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방(前方)과 후방(後方) -->
잘못된 인식은 수정을 해 주어야 하지만 사실이었다.
현세계 신족으로는 차원창세신 코아를 상대로 무력 반란의 성공가능성은 없었다.
‘그리고 무능한 것들의 반란은 상관도 없다는 입장이니 더욱 꺼려할 것이다.’
하지만 같은 현세계의 존재로서 지극히 감정이 상하는 허계 창조신의 대답이며 대응이었다.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뜻인가?’
그리고 이상하게 다독이는 목소리가 또 들려왔다.
“괜찮아.
다 잘될 것이다.
혹시라도 문제 생기면 싹 날려버리고 다시 만들면 된다.”
겁이 없는지 아니면 자신이 있는지 모르지만 신계 아니 현세계를 전부 날려버리겠다는 소리를 대놓고 공개적으로 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럴 능력도 의지도 넘치니 더 큰 문제였다.
‘........ 알겠습니다.’
마지못해 대답하는 기색이 역력한 신계 자아의 대답을 듣고서 그림과 같은 화사한 미소를 지은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역시 일반적인 신계자아가 아니다.
다른 누군가가 섞여있어.’
머뭇거리는 대답에서 신계 자아에게 없어야할 중복된 감정의 편린을 읽은 것이다.
이제 확실해졌다.
‘창조신장 이상의 고위의 존재가 아니라면 나의 통제력을 벗어날 수 없다.
그런데 신계 자아가 아직도 자율판단을 하고 있어.
감정조차 아주 풍부하다니?
차원신계의 자아를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신계자아가 또 다른 누군가의 통제를 받는다는 확신은 처음 창조신장으로 인증했을 때부터 의심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끔 보이는 감정적인 대답에 수차례 시험을 하고 확신이 생겼다.
‘역시 생각대로 신계 자아를 완전제압을 한 상태가 맞지만 자아는 분명 살아있다.
대답에 못 마땅한 감정까지 확실하게 느껴진다.
나보다 상위의 신격을 가진 누군가의 인격이 포함되어 있어.’
당연히 이계의 창조주의 인격이었다.
창조신장보다 상위의 신격을 가진 존재는 오로지 영원체나 십사 써클을 가진 절대계의 십중심과 일족, 최상위의 전사들 일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역시 잠들었다고 소문난 이계 창조주의 감시이겠지?
아마도 신력을 아끼기 위해서 신체를 잠들게 하고 의지는 신계자아와 융합시켰을 것이다.
이계가 정상화가 될 때까지 가상 휴면상태인가?
신족을 감시하면서 부흥의 희망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군.
그러면 부흥 가능성이 많이 있다면 적극 도울 것이니 신계는 큰 문제가 없겠어.
창조주의 조력이 있다면 유지의 영웅신(維持의 英雄神) 비뉴천(毘紐天) 비슈느에게 창조신장의 자리를 지금 떠 넘겨도 이상은 없다.’
바로 이계의 창조주까지 신족 부흥에 끌어들일 계획을 세웠다.
자신이 떠나면 바로 망한다는 최후의 불안까지 털어버린 차원창세신 코아의 시선은 저 멀리 자신이 만든 주신성으로 향하고 있었다.
‘거의 행성 정리가 끝났군.
빠르다.’
주신성은 자신이 막 행성을 조성한 상태라 지적 생명체가 살기에 부적합한 요소들이 많았다.
그래서 아르카나 시스템을 통합신계로 삼고 온건파 초월자들이 집결하여 개조 중이었다.
감독자로 황금착각에게 맡기고 와서 큰 문제없이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초월자 온건파와 황금착각, 근원까지 포함시켜 새로 만들어진 이계 주신성 차원 신계다.
구성이나 능력으로는 부족함이 없지.’
기대보다 빠르게 주신성의 생태계는 안정되고 슬슬 괴수신도 발생할 조짐이 보인다.
그렇게 할 일이 거의 끝나가자 슬슬 문제가 생기고 있다.
한 달간의 혼란을 거쳐서 통합신계가 이제 서서히 정상적으로 운영되면서 문제점이 들어나려 하고 있었다.
‘또 편 가르기로군.
신계 자아가 장기 부재를 하면 초월자 대표의 자리가 위태롭다고 한 충고는 적절했다.’
누가 초월자가 아니라고 할까봐서 벌써 계파를 나누고 싸우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초월자들에게 관리를 넘겨준 아르카나 시스템 이호기의 최종통제권은 초월자 대표인 자신에게 있었다.
그러니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은 모든 대화나 업무추진은 완전한 파악이 가능했기에 정확한 현실 판단이다.
‘이미 거주하게 할 지성체의 선발까지 각자 끝낸 초월자들이 슬슬 세력다툼을 벌이려 하고 있다.
나중을 생각해서 자신들과 연관된 종족으로 능력수치와 역사를 조정하면서 밀고 있군.’
초월자들에게 사들인 일만 개의 행성들은 사망 직전이라서 지금은 몇 억도 안 되는 소수이다.
하지만 지성체에게 낙원과 같은 환경인 주신성이 주어진다면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주신성의 최대 가용인구가 일백 조를 가뿐히 넘기니 초월자들의 세력구도가 완전히 바뀔만한 중대한 사안이었다.
‘비슷한 종족일수록 정기 흡수가 쉽다는 것을 감안할 때 양보할 사양이 아니다.’
황금착각과 근원을 놓고 통제 역할로 놓고 왔지만 그 둘로는 수많은 초월자들의 제어가 역부족인 상태였다.
더구나 황금착각이 주관하는 지옥군대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모성을 오염시켜 파괴하고 외부로 진출하여 처분대상이 된 지성체들과 치열한 격전 중이었다.
‘모성을 말아먹은 것으로 모자라서 다른 행성까지 파괴하는 말종들을 처리하라고 보낸 지옥군대가 밀린다.
황금착각이 아직 전력을 되찾지 못했군.
저들의 관리만으로도 벅차.’
지옥군대가 처음에는 아주 처분을 잘 하다가 큰 위협이 왔다고 눈치를 챈 지성체들의 격렬한 반항에 혼전 중이었다.
이제 황금착각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후퇴해야할 정도였다.
‘전황이 힘들어진 경과를 보니 실로 한심스럽고 짜증나는군.’
최초에는 몇몇이 몰래 지성체 집단에 스며들어서 정보 파악을 하면서 분탕을 쳤는데 이게 너무 효과가 좋았다.
정보를 얻을 겸 부활악당들은 조용히 기회를 보다가 죽은 자를 좀비가 되어 일어서게 하고 듣도 보도 못한 즉사성의 역병이 돌게 했다.
그리고 일반 동식물부터 애완동물까지 마수가 되어 덤비게 하니 고립된 거주지에서 대응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쓸려버린 상황이었다.
수십 개의 위성에 건립된 몇 억이 사는 식민지 거주지가 겨우 몇 명의 부활악당들에 의해 순식간에 몰살된 것이다.
‘고도화된 물질문명은 마법과 같다지만 정신에 기반을 둔 권능에는 속수무책이지.
물질이 아닌 정신으로 작용하는 완전히 다른 문명이니 즉각 대응을 할 수 없다.
기습을 당하면 끝장이다.’
그래서 죽음의 군대는 적을 얕보고 본거지 지역에 한꺼번에 처단한다고 몰려갔다가 반격을 당했다.
모성을 망하게 하고도 번성할 정도로 강력한 물질문명의 발악은 지옥의 군대조차 주춤거리게 할 정도였다.
‘오염되었다고 판단하면 바로 위성과 행성을 파괴해대니 물러서야만 했다.’
더구나 우주공간의 전투는 대규모의 함대와 엄청난 위력을 가진 폭탄과 무기를 사용하는 물질문명의 우위였다.
우주공간에서는 밀리고 행성을 점령하면 통째로 날려버리니 접근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지옥군대를 후퇴하게 한 주력 함대는 황금착각이 나서서 박살을 냈지만 워낙 많으니 전부 처리를 못하는군.
물질문명답게 기계의 생산력이 엄청나서 황금착각의 파괴속도를 앞지를 지경이야.’
황금착각이 분투하고 있으나 전투영역이 너무 넓었다.
‘죽음의 군대는 거의 자동화되고 인공자아가 관리하는 저런 거대 전함이나 요새상대로는 힘을 못 쓴다.’
이러니 황금착각이 빠지기만 하면 전선이 아예 초토화가 되어 밀리니 정말 한숨이 나올 전황이었다.
‘이러면 후방의 생산기지부터 쳐야하는데 벌써 막혔군.
거기에 벌써 권능감지기 까지 나오다니?
저 종족과 연관된 초월자 놈들의 수작인가?’
물질문명이라고 하지만 시간과 자료를 주면 정신문명에 대응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제 살 깎아 먹기인데 실제로 자료를 넘긴 초월자들이 감지되었다.
덕분에 초전에 하던 대로 뒤에서 수작만 부리다가 일제히 난리를 쳤으면 이미 끝난 전투가 지지부진한 실정이었다.
부활악당들의 정정당당한 전투방식이 가장 큰 문제였다.
원래 비겁하게 싸우라고 너희들은 악이라는 현실을 철저하게 교육시켰는데 너무 일이 잘 풀리니 군기가 풀어진 모양이었다.
“지들이 무슨 정의의 심판자라고 우르르 몰려가서 정면대결을 하는지 몰라.
생전에 하던 대로 뒤에서 음모와 이간질만 잘 했어도 충분했는데 말이야.
하여간 믿고 맡길만한 부하가 없어.”
입으로는 불만을 투덜거리면서 말하고 얼굴은 인상을 쓴다.
허나 바로 신이 나는 목소리가 나왔다.
“역시 내가 나서야지.
그리고 초월자 일부가 지성체들에게 훈수를 둔 것도 확인했으니 지성체의 처분 지휘도 내가 직접 나서서 하자.
한 달 동안 지긋지긋한 멍청이들을 데리고 계획과 통제의 서류 작업을 하느라 치가 떨렸는데 이제 해방인 것이다.
그리고 현장에서 나설 수 있었다.
이계 창조주의 개입이 분명한 신계 자아가 듣고 있지만 웃음을 참지 못했다.
“푸후후후후후. 기다려라.
내 의뢰와 사업장을 어지럽히는 쓰레기들아.
싹 날려주마.”
남이 포기한 문제의 해결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우월한 능력의 증명이다.
누구나 불가능하다고고 말하는 일을 성공시켜 자신의 필요성을 입증한다는 것만큼 큰 성취감을 주는 것도 없었다.
거기에 직접 싸우는 당사자들은 모르지만 옆에서 보면 아주 쉽다면 더욱 그러했다.
물론 이런 방식은 아주 위험하다.
‘혼자 잘난 척하다 뒤통수를 맡고 추락하는 경우가 대다수이지.
하지만 여기라면 상관없다.
쳐볼 수 있으면 쳐봐라.
모두 군대로 보내서 굴려주지.’
반란도 좋고 모략도 좋았다.
위험요소는 모두 압도적인 힘과 정기로 압살하고 발전을 가속화할 기반으로 삼으면 끝이었다.
그래서 창조신장의 인수인계 준비를 하는 차원창세신 코아는 전혀 거침이 없었다.
창조신장의 거의 전부의 결재권과 권한을 모두 인계하려는 모습에 결국 신계자아가 나섰다.
‘주신들의 인사 권한까지 넘기시면 안 됩니다.
유지의 영웅신(維持의 英雄神) 비뉴천(毘紐天) 비슈느는 아직 업무파악은 고사하고 주신들의 얼굴도 잘 모르는 상태입니다.’
‘........ 쳇.’
차원창세신 코아는 아주 못 마땅하지만 그래도 신계자아의 판단을 따라주었다.
아니 이계의 창조주가 뒤에 버티고 있을 것이 확실해 보이니 잘 보여야 했다.
이계가 어느 정도 부흥하면 반드시 온전하게 깨어날 것인데 그때 어떻게 될지는 지금이 중요했다.
“괜찮아.
잘못되면 다 날리고 원위치로 하면 된다.”
나름 덕담인데 그게 또 신계자아의 이성을 건드린 모양이다.
날카로운 대답이 들려왔다.
‘안 괜찮습니다.
주신이상의 인사권한의 위임은 허용할 수 없습니다.’
신계 자아가 대리자에게 적극적으로 위임하려는 창조신장의 권한에 개입을 하자 한참을 밀고 당기는 조율을 하게 된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그래도 인사권과 예산의 핵심을 제외한 골치 아픈 신계 관리감독을 거의 전부 떠넘기는데 성공한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인수자의 서명을 끝내자 그러자 바로 창조신장의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외쳤다.
‘나 간다. 수고.’
인수인계 설정이 끝나자마자 떠나려는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신계자아가 당황해서 막았다.
‘잠시만-! 대리자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허나 차원창세신 코아는 앉아 있어야만 하고 얼빠진 주신만 보니 신력과 권능이 감소되는 것 같은 창조신장의 자리에 더 이상 머물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유지의 영웅신(維持의 英雄神) 비뉴천(毘紐天) 비슈느의 신격과 권능은 내가 이미 신계와 연결했다.
도착하기 전에 원격으로 일하라고 그래.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라.”
그 말과 함께 차원권능을 발동해서 바로 신계 영역 바깥으로 나가버리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후우우우우우우우웅-!
그렇게 순식간에 공석이 되어버린 창조신장의 자리 앞에 흐릿하게 빛나는 인영이 대신해서 나타났다.
바로 신계에 연결되었지만 거리가 멀어서 직접 오지 못하고 화신의 일부만을 보낸 유지의 영웅신 비슈뉴였다.
워낙 먼 거리라서 막대한 신력이 사용되니 용건만 간단하게 꺼냈다.
‘창조신장이신 차원창세신 코아님의 부름에 응하겠습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이 뭔가요?
아니 정식 직위가 무엇인가요?
군사령관보다는 위이겠지요?’
뭔가 기대감과 자부심이 가득한 여창조신의 음성이 울리자 뭐라고 할 말이 없는 신계자아였다.
직접 연결되고 보니 과연 창조신장의 대리를 맡기고 떠날 정도로 강력한 신격과 권능을 가진 존재였다.
‘어디서 이런 창조신이 숨어있었지.
그리고 구세의 영웅신이 임관하자마자 군사령관이 되었으니 높은 자리를 잔뜩 기대하는 모양이군.’
정확히 표현을 하지 않았지만 마치 이런 의지가 화신에게서 전해지고 있는 것 같았다.
‘전 신계에 방영된 구세의 영웅신의 능력은 저보다 높지 않습니다.
신력이나 운용능력을 비교하면 제가 우위입니다.
당연히 내가 직위가 위여야 합니다.’
신계 자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바로 대답을 했다.
마침 차원창세신 코아는 어떤 신입도 만족할 만한 자리로 임명하고 바로 인계하고 떠났다.
‘부 창조신장입니다.
임관을 축하드립니다.’
‘아......... 부 창조신장이요?’
부 창조신장은 바로 창조신장의 밑이었다.
부름에 응해서 통성명만 하고 바로 임관했다가 단숨에 서열 이 위가 되어버린 유지의 영웅신(維持의 英雄神) 비뉴천(毘紐天) 비슈느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
너무나 파격적인 인사 조치에 혜택을 받은 당사자이지만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나에게 어울리는 높은 자리를 기대했지만 이건 너무 높다.’
물론 높은 능력을 가지고 신계에 들어가 바닥부터 시작하기에는 자존심이 용납지 않아서 은거해서 살았다.
그리고 아무리 숨어산다고 해도 비슷한 존재들은 서로 잘 알기에 구세의 영웅신의 수준도 어느 정도는 알았다.
‘거의 같은 입장인 구세의 영웅신이 군사령관이 되었다는 사실에 임관을 결정했는데 이건 너무 과하잖아?’
적어도 군사령관 이상의 직위를 원했지만 단숨에 서열 이 위에 임명하다니 상식을 너무 초과했다.
일단 확인 작업을 했다.
‘그 말 농담이지요?
다짜고짜 부 창조신장이라니요?’
‘신계 자아는 농담을 하지 않습니다. 부 창조신장님.
지금 창조신장님께서 외부 업무로 부재중이시니 바로 최고위원회의 창조신장의 자리로 출근하시면 되겠습니다.
상황이 시급하니 최우선 초장거리 공간이동을 발동하겠습니다.’
‘.........’
우우우우웅-!