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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생존전략-843화 (843/1,533)

<-- 전방(前方)과 후방(後方) -->

차원창세신 코아가 황금빛 연기로 화살표를 만들어서 허공에 벌집처럼 붙어있는 좁은 방을 가리키면서 말하는데 전혀 농담이 아니었다.

‘원래 풀어줄 것이니 정보를 제공하라는 방식이 보편적이지 않나?’

‘아니면 뭔가 대가를 대놓으라고 말이야.’

차원창세신 코아는 절대로 풀어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전혀 처음 보는 투신이 자신들 중 하나를 아버지라고 하는데 전혀 본 적이 없는 신력파형이었다.

그렇다고 바로 자신들의 후계가 아니라고 말하면 즉시 좁은 관에 처박을 것이 분명했다.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하나 걱정을 하는데 바로 그때 전황이 변화가 생겼다.

거의 엇비슷하게 공방을 하고 있던 허무가 투신의 얼굴갑옷을 정면에서 주먹으로 날려버린 것이다.

투가가가-!

그런데 전혀 의외로 가벼운 견제로 뻗은 공격이 먹혀들자 허무는 당황하면서도 사태를 바로 알아챘다.

‘방금 한 공격은 위력은 적지만 창조신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빠른 공격이다.

그게 통한다는 뜻은 인식을 벗어나는 고속전투는 처음이라는 소리로군.’

권투로 치면 잽 같은 것인데 다른 공격을 잘 방어하던 적이 이것만은 막지 못했다.

즉 이 정도의 속도를 가진 공격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는 뜻이었다.

쉽게 이길 방법을 깨달은 허무가 더욱 기세를 올리면서 소리를 쳤다.

“이 놈-! 자신보다 신체능력이 강한 존재와 전투경험이 적구나.

아니 전투경험 자체가 적은........”

거기까지 말한 허무는 입을 닫았다.

아무리 권능이 강해도 신격도 낮고 전투경험이 적은 존재에게 칭호를 받은 존재들이 무수하게 당했다.

그럼 칭호를 받은 존재들을 약자라고 낙인찍히는 행동과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금 이상했다.

몸에 박혔던 신기의 수를 보면 열 명 이상이 당한 것 같은데 결코 그 정도로 강하지는 않았다.

‘직접 싸워보니 상위서열이라면 충분히 감당할 만한 수준이다.

이것들이 왜 그렇게 허무하게 당했지?’

아무리 생각해도 방심에 수련부족이라는 결론만 나왔다.

‘이 멍청하고 욕심만 많은 놈들을 다시 단련시켜야 하겠군.

우리도 평화가 너무 길었어.’

그렇게 허무가 결심하고 있는데 허무의 칭호 효과에 의해 얼굴을 가린 투구가 통째로 소멸당한 갈라빈카(Kalavinka)의 얼굴이 조금 드러났다.

허무의 칭호를 완전히 막아내지 못한 듯 머리에 상처를 입어서 얼굴이 피에 물들어있지만 여신의 얼굴이 분명했다.

그리고 바로 복구가 되었지만 잠시 드러난 얼굴과 신격파동을 본 최고의 악신은 비명을 지르듯이 외쳤다.

“가릉빈가-!”

옆에 있던 선신이 그 말을 듣고 자신도 모르게 놀라서 물었다.

“네가 악신이라는 사실도 모르고 학교에서 공부와 노래수업만 열심히 한다던 네 딸아이?

너무 얌전해서 탈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그런데도 은하를 울리는 가수가 된다고 고집을 부려서 걱정이라고 했던 딸이 맞아?”

“분명히 맞아-! 성격상 말도 안 되는 가수활동은 그만두라고 했지.

전신갑옷으로 신력파동을 변조시킨 모양이지만 확실하다.

학교에서 얌전하게 공부하면서 결혼만 준비하게 했던 저 아이가 왜 여기 있는 것이야?

아니 저 애가 전투를 할 줄 알았나?

이게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일이야?”

그 말이 선신은 예상했다는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네 딸이 너와 모두를 속이고 투신의 수련만 쌓은 것 아니야?

가끔 가수연습을 하는 것을 멀리서 보았는데 너무 심하게 내숭을 떨고 있더군.

무척 가식적이고 작위적이었어.”

그 말에 악신의 눈썹이 하늘로 치솟았다.

이 선신 놈이 세력과 능력에서 밀리니 또 가족을 가지고 시비인 것이다.

괜히 가족문제를 상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리가 있나?

내 딸이 얼마나 착하고 참한데.

그리고 가수가 어때서?

네 딸처럼 재능도 없으면서 주제도 모르고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날뛰는 것보다는 낫지.

나도 연습하는 장면을 멀리서 보았는데 그게 배우가 대사를 하는 것이냐?

국어책 읽기지.”

갑자기 자신의 딸 이야기가 튀어나오자 노기를 숨기지 않는 선신이었다.

“뭐가 어째?

처음부터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어디 있어?

그리고 배우가 가수보다는 낫다-!

입은 것인지 벗은 것인지도 모를 망측한 의상을 입고 남들 앞에서 춤추는 것보다는 백배 나아.”

“어이구-! 너 말 잘했다.

알몸으로 베드신 찍는 배우보다는 비키니 입고 춤추는 가수가 낫다고 말했냐?

선신의 딸이 성인배우 된다고 설친다는 것이 말이 되냐?

정말 잘도 배우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었더군.”

“성인배우는 절대 안한다고 약속했으니까-!

연기파가 되기로 약속했어.”

“처음부터 성인영화 찍겠다고 나서는 신인배우를 봤냐?

인기 떨어지면 다 찍더라.”

“닥치지 못할까?

어디서 그런 지독한 망발을 내뱉어?

그러니까 악신이지.”

“운 좋게 선신역할을 맡은 주제에 너 말 잘했다.”

허무와 막상막하의 전투능력을 보이는 여투신의 진정한 정체가 가수를 지향했지만 현모양처와 같은 딸이란 사실에 놀란 악신이었다.

그런데 선신이 가족에 대한 인신공격에 더 흥분하여 난리를 치는 와중에 허무와의 전투는 계속 이어졌다.

여투신은 방금 전의 가벼운 일격에 제대로 반격하지 못한 충격이 큰 듯 거리를 두고 권능공격을 난사하기 시작한다.

“아아아아아아아아-!”

허밍과 같은 음성이 퍼지자 전면만이 아니라 모든 방위의 물체가 뭔가에 갈려지듯이 비산을 시작했다.

두가가가가가가가가-!

이번 전 방위 소리 공격에는 권능의 위력에 비해 전투경험 부족이라는 상대의 허점을 파악한 허무조차 긴장하면서 대응했다.

접촉하는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허무의 권능이 겨우 소리에 뒤흔들리고 있던 것이다.

‘음파와 같은 공격인데 조금만 강화되면 허무의 칭호조차 분쇄할 기세다.

어디서 이렇게 강력한 여투신이 튀어나왔지?’

그런 가동할만한 위력을 가진 음파공격이 전 방위로 쏟아지니 조금의 방심도 용납하지 않았다.

그렇게 허무의 칭호와 음파공격이 충돌하면서 굉음과 폭발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다시 치열한 결투가 벌어졌다.

투하하하하하-!

그렇게 여투신과 허무가 다시 팽팽한 전투가 유지되자 장기전을 예상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선신과 악신에게 다시 물었다.

누구 후계인지 말하고 했는데 서로의 가족문제를 헐뜯으면서 아직도 싸우고 있었다.

“서로의 가정사를 너무 잘 아는구나.

둘이 친한 사이였냐?

가족문제를 서로 상의할 정도로 말이야.”

“..........”

“..........”

큰 실수를 했다는 표정을 지은 선신과 악신을 보면서 차원창세신 코아는 혀를 차면서 말했다.

“쯧쯧쯧-! 극선과 극악은 서로 통한다고 하지만 너무 친하게 지내면 조금 곤란하지 않나?

아니 너희들 선신과 악신이 되기 이전에 처음부터 한통속에 친구였겠구나.

그렇지 않다면 이계 신족의 선신과 악신이 서로의 사적인 가족문제까지 잘 알고 상의까지 할 리가 없지.”

현재 차원창세신 코아는 이계의 창조신장이었다.

싫든 좋든 인정하든 거부하든 신계가 인식한 이상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본래 대립해야할 선신과 악신이 원래 친구였으며 협력해 왔다는 사실은 큰 범죄였다.

현재 상황을 인식하고 다급한 표정이 된 선신과 악신이 황급하게 거리를 띠웠지만 차원창세신 코아의 말투는 이미 확신과 같았다.

“혹시 이런 것이냐?

너는 최고의 악신이 되어라.

나는 최고의 선신이 되어서 각자의 계열에서 최선을 다하여 신족을 다시 부흥시켜보자.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 돕자.”

“!!!”

“!!!”

입이 벌어질 수 있는 한도대로 커지면서 경악한 표정이 된 선신과 악신이었다.

“그렇게 서로 도우면서 최고의 선신과 악신이 되었지만 처음의 결심대로 유지할 수가 없었겠지.

아무것도 모르지만 잘 따르는 부하와 새로 생긴 가족, 조직은 어린 시절의 결심보다 중요하니 말이야.

점진적인 개혁도 잘 안 되어서 이제 권력유지의 타성에 물들었나 보군.

그렇게 초심을 잃고 신계에 기여도 못하고 현 상태의 유지를 바랬느냐?

약간의 개선도 아닌 개혁은 기존 지배층을 통째로 물갈이를 해야 한다.

그러면 숙청대상이 바로 최고의 위치에 선 너희들이 될 것이니 말이야.

지금처럼 말이다.”

너무 핵심이라서 입까지 딱 벌리면서 놀라는 선신과 악신을 보면서 한마디를 하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흔한 일이다.”

선신과 악신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허무의 베인과 갈라빈카(Kalavinka)의 전투를 지켜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허무와 싸울 수 있을 정도의 신족을 직계로 가졌다면 공이 크다.

악신은 관에서 해방시켜서 독방으로 보내주지.”

악신의 입장에서는 석방도 아니고 독방을 주겠다는데 이걸 감사해야할지 의문인 악신이었다.

그러나 선신은 악신의 독방행이 부러울 지경이었다.

아주 잠시 갇혀있던 검은 관은 정말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다시 관으로 끌려갈 생각을 하니 눈앞이 깜깜해질 지경이었다.

그런데 의외의 구원의 줄이 내려왔다.

“강요할 일은 아니지만 너 선신은 저렇게 내놓을 만한 직계가 없나?

보아하니 신념과 이상에 묻혀 살았지만 가족을 내팽겨 치지는 않았구나.

덕분에 자식 농사를 자신들도 모르게 잘 지어놓은 것 같은데 말이야?”

그 말에 빠르게 직계들의 수준과 능력을 파악했지만 대부분 상위신이었다.

그것도 그다지 우수하지 않아서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게 만드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선신의 직계면서 철없이 배우가 되겠다고 날뛰는 고민거리인 딸만 있었다.

그런데 차원창세신 코아가 싱긋 웃으면서 말을 한다.

“후훗-! 없냐?

내가 보기에는 있는 것 같은데?

잘 생각해 봐라.”

“저기.......”

차원창세신 코아가 뭔가를 알고 있다고 느낀 선신은 넌지시 물으려고 했는데 전세에 변화가 일어났다.

차원창세신 코아의 뒤에 서있던 불복종의 디스가 갑자기 소리를 치면서 전투에 참가하려고 하는 것이다.

“동료의 원수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나도 합세한다. 허무-!”

파아아아-!

그리고 차원창세신 코아를 지나쳐서 전투에 뛰어들려고 하는 순간 차가운 빛이 솟구쳤다.

그 빛은 아주 작은 단검과 같은 크기의 칼이었다.

슈가가-! 투가가각-!

불복종의 디스의 손아귀에서 솟아나온 그 칼은 조금의 틈이나 여유도 없이 차원창세신 코아의 심장을 직격했다.

불복종의 디스가 차원창세신 코아를 암습한 것이다.

갑자기 벌어진 뜻밖의 사태에 허무가 여투신을 멀리 튕겨내 버리고 다시 돌아오면서 외쳤다.

“무슨 쓸데없는 짓이냐?

불복종의 디스-!”

자신이 파악한 바에 의하면 차원창세신 코아는 심장이 관통된다고 죽을 상대가 아니었다.

정식으로 확인된 전투에서 치명상을 수없이 입고 몸이 가루가 되어도 건재했다고 기록하고 있었다.

오로지 머리만이 급소라고 알려진 불사의 창조신이기도 한 것이다.

‘더구나 흑염일족이니 어지간한 신기공격은 무용지물이다.’

역시 심장에 박혀지려던 작은 칼은 어떤 부상도 입히지 못하고 피부에서 멈추어있었다.

그래도 창조신장의 갑옷을 뚫은 작은 칼을 흐뭇하게 내려다보면서 다정하게 말을 걸었다.

“강자여. 이름은?”

“........ 라크사샤(Raksasha).”

불복종의 디스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몸에 단검이 안 들어가자 질린 표정을 보이면서 어떻게든 피부를 관통시키려고 진땀을 빼고 있었다.

기기기기기-!

그러나 창조신의 갑옷은 벌어져도 피부에는 흠하나 날 기색이 없었다.

얼굴이 시뻘개져서 양손으로 단검을 잡고 힘을 쓰는 불복종의 디스를 아주 기특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만 있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그리고 그런 광경에 신령연옥에서 상황을 보고 있던 선신은 온 몸의 힘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라크사샤(Raksasha)는 배우가 되겠다고 자신의 골치를 썩이던 딸의 이름이었다.

‘지금 이 상황은 내가 알던 세계나 인물이 전혀 아니다.

꿈이 아닐까?’

갑자기 죄도 없이 죽임을 당하고 신력과 정기를 모두 빼앗긴 채 신령까지 감금당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더구나 자신의 딸이 암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창조신급으로 평가받는 칭호를 가진 존재로 완벽하게 변화해서 차원창세신 코아를 기습하고 성공까지 한 것이다.

‘연기의 재능은 없으면서 배우가 되겠다고 속만 썩이던 딸이었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최고위원회의 창조신들조차 손도 대지 못한 강자였는데 말이다.

“애야........”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판단이 되지 않는 선신에게 지극히 만족한 차원창세신 코아의 음성이 울렸다.

“좋아-! 아주 좋군.

이렇게 있지 않는가?

선신 너도 독방으로 보내주지.”

그 말에 선신과 정신은 제정신이 난 듯이 마음속으로 소리를 쳤다.

‘난 죄가 없다-!

풀어줘-!’

‘관보다는 독방이 낫지만 해방시켜 달란 말이야.’

두 번 질문을 했다가 바로 처형당한 기억은 잃지 않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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