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방(前方)과 후방(後方) -->
목소리의 음파공격이 악기역주와 중첩되면서 위력이 폭증하기 시작했다.
맞상대를 하고 있던 허무와 불복종이 막으려고 했지만 지독하게 빠른 영창 속도라서 막을 방법이 없었다.
아니 방어막을 거두면 당장 신체가 분해가 될 지경이니 움직임에 제한이 컸다.
결국 격렬한 난전을 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수십, 수백 겹의 음파로 이루어진 권능막이 덮쳤다.
한없이 감미로우면서 목소리와 아름다운 연주로 이루어진 권능이지만 효과는 지독할 지경이었다.
꽈꽈꽈꽈꽈꽈꽈-! 가가가가가가가-!
중첩 음파로 이루어진 권능에 접촉한 순간 모든 신기와 갑옷이 균열이 일고 부서져갔다.
권능수준이 낮은 신기나 갑옷은 단숨에 먼지로 변해버렸다.
일순간에 적과 아군을 불문하고 전부 무장해제를 당한 칭호를 받은 존재들과 구출세력의 주신들이었다.
칭호를 받은 존재들은 순간적인 판단으로 개인의 난전을 그만두고 다시 하나로 모였다.
“큭-!”
“이런-! 물러서라.”
“무방비로 난전은 위험하다.”
다수를 상대하면서 아무런 보호신기가 없다면 지극히 불리했기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구출세력의 주신들도 칭호를 받은 존재들의 갑작스런 돌진과 난전에 당한 피해가 만만치 않아서 추적을 하지 않고 다시 대열을 갖추었다.
다시 양 진영으로서 대치를 하게 된 각 세력이었는데 서서히 욕설이 튀어나왔다.
“이런 썩을-! 이게 얼마짜리인데?”
특히 어렵게 벌어 마련해서 아끼던 신기와 갑옷을 잃은 칭호를 받은 존재들의 분노는 컸다.
진리님께 재능을 인정받아 칭호를 받은 존재로서 실전으로는 최고위원회의 창조신들에게도 밀리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무너졌다.
이런 강력한 주신들이 있다는 소문조차 듣지 못했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이 음흉한 신족 놈들-! 주신들의 수준이 너무 약화가 되었다고?”
“엄살을 부렸어.”“어디서 저런 주신들을 숨겨놓았었지?”
일순간의 돌파와 난전으로 삼백 명 가량의 주신들을 전투불능으로 만들었지만 만족스런 성과가 아니었다.
칠백 명 정도가 남았는데 이들은 일대 일로는 쉽게 이길 수 있으나 둘 이상이 되니 힘들었다.
‘남아있는 칠백 명이 마치 자신들이 정예라는 듯이 오히려 밀어붙여온다.’
‘전투경험이 적은 것만 제외하면 거의 창조신급 이상의 능력이다.’
더구나 저 음파공격을 하는 여신은 정말 상대하기가 곤란했다.
허무와 불복종이 막지 못하는 주신이 있다니 충격일 지경이었다.
그렇게 칭호를 받은 존재들이 밀리는 사태를 만든 가릉빈가가 가장 앞에 서서 말을 시작했다.
이미 보인 능력만으로도 주신들 중 최고이기에 대표로 나서는 것을 막지 않았다.
평상시라면 투표나 정치공작이라도 하겠는데 아차하면 죽어나가는 전장에서는 사치였다.
가릉빈가의 음성이 노래하듯 낭랑하게 울렸다.
“선신과 악신은 신계의 어떤 권력다툼에도 개입하지 않는다는 중립의 전통을 지킵니다.
최고위원회의 권력을 누가 차지하든지 저희 선신과 악신들은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방금 죽임을 당하신 분들의 신령과 저분들의 신병을 풀어주시면 이대로 물러나겠습니다.
또한 더 이상 소란을 피우지 않을 것을 약속드립니다.”
지금 구출세력이 우세한데 이렇게 머리를 숙이면서 나오는 이유가 있었다.
이미 기둥에 매달린 선신과 악신들부터 구출하려고 시도를 많이 했지만 봉인해제가 불가능했다.
처음 계획은 기둥을 뽑아서 바로 이탈이었는데 몇 명의 주신이 힘을 합쳐도 접근조차 허락되지 않는 것이다.
‘어떻게 박고 묶어놓았는지 꼼짝도 하지 않는다.’
‘권능 차이가 너무 커.’
모두가 창조신들의 권능조차 능가하다고 자부했지만 신족의 안녕을 숨겨왔던 권능들을 모두 사용해도 통하지가 않았다.
‘차원봉인?’
‘아니 단지 높은 신격으로 제압을 해 놓은 상태야.’
‘이렇게 권능차이가 벌어지다니?
‘차원창세신 코아가 직접 나서면 바로 당한다.’
‘여기서 마무리를 해야 해.’
차원창세신 코아가 광장에 꽃아 놓기만 기둥인데 수십 명이 달려들어도 빼지 못했다.
어떤 권능을 써도 무효화되고 박혀 있다는 사실도 변화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창조신들조차 압도한다고 자부하던 권능이 아예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공포였다.
그래서 구출세력의 주신들은 백이십 명의 칭호를 받은 존재들보다 뒤에서 쳐다보고 있는 차원창세신 코아가 더 두려웠다.
그래서 대화는 앞의 칭호를 받은 존재들에게 했지만 시선은 최고위원회의 건물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걸 모를 칭호를 받은 존재들이 아니었다.
“지금 주신들에게 무시당한 것인가?”
“허허. 우리가 차원창세신 코아님에 비해 분명 많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무시를 당해?”
“대기하고 있는 놈들 전부 오라고 해서 결판을 보자.”
참으로 어이가 없는 사태였다.
당장이라고 폭발할 것 같은 활화산과 같은 분노가 서서히 일어났다.
그리고 그 감정은 지금 수장으로서 위치하고 있는 허무의 베인이 가장 컸다.
허나 침착해야만 했다.
‘차원창세신 코아님은 초월자들의 대표가 되셨다.
사실상 이계 제압이 끝난 것이다.
그리고 이계의 부흥이 차원창세신 코아님으로부터 시작하는 이상 평가받은 만큼 앞으로의 위치가 정해진다.
그런데 하필 이런 악재가 또 생기다니.
잘못하면 또 떠돌이 신세나 비밀경찰 노릇을 영원히 하겠군.’
칭호를 받은 존재들이 차원창세신 코아님에게 강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남의 도움이 필요한 약자로 결정 된다면 독자세력은 영원히 무리였다.
지배층이 되어도 최고위원회 창조신의 명령을 받아야 하는 중간 관리자가 될 것이 뻔했다.
‘또 명령을 받고 의뢰를 수행해야 하나?
그런 취급을 받아도 할 말이 없군.
모아놓고 돌아가는 꼴을 보니 이건 영락없이 쓸모없는 집단이다.’
칭호를 받은 존재들은 아직 개인의 강함도 조직력도 아직 미비했다.
우리가 가진 힘은 크지만 조직이 없고 진리님의 허락도 나지 않았으니 여건이 만들어질 때까지 참자고 설득하던 날들이 모두 헛짓이었다.
이대로 내세웠다가는 망신만 당할 뿐이었다.
그러니 결국 자신이 홀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내가 본격적으로 나설 순간이 왔는가?
그러나 그렇게나 기다려왔던 순간이 이계의 존망을 건 전투도 아닌 겨우 신계 내부의 반란세력의 진압이라니?
참으로 허무하구나.
허무해.’
상대가 최고위원회의 창조신들 전부도 아니고 겨우 주신들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한심할 뿐이었다.
입에서는 허탈한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하하하하-! 내가 설마 주신들에게 전력을 다해야하는 날이 오다니.”
허나 주변을 돌아보고 미래를 예상하니 이제 이것저것 따질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자신이 차원창세신 코아대신 진리대리를 맡았다면 당장 처분을 해도 속이 시원치 않을 추태이자 전과였다.
진리님에게 직접 칭호를 받은 존재들이 기존의 신족에게 밀린다는 것은 정말 큰 죄였기 때문이었다.
음파공격에 너덜너덜한 상의와 갑옷을 한꺼번에 잡아 뜯었다.
좌아아아아아-! 두두두두두-!
그대로 상의를 양손으로 찢어버리고 상처로 온통 뒤덮인 상체를 들어낸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았던 수많은 상처가 들어난다.
신족의 신체는 정신으로 완전히 통제받기에 상처가 남을 수가 없었다.
허나 거의 대부분이 진리에게 실전과 같은 수련을 받으면서 얻은 영광이었고 그래서 지우지를 않았다.
슥-!
상체에 그어진 수많은 상처들을 양손으로 어루만지면서 신력을 주입해간다.
팟-! 파파팟-!
그러자 마치 불이 켜지듯이 상처가 빛이 난다.
그와 함께 진리님과의 대련에서 겪었던 고통과 깨달음이 다시 각인되어갔다.
‘남에게는 흉해보일지 몰라도 이 상처야말로 나의 진실이다.’
상처 위에 다시 상처가 덮어서 마치 그림처럼 보이는 신체는 어떤 부상과 패배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섰다는 투지의 상징이었다.
그 투쟁의 대상이 진리님이었기에 더욱 가치가 있어서 남겨두었다.
‘상처만이 남은 영광.
이것이 내 삶의 증거다.
아무것도 의미 없는 삶이나 하나만은 변하지 않았다.
진리님의 인정.
그래서 진리님도 이 상처를 인정하셨다.
그리고 남에게 보이는 얼굴만은 절대로 변하지 않도록 조치해주셨지.’
유일하게 상처하나 남지 않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진리님의 가호로 어떤 공격을 받아도 부상을 입지 않는 얼굴이 무표정으로 변하고 눈에서는 검은색의 빛이 폭발하듯이 품어졌다.
몸 전체에 문신처럼 만들어진 흉터 전부에서 검은 빛이 발산되기 시작하자 칭호를 받은 존재들은 다급하게 물러나면서 외친다.
설마 허무가 주신들을 상대로 진심으로 나올지는 예상 밖이었던 것이다.
“허무-! 행성 안이다-!”
“너무 위험해-!”
칭호를 받은 존재들의 권능은 기본이 초월권능 이상이다.
그리고 진리님께 끝까지 저항했던 일대 십중심 세력의 잔당들의 권능이었기에 특히 강력했다.
특히 일부의 권능은 개방과 동시에 주변 전부를 파멸로 몰아넣을 정도로 위험하기 짝이 없어서 운용이 힘들 정도였다.
그 중에서 가장 독보적으로 강력하고 위력적인 칭호가 바로 허무였다.
‘완전개방을 하면 소유자조차 위협하는 소멸의 권능이다.’
‘행성 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권능이 도저히 아니야.’
권능의 발현자 조차 소멸될 위험을 감수할 정도이니 상대하는 자나 주변의 모든 것이 무사할 리가 없다.
허무도 너무 위험하고 위협적이라서 불필요한 공포를 줄까봐서 남이 보는 앞에서는 거의 사용한 적이 없을 정도였다.
허나 허무는 멈출 기세가 전혀 없었다.
아니 단호하게 외쳤다.
“너희들은 내 뒤로 피해라.
이들은 네가 전부 처리한다.
주변 피해는 차원창세신 코아님의 차원권능이 있는 이상 걱정 없다.
이대로 물러나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이미 전장 주변에 빈틈없이 에워싸고 있는 황금빛의 차원결계를 확인한 이후였다.
이 안에서라면 허무권능을 전력으로 사용해도 이상이 없다는 확신이 들 정도의 방어벽이었다.
그리고 가진 조직이 엉망이기에 수장인 자신이라도 가능성과 유용성을 증명해야만 앞으로의 난세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짧게 생각을 전달한 허무의 말에 모든 칭호를 받은 존재들이 다급하게 뒤로 도망치듯이 후퇴해갔다.
허무의 칭호에 말려드는 순간 끝장이란 사실은 너무나 잘 알았다.
그렇게 허무의 끝도 없이 치솟는 신력, 아니 위압감에 최고위원회만을 주시하던 가릉반가의 시선이 커진다.
그리고 검은 태양이 나타난 것은 거의 동시였다.
화르르르르르르-! 슈아아아아아아-!
상처에서 품어진 검은 빛으로 완전히 검은 태양으로 변한 허무의 입에서 정식영창이 흘러나온다.
“나는 허무.
그는 행복을 지키는 자.
모든 미녀의 사랑과 영광을 독차지하는 영웅을 수호하며 승리의 길을 보장하는 자.
누구보다 강하기에 역사의 전면에 나설 수 없는 자.
누구보다 아름답기에 질투의 여신의 사랑을 받은 자.
만물을 사랑하나 아무것도 얻을 수 없게 운명 지어진 존재.
그러하기에 허무한 자.”
구출세력의 주신들은 전율했다.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파괴력이 검은 태양 속에서 증폭되어 갔다.
‘해방되는 순간 본성 서우리나, 아니 이 항성계 전부가 소멸시킬 정도의 위력이라니?
‘이게 허무? 칭호를 받은 존재들 중 최강이라고 인정받은 존재의 강함인가?’
가릉빈가가 다급하게 악기를 잡고 연주를 시작하여 음파공격을 쏟아냈지만 아까와는 반응이 달랐다.
소멸의 검은 태양은 무형의 음파공격조차 남김없이 소멸시킨다.
그리고 심상치 않은 위기를 느낀 구출세력의 주신들도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칭호를 받은 존재들조차 곤란하게 했던 위력을 가진 공격들이 허무 하나만을 노리고 무차별로 쏟아졌다.
과아아아아-!파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러나 소멸의 검은 태양은 어떤 권능도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다.
전투만으로는 최고위원회의 창조신들보다 강하다고 인정받는 허무의 진면목이 아낌없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검은 태양에서 최후의 영창이 터져 나왔다.
“모든 것은 내 손안에-!
다시는 지켜보기만 하지 않으리라.”
영창이 끝났는지 검은 태양이 응축을 거듭하면서 오른손에 집중했다.
작아졌지만 처음과는 비교할 수 없이 파괴력을 응축한 권능을 손에 움켜쥔 허무의 외침이 입에서 터졌다.
“전부의 소멸!”
파아아아아아아-!
기합과 같은 신언으로 허무의 칭호를 개방하면서 손바닥을 펴고 그대로 정권지르기 자세로 내지른다.
그러자 거대한 손바닥 모양을 한 검은 소멸의 권능이 공간과 시간을 집어삼키면서 절대적인 위력을 드러냈다.
쿠아아아아아아아아-!
순식간에 허무의 전면부 모두가 거대한 검은 소멸권능의 영향에 말려들었다.
칠백 명의 주신들이 힘을 합쳐서 수백 겹의 방어막을 쳤지만 잠시 저지했을 뿐 모두 소멸되기 시작했다.
너무나 강대한 소멸의 위력이 촌각의 여유조차 주지 않고 주신 전부를 집어삼켜 버렸다.
“!!!”
“!?”
주신들이 최후에 본 것은 거대한 검은 손이 시야 전부를 움켜쥐는 것 같은 환영이다.
그리고 모두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소멸의 폭발에 말려들어서 사라져 버렸다.
파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렇게 모든 것을 소멸시키던 검은 소멸의 광선은 끝없이 확장하다가 주변을 보호하던 차원결계에 충돌해서야 사라졌다.
“........”
단 일격으로 그렇게나 상대하기 힘든 강력한 주신들이 전부 소멸되어버리자 가장 놀란 것은 칭호를 받은 존재들이었다.
허무가 진리님에게 가끔 직접 교육을 받을 정도로 특별하다고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정말 몰랐던 것이다.
잠시간의 정적 속에서 박수소리가 울린다.
짝짝짝짝-!
그 소리는 최고위원회에서 들려온다.
누구인지는 확인하지 않아도 알았다.
허공에서 거대한 확대된 차원창세신 코아가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품에는 일시적인 동료들이지만 허무의 일격에 소멸되어버리자 라크사샤가 입을 벌린 채 넋을 잃고 있었다.
‘비록 부모를 구하기 위해서 일시적으로 모였지만 주신 일천 명이다.
그들이 힘을 합쳤는데도 이렇게 허무하게 소멸되다니?’
이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 작품 후기 ==========
내일 일이 있어서 먼저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