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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인원의 차이에 치안담당 주신이 의문을 가지는 동안 서우리나의 하늘을 가득 채운 차원창세신 코아의 환영이 말하는 신언이 거침없이 울린다.
“일 년 동안 모아 두었던 총 칠백 명의 선신과 악신을 지금 공개처형하겠다.”
그 말과 함께 이십만 명 이상이 모여 있던 대광장에 총 칠백 개의 기둥이 이열로 나란히 박혀간다.
오른쪽 줄은 선신이었고 왼쪽 줄은 악신이었다.
가장 명성과 악명이 높은 순서대로 박아나간다.
두두두두두둥-!
말뚝이 박힌 충격으로 정신을 차렸는지 선신과 악신들이 요동을 쳤는지 봉인은 끄덕도 하지 않았다.
창조신에 준하는 능력을 가진 칭호를 받은 존재들이 혹시나 해서 철저하게 수십 겹으로 만든 봉인이었기에 고위신 수준으로는 풀 방법 따위는 없었다.
단지 주변에 신들을 보고 도와달라고 입이 제압된 줄 사이로 신음소리만 지를 뿐이었다.
“우으으으읍-!”
“읍-!”
허나 주변의 모든 시위대들도 상황이 좋지 않았다.
최고위원회의 창조신장의 자리에 앉아서 발현한 신언에 모두 손끝은 고사하고 혀조차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제압당한 것이다.
그렇게 이십만이 넘는 시위대와 칠백 명의 선신과 악신을 바라보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눈은 지극히 차가웠다.
그리고 귀찮다는 듯이 나른하게 말했다.
“나는 관대하다.
처형하기 전에 마지막 변명과 질문을 하나씩 들어주지.”
그리고 가벼운 손짓에 얼굴을 묶었던 줄들이 일제히 풀렸다.
툭-! 투투투투툭-!
거꾸로 기둥에 매달린 칠백 명의 얼굴이 일제히 드러나자 서우리나의 모든 신들의 놀람의 탄성이 동시에 울렸다.
기둥에 거꾸로 매달린 저들을 모르는 신은 아주 어린 유아신이 아니라면 없었다.
신계에서 가장 악명이 높은 악신들과 명망 높은 선신들의 모두 모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장기간 봉인된 듯 피폐한 모습이지만 워낙 유명한 존재들이기에 틀릴 리가 없었다.
가장 앞의 기둥에 매달린 악신이 살기를 품어내면서 외쳤다.
“나는 공정한 재판을 원 한다-!
난 죄가 없다.”
“.......”
최고의 악신이 한 말이라서 주변에 말뚝처럼 서있기만 하는 시위대조차 기가 막힐 소리였다.
허나 진심으로 외친 소리였다.
비록 누구나 인정하는 최악의 악신이지만 이런 부당한 공개처형을 받게 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물론 수많은 범죄를 저질렀지만 누구에게 들킬 정도로 허술하게 하지도 않았다.
“재판에서 유죄결정이 나기 전까지는 무죄다.”
더구나 그동안 뿌려놓은 뇌물로 만든 막강한 인맥이면 무죄가 될 자신이 있었다.
허나 상대가 워낙 나빴다.
최고위원회의 건물 안에서 뻗어 나온 검은 선이 그대로 악신의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스으윽-!
모래를 스치고 지나가는 칼 같은 가벼운 마찰음이 나고 험악하게 외치던 악신의 음성이 바로 끓어 졌다.
그리고 음성대신 가는 비명만이 터져 나온다.
“커.......커.”
가래가 끓는 것 같은 목소리가 나면서 그대로 몸에서 분리가 되는 악신의 머리였다.
“변명은 하나만이라고 했다.
내 말을 어기면 즉결처형이다.”
“.......”
너무나 허무한 최후를 본 주변의 시위대가 비명을 지르려고 했지만 제압이 워낙 완벽해서 눈을 감는 것조차 무리였다.
단지 고위 악신이 그대로 목이 잘려 죽어가는 모습을 억지로 지켜보아야 했다.
두두둑-! 푸하하하하하-!
악신의 잘려진 머리가 광장 바닥에 구르고 목의 단면에서 폭포수처럼 피가 쏟아져 나온다.
어찌나 예리하게 잘렸는지 의식이 또렷한 목에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언이 들렸다.
“네 말대로 유죄 판결이 안 났으니 무죄가 맞다.
지금 널 죽이는 죄는 나보다 더 악명 높게 설친 분탕죄다.”
‘분탕죄? 그게 뭐야?’
황당한 대답을 들으면서 의식이 끊기고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죽은 신체에서 정기가 신계로 환원되면서 핏자국 하나도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
신체가 완전히 사라지고 신령이 되어버린 악신은 절규했다.
‘내 신력-! 정기를 모두 빼앗겼다-!’
최고위 신이기에 죽음과 함께 상당량의 신격과 신력하락을 피할 수 없지만 치명적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신체가 지닌 모든 신력과 정기가 하나도 남김없이 신계에 몰수되어버린 것이다.
덕분에 신령만 남은 거의 허신과 같은 상태였다.
‘이대로는 부활한다고 해도 나는 끝장이다.’
이렇게 약해졌으니 그동안 자신에게 원한을 가진 악신들이 몰려올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허신상태로는 항거할 수 없는 거대한 흡입력이 최고위원회의 건물내부로부터 발동되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
방금 신력과 정기를 모두 빼앗은 차원창세신 코아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악신으로서 바로 알아챘다.
‘설마 나의 신령까지 봉인하려고?
내 모든 것을 빼앗은 것만으로도 부족한가?
악독하게도 나의 부활조차 막아버리려고 하느냐?
나는 신계에 정식으로 등재된 신이다.
나의 부활을 막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멈춰라-! 지금 보고 있는 모든 신들의 분노가 두렵지 않는가?
차원창세신 코아-!’
당연한 항의였지만 차원창세신 코아는 코웃음을 칠뿐이었다.
“풋-! 나는 자격도 명분도 있어.
그리고 하위자들의 시선은 신경 쓸 생각도 필요도 없다.
괜히 창조신장에 절대 독재자인가?”
악신의 신령이 필사적으로 저항하려했지만 그대로 강제로 끌려간다.
후우우우우웅-!
최고위원회의 건물 내부로 끌려 들어간 악신의 모습은 하늘에 그려진 차원창세신 코아의 이마에 박힌 창조신의 보석에 흡수되는 것으로 끝났다.
정신체인 신족의 부활을 막고 봉인하는 행위는 정말 용서 못할 범죄자에게만 내려지는 형벌이지만 전혀 꺼림 낌이 없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이제 신족에서 악신은 나 혼자로 충분해.
어중간한 악은 필요악도 못 되니 말이야.”
나직하지만 지극히 만족스런 웃음소리가 서우리나의 대기를 울린다.
“후후후후후-! 역시 최고로 악명 높은 악신답게 쓸 만한 지식과 권능이로군.
게다가 숨겨둔 마도도 쓸 만하고 말이야.
묵혀두기만 하던 너의 경험과 연산력은 내가 잘 쓰마.
내 신령연옥 안에서 나와 신족의 영광을 위해 영구히 봉사하라.
그리고 아까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말해주지.
이제 재판은 안한다.
내가 유죄라고 결정하면 바로 죽는다.”
황금빛 연기에 휩싸인 차원창세신 코아의 기세가 한층 높아져 간다.
“다음 사형자는 질문이나 변명을 해라.”
기둥에 묵힌 선신과 악신은 이제야 실감했다.
정말 기적이 없는 한 이곳이 자신들이 죽을 장소라는 사실을 말이다.
최고위원회의 창조신들을 혼자서 전부 무찌른 차원창세신 코아가 노리는 것이 자신들의 신력과 정기이면서 경험과 권능까지 원하고 있는 이상 피할 방법은 없었다.
그런데 선신의 열에 맨 앞에 있는 존재가 똑똑한 목소리로 외쳤다.
“나는 죄가 없소.
평생을 선을 위해 봉사했소이다.”
악신과 똑같은 말이었다.
허나 차원창세신 코아의 반응은 달랐다.
물끄러미 신족 최고의 선신을 쳐다보면서 흐릿하게 웃으면서 대답한다.
“후후. 그래 너는 지금까지 죄가 없다.”
순순히 인정하자 약간 힘을 얻은 선신이 조금 목소리를 높여서 외쳤다.
“죄가 없는 자를 처벌한다면 누구도 당신을 지배자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오.
지지를 받지 못하는 지배는 언제인가는 반란이나 혁명으로 끝나오.
그러니 이런 폭거를 중지..........커-!”
갑자기 목이 타는 듯해서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는데 차원창세신 코아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지금 새로 생겼다.
나보다 명성이 높다는 괘씸죄.”
선신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자신의 목을 보았다.
아까 악신을 죽인 것과 똑같이 어느새 목에 검은 선이 그어져있었고 균열을 따라서 잘려져 간다.
누구에게나 칭송받던 자신이 이렇게 어이없이 죽으리라고 생각도 못했다.
너무나 황당하여 시간을 세지 못할 정도로 단련해온 정신수양이 단번에 무너지고 욕설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이....... 이 미친 신아-! 난데없는 괘씸죄는 또 뭐냐?
그리고 공개적인 대화를 하는 중에 이 무슨.........’
명분도 정의도 자신에게 있는데 멋대로 잘려버린 목이었다.
그리고 바로 신체는 정기와 신력으로 바뀌어서 신계로 돌아가고 신령은 똑같이 최고위원회로 끌려간다.
선신이라고 다른 대우가 아니었다.
‘설마 선신인 나조차 봉인할 생각이냐?
나는 선이다.
악이 아니란 말이다.’
그런 변명을 늘어놓을 시간도 없이 너무나 신속하게 신령연옥에 가두어진다.
스스스스스-!
선신조차 흡수한 창조신의 보석을 쓰다듬으면서 더욱 무감정한 목소리로 말한다.
“모두 내 말을 다시 명심하라.
내 앞에서 변명은 한사람 당 하나다.
어기면 즉결 처형한다.”
그리고 크게 확대된 창조신의 보석 안에서 선신이 발버둥을 치는 것이 모두에게 보였다.
악신과는 달리 권능이 강한 듯 저항을 시도하고 있었다.
두둥-!
그러나 용서 없이 검은 관에 넣어지고 뚜껑이 닫힌다.
갇혀진 그대로 관들이 산처럼 쌓여있는 쪽으로 이동되어간다.
선신이 검은 관안에서 미친 듯이 발버둥 치는지 끝없이 진동을 했지만 벗어날 힘은 없었다.
이 모든 것을 예측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차원권능이 집중되어 있는 신령연옥 안에서는 어떤 권능을 가졌다고 할지라도 허신상태로는 탈출이 불가능하다.
쿠쿠쿠쿡-! 정령계의 유격화산까지 깔려있으니 저항할수록 빠르게 흡수되지.’
선신의 최후의 발버둥을 느끼면서 차원창세신 코아는 더욱 진한 미소를 지었다.
“후후후-! 너의 질문에 대답한다.
너의 말도 맞아.
이런 공개처형을 통한 공포정치의 효과는 순간에 불과하지.
절대독재를 하는 내 힘이 이계 신족이 전부 모인 힘보다 떨어진다면 분명 반란이나 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런저런 혜택을 주면서 존경을 얻는 것이 이상적이지.
그런데 말이다.”
최고위원회의 건물이 폭발하듯이 사방으로 터져나가면서 터무니없이 거대한 빛의 나날개가 전개되었다.
그 수는 스물여섯 쌍의 창조신의 신격이었고 거기에 추가로 한 쌍의 암흑의 날개가 가장 위에서 위용을 드러냈다.
슈아아아아아아아악-!
이제까지 이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한 신력과 마력을 가진 창조신장의 모습을 드러낸 차원창세신은 외쳤다.
“내가 더 이상 뭘 어떻게 해주란 말이냐?
나는 너희들이 배신자 신족이라 부르는 적의 주력을 붕괴시키고 본성까지 파괴하면서 지휘부까지 없애주었다.
거기에 지금 갇힌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생사의 일방통행, 검은 길까지 만들어주었노라.
더구나 스스로 악역을 자처해서 최고위원회에게 지금까지와 달리 완벽한 권력을 쥘 명분까지 만들어 주었지 않는가?
이 정도면 알아서 부흥해야 할 것이 아니냐?
이런 절호의 기회를 자중자란으로 날려먹는 꼴이라니 한심하기 짝이 없구나.
이런 신족이 나를 능가할 날이 영원히 올 것 같으냐?”
창조신장의 증거인 스물여섯 쌍의 빛의 날개와 한 쌍의 암흑의 날개를 전부 전개하여 서우리나를 전부 영향에 집어넣은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비록 최고위원회의 권한을 전부 장악하여 얻은 권능영역이지만 현재 이계의 신족이 감당하기는 너무나 강력했다.
“너희들의 창조신장으로서 말한다.
창조주를 모시는 신족인 너희들이 개인의 욕망보다 집단의 번영을 우선하지 않는구나.
서로의 생각을 조율하지 못하고 단합도 하지 못하는 너희들에게는 절대독재가 답이다.
기한은 신족들의 힘이 나를 능가하기 전까지이다.
그러니 내 독재에서 도저히 못 살겠으면 제발 좀 빨리 강해져다오.”
뭔가 지독한 슬픔까지 느껴지는 절대독재를 위한 선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