끌려 나온 평범한 하위신들이라서 비명을 지르고 도망치기 시작한다.
허나 곧 깨달았다.
대광장을 채우면서 시위를 하던 모든 신들의 동작이 전부 멈추어져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
“!”
그리고 자신들의 몸과 입도 완전히 굳어있었다.
대광장에서 약간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존재는 누구도 없었다.차원창세신 코아가 이상사태가 벌어짐을 깨닫고 슬쩍 몸을 빼려던 시위 지휘부들까지 조금도 남김없이 제압해버린 것이다.
거의 이십만이 넘는 고위신을 창조신장의 신언으로 완전 정지시킨 차원창세신 코아의 환영이 한심하기 짝이 없다는 시선으로 위에서 내려 보면서 말한다.
“진리님께서 나를 이계 창조신장이자 마신황제로 인정하신 이상 어차피 정상적으로는 불가능한 만장일치는 이제 필요 없다.
지금부터 이계 창조신장이자 마신황제로서 절대독재를 시작함을 모든 신족과 마신족에게 선언하다.”
“!”
차원창세신 코아가 과거 혁명전쟁 때 일원에게 쓰러진 창조신장과 마신황제가 되었다고 밝힌 것이다.
모든 신들이 경악할 틈도 없이 아공간에서 수백 개의 기둥이 허공에서 나타났다.
거기에는 굵은 줄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꽁꽁 묶인 인영이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본성 서우리나의 모든 신들이 볼 수 있게 거대한 화면을 허공에 띄운 차원창세신 코아가
“일단 절대 독재자답게 법이 없이 사는 자와 법을 이용하는 자의 공개처형으로 첫 업무를 시작하지.
일단 정식으로 공개하지.
하루에 한 명씩 악신과 선신이 사라졌음을 모두 알 것이다.
그건 내가 했고 앞으로도 한다.”
“!!!”
뜻밖의 고백에 서우리나의 모든 신은 놀랐다.
그런데 신력과 마력분출의 여파에 날려졌다가 막 허공에서 떨어지기 시작한 치안담당 주신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했다면 모든 것이 설명된다.
그런데 하루에 두 명이 아니라 네 명 꼴로 사라졌다.
그럼 나머지 두 명은 어디로 갔지?’
저렇게 공개적으로 범죄사실을 공포했으니 납치 인원을 줄일 이유가 없었다.
하나를 납치하나 둘을 납치하나 똑같은 범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