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방(前方)과 후방(後方) -->
독재자와 비슷할 정도로 능력 있고 인망 있는 존재가 정상적으로 노력해서 성공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바로 혁명의 지도자가 된다.
지금 자신이 만들려는 세상은 바로 그들을 정상적으로 출세시키기 위한 방식이었기에 대대적인 반란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멸망해 가는 이계를 부흥시키기 위한 독재를 비판할 정도로 감정적이라면 상대할 가치도 없지.’
그리고 이미 내뱉은 발언이었다.
망설일 필요도 없이 정식 절차를 밟게 했다.
“제 사군 시위의 최초의 군사령관으로서 구세의 영웅신(救世의 英雄神) 대자재천(大自在天) 시바로 임명한다.
그리고 여기 있는 모든 시위대는 이제부터 모두 현역 투신으로 신분을 바꾸어 입대시킨다.
신계 자아는 이들의 모든 신분을 수정하라.”
‘지시대로 수행 하겠습니다.’
따르르르르르르르르르-!
마치 활자가 쳐지는 것처럼 자료를 수정하는 소리가 본성에 요란하게 울린다.
대부분 무직이었지만 시위대의 신분이 전부 신병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본성의 평화시위대는 모두 강제 입대되었다.
고위직이었던 시위 지도층들도 갑자기 자신들의 신분이 말단 투신으로 바뀌어 나가자 너무나 기가 막혀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다.
‘이제까지 쌓아온 경력이 모두 날아갔다.’
‘내 직위, 직장에서 자리가 사라졌어-!’
전쟁만 일삼는 최고위원회 창조신들에게 분노해서 거리로 나왔지 이런 것을 바라고 시위를 일으킨 것은 전혀 아니었다.
허나 새로운 창조신장은 개인의 사정이나 의사 따위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이미 차원신계에서 몇 번 고려해 주었다가 많이 당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용서 없다.
집단으로 모여서 움직였다면 끝까지 운명을 같이 해라.’
칙칙하게 안색이 죽어가는 시위대를 쳐다보면서 아예 못을 박았다.
“너희들은 이제부터 신족의 영광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투신이다.
투신이나 군신은 전쟁시기에는 항명이나 탈영은 즉결처형임을 명심해라.
전부 모아서 공개처형을 한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마신황제의 마력을 숨기지 않고 살짝 드러내자 거꾸로 매달린 선신과 악신들의 표정이 시커멓게 변해갔다.
그 표정을 보는 다른 신계의 책임자들은 이제 머리가 아프다 못해 쑤실 지경이었다.
‘저들의 공개처형을 끝까지 할 생각이다.’
‘이런 제길-! 세금을 안냈다고 죽여?’
‘병역기피를 했다고 공개처형을 하다니?’
저렇게 가혹하게 나올 필요가 없었다.
기존 신족으로는 항거 불가였던 일원을 물리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는 이상 스스로 따를 수도 있었다.
아니 세금이든 병역이든 승산이 있는 이상 얼마든지 내놓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싸움에 말려드는 상황이라서 피했을 뿐이었다.
특히 아직 끌려가지 않은 선신과 악신들은 난리였다.
‘이제 시위로 협박도 못하겠군.
언제 납치를 당해서 공개 처형될지 몰라.
이거 정말 반란이라도 일으켜야 하나?’
‘그래야 할지도 모르겠군.’
허나 그런 의지는 다음 광경에 싹 사라졌다.
황금빛 연기 속에서 열 개의 마력의 손톱이 튀어나오면서 칠백 명의 고위신의 목에 밀착된 것이다.
얼마나 강력한 마력인지 접촉도 안 되었는데 목 주변이 괴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핏기가 사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사아아아아아아-!
저 정도로 강력한 마력에 당하면 신령 자체가 공중분해 될 우려까지 있었다.
재생된다고 해도 본인이라고 자신하지 못할 정도로 엉망이 될 것이 뻔했다.
최상위 선신 칠백 명이 세금포탈과 병역기피로 공개 처형되는 마당에 저 자리에 자신은 안선다고 자신할 수 없었다.
‘칭호를 받은 존재들의 손아귀에서는 무사할 수가 없다.’
기둥에 거꾸로 매달린 선신과 악신들이 목이 달아나기 직전의 광경을 보는 선신과 악신들의 상황은 엉망진창이었다.
‘그냥 밀린 세금 내자.
뭐 없어?
착복?
당장 관리신 놈을 잡아와-!’
‘직계들을 데려오도록 해라.
싫다고 도망을 쳐?
당장 끌고 와-!’
세금면제로 쌓아온 정기는 공짜라고 내부 인원이 해먹고 병역을 빼준 직계는 나약해서 가족을 외면하고 도망친다.
당연히 누리던 권리라서 쌓아두기만 했더니 속이 썩어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신계를 관리하는 각 신계자아에게서 사정을 전달받은 차원창세신 코아는 속으로 미소 지었다.
‘역시 본보기는 위에 놈들을 쳐야 효과가 확실해.
말단을 아무리 벌 주어봤자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
말단 수만 명이 하는 작은 부정부패는 신족 전체로 보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벌금을 물리거나 징계하면 수정되지만 지배층은 안 되었다.
최상위 지배층은 실수 하나로 나라가 흔들리기 때문이었다.
‘사태를 이 꼴로 악화시킨 지배층을 전부 바꾸거나 아예 꼼짝도 못하게 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 한 이계 신족에게 미래는 없다.’
진출을 봉쇄하던 배신자 신족을 무너트리고 본성 피오리나와 지휘부까지 날려주었다.
거기에 이계 전부로 뻗어나갈 수 있는 생사의 일방통행까지 만들어 주었으니 일치단결만 했으면 창조력이 급한 이계 상황에서는 자체적으로 부흥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서로 잘 났다고 싸우고 자꾸 진리에게 하소연을 해서 문제를 더욱 키웠지.’
그 덕분에 바람가의 본성에 생매장을 당하기 직전까지 갔던 분노는 아주 조금만 작용하고 있었다.
‘지긋지긋한 거지들-! 이것들은 안 돼.
죽어라 갈구어서 일만 하게 하고 싸가지 없는 입을 놀리면 밟아서 닥치게 해야 해.
그렇다고 다 처분할 수 없으니 위 놈들부터 끝장을 낸다.’
그래서 다른 주우주 창조신들이 보면 미쳤다고 하는 짓을 하고 있다.
빛의 창조신이 직접 고위신들을 공개처형을 집행하고 있었다.
“바빠서 더 이상 마지막 한마디를 못 들어주겠다.
숨겨둔 뛰어난 자식이 있으면 빨리 내놓고 살아남아라.
없으면 내 욕 좀 하다가 내 안에서 영원히 신족의 영광의 기초가 되어라.
그것도 아니면 구원세력이 더 있느냐?”
다시 목숨의 위험을 느끼자 그제야 제정신이 돌아온 선신과 악신이었다.
애지중지하면서 아끼던 직계들이 눈앞에서 소멸 당했으니 일원을 이겼다는 경외를 분노가 누른다.
그리고 선신과 악신을 가리지 않고 거리낌 없는 욕설이 터져 나왔다.
“이 악마가-!”
“내 자식을 살려내라.
너도 곱게 죽지 못할 것이다.”
허나 차원창세신 코아는 쏟아지는 폭언을 묵묵히 듣기만 했다.
그리고 거의 끝나가자 황금빛 연기 밖으로 손을 꺼내서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딱-! 우르르르르-!
그러자 허공에 차원문이 열리면서 수백 개의 커다란 황금구슬이 쏟아져 나온다.
반투명해진 구슬 안에 보이는 존재들은 바로 허무의 전력공격에 단체로 소멸당한 자신의 직계들이었다.
허무의 소멸영향을 받았는지 심각한 타격으로 정신을 잃고 있었지만 살아있었다.
이게 무슨 일인지 몰라서 혼란스러워하는 선신과 악신을 내려다보면서 차근차근 설명하듯이 말하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너희의 직계들은 강하다.
모두 제 사군 시위의 지휘관으로 임관시킬 생각이다.
그런데 주신을 소멸에서 본래대로 재생하려면 정기가 많이 듣다.
그래서 허무의 칭호에 당해서 소멸직전에 차원권능으로 격리시켜 구출했지.
이렇게 관대한 나는 신족에게 필요하다면 반역세력이라도 구원하고 중히 쓴다.
이런 나를 누가 악마라고?”
“......... "
악마라고 욕했던 선신들이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선신들이 침묵하자 이번에는 악신을 보면서 질문했다.
“누가 곱게 못 죽어?”
“그........ 그것이.”
아주 꼬여버린 상황이었는데 더욱 충격적인 선고가 떨어졌다.
“창조신장에 대한 모독죄를 추가하여 세금포탈과 병역기피에 대한 벌금과 보석금을 열배로 인상한다.”
“!!!”
“!?”
신족의 법칙에 신계에 해를 끼친 죄가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정기를 가져오면 면죄 받을 수 있는 조항이 있었다.
아주 막대한 정기가 들어가지만 모두가 부자여서 마지막 수단으로 그걸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열배로 올려버리면 아예 안 풀어주겠다는 뜻이었다.
더없이 창백해진 선신과 악신을 향해서 그래도 빠져나갈 길을 알려주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아니면 너의 자식들이 그만큼의 전공을 세운다면 풀려날 것이다.
자신과 직계가 다르다고 말하지 마라.
이제 개인은 없다.”
스스슷-!
목에 접촉만 하고 있던 마력의 손톱이 서서히 예기를 품으면서 파고들 기색을 보였다.
“잠시만-! 생각해보니 저도 숨겨둔 뛰어난 자식이...........”
“시간 초과다.
나중에 너희들을 구하겠다고 찾아오면 잘 대우해 주지.
사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각-! 두두두두두두두-!
“거.......”
“크.......”
칠백 명의 선신과 주신의 목이 동시에 잘려서 바닥으로 떨어지고 피가 바닥을 적신다.
‘으아아아아아-!’
‘크아! 풀어줘-!’
그리고 신령은 도망도 치지 못하고 바로 신령연옥에 끌려가서 검은 관에 갇혀버렸다.
그렇게 공개처형을 마친 차원창세신 코아가 허공에 띄운 거대한 환영을 지우면서 마지막으로 선언했다.
“개인은 없다.
이제 모두가 집단으로서 운명을 같이 한다.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으라.
그것이 앞으로 너희에게 주어진 공동운명의 생존시대다.”
거대 환영이 사라짐과 동시에 시위대 아니 이제 제 사군 시위의 제압도 풀렸지만 감히 도망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선신과 악신으로 이름이 높던 고위신들 수백 명이 공개처형을 당한 충격이 너무 컸던 것이다.
그 때 본성 서우리나의 외곽에서 경계 중이던 진리 친위군이 행성 표면으로 강하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우우우우우우-!
행성의 대기를 가르고 십만이 넘는 투신들이 긴급 강하를 하는 믿음직한 모습을 보고서 반색을 한 시위대들이었다.
전쟁이 싫고 투신도 나쁘다고 나선 시위였지만 맨몸으로 대기권 돌파를 하는 모습을 보니 저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
그래서 다급하게 외치면서 구원을 청했다.
아무리 차원창세신 코아가 강하다고 해도 십만이 넘는 정예투신을 이기기는 힘들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신계 최강의 진리 친위군이라면 어떤 창조신도 당할 수 없다는 이론이 상식적으로는 맞는 판단이었기에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그리고 일부 시위 지도층들을 재빨리 구호를 바꾸어서 힘차게 외치고 있었다.
“독재자를 물리치고 자유와 평화를 돌려받자.”
전쟁유지의 평화요구가 독재자 퇴출로 바뀐 것이다.
시위대가 마치 전염된 것처럼 다시 투기를 발산하면서 신기까지 들었다.
“독재 타도-!”
“자유 사수-!”
그러나 시위대의 구원요청과 독재타도의 연호하는 모습을 본 진리 친위군들의 얼굴은 팍 일그러졌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진리대리로 파견 왔던 첫날에 이미 허계 봉쇄군 전부가 제압되었다.
그리고 본선의 방어권능을 전력으로 발동시킨 최고위 창조신들이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박살이 난 지도 일 년밖에 안 지났다.
수치스러워서 공개는 하지 않지만 이미 거의 알려진 사실이었다.
더구나 직후에 배신자 세력의 본성까지 날려버린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인데 싸우자고 하니 기가 막힌 것이다.
‘젠장-! 개죽음을 당하라고 덤벼?’
‘아직도 전력차이를 모르겠냐?’
‘이미 드러난 사실만 보아도 누가 이길지 알 수 있잖아?’
그런 상황인데 머리수만 많아졌다고 현실을 망각하고 있다.
더구나 싸우자는 선동까지 쉽게 당하고 있으니 정말 이것들이 제정신을 가진 신족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조용히 좀 해라.’
‘시끄럽다고 다시 나오실까봐서 겁난다.’
본성 강하도 차원창세신 코아의 명령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명령에 따라 긴급 행성강하를 하면서도 시선은 최고위원회에서 떠나지 않는 진리 친위군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